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화산천검 2권(12화)
4장 습격(4)
“핫!”
콰앙!
유혁 사형이 정신을 가다듬고 검을 내리치자, 복면인이 비수를 들어 올려 막았다.
굉음과 함께 유혁 사형과 복면인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챙! 챙! 카강! 스걱!
“크윽…….”
백중지세를 유지하던 둘의 싸움.
이십 초 만에 복면인의 비수가 유혁 사형의 낙화를 밀어내고 가슴을 파고들었다.
비산하는 핏방울.
유혁 사형이 뒤로 물러서며 가슴의 혈을 눌러 지혈했다.
“밀릴 만도 하군. 매화검수도 아닌 주제에 이런 실력이라니. 게다가 저 녀석도 그렇고…….”
복면인이 만청풍 사형과 유혁 사형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분에게 위협이 될 만한 재능이 있다. 제거해 주지.”
복면인이 기세를 피워 올렸다.
조금 전과는 다른 살기에 유혁 사형이 주춤했다.
“음?”
카앙!
“문후 장론가? 살아 있었군.”
문후 장로님의 기습을 간단히 막아 내며 복면인이 말했다.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감히 너희가 누구이기에 화산과 종남을 공격하느냐. 구파가 무섭지도 않느냐!”
복면인에 맞서 기세를 피워 올리는 문후 장로님.
복면인들의 흉수로 추정되는 자가 나타나서인지 분노가 느껴졌다.
“구파가 무림의 정상으로 자리 잡은 지 어언 천 년. 그만 추락할 때가 되었지.”
“이이…….”
문후 장로님이 팔을 부르르 떨었다.
“고인 물은 썩는 법이지. 그것은 정도의 구파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야. 그 예로 너희 화산과 종남은 점점 몰락해 가고 있지 않나?”
“시끄럽다! 가만 놔둬서는 안 되겠구나!”
문후 장로님이 일갈하며 달려들었다.
“화산파의 장로라고 누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이요, 자만이지. 차이를 보여 주마.”
광오하게 말하며 복면인이 들고 있던 비수를 내던졌다.
챙! 카앙!
두 자루 비수를 달려가던 기세 그대로 받아 내곤 문후 장로님이 복면인에게 검을 내찔렀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검.
전각 안에서 싸울 때보다도 더욱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문후 장로님이 복면인을 몰아쳤다.
따다다당! 따다당! 땅! 따당!
복면인이 비수로 문후 장로님의 검을 짧게 끊어 쳤다.
“제대로 싸워라!”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짧게 끊어 치며 검을 흘리는 복면인에게 더욱 화가 났는지 문후 장로님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쯧, 한심하군.”
카앙!
복면인이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슨 소리냐!”
“차이를 보여 주마, 문후 장로.”
복면인이 말하곤 몸을 움직였다.
갈지자(之)로 움직이는 복면인.
카가앙! 카각! 스걱!
사각으로 움직이며 몰아치는 복면인의 기묘한 검법에 문후 장로님이 맥을 못 추었다.
문후 장로님이 복면인에게 옆구리의 일 장을 허용했다.
퍼엉!
“으윽!”
뒤로 밀려나는 문후 장로님.
지혈해 놨던, 전각에서 복면인과의 싸움에서 얻은 옆구리의 상처가 다시 터졌다.
“그 혈기는 칭찬해 줄만 하나,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고 싸우는 것은 어린애 장난일 뿐이지. 그리고 상황이 이렇다고는 하나, 격장지계에 손쉽게 걸려드는 그 마음. 상대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
복면인의 말에 문후 장로님이 얼굴을 붉히며 몸을 떨었다.
“네놈보다는 저 두 명이 더 나아 보이는군.”
만청풍 사형과 유혁 사형을 가리키는 복면인.
“일 조는 전멸이고, 문후 장로가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이 조도 전멸인가? 삼 조는 몇 명 남았나?”
싸움을 멈추고, 문후 장로님을 필두로 늘어선 후기지수들과 나타난 복면인을 필두로 늘어선 복면인.
