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화산천검 2권(19화)
7장 선검수, 도문과 검문(3)
세 명씩 두 무리.
서로 거리를 유지하며 걸어오는 제자들이 있었다.
연화가 말한 녀석들이란 저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연화가 살며시 내 옆으로 자리를 옮기고, 잠시 후에 녀석들이 내 앞에 도착했다.
분홍색에 가까운 붉은색의 도복을 입은 세 남자.
그리고 짙은 붉은색의 무복을 입은 세 남자.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는군.’
서로에게 관심 없다는 듯 무시하고 있지만, 눈이 힐끔힐끔 가는 것이 서로를 견제하는 것 같았다.
‘왜 견제하는 거지?’
이곳은 화산파의 선검수들의 훈련 장소다.
이들은 선검수.
서로를 선의의 경쟁 상대로 여길 순 있어도 저렇게 견제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봐야지.’
도복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무진 진인의 제자 청우가 맞나?”
“맞소.”
“다행이군, 나는 화산 도문의 장로 정영 진인의 제자 은우라고 한다. 너랑은 동갑이니 편하게 말해도 된다.”
오만한 말투.
편하게 말하라는 것과는 다르게 자신은 하대를 하듯 말하고 있었다.
반갑다는 듯이 말하곤 있지만 마음의 창인 눈에 비치는 감정은 오만이었다.
‘무슨 꿍꿍이지?’
연화가 말했던 것도 있고, 이렇게 나에게 오만스럽게 말하는 것에 좋은 의미로 온 것은 아닌 것이라 생각되었다.
은우가 말을 끝내자마자 옆에 있는 붉은 무복의 무리 중에서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째진 눈과 길쭉한 말과 같은 얼굴.
좋은 인상은 아닌 남자가 말했다.
“나는 화산 검문 유성진 장로의 직전제자인 배운정이라고 한다. 나 또한 너랑은 동갑이니 편하게 말하도록.”
‘이 녀석도 저 녀석도…….’
전부 다 제대로 된 놈이 없다.
똑같이 하대에다가 오만한 눈빛이다.
연화가 뒤에서 조용히 나에게만 들리도록 말했다.
“조심해, 걸려들면 끝이야.”
“응? 무슨 소리야?”
“그런 것이 있어. 들어 보면 알 거야.”
연화가 말하고 나의 곁을 떠나갔다.
어째서 갑자기 떠나는 것인지 몰랐는데, 녀석들을 보자 알 수 있었다.
연화에게 힐끔힐끔 눈길을 주고 있던 것이다.
빨리 가라고 말이다.
‘맘에 안 드는군.’
그 말투와 눈빛에서부터 지금 연화를 가라고 한 것까지.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연화가 어떤 것에 걸려들지 말라고 조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말을 들어 보면 알 수 있을 터.
연화의 말대로 걸려들지 말자고 다짐했다.
“너는…….”
“너는…….”
똑같이 말한 두 녀석.
서로를 노려보며 말했다.
“비켜라, 검문의 하찮은 자식.”
“너야말로 비켜라. 고리타분한 도문의 어설픈 자식.”
“뭐라고?”
서로에게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 은우와 배운정.
그것으로 일단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녀석들 검문과 도문의 두 무리군.’
어째서 말을 하는데 누구의 직전제자라고만 말하지 않고 화산파 검문이나 도문의 제자라고 확연히 구분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화산파 검문과 도문의 싸움.
그것이 이 제자들까지 내려온 것이다.
“……일단 멈추지. 내가 할 말은 너한테 있으니까.”
은우의 말에 배운정이 입을 다물었다.
은우가 말했다.
“저 녀석 때문에 많은 말을 할 순 없겠군. 천천히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만, 안 되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도문 무진 진인의 제자 청우, 너는 어디에 설 것이냐?”
“어디에 서다니?”
“후우∼ 간단히 말해 주지. 너는 검문이냐 도문이냐, 이 소리다.”
고개를 끄덕이는 배운정.
‘이 녀석들은 나를 끌어들이려고 온 것이군.’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디에 서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뜻이지?”
“어디에도 서지 않을 거다. 아직은 어디에 속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까. 그냥 화산파의 제자일 뿐이다.”
“조금만 있으면 약관이다. 빨리 정하는 것이 좋을 텐데?”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고. 아직은 화산파의 제자이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서로 싸우는 것을 보니 더욱 결정하기 싫어진 것일 뿐이다.
“그래, 하루 정도 여유 기간이 필요하겠지.”
배운정이 앞으로 나섰다.
“또 왜 끼어드는 거냐?”
“네놈은 너무 급해. 도문의 제자라는 놈이 그렇게 급해서야 되겠나?”
“이 자식…….”
은우의 앞을 한 손이 막아섰다.
‘저 녀석…….’
냉막한 인상이나 빼어난 미모다.
보통 사람이라면 주눅이 들 만큼, 도가의 사람들 사이에 있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잘생겼다.
‘아니, 특이한 것은 이게 아니지.’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다른 것이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인 손.
은우의 움직임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만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대단하군.’
“멈춰라, 은우. 맘에 들지 않지만 저 녀석의 말처럼 너는 너무 성격이 급해. 그 성격을 고치지 않는 한 약관이 되고 나이가 들어도 진인이라는 칭호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윽…….”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지만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보아 인정하는 것 같았다.
“나는 화산파 도문 묵영 진인의 제자 악소군이라고 한다.”
‘악소군…….’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다.
아니, 삼 년간 화산파 안의 사람들의 소문을 듣지 않았으니 삼 년 안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자일 것이다.
기억할 필요가 있는 자였다.
