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40화 (40/175)

# 40

화산천검 2권(15화)

5장 대결(4)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진천에게 말했다.

“혈천의 마병이라고 했지?”

“그래, 마병이라고 할 만큼 강력한 살인병기지.”

“그런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아본 거지?”

마진천을 강하게 쏘아보자 그가 피식 웃었다.

“난 그저 넘겨짚어 봤을 뿐이야. 혈천이라는 곳에 옛날부터 관심이 많았기에 그들의 특징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거든.”

“그런가?”

“그래. 그건 그렇고, 너야말로 대단하더군. 아무리 내가 이길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내상으로 달려들다니.”

“그건…….”

생각해 보니 많이 무모했었다.

단약으로 내상을 치료했다고는 하나, 일시적일 뿐.

게다가 그 당시에는 진기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처음의 내력을 거의 복구했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모르는 건가?”

“그래, 정말 모른다. 혈천일 수도 있고, 다른 세력일 수도 있지. 내 예상으로는 다른 세력이다. 혈천은 그 당시 완벽하게 괴멸되었어. 련주는 화산파의 장문인의 검에 심장이 꿰뚫려 죽었고, 나머지 삼호법도 소림과 무당, 점창의 장문인에게 죽었지. 그들이 다시 되살아날 이유가 없지.”

“그렇군…….”

“그건 그렇고, 내일이면 헤어질 텐데, 준비할 것은 없나?”

“있어.”

“먼저 가라, 나는 할 일이 있어서…….”

손을 흔들고 숙소로 향해 갔다.

마진천의 말과 정체불명의 세력. 그리고 복면인들까지.

의문만이 느는 합동훈련.

가슴속에 접어 두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떠오르는 누군가.

“생각해 보니 모 선생님은 복면인들의 습격 다음 날에 허겁지겁 떠나셨지…….”

그 당시엔 문파 사이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고 싶다는 말을 믿었었다.

하지만 지금 문후 장로님의 말을 듣자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다친 것, 복면인과의 싸움이 개인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라…….”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이니 의문이 떠올랐다고는 하나,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언젠가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하나의 의문을 더 가슴속에 접어 두었다.

6장 예감(1)

한 달.

본산으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이다.

문후 장로님이 비매각으로 장문인께 전서를 보내고, 화산의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나 표국을 통해 전서가 왔는지 확인하면서 왔기에 조금 늦어졌다.

마지막 연화촌에 도착할 때까지도 전서는 오지 않았기에 결국 아무런 일도 없이 화산에 도착했다.

물론, 가는 길에 사건이 있기는 하였다.

다른 화산파의 후기지수들.

그들의 급격한 관심이 그것이었다.

무예에 정진하고, 그것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육지검사와 선검수라는 지위.

매화검수를 향해 달려가는 그들이기에 나의 무위에 대해 많은 궁금함이 있었다.

대충 각색해서 말해 주기는 했지만, 가끔씩은 위험할 뻔했다.

특히 유혁 사형.

반년 전의 비무 때부터 갑자기 강해진 나에게 많은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무언의 압박이나 가끔 조용히 말하는 것에 의해서 움찔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이 잘 넘겼다.

아직은 이들에게 얘기할 때가 아니다.

얘기할 때도 아니거니와 나도 모르는 것이 많기에 얘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연화에게는 미안했다.

매화검로의 변형.

그동안 장천수의 초식을 바꾼다고 매화검로에 관한 것을 속이고 있었으니,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하지만 다행히도 연화는 털털한 성격대로 잘 받아들였다.

“이번엔 넘어가 줄게.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렇게 날 속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라고 으름장을 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화산.

온 산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강인한 기상이 산 전체에 충만하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기암괴석.

깎아지른 듯 뻗어 내린 절벽.

오랜만에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

그리고 화산파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무진 사부.

그것에 대한 반가움에 가슴이 일렁였다.

