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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천검 4권(15화)
6장 마진천과의 싸움(3)
휘르르르∼
낭창낭창 휘며 앞을 막아서는 매화의 검막.
다행히 마진천의 검을 막아섰고, 반격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마진천은 그 조금의 시간조차 허용할 수 없는지 몸을 회전시키며 검으로 나의 중단을 베어 갔다.
하단과 상단은 몸을 띄우거나 숙이면 되지만, 중단은 아니다.
몸을 뒤로 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에 매화작보로 빠르게 뒤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순간 마진천의 검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순식간에 곡선에서 직선으로 바뀌는 검로.
단전을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검에 위험함을 느끼며 매화종지를 전개했다.
쿠아앙!
조금이지만 담겨 있는 뇌기에 마진천의 검에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갈 듯한 마진천의 검.
마진천을 그 힘을 거스르지 않고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부드럽게 착지했다.
이번엔 내가 공격할 차례다.
앞으로 달려 나가며 매화조수를 전개했다.
숲을 이루듯 빈틈없이 압박하는 매화.
마진천이 이번엔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어느 한 방위도 빈틈이 없었다.
매화조수를 모두 다 꿰뚫어 버린 마진천은 이번엔 나의 하단을 쓸듯이 검을 휘둘렀다.
황급히 몸을 마진천의 머리 위로 띄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매화천락을 전개했다.
마진천은 한순간 나의 매화 꽃잎들을 쳐다보더니 검을 한 번 쓱 휘둘렀다.
그러자 생겨나는 엄청난 밀도의 귀갑.
‘……!’
부딪치자 엄청난 반탄력을 느끼며 몸이 위로 솟구쳤다.
‘대체 뭐지!’
그전에도 느꼈지만 저 귀갑은 엄청나게 단단했다.
매화번복보다 파괴력 면에서 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어느 초식과 비교해도 파괴력이 뒤지는 초식이 아닌 매화천락이 그 귀갑을 뚫지 못한 것이다.
“그 정도로는 안 된다, 청우.”
마진천이 음산하게 말하며,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앙!
“큭!”
또다시 반탄력에 의해 몸이 공중으로 솟구치고, 마진천이 검에 기를 불어넣는 듯 마진천의 검에서 커다란 검명이 울렸다.
“핫!”
빠우웅!
검을 둘러싸고 튀어나온 강력한 청색 기의 집약체가 마진천의 검을 떠나 나에게 날아왔다.
“……!”
매화종지를 날리던 것과 똑같은 기술.
다른 것이라면, 마진천의 기는 청색이라는 것과 나의 매화종지보다 더욱 강력해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막으면 또다시 솟구친다.’
그리고 막아도 그 반탄력에 의해 손아귀가 찢어져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막 마진천이 날린 기의 집약체가 나의 발 한 치 앞에 다다랐을 무렵, 갑작스레 해결법이 떠올랐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시 검으로 막는 것보다는 낫다.
발에 유(柔)하게 기를 집약시키며 얇게 바르듯 폈다.
그리고 기의 집약체가 발에 닿았을 때, 유한 기의 막 덕분에 나의 몸이 기를 따라 위로 솟구쳤다.
‘지금!’
그리고 기를 강하게 발출하며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파앙!
그러자 커다란 파공성과 함께 몸이 옆으로 밀려나며 마진천이 날린 기 공격을 피해 냈다.
“호오, 재밌는 발상이로군.”
마진천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가 착지할 지점으로 달려갔다.
이대로라면 또다시 마진천의 공격을 맞고, 그것이 반복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될수록 나만 불리해진다.
상황을 바꾸고, 전황을 바꿀 기발한 생각이 필요했다.
‘가능할까?’
일단 생각은 해 보았다.
그리고 답은 나왔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니 해 보는 것으로 말이다.
들고 있던 검을 마진천에게 던졌다.
“뭐하는 짓이지?”
마진천이 손쉽게 검을 튕겨 냈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 다른 검을 뽑아 땅으로 강하게 던졌다.
‘지금이다!’
나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검에 염력을 집중시키자 검이 공중에서 멈췄다.
