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41화 (41/175)

# 41

화산천검 2권(16화)

6장 예감(2)

“그래, 그래. 그래야 내 착한 동생이지.”

“동생이라니? 무슨 소리야!”

빼액 소리를 지르자, 연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흐음, 왜 소리 질러? 평소처럼 차분히 얘기하지 않고?”

“그게…….”

“아무 말도 못하겠지? 그리고 말이야, 지금까지 속이고 있었는데 사실 나 너보다 한 살 많아. 몰랐지?”

“헛소리.”

“후훗, 믿고 말고는 네 자유야. 난 간다∼”

“아…….”

“응? 왜?”

“고맙……다고.”

내 말에 연화가 피식하고 웃었다.

“네가 언제 안 고마워한 적 있냐? 그런 말 없어도 다 알고 있어. 잘 있어∼”

연화가 환하게 웃고 취운암을 떠났다.

무진 사부, 장일 사형과 유혁 사형이 떠났다.

소검파와 철검파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매화검사들도 모두 투입되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소검파와의 친분 때문이라지만, 그 속의 이유는 빚을 만들어 두기 위해서겠지.

화산파는 삼백 년 동안 너무나 몰락했다. 지금 다시 발전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의 시선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조금 무시하는 감이 있겠지.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정예들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길한 거냐? 정예들이야, 나보다 센 사람들도 있다고.”

무진 사부가 소검파로 갔을 때의 예감.

그리고 장일 사형과 유혁 사형이 추가 지원으로 갔을 때의 예감.

매화검수들도 소검파로 간다고 했는데도 진정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불안하다.

소검파는 섬서성의 오대문파 중 하나다.

철검파가 최근 세(勢)를 크게 불리고 있다고는 하나, 전통의 소검파를 이기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길하다.

“너무도 불길해…….”

불길한 예감에 연화가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노을이 지고 있어 하늘은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인가 해가 떨어지고, 하늘이 어둠에 물들어 가고 있다.

“후우∼”

두 시진.

하염없이 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던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잘되겠지. 연화 말대로 무진 사부도 그렇고 유혁 사형, 장일 사형까지 모두 강한 사람들이니. 내가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

걱정을 털어 내고 몸을 돌렸다.

“내가 할 일은 따로 있지. 이미 지난 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변화된 매화검로.

매화검로의 완벽한 제어와 끝을 보는 것이다.

월광이 비치는 연무대의 가운데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스읍∼ 후우∼”

필요한 만큼 긴장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기의 흐름이 보이고, 모든 것이 느려졌을 때.

번쩍!

눈을 뜨며 왼쪽 허리춤에 있던 중강검(重鋼劍)을 휘둘렀다.

큐우웅∼

공기를 찢어발기는 강력한 일검.

일 초 매화초개(梅花初開)다.

은은한 자색의 빛을 띠는 중강검.

쿠쿠쿵!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베고 다음 초식으로 이어 간다.

이 초 매화부석.

파아아아앙!

바위를 깎듯 올올히 풀어 나가는 매화의 검이다.

쓰러져 가던 나무의 줄기에 커다란 구멍이 파였다.

삼 초 매화번복(梅花飜覆).

쿠아아아앙!

하늘과 땅을 뒤집는다.

땅거죽이 갈라지고, 공기가 요동쳤다.

강력한 일 검.

옛날보다도 더욱 강맹해진 매화번복이 구멍 뚫린 나무를 터뜨려 버렸다.

‘다음.’

기세를 타고 사 초 매화연혈을 전개한다.

기운이 끓어올라 검을 타고 나왔다.

검기(劍氣)다.

자색의 은은한 검기로 또 다른 나무를 찔러 갔다.

오 초 매화요요.

오른쪽으로 일보.

검을 부드럽게 움직인다.

전과는 확연히 달리 부드럽게 움직이는 검신.

바람을 타고 나는 매화의 꽃잎과 같이 화려하게 움직인다.

전방을 방어하는 꽃잎의 막이다.

육 초 매화천락.

텅!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한 바퀴 몸을 뒤집으며 검을 움직였다.

파라라락!

바람에 휘날리는 장포 자락.

파카카카캉!

하늘을 뒤덮는 매화 잎.

사방팔방, 그 어떤 빈틈도 없다.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땅에 내려섰다.

‘다음은 더욱더 강하게!’

칠 초 매화종지(梅花終止).

매화연혈 때보다 더욱 빛나는 검신.

횡으로 그었다.

번쩍!

한 번의 섬광과 함께 시간이 멈추었다.

한 그루 아름드리나무,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번개에 맞은 듯 타들어 갔다.

팔 초 매화지변(梅花枝變).

분열하는 검.

수없이 변화하는 검신이다.

기존의 변을 중시하는 검로와는 궤를 달리한다.

기묘막측한 움직임의 검이다.

그 움직임은 그 누구도 쉽게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구 초 매화정개(梅花靜開).

고요한 가운데 피어나는 매화.

직선적인 일검.

그러나 막지 못할 강력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못 꿰뚫을 것이 없다.

모든 것을 파괴할 듯 강렬하게 찔러 간다.

십 초 매화조수.

빽빽이 피어나는 매화.

숲을 이루듯 빈틈없이 압박한다.

십일 초 매화표천(梅花?天).

하늘로 회오리치듯 승천하는 매화.

아름다운 매화가 하늘로 치솟았다.

