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
화산천검 3권(8화)
3장 흑검대(3)
스걱! 콰창! 스거걱!
안에서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위험하다!’
앞의 무인들을 박차고 내원으로 들어가는 담장을 넘어 공중에 몸을 띄웠다.
‘역시나 예상대로군.’
안의 광경.
바깥의 무인들과 똑같은 흑의 무복을 입고 있으나 그 실력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무인들이 낭인들과 우가장의 무인들을 막고 있었다.
우가장의 무인들이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저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낭인들이 있어 인원이 많으니 밀어붙일 수도 있으나, 내원의 입구 바로 앞에서 진을 치고 있기에 흑의 무복의 무인들이 더욱 유리한 형세다.
‘막아야 해.’
천근추의 수법으로 땅으로 내려갔다.
나를 본 한 흑의 무인이 나에게 검을 찔러 왔다.
매화검로 십이 초 매화표표.
카가각!
질풍과도 같은 사나운 매화에 흑의 무인의 검이 뒤로 날아갈듯 튕겨 나갔다.
그 반탄력으로 몸을 띄우며 한 바퀴 회전시켰다.
스걱!
옆에 서 있던 흑의 무인의 공격을 피해 내고, 나와 부딪쳤던 흑의 무인에게 신류퇴 낙추의 수법으로 발을 내리찍었다.
콰앙!
흑의 무인은 만만치 않았다.
자연스러운 연격이었는데도 순식간에 피해 낸다.
물론 낙추의 여파에 중심을 잡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도 매우 뛰어난 거였다.
“하앗!”
째쟁! 푸욱!
하지만 다음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매화검로 구 초 매화정개.
직선적인 강력한 일 검에 흑의 무인의 검이 박살 나고, 그대로 검이 가슴을 찔렀다.
뻥!
신류퇴 전추로 흑의 무인을 날려 버리며 검을 빼내고, 몸을 회전시키며 횡으로 베었다.
스걱!
나에게 공격을 시도하던 흑의 무인보다 나의 검이 더욱 빨랐다.
검을 다 뻗어 내지도 못하고 배가 갈라지며 흑의 무인이 쓰러졌다.
‘두 명째.’
흑의 무인의 수는 많지는 않았다.
약 삼십 명 정도였다.
우가장의 무인이 현재 오십여 명 정도에 낭인들이 육십여 명 있으니 매우 적은 숫자다.
하지만 말했듯이 내원으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막고 있기에 우리 쪽이 불리했다.
‘가운데로 길을 터야 돼.’
먼저 안으로 깊숙이 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우가장 무인들과 낭인들의 수만 줄어들 것이다.
‘혈호는?’
혈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선봉에 서서 흑의 무인들을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가장의 무인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세 명이서 한 조를 이뤄 한 무인을 상대하는 우가장의 무인들.
낭인들은 서로 뭉치거나 암기를 날려 우가장의 무인들을 돕고 있었다.
‘이 기세를 살려야 돼.’
점점 살아나고 있는 기세.
이 기세를 타고 더욱더 몰아붙여야 한다.
텅! 큐우웅∼!
앞으로 나서며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카앙!
막아 내는 흑검대의 무인.
몸을 빙글 돌리며 앞으로 찔렀다.
막아 내려 검을 움직이는 흑의 무인.
‘걸렸다.’
상대의 검과 부딪치기 직전에 몸을 뒤로 숙이며 검을 놓았다.
따앙!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검.
그와 함께 상대가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지었다.
신류퇴 승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는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으며 허리를 꺾어 내 공격을 피했다.
피익!
하지만 완벽히 피해 내기엔 무리가 있던 듯 볼에 생채기와 같은 얇은 혈선이 생겨났다.
“하앗!”
하늘로 뛰어오르며 검을 잡고 복면인들의 사이로 몸을 날렸다.
핏! 핏! 스거걱!
혈호의 공격에 의해 뒤로 물러났던 흑검대의 무인.
매화천락으로 공격해 쓰러뜨리며 매화종지를 전개했다.
반월형의 검기가 날아갔다.
지금까지와 같이 검에 기를 모아 두는 형태가 아니다.
바깥으로 발출하는 것이다.
콰차창!
오 할 정도의 공력을 넣은 공격에 흑검대 무인 세 명의 검이 박살 나고, 그 여파로 옆에 서 있던 두 흑검대의 무인이 쓰러졌다.
그것을 놓칠 혈호와 우가장의 무인들이 아니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빈틈을 크게 벌려 놓고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왔다.
이제 밀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많았던 수, 인해전술로 압박한다.
이제 곧 내원은 제압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싸움은 우리들의 승리로 끝난다.
‘아니, 아직이야.’
아직 흑검대 대주가 남았다.
부대주 두 명은 소검파와의 싸움 중에 쓰러졌다고 했으니, 이 싸움이 승리로 끝나면 남는 것은 저 한 고수뿐이다.
‘초풍도객이 이길 수 있을까?’
흑검대주는 만만치 않아 보였다.
초풍도객도 세간에서 유명한 초절정 고수이기는 하지만 처음 흑검대주의 등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콰앙! 후우웅∼
“읏!”
커다란 굉음과 갑작스런 폭풍.
날아가지 않게 다리에 진기를 집중하여 발을 땅에 박아 넣듯 진각을 밟았다.
콰지직!