그리고 검을 땅과 수평이 되게 만든 다음 그곳에 착지했다.
그리고 재빨리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마진천의 몸을 향해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앗!”
까아앙!
또다시 귀갑이다.
절대 꿰뚫지 못할 철벽의 방패라도 되는 양, 거북이의 껍질은 모든 매화 꽃잎을 떨어뜨리고, 바스라지게 하고 있었다.
“기발한 생각들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오는군. 하지만 그게 실력은 아니야!”
마진천이 소리치며 나의 검을 튕겨 냈다.
“웃!”
뻐억!
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에 뒤로 삼 장이나 밀려났다.
마진천이 검을 늘어뜨리고 장난스런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어때, 네가 생각해도 실망스럽지? 즐길 시간도 없잖아.”
마진천의 말에 검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난 분명히 강해졌다.
종남파의 장로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이고, 나를 가로막는 이들을 쓰러뜨리고 앞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에게나 통하는 일.
땅에 서려 있는 용에게는[蟠龍] 단 한 차례도 통하지 않았다.
‘…….’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에 검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마진천은 마지막 기회라도 주려는 양, 나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아직 남은 것이 있을 텐데? 매화검로의 마지막 초식, 그건 나도 아직 못 본 거거든. 만일 통한다면 인정해 주지. 그리고 좋은 것도 알려 주고 말이야.”
마진천의 말에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지금까지의 상대는 모두 매화검로의 마지막 초식을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매화유향에 이은 매화만천.
매화번복보다도 강한, 나의 최강의 초식.
그것을 지금까지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마음을 가다듬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공격해 봐.”
마진천이 손가락을 까딱이고, 그것을 기점으로 앞으로 달려 나가며 매화유향을 펼쳤다.
검첨을 따라 조금씩, 조금씩 피어나 향기를 내뿜는 매화.
검향.
마음을 맑게 하는 그윽한 매화향에 마진천이 얼굴을 굳히며 마주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윽한 매화향이 만천에 퍼지고, 그에 맞춰 꽃들이 개화할 준비를 했다.
매화검로 십육 초 매화만천.
절정에 오른 매화유향.
매화 향기 가득할 때, 매화가 만천에 개화한다.
휘르르르르∼
피어나며 떨어지는 엄청난 꽃 무리.
마치 매화나무 숲 한가운데 서 있는 양, 엄청난 수의 꽃잎이 마진천과 내가 싸우고 있는 공간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에 맞춰 마진천이 귀갑을 펼쳐 냈다.
이번엔 경시할 수 없다는 듯, 엄청난 방어력의 귀갑을 세 번이나 펼쳐 냈다.
파차차창!
하지만 매화만천은 모든 귀갑을 꿰뚫으며 마진천에게 날아갔다.
“큭!”
콰아아아앙!
마지막으로 마진천의 검과 부딪치며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모래먼지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우리의 주변은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라도 쳐져 있는 양 모래먼지가 치솟지 않았다.
그래서 마진천의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마진천의 검은 튕겨나 마진천의 바로 뒤에 꽂혀 있었고, 나의 검은 마진천의 왼쪽 가슴 바로 한 치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마진천은 나의 검과 나를 천천히 번갈아 보더니 이내 씨익 웃었다.
“대단하군. 수고했다.”
나의 검을 밀치며 마진천이 나의 어깨를 톡톡 털어 주듯이 쳐 주었다.
그리고 그 행동에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마진천이라는, 나의 목표였었으며 지금도 나의 목표인 자와 싸운다는 것에 의한 심력 소모, 그리고 그보다 더한 완벽히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심적인 압박.
모든 것을 감수하며 펼쳐 낸 매화유향과 매화만개이기에 평소보다도 배는 더한 심력과 공력을 소모한 것이다.
“조금만 쉬어라.”
그 말에 시야가 천천히 흐려지며 눈이 감겨졌다.
***
“이제 그만 깨어나는 것이 좋을 텐데?”
익숙한, 그만 일어나라는 목소리.
