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42화 (42/175)

# 42

화산천검 2권(17화)

6장 예감(3)

짹짹짹!

“음…….”

창을 타고 들어오는 양광에 눈이 뜨였다.

새소리가 귓전에서 들려왔다.

“어라?”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옆을 봤더니 귓전에서 들린 새소리의 정체가 보였다.

침상 옆의 탁자, 그곳에 한 참새가 앉아 있었다.

“도망가질 않네?”

손을 뻗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가락 위에 타고 올라온다.

‘귀엽다.’

“하하.”

손을 들어 올려 휘휘 내젓는데도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머리 위로 손가락을 올리자, 머리 위로 올라가 앉았다.

두피로 느껴지는 따끔함.

“아야야…….”

참새의 발톱의 따끔함에 다시 손가락으로 내리려 했다.

손을 위로 올려 잡으려 하는데, 싫다는 듯 통통 튀면서 도망친다.

“요놈이…….”

탁!

잡았다.

잘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뿐, 제대로 하면 순식간에 잡을 놈이다.

두 손으로 포개어 어깨 위로 내려놓았다.

짹짹!

어깨가 더 맘에 드는 듯 발버둥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는 참새다.

“귀엽네.”

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눈을 감는다.

“영물(靈物)인가? 근데 참새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럼 누가 키우던 동물이려나?”

이렇게 서슴없이 사람에게 다가와 장난을 치는 정도라면 사람의 마음을 보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영물이거나, 누가 키우던 동물일 것이다.

참새랑 똑같이 생긴 영물이라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누가 키우던 동물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인이 버렸나? 왜 갑자기 들어왔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다.

동물도 모두 사람과 같이 특징이 있다.

안법을 훈련하려 언젠가 이 주변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구별하려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의 기억이 있고, 평소에도 까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이 주변에선 못 보던 새였다.

“아니지, 주인이 버리지 않고 도망친 것일 수도 있지. 자, 이리로 와 봐.”

손가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자 손가락의 위로 앉는다.

창문으로 다가가 손을 창문 밖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나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바깥으로 뛰었다.

파다다닥!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참새.

가볍게 미소를 짓고 침대 옆에 풀러 놨던 세 자루의 검을 허리에 찼다.

중강검, 청운검(靑雲劍), 청강검(靑鋼劍).

철그럭!

중강검의 검집과 청강검의 검집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한 번 쓰다듬곤 밖으로 나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내리쬐는 양광이나 뜨겁지는 않다.

차가운 바람을 녹여 주는 따스한 빛이다.

겨울인 것이다.

“후∼ 차가운데…….”

기를 끌어 올려 한기를 막았다.

그러자 차가운 느낌이 가시고 몸 주위가 뜨끈해졌다.

자하의 심법은 음양의 조화의 기운.

음기이건 양기이건 상관없이 쓸 수 있다.

“후우∼ 오늘은 심법을 훈련해야겠군.”

어제는 물론이요, 그전부터 느꼈던 것이다.

매화검로를 전개하면 들끓는 진기.

매화검로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단전을 키우는 것이 오늘의 목표다.

“후우∼”

숨을 내뱉고 휴신석의 위에 앉았다.

그늘에 있는 휴신석이다.

그렇다 보니 표면에 눈들이 쌓여 얼어 있었다.

하지만 나에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기에 그냥 그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기운을…….’

진기를 끌어 올리고 도인했다.

혈도를 타고 움직이는 기운.

꿈틀꿈틀 무언가가 요동쳤다.

‘이건…….’

자세히 보니 단전의 안에서 계속해서 진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기운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혈도를 건드려 보아도 진기는 계속해서 요동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매화검로에 의해서 들끓은 것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매화검로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진기가…….’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알아냈다.

진기는 더 이상 나올 곳이 없다.

한 마디로 벽에 막힌 것이다.

계속해서 매화검로로 실력을 늘리고 있다.

실력이 늘면 내가고수로서 내공 또한 느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초식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내공에 신경을 쓰지 못하여 하단전이라는 그릇이 내공이라는 물을 담지 못하고 흘러넘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문제다…….’

요동치는 진기를 일단 의념으로써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것일 뿐이다.

“깨달음이란 준비된 자에게 오기도 하나, 바라는 자에겐 오지 않는 법.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은 두 개다.

첫째, 선검수의 훈련에 나가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것.

둘째, 계속해서 매화검로의 훈련을 하는 것.

“매화검로의 훈련, 좋기는 하지만 하단전이라는 그릇이 되지 않는 이상 쓸모가 없지. 훈련에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마음을 정하고 몸을 일으켰다.

육지검사 때부터 사문에서 정해진 훈련 같은 것들은 잘 나가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내가 필요한 것이다.

“후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직전제자들 사이의 교류라고 해도 갑자기 착해진 유혁 사형과 그에 따라 변한 장일 사형과의 교류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그냥 얼굴만 알고 있는 사이다. 사이도 별로 좋진 않고.

그리고 다른 속가제자, 보평제자들과는 거의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 년 전의 합동훈련 때에 친해질 수도 있었으나, 그때는 첫날 이후로 계속해서 누워 있었기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그들의 질문을 피하느라 따로 친해질 여유가 없기에 나는 옛날과 마찬가지로 대인 관계는 인생 실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지 않았다.

“이번에 잘해 보면 되겠지…….”

요즘, 도문과 검문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같은 문파이기에 무력으로 싸우진 못하지만, 장로들끼리, 그 제자들끼리의 알력 싸움이 심하다는 것이다.

화산파의 기원인 도문과, 속세에 알려진 검문.

