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
화산천검 4권(6화)
2장 종남파와 철검파(4)
푸하학!
환영각 묘수의 몸에 혈선이 생기더니 그 혈선을 따라 몸이 갈라지고 피가 분수와도 같이 솟구쳤다.
“…….”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마진천.
단 일 초이지만 그 실력을 확연히 잘 알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청우. 그동안 잘 지냈나?”
마진천의 목소리만이 이 근처를 커다랗게 울렸다.
근처에서 싸우던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이 놀란 듯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나와 마진천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아∼ 그래, 잘 있었다.”
“그거 다행스런 일이군. 네 사부의 일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한 줄 알았는데.”
마진천의 한마디에 움찔했다.
‘정보 조직이라도 얻은 건가?’
화산파에서 은폐하고 있는 정보는 물론 혈천회의 일당에 대한 정보까지도 알고 있는 마진천.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야. 그저 그쪽과 관련이 있는 누군가와 인연이 있어서 알게 된 것뿐이지.”
“독심술도 배운 건가?”
“장난은 집어치우고, 이제 제대로 해 볼까? 저놈은 내가 맡지.”
마진천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철검파의 문주를 손가락질했다.
“너는 나머지를 맡아라. 할 수 있겠지?”
“당연한 말을 하는군.”
“뭐, 그동안에 성장은 좀 했나 보군. 그렇다면 가자.”
마진천이 검을 치켜들고 철검파의 문주에게 달려들었다.
3장 인연과의 만남(1)
마진천이 몸을 날리자 나도 몸을 날렸다.
더 이상 우리를 쳐다보지 않고 또다시 싸움을 시작하는 두 무리의 무인들. 그 사이로 끼어들어 종남파의 사람들을 도왔다.
비겁하게 이 대 일로 종남파의 후기지수를 합격하는 비검대의 무인.
공격을 당하는 후기지수의 실력으로는 한 명을 상대할 순 있으나, 나머지 하나는 상대할 수 없는 듯 보였다.
한 비검대 무인의 공격을 막자 생겨나는 빈틈.
그 빈틈으로 검을 찌르는 다른 비검대 무인의 앞을 막아서며 장천수를 전개했다.
빠바박!
발을 뻗고 접고 다시 뻗으며 삼연타.
미간과 왼쪽 가슴, 그리고 오른쪽 허벅지를 연타하자 비검대 무인이 비틀거렸다.
빠각!
청운검의 검병으로 남자의 가슴을 찍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검을 회수하며 왼손으로 장천수 일 초를 전개했다.
빠악!
머리에 일 권을 맞고 뒤로 날아갈듯 솟구치는 비검대 무인.
일보 앞으로 나아가 팔을 접으며 팔꿈치로 남자의 아랫배를 쳤다.
“커억!”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는 비검대 무인.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옆에서 싸우고 있는 후기지수는 도와주지 않아도 이길 것 같기에 주위를 돌아보며 도와줘야 할 곳을 살폈다.
‘음?’
이미 철검파의 두 부대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철검파의 비검대.
그런데 그 비검대의 대주와 부대주는 모두 죽였으니 고수가 남았다면 철검파의 문주만이 남았을 것인데, 어째선지 한 비검대 무인이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교묘하게 약해 보이도록 수세에 몰리는 척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종남파 후기지수를 계속해서 죽이고 있었다.
난전이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전황을 둘러보는 처지인지라 알아본 것이다.
‘저자, 고수다.’
저렇게 실력을 숨기며 싸우는 것도, 그리고 다른 자들에게 들키지 않는 것도 모두 고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이다.
‘대주와 부대주 말고도 고수가 있던 것이로군.’
그런데 생각을 하는 중에 옆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푸르스름한 검신이 내 앞에 보였다.
따앙!
신류퇴 승추로 검을 튕겨 내고 검을 찌른 남자를 살폈다.
역시나 비검대의 무인.
‘일단 이 녀석부터.’
얼굴도 살폈고 그 싸움법도 살펴봤으니 다시 찾기는 쉬울 것이다.
먼저 나에게 덤빈 남자부터 쓰러뜨리자고 생각했다.
들고 있던 청운검을 놓고 진각을 밟으며 자하검으로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스거걱!
거의 허리를 일단할 듯이 남자의 몸을 베어 가는 자하검.
몸을 빙글 돌리며 매화검로 이 초 매화부석을 전개했다.
카가가각!
그리고 오른발로 청운검을 튕겨 왼손으로 잡고, 또다시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남자가 쓰러지는 모습은 보지도 않은 채 주변을 살펴 고수를 찾고, 아까의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캉!
“웃!”
내가 공격한 순간은 남자가 수세로 몰리고 있다가 순식간에 공세로 바꾸고 종남파 후기지수의 목을 베려고 했던 찰나였다.
그런데 남자는 그것이 막히자 놀란 듯 소리를 냈다.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
“칫, 들킨 건가?”
“이자는 제가 맡겠습니다.”
종남파 후기지수에게 말하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왼손으론 매화연혈, 오른손으로는 매화표천.
“큭!”
카아앙! 푸학!
매화표천은 통하지 않았지만 매화연혈은 통했다.
자색의 매화꽃이 피를 머금고 남자의 왼쪽 팔뚝에서 붉게 피었다.
타다닥!
남자가 발을 어지럽게 놀리더니 오른손으로 검을 쾌속하게 휘둘렀다.
