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
화산천검 3권(7화)
3장 흑검대(2)
“읏!”
그 서슬에 놀란 것인지 우가장의 무인들과 낭인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밀어붙여라! 철검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 줘라!”
주변을 둘러보며 혈호와 초풍도객을 찾았다.
‘저자들은 누구지?’
혈호와 초풍도객을 막아서고 있는 두 무인이 있었다.
옆에 있는 평범한 흑의 무인도 만만치 않은 실력이건만 저 둘은 더욱 뛰어났다.
초풍도객과 혈호를 막아섰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초풍도객의 폭풍과도 같은 도격을 일그러진 얼굴로 막아서고 있는 흑의 무인.
혈호의 기묘한 호조를 더욱 기묘한 검법으로 막아서고 있는 흑의 무인.
혈호와 초풍도객이 더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쉽게 결판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저자는 내가 처치해야겠군.’
계속해서 크게 소리를 지르며 사기를 북돋는 무인.
그에게 몸을 날렸다.
“막아라!”
나를 본 것인지 그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두 무인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채챙! 카각!
내리치는 일격을 막아 낸 두 무인.
한 무인은 발을 내뻗었고, 다른 한 무인은 장을 내찔렀다.
이인합격.
나 또한 신류퇴와 장천수로 맞받아쳐 주었다.
퍽! 파팍! 훙∼
힘과 힘의 대결로는 손쉽게 이기지 못한다.
부드럽게 흘리는 유(柔).
인으로 끌어들이고, 척으로 끊었다.
턱!
“크윽!”
내력이 끊기자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흑의 무인.
흑의 무인과 나 사이의 틈으로 찔러 들어오는 검.
청강검을 움직여 막아 내고 몸을 돌렸다.
캉!
뒤에서 기습을 한 흑의 무인.
막아 낼 줄은 몰랐다는 듯 흑의 무인은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났다.
“매화 문양, 화산파인가?”
흑의 무인이 입을 열었다.
“…….”
“하지만 저 무인들의 움직임은…… 낭인이군. 그리고 저 검법, 우가장의 무인들인 것 같군. 드디어 화산파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건가?”
“대답을 해 줄 필요는 없지.”
척!
검을 겨누자, 세 흑의 무인이 입을 다물고 원을 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반응을 살피는데, 점점 몸을 압박하는 기운.
‘삼재진인가?’
가장 간단한 진인 삼재진, 하나 간단하고 많이 알려져 있는 만큼 그 위력도 만만치 않다.
‘속전속결!’
진이 다 펼쳐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
진이 완벽히 펼쳐지기 전에 흑의 무인에게 달려들었다.
캉! 콰차창!
“윽!”
밀렸다.
내려친 검을 막아 내고, 그 틈 사이로 찔러 든 또 다른 흑의 무인의 검.
그 움직임이 무척이나 절묘해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잘려진 앞섶에 긴장이 되었다.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군.’
마음속에서는 상대를 경시하고 있었나 보다.
검병을 꾹 쥐고 상대를 노려보았다.
‘빈틈은 어디 있지?’
이미 진은 완벽히 펼쳐졌다.
파훼하기 위해서는 틈을 찾아야 한다.
그때, 세 흑의 무인이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자리에 멈춰 섰다.
‘뭐지?’
무슨 의도일까 고민하는 사이, 녀석들이 달려들었다.
‘무슨…….’
같은 타격점, 같은 속도.
한 손이 두 손을 막아 낼 수는 없는 법.
그것도 각자 다른 방향에서 같은 타격점에 같은 속도로 검을 내뻗는데, 막아 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거의 다 다가왔을 즈음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나를 따라 움직이는 세 흑의 무인.
‘미끼였던 건가?’
실수했다,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상태라면 당하고 만다.
텅! 사악∼
잘려진 앞머리가 바람을 타고 날았다.
공중으로 피한 것이 의외였던 듯 당황한 세 흑의 무인.
하지만 한 흑의 무인이 정신을 차렸는지 외쳤다.
“공중에선 움직임이 한정되어 있다. 지금이다!”
각자 방위를 잡고는 초식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통하지 않아!’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
매화천락을 전개했다.
파카카카캉! 스걱!
“크억!”
하늘 가득 피어나 내려앉는 매화에 흑의 무인들의 공격이 막혔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한 흑의 무인의 어깨를 찔렀다.
‘오른쪽 어깨, 치명적이지.’
오른쪽으로 검을 사용하던 흑의 무인.
오른손잡이인 것을 노려 오른쪽 어깨를 공격하였기에 행동불능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 흑의 무인이 뒤로 일보 물러섰다.
카각! 팡!
흑의 무인의 검을 막아 내고 장천수 일 초로 공격하자, 한 흑의 무인이 뒤로 날아갔다.
그 뒤로 생기는 붉은 핏줄기.
땅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 것이 죽은 것 같았다.
일격에 쓰러뜨린 것에 놀랐는지 횡으로 베어 내는 흑의 무인의 검로가 흔들렸다.
실전에서의 흔들림은 죽음으로의 지름길.
땅! 스걱!
신류퇴 승추로 검을 튕겨 내고 사선으로 베어 냈다. 그리고 검을 땅에 박으며 몸을 휘돌려 공격을 피해 냈다.
‘양손잡이?’
공격을 한 것은 어깨를 찔렀던 흑의 무인이었다.
왼손으로도 무리 없이 공격을 하는 흑의 무인이다.
‘아니, 나도 쌍검술을 배우지 않았던가? 놀랄 일이 아니지.’
