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77화 (77/175)

# 77

화산천검 4권(2화)

1장 협력의 가능성(2)

“됐고, 일단 네놈에게 설명할 것이 있다.”

당만형의 말에 당풍이 앞으로 나서 황보진군에게 그가 쓰러지고 난 이후의 상황을 설명했다.

황보진군은 황보준이 어째서 쓰러져 있던 것인지 예상하지 못한 것인지 황보준이 졌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놀라고, 당만형이 자신을 치료해 줬다는 것에 이차적으로 놀랐으며, 황보관이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가짜라는 것에 삼차적으로 놀랐다.

“놀랄 것도 많군. 나이를 먹었는데도 이런 일들이 그렇게도 놀랍나? 나잇값을 하도록 해라.”

“나를 치료해 줬다는 것을 반박은 하지 않겠다. 아무튼 관아가, 아니 관아의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놈은 어떻게 되었지?”

“일단은 독에 중독되어 제가 만질 수가 없기에 당가십걸의 도움을 받아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았습니다. 데려올까요?”

황보악의 대답에 황보진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필요 없다.”

“그건 그렇고 그놈의 처리에 관해서 말할 것이 있다. 그 황보관의 탈을 쓰고 있던 쥐새끼를 내가 데려가도 되겠는가?”

“시체와 그 무공에 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가?”

“그렇지. 그런 쪽으론 이 넓은 중원을 다 뒤져보아도 우리 당가만 한 곳은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 그건 내 참고 넘어가 주지. 대신 네가 치료해 준 은은 없던 것으로 하지.”

“뭐, 원한다면 그래 주지.”

당만형이 히죽히죽 웃자 황보진군이 미간에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냥 내 권한으로 넘겨주지.”

“원한다면 그래 주지.”

“……아무튼 그래서 다른 얘기는?”

“나머지는 이 화산파의 애송이가 설명할 거다. 나도 모르는 얘기이니 말이다.”

“……?”

궁금해하는 황보진군.

앞으로 나서며 당만형과 황보진군에게 전음을 날렸다.

[일단 황보악과 당가십걸은 나가도록 해 주십시오.]

[어째서 말이더냐?]

[알았다, 그래 주지.]

반발하는 황보진군과는 다르게 당만형은 한 번에 이해를 했는지 당가십걸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당가십걸은 포권을 취하며 순식간에 바깥으로 사라졌다.

당가십걸이 나갔는데 황보악만이 남아 있을 수는 없는 일.

황보진군 또한 일단은 손짓을 해 황보악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황보악까지 바깥으로 나가자 깨어 있는 사람은 황보진군과 당만형뿐이었다.

얘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입을 열었다.

“황보관과 마찬가지로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가짜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렇게 장로님들만 남도록 한 것입니다.”

“그럴 일은 없다.”

황보진군이 또다시 반발했다.

“그래서 만일에 대비했다고 애송이가 말하잖나. 유비무환(有備無患)도 모르나? 이놈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말하도록.”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려 심호흡을 하고 잠시 후에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일단 드릴 말씀은 제가 얘기하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절대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나 제가 얘기하는 것은 모두가 사실입니다.”

“알았으니 강조하지 말도록. 어서 얘기해라.”

청도 장로님, 설비연 사저, 만청풍 사형과 금정일에게 말했던 대로 내가 듣고 보고 추측하는 것들을 모두 들려주었다.

거의 놀라질 않는 당만형마저도 크게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고, 황보진군은 무척이나 놀랐다고 거의 표정에 쓰여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일단 얘기하자면, 믿기 힘들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 말이야.”

“처음에 얘기했듯이 모두 사실입니다. 거짓은 단 한 푼도 섞이지 않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저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가짜들도 모두 그 혈천회라는 곳에서 심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 단체라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 일단 의심 가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군.”

잠시 침묵에 잠겼다.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당만형이 계속해서 중얼거렸고, 이번엔 황보진군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관아가 죽었는데 되살아난 것이로구먼.”

“예?”

“원래 우리는 이곳으로 오던 중에 습격을 받았네. 내 부족한 식견으로는 대체 어떤 무공인지 알 수가 없는 무공을 쓰는 자들이었지. 방심해서 그들에게 십팔권사 중 한 아이를 잃었네. 그것이 황보관이지. 우리가 관아를 보고 모두 놀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네. 아무튼 시간상으로는 거의 맞네. 시신을 일단 근처의 표국에 맡기긴 했지만……. 자네가 얘기한 대로라면, 아무리 그 표국이 우리 황보세가 사람의 시신을 옮기는 일이라 경비를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식은 죽 먹기였겠지. 아무튼 알았네.”

“아, 그건 그렇고. 황보세가에는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황보준이 처음 우리에게 말할 때에 했던 얘기. 그 관련이라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흠, 알려 달라는 것으로 보아 자네가 지금까지 얘기한 그 혈천회라는 곳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습니다. 분명히 그쪽에서 움직인 것일 것입니다.”

“그렇다면야 나도 알려 주지. 자네도 무척이나 큰 비밀을 털어놓았으니 말이네.”

어느새 우리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당만형이 크게 호기심을 보이며 눈을 반짝였다.

황보진군이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얘기했다.

“후우∼ 얘기해 주겠네. 우리 황보세가에서 있었던 일이네. 갑자기 어떤 한 남자가 다가왔지. 이립(而立)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네.”

“특징이 있습니까? 예를 들자면, 다른 복식이나 특이한 무기 같은 것 말입니다.”

“특징이라……. 그래, 딱 한 가지 있었네. 중원인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까만 피부색과 왜도(倭刀)를 차고 있었네.”

“까만 피부와 왜도…….”