자하검을 손에서 놓고 왼손으로 중강검의 검병을 잡고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남자가 검을 휘두르는 속도보다 배는 빠른 속도.
그런데 나의 검이 남자의 검과 부딪치기 직전, 남자가 손을 놓더니 순식간에 몸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의 매화초개에 부딪힌 검은 두 동강이 나긴 했지만 남자가 도망간 이상 별 쓸모는 없는 상황이다.
‘놓치지 않는다!’
자하검을 발로 차올려 잡아 환집하고 나 또한 남자의 뒤를 쫓아서 암향표 신법을 전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의 뒤를 잡았다.
남자는 비겁하게 도망치면서도 계속해서 종남파 후기지수의 검을 막거나 뒤를 쳐 몇몇 후기지수를 죽게 만들었다.
비겁한 행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솟구쳐 몸을 띄우며 청운검으로 매화천락을 전개했다.
콰콰콰쾅!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앉는 커다란 매화 꽃잎의 향연.
“크윽!”
하지만 남자도 만만치 않았다.
내 매화천락을 왼손을 내주어 막아서고는 오른손으로 내 가슴팍을 찔러 들어왔다.
큐우웅!
커다란 파공성이 그 위력을 짐작하게 했다.
찌이익!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자 앞섶이 찢어졌다.
빙글 몸을 돌려 남자의 앞에 사뿐히 착지하며 매화정개를 펼쳤다.
우우웅!
내력을 잔뜩 집어넣은 청운검이 커다란 검명을 터뜨리며 남자의 가슴팍을 찔러 들어갔다.
푸우욱!
“컥!”
검을 뽑자 남자가 비틀거리며 물러서더니 뒤로 쓰러졌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중단전에 진기를 휘돌려 마음을 안정시키고, 마진천과 철검파 문주의 싸움을 보았다.
쾅! 콰아앙! 콰앙!
거의 경천동지(驚天動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싸움.
마진천의 천하삼십육검과 철검파 문주의 패도적인 검이 부딪친 자리에는 조그마한 구덩이가 패일 정도였다.
쿵!
마지막으로 한 번 부딪치더니 대치 상태로 들어서는 두 무인.
마진천은 볼에 기다란 검상을 입었고, 철검파 문주는 오른쪽 옆구리에 얕은 상처를 입었다.
그렇게 커다란 힘이 격돌했는데도 두 남자는 조그마한 부상밖에는 입지 않았다.
그만큼 두 남자의 실력이 막상막하라는 얘기이다.
‘마진천과 막상막하라니…… 엄청나군.’
하지만 자세히 보니 마진천은 희희낙락한 표정인 데 반해 철검파 문주는 얼굴이 창백하고 손을 조금씩 떨고 있었다.
‘설마 내상을 입은 건가?’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없으나 안으로 상처를 입은 것이다.
겉으로 볼 때는 두 남자의 실력이 막상막하이나, 내공 쪽으로는 마진천이 한 수 위라는 뜻이다.
“네놈,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 나온 고수냐?”
“잘 알고 있을 거라 아는데. 설마 시치미 떼는 건가?”
“네놈이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종남파에 이런 후기지수가 있다고 나는 그분에게 듣지 못했다!”
“호오, 그분에게 듣지 못했다고? 그럼 네놈은 혈천회에 속해 있었던 자가 아니라는 뜻인가?”
“헛소리 말아라!”
철검파 문주의 말을 들어 보니 어떠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철검파의 세 대주는 혈천회의 인물이었던 사람이 철검파로 들어간 것이나, 철검파의 문주는 혈천회의 도움을 받았던 것뿐인 건가? 그래서 혈천회에서 마진천에 대한 얘기를 해 주지 않아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인가 보군.’
하지만 이 추측이 맞는다 하더라도 별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뭐, 그건 상관없는 일이지. 아무튼 당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마진천도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 냉정한 표정으로 천하삼십육검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천하삼십육검 일 초 천하도도(天下滔滔).
펼쳐져 나가는 초식에 철검파 문주가 기묘하게 검을 움직였다.
물이 넘치듯 퍼져 나가는 천하도도 초식의 중심을 가르는 검.
일단하자 마진천이 눈을 빛냈다.
“호오∼”
그리고 이어서 나머지 초식을 전개해 나가자 철검파 문주는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잘 방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처는 계속해서 생겨나 천하삼십육검의 마지막 초식이 끝나자 온몸에 상처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다.
“크으…….”
“잘 버티는군. 대단한걸?”
“겨우 후기지수 따위에게 이렇게 수치를 당하다니…….”
“네놈이 조금만 더 그 조직에 대해서 안다면 나에 대해서도 알 텐데, 무척이나 아쉽군.”
“시끄럽다! 젠장, 역시 종남파로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뭐, 그 조직에서 시켰나 보지?”
“네놈이 알 것 없다!”
숨을 몰아쉬며 철검파 문주가 마진천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봐도 소용없어. 실력이 다른 것이니까.”
“겨우 후기지수에게 불혹을 넘어선 나이까지 무공을 배운 내가 쓰러진다는 것이 말이 된다 생각하는 것이냐?”
“그러니까 천재(天才)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지. 보통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재능을 가진 자들. 상식을 벗어난 자들이 바로 천재야. 너희 같은 범인들에게는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겠지만 말이야.”
“이이……!”
마진천이 비꼬는 듯 자화자찬을 하며 불쌍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철검파 문주를 쳐다보자, 화가 났는지 철검파 문주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피로 칠갑이 된 몸을 움직여 마진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