나도 왼손잡이는 아니지만 왼손이나 오른손이나 다를 것이 없다.
저자도 그렇게 훈련을 받은 것일 것이다.
왼쪽으로 일보 움직여 피해 낸 후, 신류퇴 전추.
빛살과도 같은 일격에 경력을 해소하지 못하고 흑의 무인이 뒤로 날아갔다.
‘그자는 어디 있지?’
내가 노렸던 그 무인은 어느샌가 초풍도객에 의해 거의 제압된 상태였다.
초풍도객은 처음에 싸웠던 그 무인을 쓰러뜨리고 이곳의 지휘자로 보이는 무인을 제압한 것이다.
‘혈호는?’
혈호도 대단했다.
그도 어느새 맞서 싸웠던 무인을 제압했는지 외원의 싸움을 거의 일방적으로 끝내고 있었다.
‘의외로 손쉽군.’
이것이 고수의 힘이다.
단 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능력.
그렇기에 모든 문파에서 그렇게 고수들을 영입하거나 키워 내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파가 뛰어난 것이지.’
매화검수만 해도 거의 장로급에 가까운 무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구파가 정도의 수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아니지, 외원은 끝났으니 내원으로.’
이미 내원의 문 앞에 있는 무인들을 거의 제압한 우가장의 무인들.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거의 부서진 내원으로 진입하는 문.
“비키십시오!”
쾅!
내력을 검에 집중한 뒤 문으로 내려치자 굉음과 함께 문이 박살 났다.
“와아아!”
내원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자 각자 적을 제압한 무인들이 내원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막 세 명 정도의 낭인이 내원으로 진입했을 무렵, 안에서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쿠콰쾅!
후두두둑!
흩날리는 육편과 비산하는 핏방울.
너무나 커다란 충격에 핏물이 안개와도 같이 퍼져 나갔다.
“…….”
침묵.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초풍도객과 혈호도 움직이지 못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커다란 기가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벅! 저벅! 턱!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유부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
섬뜩함에 소름이 돋았다.
“너는…… 누구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무인들과 낭인들 사이에서 초풍도객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철검파 흑검대(黑劍隊) 대주(隊主) 흑마혈검(黑魔血劍) 종지엽(宗支獵)이라고 한다.”
“흑검대!”
놀랐는지 커다랗게 소리치는 무인들.
‘저자가 철검파의 흑검대 대주로구나.’
전통의 소검파의 고수들을 쓰러뜨렸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가만히 서서 검을 내리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는데도 그 위압감이 엄청났다.
“네놈이 베일에 싸여 있던 흑검대의 대주로군.”
“그 누구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기에 그런 것일 뿐,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종지엽이 혈호의 옆을 쳐다본 것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읏!”
자신을 공격하려는 줄 알았는지 혈호가 호조를 횡으로 휘둘렀다.
후웅∼
종지엽이 기묘한 움직임으로 피하더니 혈호를 지나쳤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혈호.
후우웅∼
그 옆으로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윽!”
콰앙!
굉음과 함께 모래 먼지가 비산했다.
“칫…….”
안을 볼 수가 없다.
검을 휘둘러 검풍으로 모래 먼지를 날려 보내자 모래 먼지 속의 모습이 보였다.
초풍도객과 종지엽이 서로 검과 도를 맞대고 서 있었다.
“오늘부로 네 말은 지켜지지 못할 것이다.”
채앵!
종지엽의 검을 튕겨 내고 초풍도객이 뒤의 무인에게 손짓했다.
“아…… 감사합니다.”
초풍도객은 뒤의 그 무인을 지켜 주려 했던 것 같았다.
그 누구도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그것은 도망가던 그 누구도 살려 주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도망가던 낭인을 잡으려고 종지엽이 움직였고, 초풍도객이 그것을 보고 막으러 움직인 것이다.
“바람을 부르는 도…… 그것이 초풍도인가?”
초풍도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거했다고 알려진 초풍도객이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군. 하지만 상관없다. 쓰러뜨려 주지.”
표정이 없는 듯한 종지엽이다.
초풍도객과 격돌할 때도, 얘기를 할 때도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네놈은 살수라도 되는 것이냐? 말을 할 땐 표정이 있어야 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것은 지금의 상황과는 관계없다.”
콰차창!
“크윽!”
갑작스럽게 달려든 종지엽에 의해 초풍도객이 뒤로 밀려났다.
“먼저 네놈부터 죽여 주지.”
파파파팍! 콰차창!
바람을 부르는 초풍도와 철검파 흑검대 대주 종지엽이 맞붙었다.
그 경천동지할 대결에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정신 차리십시오! 우리는 이러자고 온 것이 아닙니다!”
내가 소리치자, 혈호가 말을 이었다.
“어서 내원으로 들어가라! 저자는 초풍도객이 막아 줄 것이다!”
혈호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무인들과 낭인들이 내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다르게 무언가 맥이 없는 것이, 종지엽의 실력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된다.’
외원에 있는 무사들과 막상막하로 싸웠다.
다행히 초풍도객과 혈호, 내가 있어서 밀어붙이긴 했지만, 지금은 초풍도객이 종지엽에게 붙잡힌 상황이다.
이런 분타에 흑검대의 대주가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잠깐만. 흑검대는 흑의 무복이 특정이다. 그렇다면 설마!’
바깥의 외원에 있던 무리들도 모두 흑검대였다는 소리다.
‘아니, 그들은 흑검대가 아니었을 거다. 소검파를 물리친 세 부대는 저렇게 약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안이다!’
“크악!”
“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