폭풍이 날아가고, 싸움이 멈추었다.
그사이에 거의 다 제압을 했는지 흑검대의 무인들은 열 명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바깥이 문제였다.
외원에서 싸우던 흑검대주와 초풍도객.
갑작스런 굉음과 폭풍은 이유가 있을 터.
바깥으로 나가 상황을 보았다.
“강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 상태도 모르면서 그렇게 덤빈 건가?”
“크윽…… 이…….”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고 초풍도객이 쓰러졌다.
초풍도는 저 멀리 날아가 땅에 박혀 있었고, 흑검대주가 묵색의 검을 들고 오연히 서 있었다.
“후우, 안배가 아니었으면 당할 뻔했다. 역시 아직 미숙하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흑검대주가 나에게 몸을 돌렸다.
척!
“초풍도객은 쓰러졌다. 덤벼라.”
검을 겨누며 흑검대주가 말했다.
하지만 폭포수와도 같이 흘러내리는 땀과 덜덜 떨리는 팔.
초풍도객을 쓰러뜨렸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실력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싸우는 것은 무리일 터.
그렇지만 그 기세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그런 모습으로 잘도 지껄이는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
혈호가 내원의 싸움을 정리한 듯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며 말했다.
“안의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지?”
“느낄 수 있을 텐데?”
혈호의 말에 흑검대주가 고개를 저었다.
“다 당한 거군. 안타깝구나, 쓸 만한 녀석들이었는데.”
“쓸 만한 녀석들이었다고? 무슨 소리냐!”
조용히 중얼거린 거였겠지만 소리의 크고 작음은 이미 관계가 없을 정도의 경지이다.
다 듣고 그 기괴한 말에 소리치자, 흑검대주가 말했다.
“들은 건가? 상관없지. 말 그대로다. 그래도 쓸 만한 녀석들이었는데 이렇게 모두 죽다니 안타깝다고 말한 것이다.”
“이…….”
합동훈련 때의 마인이 생각났다.
동료를 도구로 아는 그 기괴한 사고방식.
“철검파, 그 배후에 있는 것은 누구냐!”
“알려 줘도 알아듣지 못할 거다. 알아도, 몰라도 미래는 변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풍화되고 바스러져라.”
“잡소리가 길군. 죽을 놈 주제에.”
“너야말로 내가 몸만 멀쩡했으면 몇 초 안에 죽을 놈 주제에 말이 거칠군.”
“니 말대로 몸이 멀쩡했을 때의 얘기지. 후회는 저승에 가서 해라!”
그렇게 외치며 혈호가 흑검대주에게 달려들었다.
“저승으로 가는 길, 마지막 선물을 주지.”
죽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말을 내뱉으며 흑검대주가 검을 들어 올렸다.
“받아 보도록, 혈호.”
“시끄럽다.”
흑검대주의 검이 움직였다.
흑검대주의 별호는 흑마혈검.
묵색의 피를 머금은 검이 혈호의 호조와 맞부딪쳤다.
까아앙!
호조가 날아갈 듯 뒤로 튕겨 나갔다.
“큭!”
깃들어 있는 막강한 경력에 혈호가 호조를 버렸다.
왼손의 호조가 튕겨 나가고, 오른손의 호조가 흑검대주의 심장을 향해 움직였다.
푸슉!
붉은 피에 물든 호조.
그 별호에 걸맞은 광경이었다.
“큭…….”
죽을 때가 되었음에도 그 목소리는 소름이 끼친다.
“선물이다.”
흑검대주가 일그러진 얼굴로 검을 끝까지 움직였다.
근접 거리, 막강한 경력이 담겨 있는 검이다.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 피해 내기도 불가능.
사각에서의 일격과 같다.
“이런…….”
동귀어진을 할 줄은 몰랐다는 듯 혈호가 당황하며 재빨리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검은 혈호가 몸을 빼는 것보다 빨랐다.
흑검대주의 검이 혈호를 양분하려는 순간에 정신을 차렸다.
‘막기에는 늦었다. 하지만 막을 방법은 있지.’
염력이다.
흑검대주의 검에 깃들어 있는 경력이 막강해 완벽히 검을 멈추기에는 무리지만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시간이면, 혈호의 실력이면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염력을 발출해 흑검대주의 검을 붙잡았다.
지이잉!
흑검대주의 검이 검명을 터뜨렸다.
“무……슨…….”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흑검대주.
“어째서…….”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고맙군.”
흑검대주의 눈과 말에서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알아냈는지 말하는 혈호다.
쿵!
흑검대주가 쓰러졌다.
초풍도객의 옆에 쓰러진 흑검대주.
‘초풍도객?’
초풍도객에 정신이 미쳤다.
“어서 초풍도객을 살펴보십시오!”
“음, 잊고 있었다.”
혈호가 말하곤 초풍도객의 손을 들어 올려 맥을 짚었다.
잠시 눈을 감고 살펴보더니 혈호가 말했다.
“생명에 이상은 없지만 기혈이 뒤틀렸군. 근처에서 의원을 불러야겠다.”
“일단 정리부터 하도록 하죠.”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철검파의 삼대 무력 단체 중 한 대를, 두 부대주가 죽고 소검파와의 싸움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흑검대를 대주와 함께 괴멸시켰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정리하고, 우가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그러지.”
초풍도객을 들쳐 메고 혈호와 함께 내원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