잊지 않으려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말해라, 배운정.”
까딱하고 고갯짓하는데, 배운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이 녀석도…….’
하나하나 강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
지금 앞에서 싸우던 녀석들도 솔직히 강한 자들이다.
연화와 비교할 수 있을 만큼의 강자.
그리고 지금 앞으로 나선 두 녀석은 연화보다 강해 보였다.
배운정과 은우의 앞을 막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아 그 정도일 것 같다는 소리다.
“악소군, 도문의 사람이 검문의 사람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다.”
“그렇다면 부탁하지. 어서 말해 줘라.”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 뭘 원하는 거지?”
서로 조금씩 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배운정과 은우와는 다르게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냉막한 인상…….’
그것에 걸맞은 성정이었다.
은우와 배운정이 불이라면, 이들은 얼음이었다.
전장으로 치자면 군사인 자들이었다.
“뭐, 네놈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겠지. 배운정, 말해라.”
“응…… 알았어.”
조금 주눅이 든 듯 보이는 배운정.
‘저 두 녀석이 은우와 배운정의 위에 선 놈들이군.’
두 번째로 나온 것으로 보아 알 수 있고, 지금의 행동으로 보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뒤에 있는 두 녀석은 더 높은 놈들인가?’
한 명은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인자한 표정을 띠우고 있고, 한 녀석은 팔짱을 끼고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의 네 녀석들이 두 명씩 비슷한 인상이었다면, 이 둘은 그 어떤 비슷한 점도 찾을 수 없었다.
“하루 정도의 시간을 주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다. 그 시간 동안 잘 생각해서 어떤 곳에 설지 결정해라. 어차피 조금밖에 안 남은 시간, 일 년 앞당겼다 생각해라. 그리고…… 잘 생각해 봐라.”
마지막으로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내는 배운정.
‘상종할 놈들이 아니군.’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실력은 좋지만, 예전의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과 마찬가지로 성격이 나쁘다.
친하게 지낼 필요가 없는 녀석들이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뒤통수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오고, 전각의 앞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연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어? 잘했어?”
“응, 내일까지 선택하라는데?”
“잘된 건가…… 아니, 아무 데도 선택하지 마. 나는 보평제자라 저 녀석들이 한 번에 포기했지만, 너는 직전제자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거야. 하루의 시간을 준다고 했지? 하루 안에 선택하지 않으면 아마 끝까지 괴롭히거나 끝까지 쫓아다닐 거야. 확실히 말해. 알았지?”
“알아, 나도 저 녀석들의 무리 중 어느 한 곳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저 녀석들은 도문과 검문의 대표가 아니다.
그저 애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그냥 어디를 선택하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상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어차피 약관이 되면 선택할 것인데, 지금 먼저 선택할 이유가 뭐 있는가?
아직은 어떤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을 따름인데.
연화가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그렇게 할 예정이었다.
“응, 잘 생각했어. 저 녀석들 실력만 좋지, 성격은 좋지 않다고 소문난 녀석들이야.”
“응, 그런데 저 녀석들의 말투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대를 말하는 것이다.
“음…… 지들끼리는 선검수의 도문과 검문의 대표라고 생각하는지 안하무인이야. 게다가 저 녀석들보다 배분이 높은 사람들도 없으니 더 안하무인이지. 그냥 무시해.”
“알았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뭔데? 말해 봐.”
“저 녀석들 자기들끼리 검문과 도문의 대표라고 생각한다고 했잖아? 그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한다고 하면 실력이 대단하다는 뜻인데…… 저 녀석들이 정확히 어떤 녀석들인지 알려 줘.”
“왜? 설마, 내 말 안 듣고 저 녀석들이랑 같은 패거리가 될 건…….”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저 녀석들의 실력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다.
연화는 보평제자에서 선검수로 올라온 천재다.
그런 연화와 직전제자라고는 하지만 비교할 수 있거나 그보다 강하다고 한다면 대단한 녀석들인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나오지 않았던 두 녀석.
인자한 얼굴의 녀석과 흥미롭다는 눈빛을 하고 있던 녀석.
두 녀석은 연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녀석들이었다.
‘나보다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나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는 행동은 맘에 들지 않지만 좋은 경쟁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기에 물어보는 것이다.
“먼저 맨 처음 앞으로 달려온 두 녀석, 배운정과 은우라고 해.”
“알아, 들었어.”
“말 끊지 마.”
“……알았어.”
“아무튼, 그 녀석들 전부 우리랑 나이는 같아. 그리고 너랑 배분도 같고. 아무튼 저 녀석들은 행동대장 같은 거야. 앞에서 먼저 말하고 실력을 행사하는 놈들이 저 둘이야. 실력은…… 인정하기 싫지만 나보다 반 초 정도 위야.”
‘그랬군…….’
대충 나의 판단과 비슷했다.
그래도 의외였다.
그중에서 가장 약해 보였는데도 연화보다 위라니…….
“그리고 그다음으로 나오는 두 녀석. 냉막한 인상의 녀석들, 악소군과 패경욱이라고 해. 머리가 비상하고 상황대처능력도 좋아서 비매각에서 눈독을 들이는 놈들이야. 그리고 분하지만 머리도 좋고, 실력도 좋아. 옆에서 비무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솔직히 나는 삼십 초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삼십 초…….”
“그리고 그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지켜보던 녀석들이 있었을 거야.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놈이 도문 패거리의 대장인 육언이야. 그리고 그 뒤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녀석이 검문 패거리의 대장인 금정일이지. 육언은 도문 허성 진인의 제자고, 금정일은 호북의 금가장의 장자야.”
‘허성진인, 금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