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70화 (70/175)

# 70

화산천검 3권(20화)

8장 구파의 정보, 의문의 여자(2)

그그긍∼

들어 올리자, 작은 소리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들어가 봐야겠다.’

아직 몸이 원 상태로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것을 보고 지나칠 수는 없다.

안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철판이 아래로 내려오며 문이 닫혔다.

철컹!

그리고 무언가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철컹! 철컹!

쇠사슬에라도 감긴 듯 철판을 밀려고 힘을 주자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잠긴 건가?”

결국 다시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의 폭은 넓었다.

두 사람 정도가 같이 걸어가도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벽에 횃불들이 걸려 있어, 어두운 가운데 계단의 윤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추고 있었다.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약 일각 정도의 시간을 걷자 계단의 끝으로 철문이 보였다.

철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지도 않았고, 그저 당기면 열릴 것처럼 보였다.

‘대체 무슨 장소인거지?’

끼기긱∼

문을 열자 이번엔 앞으로 쭉∼ 펼쳐진 길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걷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나무로 된 문이 보였다.

기를 깊이 갈무리하며 조심스레 나무 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문을 열자 커다란 공동(空洞)과 함께 저 멀리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입을 다물고 숨을 죽이며 살짝 열려진 틈 사이로 들어갔다.

‘뭐하는 거지?’

드르릉∼

누군가가 손을 움직여 몇몇 돌을 건드리자,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동굴의 벽이 옆으로 밀려났다.

‘기관? 게다가 저 정도면 수준급이다.’

다시 벽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자 그 벽의 앞으로 갔다.

‘이곳과 이곳이었던가?’

누군가가 건드렸던 돌들을 하나하나 건드려 보았다.

드르릉∼

똑같은 기관의 소리와 함께 벽이 옆으로 밀려났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철문과 그 옆의 벽에 나란히 있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는 돌들.

제일 왼쪽은 공(空)이라 음각되어 있었고, 그 오른쪽은 종(終)이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소(少)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해(海)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의 거대한 철문에는 화(華)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무(武)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아(峨)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곤(崑)이라 음각되어 있고, 그 옆은 점(點)이라 음각되어 있었다.

모두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본 듯한 한자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관련이 있을 듯한 한자들의 조합이었다.

‘공, 종, 소, 해, 화, 무, 아, 곤, 점. 아홉 개의 한자. 그리고 왠지 모르게 많이 본 것만 같은 느낌. 관련이 있는데…… 아!’

아홉 가지 한자, 아홉 가지 문파.

구파의 이름 중 앞 한자만을 쓴 것뿐이었다.

‘공은 공동파, 종은 종남파, 소는 소림사, 해는 해남파, 화는 화산파, 무는 무당파, 아는 아미파, 곤은 곤륜파, 점은 점창파. 그래, 구파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구파의 이름이 쓰여 있는가?

의문이었다.

‘게다가 가운데 화산파라 쓰여 있는 철문을 빼고는 전부 돌에 음각되어 있어. 다른 돌들은 전부 기관으로 움직이는 건가?’

지금까지도 모두 기관으로 움직이는 비밀 통로였다.

저 돌들도 기관에 의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맨 왼쪽의 공이라 음각되어 있는 돌이 옆으로 밀려나고 누군가가 투덜거리며 작은 틈 사이에서 앞으로 나왔다.

“쳇. 공동파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데 대체 왜 계속 주시하라는 거야? 그곳의 도사들은 전부 그냥 심산유곡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데 말이…… 웁!”

재빨리 다가가 입을 막았다. 그리고 수혈을 짚어 잠재우고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눕혀 놓았다.

아직 열려진 돌문.

그 작은 틈 사이로 들어갔다.

어두운 틈 사이를 지나자 밝은 빛과 함께 안의 정경이 보였다.

푸드득! 푸드드득!

전서구들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전서구들이 작은 나무통에 전서들을 떨구어 놓고 다시 창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전서구들의 집만 해도 백 개가 넘어 보였다.

그 정도로 넓은 안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방금까지만 해도 앉아 있었던 듯 의자가 뒤로 밀려져 있고, 붓에 먹물이 묻어 있었다.

‘아까의 그 남자가 앉아 있었나 보군.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이지?’

한 전서구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전서를 빼앗듯이 낚아채 펼쳐 보았다.

공동, 아직은 움직임이 없음. 장문인 복마영검(伏魔靈劍)은 거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음. 그 아래 십칠 장로들 또한 계속해서 도를 닦고 있음. 아무런 움직임이 없음. 십 년 동안 같은 상태임. 더 이상 관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함. 회의 인사에게 흑풍의 수를 줄여 줄 것을 요구함.

“공동의 장문인, 복마영검. 그리고 그 아래의 십칠 장로들의 움직임? 그리고 회의 인사들에게 흑풍의 수를 줄여 줄 것을 요구한다니.”

흑풍, 내가 느꼈던 그 흑색 바람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내가 느꼈던 것과 똑같은 이름이었다.

‘이것보다도 중요한 것. 공동의 장문인과 장로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는 건가?’

게다가 ‘십 년 동안이나’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십 년 전부터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심각하다!’

회는 대단했다.

구파의 장문인과 그 아래 장로들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소리.

그렇다면 구파의 문제나 그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다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전서를 내려놓고 탁자에 붙어 있는 종이를 살폈다.

각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 적혀 있는 종이였다.

무언가를 잘 까먹는 성격이었던 듯, 이런 것을 붙여 놓아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전서구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창문을 닫아 놓고 지니고 다니던 화섭자에 불을 붙여 전서들을 모두 불태웠다.

퍽! 퍽!

