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56화 (56/175)

# 56

화산천검 3권(6화)

2장 우가장(4)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도록 잘 얘기하겠습니다.”

“아, 이거 안 놔?”

“그럼…….”

“예, 가세요.”

아직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해 일단 보내 드렸다.

바깥으로 나간 우승빈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우승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푸하하!”

갑작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가장의 골칫덩어리라고 말하더니, 정말로 그랬나 보다. 그리고 예의에서 벗어났기는 했지만 화가 나기보다는 유쾌했다.

“큭큭…….”

오랜만에 터져 나오는 웃음이다.

그 여운에 잠겨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3장 흑검대(1)

“오랜만이군요.”

“오랜만입니다.”

포권을 취하고 우 총관의 앞에 섰다.

“정말로 이틀 동안 두문불출하시더군요.”

“정말 그럴 생각이었으니까요.”

“대단하시군요, 폐관수련이라도 하셨던 것입니까?”

“비슷한 것이죠.”

“칫, 폐관수련은 무슨.”

우 총관의 옆에 앉아 있는 우승빈이 투덜거렸다.

“가만히 좀 있어라. 손님 앞에서 그게 무슨 행동이냐?”

“형이야말로 좀 봐주라고. 내가 망나니라 이렇게밖에는 행동하지 못하니까.”

“하아∼ 알았어, 가 있어라.”

“정말? 하하. 후회하기 없기야. 청우, 나중에 만나자.”

순식간에 말을 내뱉고는 달려 나가는 우승빈이다.

“억지로 데려오셨나 봅니다.”

“그렇지요, 하아∼ 장주님의 건강이 더더욱 악화되어 가는 이때, 저 아이가 왜 저렇게 변한 것인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닙니다, 실언을 했군요. 저희 장원의 일이니 죄송합니다만 곤란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궁금하다만 그거야 나중에 우승빈에게 물어보면 되니까.

“이제 출발할 때군요.”

“우가장의 무사들은 모두 준비가 되었습니까?”

“예,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장원에서 고용한 낭인들과 같이 철검파의 분타로 향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철검파 분타를 괴멸시킬 수 있을까요?”

“예, 괜찮습니다. 이번 일에 많은 신경을 쓴 만큼, 고수도 충분히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번 공격은 선전포고입니다. 이제 화산파가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선전포고 말입니다.”

“그동안 화산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말은 듣지 못했는데?

“모르시는 것입니까? 아, 설명을 해 드리지요. 화산파 본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산파가 장로님들을 하산시키지 않더군요.”

“아…….”

화산파 도문과 검문의 마찰.

그것이 이런 곳에까지 영향을 미칠 줄이야.

“뭐, 지금은 이렇게 본산에서 사람이 온 것으로 보아 이제 화산파도 문제가 잘 해결되었나 봅니다. 그 문제가 무엇인지는 청우 님께서 잘 아실 겁니다.”

“예,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얘기가 쉽지요. 아, 이제 가시지요.”

바깥에서 커다란 함성 소리가 울리는 것이, 연설이 끝난 것 같았다.

바깥으로 나가자 무인들이 정련된 자세로 서 있었다.

“가자!”

“우와아아!”

우가장의 무인들이 소리쳤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이번에 우가장에서 초빙한 고수, 섬서성의 낭인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혈호(血狐)가 말했다.

이자가 이번에 고용한 낭인들의 총대장이다.

고용한 낭인들은 이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한 무인.

우가장에 묵고 있는 식객 중 하나인 초풍도객(招風刀客) 암도풍(岩刀風)이다.

내가 오늘 가장 놀랐던 것이, 초풍도객이 이곳에 식객으로 묵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람을 부르는 초풍도(招風刀)의 도주(刀主), 암도풍.

강호에서는 초절정 고수로 불리는 그가, 은거했다는 소문이 도는 그가 이곳에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란 것이다.

나이는 사십 대, 박력 있는 얼굴.

적당한 근육과 커다란 장포.

그가 말했다.

“먼저 가도록 하지.”

휘익∼

초풍도객이 우가장을 떠나는 무인들과 낭인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나도 가도록 하지.”

초풍도주를 따라 혈호가 몸을 날렸다.

“저도 가도록 하겠습니다.”

“예, 무운을 빕니다.”

서로 포권을 취해 인사를 나누곤 몸을 날렸다.

우가장의 커다란 담장을 넘어 나무를 타고 움직였다.

‘빠르군.’

우가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꼈다.

우가장은 매우 뛰어난 장원이었다.

우가장의 평범한 무인 하나하나도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 누구도 무시 못할 정도다.

타닥! 팡!

초풍도객, 혈호와 속도를 맞추며 옆에 섰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초풍도객의 시선이었다.

“대단하군, 화산파의 누구이지?”

“화산파의 선검수, 청우라고 합니다.”

“선검수라…… 언뜻 보아도 선검수는 간단히 뛰어넘은 실력인 것 같은데?”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사정?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누구에게서 사사받았나?”

“화산파의 무진 진인이라는 분께 사사받았습니다.”

“들어 보지 못한 장로로군. 이번에 새로 장로로 발탁이 된 건가? 아니면 세간에 알려지지 않으신 분인가?”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화산파 본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으신 분이니까요.”