하지만 괴로운 것은 다른 제자들의 눈초리다.

매화검수들과 장로님들은 문후 장로님과 종남파의 영풍 장로가 당할 정도로 강한 적들과 싸웠고, 살아남았다는 것에 우리들에게 대견하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자들은 아니었다.

속가제자들, 심지어 보평제자들까지도 우리에게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심지어 이런 말도 들었다.

“죽은 자들도 있다면서? 쯧, 한심해. 나 같았으면 죽지 않았을 텐데…….”

한 속가제자의 말이다.

육지의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한 평범한 제자가 그렇게 말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동료를 지키기 위해 죽은 그들의 존엄을 무시하는 말.

한 선검수가 폭발하였으나, 장로님들과 근처의 제자들이 말렸기에 겨우겨우 넘어갔다.

하지만 나조차도 울컥할 정도였으니 다른 자들은 어떻겠는가?

말리기는 했으나, 그 속가제자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장로들도 우리가 지나간 다음에 그에게 심한 경고를 주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당연한 일, 연화와 함께 통쾌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화산파로 돌아온 지 일주일째의 일이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화산파의 검문과 도문.

세상에 알려져 있는 것은 검문이나, 그 기원은 도문이다.

원로원에 있는 도가의 장로님들과 화산파 검문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진인들.

화산파의 알력 싸움이 시작되었다.

장문인은 아니나, 장로들 사이에서 점점 무언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화산의 찌를 듯한 기세는 충천하고, 예전과 같은 성세를 이루고 있으나, 어째서인지 화산의 정기는 점점 수그러들고 있었다.

하지만 매화검선 장추익의 문파 운영력은 강호의 모든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할 정도로 대단했다.

종남파와 화산파의 합동훈련.

그때의 습격으로 화산파의 문제점을 알아냈다.

유혁 사형, 만청풍 사형, 연화와 나와 같은 사람들을 빼고는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

육지검사는 선검수를 목표로 할 뿐, 그 위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선검수의 몇몇 사람은 그 자리에 만족하고, 안주하고 있다.

매화검수와 선검수의 차이는 매우 크다.

유혁 사형이 매화검수에 다가가고 있다고 했었다.

모르는 소리, 그것은 다른 선검수들에 비해서일 뿐, 매화검수들과 비교하면 매우 조금밖에는 다가가 있지 않았다.

화산파로 돌아왔을 때, 우리를 환영해 주던 세 명의 매화검수.

한 명, 한 명.

절정의 기도를 뿜어내는 그들에게 우리는 압도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복면인들의 수장, 강하다?

하지만 이들 또한 강하다.

이들 중 두 명만 있었어도 그곳에서 그렇게 많은 피해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 초반으로 이루어진 후기지수.

하나 후기지수의 한계를 뛰어넘은 강력한 무인들.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 장로들의 무력에 필적하는 무위를 가진 자들이었다.

최소 사십 년 이상을 무공을 연련하는 데 보낸 장로들.

이십 대 중반에 그 정도의 무공을 가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장로들은 나이가 많다. 그렇기에 강해도 나이와 연배 때문이라고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이들은 어리다. 우리랑 십 년 정도밖에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비슷한 연배, 그 강력한 무위가 실감이 나는 것이다.

연륜과 강호의 경험으로 보아 실전에서 싸울 때는 장로들이 당연히 이길 것이나, 비무와 같은 것으로는 장로들이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라 판단되었다.

게다가 이번 대의 매화검수는 그 이전의 매화검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고 들었다.

그것이 맞는 듯했다.

그렇기에 이번 대에는 더더욱 심한 문제점이었다.

장문인께서는 그것에 조치를 취하셨다.

우리가 화산파로 돌아온 지 일 년, 선검수의 위로 평검수라는 직위를 만들었다.

평검수에는 유혁 사형과 만청풍 사형이 속해 있었다. 그리고 유혁 사형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장일 사형도 말이다.