창이 닫히자 전서구들은 창과 계속해서 부딪치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렇게 창을 닫으면 누군가가 드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지만, 창을 열어 놓을 수는 없었다.

흑풍이라는 자들은 매우 뛰어난 첩보 능력을 지닌 듯하니 이 정도 정보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방해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작은 틈 사이로 걸어가는 중에 기관이 있을 법한 곳에 귀를 대며 소리를 들어 보았다.

그르릉!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기관의 소리.

그곳으로 안에서 주웠던 검을 박아 넣었다.

끼기기긱!

그러자 굉음과 함께 조금씩 기관의 소리가 사라졌다.

바깥으로 나와 문을 닫는 방법을 통해 문을 닫으려 했다.

‘성공이다.’

문은 닫히지 않았다.

기관을 부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음은 종남파.’

종이라 음각되어 있는 옆의 바위에 다가가 알아낸 방법을 통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옆에 숨었다.

“뭐야! 문이 대체 왜 열린 거지? 읍!”

바깥으로 나온 한 남자의 입을 막고 혈을 짚었다. 그러자 처음의 남자와 똑같이 남자가 쓰러졌다.

공이라 음각되어 있는 공간에서 나왔던 남자와 같은 자리에 눕혀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똑같은 작은 폭의 공간을 지나자 똑같은 정경이 보였다.

똑같이 많은 전서구들에 똑같은 탁자.

다른 것은, 막 전서구를 통해 보내려 했던 것 같은 탁자 위의 종이뿐이었다.

종이를 살펴보았다.

철검파가 파괴되었음. 이곳은 아직까진 안전.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음. 마살문의 정예들로 이루어진 흑풍 18조를 통해 소각시켰음. 철검파의 부하들은 현재 종남파로 진격 중. 음지에서 잘 도와주기 바람.

일단 종이를 말고, 전서구들이 나무통에 넣으려는 전서를  보았다.

종남파, 옛날부터 유심히 지켜보았던 문제의 후기지수가 등장하려 하고 있음. 철검파의 소식을 들었는지 요격을 할 제자들과 장로를 모으고 있음. 장로는 광검 도오연. 그의 제자는 물론 합동훈련 때에 유심히 지켜봤던 몇몇이 나오고 있음. 창마가 인정한 후기지수 포함.

“창마? 창을 쓰는 무인이겠고. 그리고 합동훈련이라고 하면 종남파와 화산파의 합동훈련. 그때 창을 쓰는 사람은 단 하나, 황신.”

생각하자 이가 뿌드득 갈렸다.

“그 녀석이 인정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한 남자밖에는 없겠지.”

종남의 반룡, 마진천.

마진천이 나온다.

그렇다면 당연히 세간에 엄청난 소문이 돌 가능성이 있다.

그 실력이라고 하면, 놀지 않고 있었다면 철검파의 한 개 대 정도는 혼자서 쓸어버릴 정도의 능력이 있을 테니 당연할 것이다.

‘달려갔다면 만날 수 있을 텐데, 아쉽군.’

그런데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공동파에서 장문인과 장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듯 이곳도 똑같았다.

어떤 장로가 나올 것이며, 어떤 후기지수가 나올 것이라는 것까지 잘 알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모든 구파를 감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무서운 상상을 접고, 이곳 또한 공동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공간과 마찬가지로 화섭자로 전서들을 불태우고 창문을 닫았다.

똑같이 기관에 검을 박아 넣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소라고 쓰여 있는 공간 또한 기관을 통해 바위를 움직이고, 안에서 나온 남자를 수혈을 짚어 잠재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똑같은 광경.

전서를 보았다.

십 년 동안의 노력에 의해서 간신히 흑풍 일 개 조를 잠입시켰다. 흑풍 일 조가 잠입하였다. 아직 정보를 빼내 오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음.

“구파의 수좌, 소림사도 뚫린 건가?”

십 년 동안이나 노력해서 잠입했다고는 하지만, 소림사 또한 이 회가 잠입했다는 것을 보자 무서운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똑같이 불태우고 창문을 닫은 뒤, 기관을 부수었다.

그리고 해남파에 대한 곳으로 들어가 똑같이 하고, 화라고 음각된 철문의 앞에 섰다.

다른 문파들과는 달리 화산파의 정보를 수집하는 곳은 커다란 철문이 막고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라도 있는 건가?’

똑같이 기관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그그긍∼

하지만 이번에는 안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건가?’

터벅! 터벅!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폭도 넓었다.

길이도 길어 다른 곳들과는 달리 조금 더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었다, 꼬마야.”

커다란 공간.

풍겨 나오는 사향(麝香) 냄새.

계단의 맨 위, 태사의에 앉아 있는 여자.

가슴이 푹 파여 있고,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옷.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요기(妖氣)와 색기(色氣)가 공간을 잠식하고 있었다.

‘윽!’

머리가 멍해지고, 몸이 저절로 계단을 오르려 하고 있었다.

기를 중단전으로 돌려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흠∼ 화산파의 꼬맹이, 잘 버티네?”

태사의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오는 여자.

얼굴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오뚝한 코, 붉고 두툼한 입술, 이지적으로 휘어진 눈썹.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뜯어봐도 예쁘고, 전체적으로 스쳐봐도 예쁜 여자였다.

산에서 자란 내가 봐도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여자였다.

“이곳까지 잘 찾아왔네? 아무리 우리 회주님이 신경을 쓰셨다고 해도 말이야.”

“회주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려 하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속으로 누르며 물었다.

“마지막엔 알 수 있을 거야.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을 밝히실 테니까. 그러니까 그동안은 고생을 좀 하렴.”

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여자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지?”

“회의 칠사도(七使徒) 중 사사도(四使徒) 초령(楚玲)이라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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