‘다음은 바람.’

십이초 매화표표(梅花剽飄).

질풍과도 같은 사나운 매화.

강렬한 살기를 품고 흩날리는 매화가 하늘에 걸렸다.

십삼 초 매화분향(梅花噴香).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

정신을 못 차릴 듯 강렬한 향기다.

검향(劍香).

검으로 만든 매화의 형상.

나는 그 형상에서 향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검향의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십사 초 매화난영(梅花亂影).

어지럽게 휘날리는 매화의 그림자.

강력한 검력을 품은 그림자가 사방팔방으로 휘날렸다.

십오 초 매화유향(梅花幽香).

조금씩, 조금씩 피어나며 그윽한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

매화분향 때와는 달리 마음을 편안히,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향기다.

향기가 만천에 퍼지고, 그 사이에서 꽃이 개화할 준비를 했다.

십육 초 매화만개.

절정에 오른 매화유향.

매화 향기 가득할 때, 매화가 만천(滿天)에 개화(開花)한다.

매화나무 숲의 한가운데 서 있듯.

매화의 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하늘을 가득 메우듯.

그렇게 주변을 가득히 메우는 매화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붉은색의 매화가 아닌 자색의 매화라는 것일까?

“후우…… 후우…….”

거칠어진 숨, 고통스러운 몸.

숨을 고르며 진기를 움직였다.

변해 버린 매화검로.

제어하지 못하면 이렇게 된다.

초식에 휩쓸리면 몸을 파괴하는 초식이다.

주인을 가리는 신병이기(神兵利器)와 같다.

능력이 되지 못하는 자, 집어삼켜 버린다.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것인지.

“후우…… 그래, 그때부터지.”

삼 년 전, 마음껏 매화검로를 펼친 복면인들의 습격의 날.

그날 이후부터다.

완벽히 제어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다시 한 번 변화한 매화검로.

펼치면 정신이 먹힌다.

사람이 초식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초식이 사람을 제어한다.

정신을 놓치면 끝이다.

한 번 정신을 놓쳐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후우,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했지.”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말 그대로 그 어떤 것도 서 있는 것이 없었다.

사부가 그때 멀리 떠나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사부도 상처 입었을 것이다.

또다시 제어할 수 없게 된 매화검로다.

이번엔 저번과 다르다.

정신을 먹고, 몸을 먹는다.

진기 또한 계속해서 꿈틀거린다.

매화검로에 반응하여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매우 고통스럽다.

울컥!

“크윽…….”

뱉어 낸 응혈이 제법 크다.

응혈은 까맣게 죽어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렇게 피를 뱉어 내면 내 느낌으로는 뱉어 내기 전보다 몸을 더욱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일까?

점점 변화하는 나의 몸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것이 있다.

몸을 무공을 배우기에 매우 적합한 신체로 바꾸어 버리는 전설상의 일이다.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천천히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렇기에 나는 매화검로를 제어하기 위해, 나의 몸을 변화하기 위해 이렇게 언제나 매화검로를 훈련한다.

‘위험해도 어쩔 수 없지.’

삼 년 전의 합동훈련 때의 마진천과 황신이라는 남자.

그들에게 또다시 지고 싶지는 않다.

특히나 황신, 그자에게는 방심했다고는 하지만 한 번의 공격으로 패했다.

그런 수모는 잊지 못한다.

더욱 강해지고 싶다. 이기고 싶은 것이다.

‘후우∼’

꿈틀거리는 진기를 제어하고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몸도 더욱 가뿐하다.

휙휙 팔을 돌려보니 전보다 더욱 편했다.

“이러니 내가 매일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서 있지.”

나의 단련이지만, 주변에 피해를 준다.

그런 일을 일으키지 않으려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나의 정신을 일깨운다.

“다행이라면 지금은 사부가 없다는 것이지.”

그렇기에 정신을 잃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매화검로를 전개하는 데 마음이 편하다.

“언젠가는 제어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 응혈을 뱉는 것도 끝이 날 것이고.”

내 생각에는 매화검로의 제어를 할 수 있을 때는 이 응혈을 그만 뱉어 낼 때가 될 것 같다.

그런 느낌이다.

나의 몸이 완벽히 바꾸어지고, 자격이 갖추어졌을 때.

매화검로가 나를 인정할 것 같은 느낌이다.

“초식이 사람을 인정한다라…… 어이가 없긴 하지만.”

누구라도 비웃을 일이다.

사람이 만들어 낸 초식이 사람을 가린다.

게다가 그 가리는 사람이 그것을 바꾸어 버린 사람임에야, 그건 더욱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것 또한 매일매일 매화검로를 제어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내가 바꾸어 낸 초식, 내가 원할 때 쓰기 위해서.

생활을 하면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

남들에게 비웃음당하기 싫은 이유도 있는 것이다.

“후우∼ 오늘의 훈련은 끝이다.”

땀에 전 몸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얀 김이 나오는 겨울.

뽀득! 뽀득!

눈을 밟으면 나는 소리를 즐기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변한 것이 없는 집 안이다.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이야 문을 열 때 나는 경첩 소리뿐이다.

어릴 적부터 변하지 않은 집.

매번 들어올 때마다 익숙하고, 편안하다.

침상에 누워 긴장을 풀었다.

“하아…….”

긴장을 풀자 잠이 쏟아져 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고 잠을 청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