연화는 유혁 사형이나 만청풍 사형보다 실력이 좋지 않기에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 선검수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의 유혁 사형이나 장일 사형, 만청풍 사형과 같은 실력을 가진 자들은 평검수가 될 수 있다고 장문인께서는 말했다.

하지만 실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마련이다.

강호에서 필요한 것은 강력한 무력, 그리고 정보와 같은 지력이다.

그리고 하나 더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실전(實戰).

육지가 육지검사가 되기 위해 필요하고, 오용 칠현이 선검수가 되기 위해 필요했다면, 평검수가 되기 위해서는 실전이 필요했다.

선검수로서의 간단한 물건 배달과 같은 것이 아닌, 표국에서 표사 일을 해 보거나 중요 인물의 보호와 같은 실전이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바뀐 것이 있다.

보평제자, 속가제자, 직전제자가 바로 그것이다.

보평제자,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최하위급의 제자들.

문파의 인원 증가를 위해 두 배 정도로 받는 아이들을 늘였다.

속가제자, 속가에서 아이들을 받으나, 모든 아이들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무가의 아이들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화산파는 금력은 달리지 않는다. 하지만 달리는 것은 인재다.

그렇기에 보평제자들이 양을 늘렸다면, 속가제자는 질을 높인 것이다.

직전제자, 그전에도 장로의 수가 한정되어 있기에 직전제자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보평제자의 수를 더 늘린 까닭에, 직전제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더욱 줄어들어 버렸다.

그렇기에 직전제자를 빼고는 보평각을 증축하여 그곳에서 지내도록 하였다.

그리고 훈련은 직전제자, 보평제자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곳에서 훈련받기로 하였다.

직전의 제자로서의 훈련은 화산파에서의 훈련을 마친 후에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후 육지검사 이상으로 성장하고 나서 장로들에게 직접 사사받는 직전제자가 다 같이 훈련하는 보평제자보다 강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시작은 거의 차이를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큰 것으로는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나머지 자잘한 변화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크게 인상에 남을 만한 것은 없었다.

삼 년, 한 문파에 있어선 짧은 기간이나 화산파는 많은 것을 이루었다.

화산파 최고의 발전기.

발전의 끝에는 옛날과 같은 구파의 수위에 거론될 것이라는 것이 강호의 평이다.

육지검사를 넘어 선검수가 된 나.

삼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지금 어찌 되었을까? 괜찮으실까?”

“응, 그렇겠지.”

“이번 임무, 정말로 괜찮아?”

“어, 별로 위험한 임무는 아니야. 소검파(素劍派)라고 알지? 섬서성 오대문파 중 하나인 소검파 말이야.”

“응, 알아.”

“거기랑 철검파라는 신흥문파랑 싸우고 있는데, 거기에 지원 임무를 가는 것뿐이야. 형식적으로 가는 거나 마찬가지지. 네 사부님이신 무진 장로님이야. 걱정할 필요가 없지.”

“그래서 더 걱정이야. 무진 사부랑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까지. 모두 함께 가잖아?”

“얌마, 무진 장로님이야, 장로. 그리고 유혁 선배랑 장일 선배까지 전부 평검수라고. 냉혈철심과 함께 단 셋 있는 평검수.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매화검수를 빼고는 화산파 최고의 후기지수.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조목조목 따져 가며 말하는 연화.

하지만 연화가 이 감정을 어찌 알 수 있을까?

이 불안한 느낌을.

저 멀리 떠나갈 듯한 이 느낌을.

“하지만…….”

“그만. 이미 정해진 임무야. 애도 아닌데 왜 이렇게 걱정해? 설마 혼자 있기 무서운 거야?”

“겨울만 지나면 나도 열아홉이야, 무서울 이유가 없지.”

“그럼 조용히 있어, 믿어야지. 믿는 것이 네가 할 일이야.”

“알았……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활짝 웃는 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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