“그런가? 흠…….”

그 이후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철검파의 분타에 도착하였다.

우가장에 맞먹는 높이의 담장과 크기.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두 남자가 문의 앞에 서 있었다.

“공격하라!”

“우와아!”

혈호의 외침에 낭인들과 우가장의 무인들이 철검파의 분타로 진격했다.

“뭐냐! 습격이다!!”

당황하였으나 문지기조차도 만만치 않았다.

순식간에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는 무인이다.

‘만만치 않겠군.’

처음의 예상대로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저 분타일 뿐이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문은 쉽게 파괴했다.

여러 낭인들이 앞으로 나서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부서지는 대문이었다.

“우리도 들어가지.”

챙! 채챙! 콰쾅!

안에서 들리는 커다란 굉음과 병장기 소리.

순식간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혈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풍도객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난전.

낭인들은 각자 떨어져 철검파의 무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강하다…….’

철검파의 흑의 무인들도 강했지만, 낭인들도 강했다.

아니, 낭인들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경험과 임기응변만큼은 엄청났다.

빈틈을 찔러 온 검을 기묘막측한 움직임으로 피해 내고 검을 내찌른다.

그 내찌른 검이 만만치 않았다.

너무나 실전적인 검, 살기가 짙은 검로.

보통의 무인들과는 다른 전장의 검이었다.

그 기이한 움직임에 흑의 무인들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하지만 우가장의 무인들이 문제야.’

낭인들에 비해 우가장의 무인들이 문제였다.

우가장의 무인들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철검파 분타의 무인들도 만만치가 않았다.

흑의 무인들이 낭인들에게 당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경험해 보지 못한 움직임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곧 적응이 된다면 낭인들이 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가장의 무인들과 철검파 무인들의 실력은 거의 비슷하다.

낭인들이 밀리기 시작한다면 우가장의 무인들도 밀리기 시작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어서 도와야 했다.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초풍도객이 앞으로 나섰다.

왼쪽, 우가장의 무인들이 조금씩 밀리고 있는 곳.

그곳으로 초풍도객이 나섰다.

쾅! 후웅∼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 전장이 변해 갔다.

바람을 부르는 초풍도.

그 얘기가 진실이었던 듯 초풍도객이 도를 휘두를 때마다 바람이 일었다.

검풍과는 조금 달랐다.

검풍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초풍도객은 도의 능력뿐 아니라 본신 실력 또한 매우 뛰어났다.

달려드는 세 명의 흑의 무인들의 공격을 일격에 막아 내고 일단(一斷).

순식간에 줄어드는 흑의 무인들의 숫자.

과연 강호에 유명한 초절정 고수 중 하나였다.

“저쪽은 내가 가지.”

혈호가 낭인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점점 적응이 되어 가는지 한결 여유롭게 공격을 막아 내고 반격을 시도하는 흑의 무인들. 그 사이로 혈호가 난입했다.

“크악!”

“으억!”

어깨에 메고 있던 두 호조를 끼고 휘두르는 혈호.

그 별호대로 붉은 핏빛 여우가 된 혈호다.

휘두르는 호조에 가슴에 깊은 세 줄기 상흔이 남는 흑의 무인.

혀로 입술을 핥으며 혈호가 더욱 광폭하게 움직였다.

‘강하다!’

보통의 낭인들과는 다르다.

섬서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낭인이라더니 정말 수준이 달랐다.

저 정도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다.

“나는 저곳이다.”

철검파 분타의 심처다.

외원을 제압 중이니, 나는 내원을 제압한다.

팡!

진기를 움직여 암향표 신법으로 몸을 날렸다.

파라라락∼ 태탱!

흩날리는 장포 자락 소리에 흑의 무인들이 나에게 검을 날렸다.

몸을 뒤집으며 검을 뽑아 튕겨 나듯 앞으로 달려갔다.

“멈춰라!”

다른 흑의 무인들과는 다르게 앞을 가로막는 흑의 무인.

‘쓸데없는 방해일 뿐이지.’

상대할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적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것이 나은 법.

쉬잉∼

찔러 오는 검을 피해 내고 매화작보를 밟았다.

탁!

“읏?”

사각으로 진입하자 녀석이 갑자기 사라진 내 모습에 당황했다.

그때가 적시다.

일보 나서며 매화초개를 전개했다.

스거걱!

“크헉!”

사선으로 베어 내는 일격에 흑의 무인의 가슴에 혈선이 생기며 흑의 무인이 쓰러졌다.

‘가자.’

텅!

앞으로 다시 몸을 날렸다.

다시 나의 앞을 가로막는 흑의 무인들.

피할 것은 피하고, 쓰러뜨릴 곳은 쓰러뜨리며 전진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내원의 문이 보였다.

벌써 이곳까지 진격한 것인지 우가장의 무인들과 낭인들이 근처에서 싸우고 있었다.

“막아라! 더 이상 못 들어오게 막아!”

크게 소리치는 한 남자.

‘저자가 이곳의 책임자인가?’

심후한 내공의 발현.

커다란 목소리에 흑의 무인들이 기합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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