일단 내가 아는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아무튼 얘기를 이어 가지. 그는 갑자기 우리 황보세가의 문 앞에 다가와서, 문지기들의 물음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왔네.”

“안으로 들어왔다고요?”

“그래, 순식간에 문지기 두 명을 기절시키고 안으로 들어왔네. 한 문지기가 마지막에 크게 소리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안 우리 황보세가는 일단 먼저 십팔권사들을 보냈네. 한 명씩 싸웠지만, 안 된다는 것을 알아 합격술을 썼지만 이길 수는 없었네. 그렇다고 지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가지고 노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지. 아무튼 그렇게 십팔권사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사안의 중대함을 느꼈기에 장로들과 가주가 모여서 그를 대면했네. 우리의 대답에 시종일관 무표정과 무언으로 대답한 그에게 우리 황보세가의 장로들 중에서 가장 성급하다는 황보한(皇甫翰)이 나섰지만 단 삼십 초만에 패배했네. 모두 놀랐지. 대 황보세가의 장로가 무뢰배에게 단 삼십 초만에 패배했다는 것에 말이네. 그는 자신이 지금까지 황보세가에 일어난 공작의 배후라고 말했네. 아, 그러고 보니 전의 그 공작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지 않았군. 황보세가에 들어온 식객들이 죽거나 곤혹을 치르는 일이 수개월에 걸쳐서 일어났네. 결국 그 일을 일으킨 자들을 찾아 모두 죽이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일 때문에 황보세가의 명성이 산동 지방에서 무척이나 큰 타격을 입었네. 아무튼 그 공작을 일으킨 자라고 말하자 모두들 눈이 뒤집혔지. 장로들이지만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었네. 게다가 실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합격 같은 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지.”

“황보세가는 다른 세가와는 다르게 협을 중시한다고 얘기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방금 전에 얘기했던 내용이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속세의 세가네. 만일 구파만큼 협을 중시한다고 했으면 십파라고 불렸어야 마땅하지. 급한 일에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네. 아무튼 그렇게 싸웠지만 마지막에 가주께서 나서기 전까지 승리한다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네. 우리가 눈이 뒤집혀 성급하게 행동했다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장로들이 쉽게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강했네. 결국 그와 가주가 싸워 가주가 이기긴 했지만 잡지는 못했지. 그렇게 우리 황보세가는 대외적으로, 그리고 내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 시간이 늦은 밤이고, 모든 힘을 총동원하여 소문이 퍼져 나가는 것을 막았기에 아마 몰랐을 것이네. 개방과 하오문, 그리고 우리 황보세가를 원래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던 그런 문파들 외에는 말이지.”

“그것이 끝입니까?”

“그것이 끝이네. 아, 아니 한 가지 더 있네. 그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있네. 철검파로 오라는 얘기였지. 그렇기에 우리가 철검파로 향한 것이네.”

“철검파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공작을 행했다. 예, 맞습니다. 혈천회입니다.”

“어째서지?”

“철검파에서 당가와 황보세가 등 모두가 의심했던 그곳에서 초령이라는 혈천회의 사도를 만났다는 얘기는 했을 것입니다. 그녀가 남긴 말이 황보세가의 공작에 하나는 실패하고 하나는 성공했다고 했었습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그 혈천회라는 곳이 범인이라는 것인가…….”

으드득!

황보진군이 이를 가는 소리가 커다랗게 들렸다.

“호오∼ 황보세가에는 그런 일이 있었군.”

“독살성, 네놈만 알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정도 개념은 있지. 아무리 세가의 일원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얘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얘기하지 않는다. 아니, 얘기는 해도 트집을 잡지는 않도록 세가에 따로 얘기를 하지.”

“그거 고맙군.”

“아무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예상은 했다. 이런 얘기를 할 것이면 당연히 어떤 부탁이 있겠지. 관련이 있는 황보세가를 빼고 우리 당가에는 말이다.”

“예, 예상하셨다면 결정을 내리시기 쉽겠군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일 무림맹이 열린다면 두 세가는 참가하여 도와주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만일 무림맹이 소집되지 않는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렇기에 만일이겠지요. 그렇다면 저를 도와주십시오.”

“너를 말이냐?”

독살성이 히죽히죽 웃었다.

“너를 뭘 믿고 우리가 도와준다는 것이냐?”

“우리 황보세가는 돕는다. 절대적으로 말이지. 세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개인적으로라도 도와주지.”

“맥을 끊는군.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란 걸 모르는 건가?”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런 일을 도와주고, 그 내막을 알려 준 것이 누군데 사정이 곤란하더라도 도와줘야지.”

“……시끄럽다. 아무튼 그렇다면 너는 빠져라.”

“그렇다면 독살성께서는 어찌하실 예정이십니까? 만일 화산파에서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는다면 저를 도와주실 생각이 없으신 것입니까?”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꼭 도와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하겠네.”

“당가십걸 중 하나가 당했습니다. 인피면구는 죽은 본인의 얼굴을 베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그 피부를 잘라서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의걸이라는 자는 죽었을 것인데, 당민이라는 자와 당의걸이라 속이고 있던 자가 싸웠을 때 당민은 당의걸이 당가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독살성께서 속한 당가, 본가가 위험하다는 뜻인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

당만형은 말이 없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직접 이런 말을 듣자 더 이상 뭐라 반박할 말이 없고, 또한 기분이 나쁘기 때문인 듯 보였다.

“……그래서, 어차피 나는 꼭 도와야만 하는 것이었군.”

“협이라는 단어와 세가의 안위를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이 무림의 안전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에게 무언가를 얻어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알았다. 그래, 도와주도록 하지. 만일 그런 일이 없어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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