하지만 몸은 더욱 자고 싶어 하기에 무시하고 다시 정신을 침잠시켰다.
“네 시진이나 잤으면 오래 잔 거 아닌가? 화산파의 무인은 원래 이렇게 오래 자는 건가?”
그 말에 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눈을 뜨자 커다란 나무의 그늘 아래, 나를 쳐다보고 있는 청년이 보였다.
“여긴……?”
“자다 깨서 기억도 못하는 건가? 구제불능이로군.”
마진천이 고개를 흔들면서 비꼬자 울컥했다.
‘응? 마진천……?’
그리고 그와 함께 생각났다.
내가 마진천과 비무를 하여 마지막에 매화만개를 전개하고 쓰러졌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기억이 난 건가? 나와의 비무가 그렇게 힘든 일이었던 건가?”
마진천이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만. 비무는 어떻게 된 거야?”
“쓰러지고 그렇게 끝났잖아. 내가 이긴 걸로 말이야. 그리고 비무가 아니라 네 실력에 대해서 알려 주려는 것뿐이었다.”
“뭐?”
마지막 마진천의 말에 순간적으로 반문했다.
“선검수 청우,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신을 하지 못하고 있음. 게다가 그 진정한 실력을 아직 자신이 깨닫지 못하고 있음.”
“무슨 소리지? 내가 내 실력을 깨닫지 못하다니.”
난 분명히 내 자신을 확인할 만큼 충분히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니?
“네 실력은 말이야, 그런 혈천회의 잔당 따위와 막상막하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중요한 일을 할 인재가 그렇게 되면 안 되지. 그리고 본래 실력 또한 막상막하가 아닌데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그러자 답이 나왔다. 너는 아직 네 실력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는 거라고.”
“뭐?”
“마지막 매화유향에 이은 매화만천. 내 해천십검의 귀갑을 꿰뚫을 정도의 위력이었어. 초식의 위력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초식의 위력만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내가 장담할 수 있다. 네 실력이 그 정도인 거다. 그런데 막상막하?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마진천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진천의 그 귀갑, 분명히 엄청난 위력이었다.
하지만 매화유향에 이은 매화만천은 그 귀갑을, 그것도 세 개나 꿰뚫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 실력이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초식이 뛰어난 것일까?
답은 나와 있다.
초식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반쪽짜리 힘일 뿐이다.
마진천의 그 귀갑은 반쪽만으로 꿰뚫을 수 없는 엄청난 강도의 순(盾)이다.
가득 채워져 있는, 하나의 힘이 되어야만 꿰뚫을 수 있는 방패인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내 실력을 제대로 몰랐다는 말이 된다.
“그냥 비무를 하자고 하면 너는 분명히 마지막 초식을 쓰겠지만 전력을 다하지는 않겠지. 그래서 도발한 거다. 물론 도발한 말이 모두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내 실력을 내가 제대로 알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그래, 그 말이지. 이후로는 더 어려울 거다. 창마 황신? 내가 한 가지 알려 주지. 지금의 네 실력으로는 옷깃은 건드릴 수 있어도 그 몸은 건드리지도 못한다.”
“…….”
“개방과 연계하고 하오문과도 연계하여 알아본 결과, 창마 황신은 무척이나 위였다. 게다가 삼백 년 전의 혈천에서 삼마병 중 이병, 추혼칠마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혈천의 호법이라는 얘기와 같았다. 그것은 아마 지금 부활한 혈천회에서도 다를 바가 없겠지. 네 실력이라면 칠사도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호법보다는 강하지 못할 거다. 맨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사정이 그랬기에 창마가 도망쳤던 것이지,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그날 죽었을 거다. 알았나? 창마는 아마 지금의 나로서도 이기기가 힘들 거다. 지지는 않겠지만 말이지. 그러니 네가 더욱더 성장해야 돼. 창마와 같은 괴물이 두 명이나 더 있다. 그리고 칠사도라는 놈들도 있지. 창마조차 건드리기 힘든데, 다른 놈들을 이겨? 그건 헛된 꿈일 뿐이야.”
마진천의 직설적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래, 지금의 나는 아직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