검문은 여태까지처럼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강호를 움직이려 하고, 도문은 검문이 갑작스레 너무나 크게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

어째서 막느냐?

무진 사부가 말하길, 그것은 너무나 빠른 성장 때문에 폐해가 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랬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나로 보자면 그렇다.

사문에 사나, 사문에서 떨어져 산다.

상반되는 모순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검문의 입장은 또 다르다.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 만청풍 사형.

전부 속가에서 받아들여 직전제자로 만든 사람이다.

그리고 검문의 사람이고.

화산파의 갑작스런 성장으로 그런 무재를 많이 받아들였다.

이미 지금부터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그들.

이런 무재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화산파가 더욱 발전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것도 맞는 것 같고…….”

뭐, 내 상관은 아니다.

그저 내가 그 싸움에 끼어들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나는 아직 도문의 사람이 될지, 검문의 사람이 될지 정하지 않았다.

무진 사부가 진인으로서 도가의 사람이지만, 그 제자까지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는 법.

“이제 곧 약관(弱冠)인데…….”

화산파의 제자는 약관이 될 때 어디에 소속될지 결정을 한다.

도문에 소속되고 싶은 사람은 진인이 되고, 검문에 소속되고 싶은 사람은 속가제자로 나가거나, 사문의 명을 계속해서 받들며 나중에 매화검수가 되거나 대외적인 활동에 나서게 된다.

“도문도 별로 그렇게 썩 맘에 들진 않고…… 검문은 더 그렇고…….”

고민이다.

내 나이 열여덟.

내년이면 열아홉, 그다음이면 약관이다.

“일 년 남짓 남았지…… 그리고 이 매화검로의 제어도 그 정도 남은 것 같고…….”

파앙!

뻗어 낸 주먹에 공기가 요동쳤다.

미약한 느낌이지만 전보다 더욱 빨라진 듯한 느낌이다.

“이 몸이 완벽히 빨라지는 그때, 내가 소속될 곳을 정하겠지.”

뭐, 나중의 일이다.

지금은 현재의 일을 신경 써야 할 때.

내일에 대비해 긴장하며 잠을 청했다.

7장 선검수, 도문과 검문(1)

“자, 가자.”

늦잠을 자 버려 정오에 일어나 깨끗이 씻고 검을 다 챙겼다.

오랜만에, 아니 선검수가 된 첫날 이후로는 정말 처음으로 가는 수련이다.

두 번째로 가는 것인데, 오행 진인께서 나를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다.

그전, 육지검사의 수련 때에도 그랬다.

단 하루만 수련을 했었다.

나는 그 수련이 전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무진 사부와의 훈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사부에게 말했을 때, 사부는 한 번 말해 본다고 했었고, 장문인께선 그 이후에 허락을 하셨다.

보통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허락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선검수에까지 이어져 온 거다.

“후우∼”

엄청나게 긴장된다.

오랜만에 보는 같은 지위의 또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매우 긴장된다.

열여덟이나 먹었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이렇게 긴장된다 생각하니 매우 우스웠다.

하지만 우스워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살아온 생이 이러니까.

‘화산에 오기 전에도 그랬고…….’

아니, 그 당시의 기억은 잊어버리자.

그 당시를 생각하면 씁쓸한 미소밖에는 지어지지 않는다.

그런 불행한 기억은 잊어버려야 한다.

마음에도, 수련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나는 화산파의 청우야, 빈민가의 아이가 아니야…….’

최면을 걸듯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갔다.

얼마나 그렇게 걸었을까?

어느새 한 전각의 앞에 도착했다.

전각은 매우 커다랬다.

이 년 전까지만 해도 선검수라고 하면 커다란 지위였으니 당연한 일이지.

매화검수의 바로 직전, 그랬기에 그 위를 노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고.

압도적으로 커다란 전각의 뒤로는 커다란 연무장이 있고, 그 옆으로는 그들의 전용 식당이 있으며, 저 멀리 화산의 정경이 훤히 보이는 그런 좋은 곳이었다.

전각은 조용했다.

허나 그 뒤의 연무장에서는 계속해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기합 소리와 함께 커다란 기파.

“훈련 중인가?”

뭐, 이미 육지와 오용 칠현을 깨달았으니, 지식에 대한 것은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비매각으로 갈 사람만 아니면 말이다.

그렇기에 선검수부터는 무술에 쏟는 시간이 더욱 많아진다.

저들이 이 시간에도 훈련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먼저 전각으로 가야겠지?”

장로님은 안에 있을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노인이 탁자의 앞에서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늙었는데도 주름살 하나 없는 얼굴과 잘 갈무리된 기파.

가슴께까지 내려온 수염과 깊은 눈빛.

“누구더냐?”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대답하는 노인.

“오랜만입니다, 오행 진인(五行眞人)님.”

그렇게 말하자, 노인이 고개를 들었다.

저 사람이 바로 화산파의 도문의 자랑, 오행의 깨달음을 얻는 사람인 오행 진인이다.

내 사부인 무진 진인보다 한 단계 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오행 진인.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오행 진인께선 강하긴 하지만 사부보다는 아니었다.

‘사부는 대체…….’

내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사람들의 평가가 이해되지 않는다.

사부는 솔직히 화산파에서 인망만 높지 실력은 별로 좋지 않다고 평가된다. 도가의 진인으로서 정말 어울린다는 소문이 있는 장로님인 것이다.

이렇게 다른 장로님들을 보면, 그분들께는 한 가지 벽이 느껴진다.

그것이 그들과 나의 차이다.

그런데 사부를 보면 다른 것이 느껴진다.

커다란 하늘이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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