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45화 (45/175)

# 45

화산천검 2권(20화)

7장 선검수, 도문과 검문(4)

허성진인은 오행 진인과 마찬가지로 도문의 유명한 진인이다.

세간에서는 천류검협(天流劍俠)으로 불렸던 유명한 진인이란 것이다.

그리고 금가장.

호북의 상권을 지배한다는 금가장.

그곳의 장자라고 한다면 장차 금가장의 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놈들이 두 무리의 수장.

‘잘못하면…… 화산과 관계가 틀어질 위험도 있군.’

실력 외에도 그들을 방관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 둘은 모두 화산의 안뿐만 아니라 바깥에서도 유명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둘은 가급적 나서지 않아. 그저 뒤에서 그 두 무리를 받쳐 줄 뿐이지.”

“그렇다면 실력은…….”

“괴물들이지. 육언은 이미 평검수 정도의 실력이라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 금가장의 금정일은 어릴 때부터 이미 영약을 밥을 먹듯 먹었기 때문에 그 내력의 정순함은 몰라도 양은 정말 대단하다고 해. 거의 끊이지 않는 내력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왜 평검수가 되지 않는데?”

“아직은 시험을 볼 수 있는 해가 아니라서.”

“흐음…….”

“아무튼 그런 놈들이야. 엮여서 좋은 일은 없어.”

“알았어. 자세한 설명 고마워.”

“뭘 이런 걸 가지고.”

싱긋 웃는 연화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고 몸을 돌렸다.

“어? 어디가?”

“그만 돌아가야지.”

“흠, 알았어. 내일 보자∼”

“응.”

취운암으로 돌아가는 길.

어째선지 불안한 마음이었다.

‘왜지?’

머리를 쿡쿡 찌르는 듯한 느낌.

무언가 하나가 마음속에서 쿵쿵 뛰고 있었다.

‘연화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다, 연화는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아니, 생각해 보니 이런 느낌을 얼마 전에 느꼈었다.

‘사부!!’

불안한 느낌은 이것이다.

그때와 똑같은 느낌.

그리고 그것을 느낌과 동시에 누군가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8장 금정일(1)

“누구냐!!”

불안감에 정신이 팔려 누군가가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숨기로 작정하고 숨었다고는 하지만 이럴 수는 없었다.

‘어째서…….’

너무나 심란하다.

불안감은 계속해서 가슴을 짓누르고, 앞으로 나온 사람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나무의 뒤에 숨어 있던 남자.

선검수, 도문의 은우였다.

“쯧, 괜찮은 실력 같아 보였는데 나보단 아래였던가? 뭐, 내 은신술이 뛰어난 탓도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은우.

그것을 들어 줄 여유가 나한텐 없었다.

“시끄러, 용건만 말해라.”

불안감이 내가 하는 말에서 드러났다.

떨리는 목소리와 신경질적인 말투.

상반된 두 가지에 은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흠, 신경질적인 말투로 보아 나를 귀찮아하는 것 같군. 하지만 떨리는 말투로 보면 나를 두려워하는 건데…… 귀찮다와 두렵다? 어떻게 공존할 수 있지?”

“시끄러.”

저런 얘기를 들어 줄 의향은 없다.

하루빨리 앉아서 운기조식을 취해 이 불안감을 없애고 싶을 뿐이다.

“시끄럽다라…… 너야말로 지금 감히 나한테 덤비는 건가?”

비웃지는 않았지만 내 말투는 그랬다.

은우가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내세우는 것은 도문의 제자이면서 그런 말투가 가능한가?”

“쓰레기에겐 도문의 사람으로서의 행동도 무용하다.”

“좋은 자기 위안이군. 남을 아래로 떨어뜨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다니.”

“이 녀석이…….”

발끈하는 은우.

은우가 나오고, 그 후에 정신을 가다듬자 느껴진 또 하나의 커다란 기.

앞으로 나서며 은우를 막았다.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하나? 은우, 너는 너무 성격이 급해.”

얼굴이 벌겋게 변한 은우.

하지만 은우는 말을 한 악소군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속으로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나 조금 웃겼다.

“큭…….”

“뭐가 웃긴 거지?”

그 인상에 걸맞은 냉랭한 말투.

조금 편안해졌던 마음이 싹 가라앉았다.

“네가 상관 쓸 바는 아니지.”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녀석들한테는 최소한의 공경도 필요 없다.

그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리고 지금 마음까지 심란한 터라 나오는 말은 모두 신랄했다.

‘내가 이렇게 남에게 심하게 짜증을 낼 수 있는 녀석이었던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신랄하군. 왜 그렇게 흔들리고 있는 거지? 우리가 두려운가?”

반짝!

내 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듯 가라앉은 눈빛에 한 줄기 기광이 번뜩였다.

‘읏…….’

도문에는 불가의 타심통(他心通)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술법도 존재한다.

고등의 술법이긴 하지만 저들은 내가 봐도 천재다.

저런 술법 하나 정도는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

그렇기에 곧바로 기를 끌어 올려 상단전을 향해 다가오는 술법의 침투를 막았다.

“호오…….”

막아 낸 것이 의외였던 듯 냉막한 인상에 흥미로움이 깃들었다.

그래 봤자 차가운 인상인 것은 똑같았지만.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는 그저 너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려고 온 것뿐이니까.”

“하루 정도의 여유 기간을 준다고 했잖아?”

“검문의 녀석들이 있기에 그런 것뿐이다. 원래는 그 자리에서 결정했어야 해. 이렇게 여유를 준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선택할 내용은?”

“알고 있듯이 두 가지다. 도문으로 올지, 아니면…… 이곳에서 쓰러질지.”