뒤에서 한 복면인이 말했다.
“저를 포함 두 명 생존했습니다.”
“흐음…… 영풍 장로는?”
“제거했습니다.”
복면인의 말에 종남파의 후기지수들이 검을 꽉 쥐었다.
입술을 깨물고 분노한 듯 광폭한 기세를 뿜어내는 그들.
복면인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 정도 희생은 당연한 거겠지. 사 조는 몇 명 남았지?”
“총 인원 삼십 명 중 열 명 생존했습니다.”
“피해가 크군.”
복면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저쪽은 문후 장로와 영풍 장로를 포함 스물여섯 명이었는데, 지금 보니 열다섯 명쯤 남았군. 절반도 못 죽였나?”
복면인의 호통에 뒤에서 말하던 복면인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이 일은 나중에 추궁하도록 하지. 먼저 남은 피라미들부터 청소하자.”
우리들을 피라미라 칭하는 복면인.
문후 장로님을 포함 모두가 분노했다.
“이…….”
“문후 장로는 삼 조가 맡아라. 상처가 깊으니 너희 둘이면 될 것이다. 저 둘을 제외하곤 사 조가 맡아서 처리해라. 저 둘은 내가 상대하지.”
만청풍 사형과 유혁 사형을 손으로 가리키며 복면인이 말했다.
“존명!”
고개를 숙이곤 복면인들이 우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가자! 저 무뢰배들에게 구파의 힘을 보여 주자꾸나!”
문후 장로님의 외침에 화산파와 종남파의 후기지수들이 기합성을 내지르며 복면인들과 맞부딪쳤다.
5장 대결(1)
난전.
상처가 깊어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두 복면인에게 묶인 문후 장로님과, 비수를 내던지고 달려들어 묵색의 검을 들고 기이한 검술을 펼치는 복면인의 수장에게 발이 묶인 만청풍 사형과 유혁 사형.
‘마진천은?’
이때,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종남의 반룡, 마진천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주위를 살펴보니 저 멀리에 마진천이 서 있었다.
한 복면인과 적당히 싸우며 어느 한 곳을 쳐다보고 있는 마진천.
얼굴이 굳어 있었다.
챙! 카앙!
달려드는 복면인을 밀어내고 마진천에게 향했다.
마진천이 나를 보곤 달려드는 복면인을 일 검에 제압하고 나를 향해 말했다.
“뭐하는 거야?”
“……내상이 심하군. 먹어라.”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에게 던졌다.
유지에 싸여 있는 하얀 단약.
성의가 주었던 단약과 똑같은 단약이었다.
“내상이 심각해지면 주라고 했으니, 지금 주는 것이 맞겠지.”
마진천의 말을 듣고 단약을 먹었다.
꿀꺽!
쓰디쓴 맛과 함께 약기운이 몸을 휘돌았다.
역시나 성의의 단약.
완벽하지는 않지만 내상을 치료하곤 몸의 활기를 북돋아 주었다.
마진천이 품속에서 섭선을 꺼내곤 나의 뒤를 향해 날렸다.
푸욱!
나를 향해 달려들던 복면인의 심장을 파고드는 섭선.
하얀 섭선이 붉게 물들었다.
“조심해라.”
굳은 얼굴로 말하는 마진천.
“알고 있어. 복면인의 수장, 엄청난 무위(武威)다. 하지만 네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말하자, 마진천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장난치지 마라.”
“그래, 네 말대로 저 복면인의 수장은 내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뒤쪽을 쳐다보는 마진천.
그의 눈이 침잠되어 갔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자가 있다. 숨을 죽여야 해. 나는 저자를 상대할 수 없다.”
“무슨…….”
“일단 내 말을 들어라. 만청풍과 유혁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저 복면인의 상대는 아니야. 게다가 합공을 하려 하지 않아. 따로따로 싸우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화산파 이십사 계명 십이 계, 화산파의 문도는 합공을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 종남파는 잘 모르겠지만 화산파의 문도는 합공을 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그렇기에 진법의 훈련 시간에 배운 육봉진, 가장 동요했던 것은 화산파의 후기지수였다.
“네가 싸워야 해. 만청풍과 유혁이 저 복면인보다 약하다고는 하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이다. 태연한 척하고 있기는 하나 복면인도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지금의 저자면 네 상단전, 염력과 진신 실력을 모두 내보이면 가능하다.”
마진천은 내 상단전의 염력을 알고 있었던 듯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그렇게나 보여 줬는데 모르는 것이 이상한 거겠지.’
“내가 조심하라고 했던 것은 이들이었다. 모습을 드러냈으니 더 이상 몸을 숨길 필요는 없지. 모든 실력을 내보여라. 조금도 숨기지 마. 저자는 네가 실력을 숨기고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약한 자가 아니다.”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렸다.
백중지세를 유지하고 있는 복면인들과 후기지수들.
복면인들의 수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만청풍 사형의 매화를 부수며 나아가는 복면인의 검.
만청풍 사형이 입술을 깨물며 검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부드럽던 매화가 격렬한 파도로 바뀌었다.
천류신화검법.
화산파의 검법 중 가장 격렬하고 살기 짙은 검법이다.
불꽃같이 터져 나가는 검력에 복면인의 묵검이 멈춰 섰다.
“하아앗!”
이어지는 노도와 같은 검격.
복면인이 처음으로 일보 뒤로 물러섰다.
“대단하군.”
감탄을 토해 내며 복면인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방금과는 또다시 다른 검로.
흘려 내며 빈틈을 찌르는 검법이 힘으로 찍어 누르는 패(覇)의 검법으로 바뀌었다.
“큭!”
복면인의 검법이 천류신화검법을 힘으로 누른다.
콰앙!
만청풍 사형이 뒤로 물러났다.
만청풍 사형을 노리고 달려드는 복면인을 향해 유혁 사형이 검을 내려쳤다.
쾅!
“흠, 합공인가?”
“화산파의 문도로서 합공은 하지 않는다.”
“차륜전은 허용되나? 좋은 자기 위안이다.”
복면인의 비꼬는 말에 유혁 사형이 입술을 깨물었다.
“덤벼라.”
손가락을 까딱하자 유혁 사형이 달려들었다.
늘어나고, 분산하는 검영.
떨어져 내리는 유엽이 복면인의 몸을 압박한다.
낙화검법 일 초 유엽천락이다.
“좋군.”
감탄하며 복면인이 검을 내찌르자, 유혁 사형의 수많은 검영이 사라지며 하나의 실초만이 남았다.
카앙!
“큭!”
“변(變)에 치우치면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모든 것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뭐, 어차피 죽을 터이니 쓸데없는 조언이지만.”
복면인이 말하며 비도를 던졌다.
휘이익∼ 피핏!
유혁 사형이 몸을 기묘하게 비틀며 비도를 피해 냈다.
복면인이 유혁 사형이 몸을 비틀며 생긴 빈틈으로 검을 내찔렀다.
심장을 노리는 일격.
유혁 사형의 눈이 흔들린다.
막을 수 없는 일격.
유혁 사형이 눈을 감았다.
콰앙!
“음?”
“하아…… 다행이다…….”
놀랐다.
조금만 늦었어도 유혁 사형의 몸은 검이라는 꼬챙이에 꽂힌 고깃덩이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복면인의 검은 유혁 사형의 심장 바로 앞에서 나의 검에 의해 막혀 있었다.
“청우…… 사제…….”
동요가 심해지는 유혁 사형.
‘막으러 오길 잘했군.’
“피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복면인의 검을 밀어냈다.
“이번엔 넌가? 붉은 장포, 화산파군. 화산파는 왜 이렇게 차륜전을 좋아하는지 원…….”
도발한다.
하지만 저 정도는 옛날에 유혁 사형과 장일 사형이 했던 도발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따앙!
앞으로 일보 나서며 정권을 내찌르자, 복면인이 검 면으로 막아 냈다.
“권사인가? 검사인가?”
“그런 것, 승부엔 상관없다.”
말하며 이번엔 검을 내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