번뜩이는 눈빛.

‘뭐가 도문이냐…….’

도를 닦는, 깨달음을 위해 걸어가는 칭호인 진인을 받아야 도가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저들은 아니었다.

나이도 많이 먹었건만,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어린아이들 사이에 골목대장이 있듯, 이 녀석들은 선검수들 사이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아까와는 다른데? ‘검문이냐, 도문이냐’이지 않았나?”

“훗, 아까와 같은 이유다. 검문의 녀석들이 있기에 그런 것일 뿐이다.”

“도문…… 네놈들은 그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없다.”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군.”

갑작스런 내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도(道)가 뭔지 아나?”

“도문의 사람인데 어찌 모를까?”

“그렇다면 진인(眞人)의 칭호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아나?”

“당연하지.”

“그런데 이렇게 행동한다고?”

어이가 없었다.

나는 모르고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다 알고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너야말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진인이라 함은 깨달음을 얻어 가는, 깨달음을 향하여 나아가는 도인을 일컬음이 아닌가? 그것에 부합되는 것이 나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그렇다면 도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

“아니, 나는 잘 알고 있다. 그저 너와 나의 도가 다를 뿐이다.”

“너와 나의 도가 다르다? 아니, 너는 도문의 사람이다. 도문의 도를 따라야지. 이것이 도문의 도는 아닐 텐데?”

“아직은 도문의 사람이 아니다. 나의 도를 따를 권리가 있다는 소리지.”

“그러면서 도문의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나?”

“모순되나? 상관없다. 그런 것, 어차피 너의 지금 상황과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

“자, 잡소리는 끝이다. 선택해라.”

기운을 끌어 올리는 은우와 악소군.

그들의 기세가 내 몸을 압박해 왔다.

‘……더 이상은 못 참겠군.’

생각한 그대로다.

더 이상은 저들의 어이없는 행동을 참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조금도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불안하고 심란한 마음, 이미 폭발지경인 것이다.

게다가 그것을 가라앉힐 수 없게 저들이 가로막고 있으니, 저들에게 화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쓰러뜨려 주지.’

어차피 저들은 화산파 도문의 사람들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어 가는, 도를 깨우치는 진인이 아닌 것이다.

자신만의 도라고 하면서 남을 핍박하는 자.

도문의 사람이 아닌 나조차도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저렇게 행동한다?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내가 대신할 뿐이다.’

연화는 얽히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얽히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때가 나빴다.

나의 기분이 나쁠 때에 다가와 나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움직이려 하는 이유다.

“먼저 가지.”

중단전으로 진기를 휘돌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내가 먼저 달려들 줄은 몰랐던 듯, 은우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은우를 대신해 악소군이 나의 권을 막아 냈다.

쾅!

검의 날과 나의 주먹이 맞닿았다.

하지만 나의 주먹은 기에 의해 보호되는지라 튕겨 나간 것은 악소군의 검이었다.

악소군의 검에도 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 것을 튕겨 낼 수 있던 이유는 나의 기가 더욱 정심하기 때문이다.

‘도문의 사람이라고 하면서 저런 기라니…….’

나는 보평제자의 심법인 자하심법으로 기를 쌓는다.

그리고 저들이 도문 진인의 제자라고 하면 나보다 정심한 기를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나보다 정심한 기가 쌓이지 않았다.

조금 탁기가 쌓인 기운이었다.

‘오른쪽, 전추.’

파앙!

빛살과도 같은 속도의 발차기를 은우가 피해 냈다.

하지만 완벽히 피해 낼 수는 없었다.

압축된 공기에 은우의 볼에 검에 베인 듯한 얇은 상처가 생겨났다.

“이런…….”

나의 속도를 보고 낭패했다는 표정의 악소군이다.

‘훗, 걸려들었군.’

난 일부러 두 명을 건드렸다.

저들은 나의 실력에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알고 둘이서 덤비려 하겠지.

하지만 두 명이 덤빈다는 것은 다수를 핍박하는 것에 속한다.

화산파 계율에 어긋나는 것이다.

저들이 심하게 다쳐도 나에겐 하등 문제가 될 점이 없었다.

명분은 나에게 있었다.

‘만약 피해도 소용없지.’

일대일이라면 따돌리고 다른 자를 건드릴 실력이 된다.

이 대 일이라면 전력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지금 나의 첫 번째 계략에 걸린 것은 은우였다.

“너 이 자식!”

말투에서부터 성정까지.

도문의 진인이 되기에는 심히 모자란 녀석이었다.

‘뭐, 신경 쓸 것이 아니지.’

은우의 검을 비스듬히 흘려 내고 앞으로 정권을 내찔렀다.

터엉! 따아앙!

“큭…….”

은우의 복부를 향하던 주먹이 막혔다.

악소군의 검이 나의 주먹을 막아 낸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력을 해소하지 못해 악소군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

멈추어서 저들을 쳐다보았다.

나를 보는 녀석들의 얼굴에는 경탄과 미안함은커녕 분노만이 담겨 있었다.

저 냉막한 인상의 악소군조차도 분노했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군.’

저들을 건드리는 데 죄책감이 있었다.

일단은 같은 화산파의 제자니까.

하지만 저 표정을 보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마음 놓고 쓰러뜨릴 수 있었다.

자세를 잡고 기운을 끌어 올렸다.

대치 상태에서 먼저 달려든 것은 성급한 성정의 은우였다.

“하아!”

소리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번쩍이는 검광.

왼쪽으로 일보, 뒤로 몸을 눕혔다.

앞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검.

모골이 송연해질 광경이지만,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행동한 것이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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