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
화산천검 2권(11화)
4장 습격(3)
“으윽…….”
벽에 몸을 기대자 고통이 밀려왔다.
옷을 뜯어 상처 부위에 감고, 운기조식을 했다.
반다경 정도의 치료를 마치자 조금은 고통이 완화되었다.
“후우…….”
숨을 내뱉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려는 순간, 기감에 무언가가 잡혔다.
“꼭대기 층인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몸이기에 위험했지만, 나의 느낌은 꼭 가야 한다고 하고 있었다.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고 꼭대기 층에 올랐다.
하나의 방.
그 안에서 엄청난 기파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콰앙!
벽을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 옷과 복면.
바깥에 있는 자들과 똑같은 복면인이었다.
즉사한 듯 가슴이 함몰되어 있었다.
뚫린 벽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붉은 장포의 중년인이 네 명의 복면인과 대치하고 있었다.
문후 장로님과 복면인들이었다.
“장로님!”
소리치자, 문후 장로님이 나를 쳐다보았다.
다른 복면인들은 그것을 빈틈으로 여겼는지 문후 장로님에게 달려들었다.
“윽. 다가오지 말거라!”
소리치는 문후 장로님.
그도 그럴 것이, 저 네 복면인들은 바깥의 복면인들과 실력에서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문후 장로님의 육합검법이 두 복면인의 검을 막았다만, 남은 두 복면인이 던진 비도가 그 틈으로 문후 장로님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조심…….”
다 소리치기도 전, 문후 장로님의 왼손이 비도를 막아 갔다.
따당! 땅!
문후 장로님의 수도가 정확히 검 면만을 후려쳐 방향을 바꾸었다.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방해만 될 뿐이다, 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달려들면, 문후 장로님은 나를 보호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복면인은 그 사이의 빈틈으로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생각을 끝내고 아래쪽으로 몸을 날리려는 순간, ‘스걱!’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문후 장로님이 복면인의 검에 상처를 입는 것이 보였다.
옆구리의 상처.
깊어 보였다.
“크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문후 장로님이 광폭한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그 서슬에 복면인들이 잠시 주춤했지만, 문후 장로님의 깊은 상처를 보곤 차분히 문후 장로님의 검을 방어해 나갔다.
“어서 가거라!”
내가 신경 쓰여서 그랬던 것일까?
‘크으…….’
그렇게 생각하자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목표를 정하고, 염력을 발동했다.
느려지는 검.
당황한 듯 복면인의 몸이 흔들렸다.
그 틈을 노려 검을 내찔렀다.
빙글 몸을 돌리며 복면인이 검을 막았다.
콰앙!
검과 검이 맞부딪친 것이건만 폭음이 울렸다.
“크윽!”
역시 이곳의 복면인들은 바깥과 수준 차이가 컸다.
당황한 상태로 내찌른 복면인의 검에는 엄청난 경력이 실려 있었다.
순식간에 상처가 악화되어 또다시 입술 사이로 피가 흘렀다.
“가라고 했잖느냐!!”
문후 장로님이 이십사수매화검법을 펼치자 복면인들이 기묘한 검술을 펼쳤다.
매화의 틈 사이로 파고 들어가는 검신.
“이런!”
촤악!
문후 장로님의 가슴에 입을 벌리는 상처.
깊진 않지만, 가슴에 난 상처이기에 충격이 심할 터.
문후 장로님이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어떻게 이십사수매화검법의 파훼식을 아는 것이냐!”
“큭큭. 알 것 없다.”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복면인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메마르고 갈라진 목소리.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또한 문후 장로님의 말이 가슴에 걸렸다.
매화검법의 파훼식을 아는 자들.
그렇다면 문후 장로님의 이십사수매화검법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너는 그냥 죽으면 된다. 그분을 위해서!”
소리치며 복면인이 문후 장로님에게 달려들었다.
문후 장로님은 두 개의 큰 검상과 파훼식에 의해 심신이 흔들린 상태였다.
어지러이 검을 놀렸으나, 복면인은 빈틈을 노리며 파고들었다.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비수.
문후 장로님의 눈이 흔들렸다.
“멈춰!”
소리치며 염력을 비수에 집중했다.
잠시 멈춘 복면인의 비수.
문후 장로님이 비수를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스걱!
“이……건…….”
복면인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흔들리는 눈빛,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문후 장로님 또한 복면인이 잠시 멈춘 틈을 타 재빨리 검을 휘둘렀지만, 복면인처럼 놀란 것은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하지만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그것이 무엇인진 나중에 물어보마. 일단은 이자들부터 상대해 보자꾸나.”
육합검법을 펼치는 문후 장로님.
두 명의 복면인을 막아섰다.
“하아앗!”
나는 상대하던 복면인에게 집중했다.
카가악!
왼손과 오른손의 쌍검이 복면인의 검을 막아 갔다.
내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다행히 염력으로 조금씩 방어할 수 있었다.
카각! 캉!
또한 복면인이 쌍검술에 익숙하지 않은지 중간 중간 검이 움찔했다.
그렇기에 백중지세를 유지하고 있다만, 나의 내상은 순간순간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벽력탄에 의한 상처, 다섯 명의 복면인과 싸워 얻은 어깨의 부상, 유혁 사형을 도우며 얻은 내상.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속전속결!’
복면인의 검을 피해 내고, 재빠르게 검을 내리쳤다.
카앙!
“매화천락!”
소리치며 매화천락의 초식을 전개했다.
“……!!”
당황하는 복면인.
이십사수매화검법의 파훼식을 알고 있다면 다른 무공의 파훼식도 알고 있을 터.
하지만 내가 펼치는 것은 화산파의 매화검로가 아니다.
나만의 매화검로다.
복면인의 몸을 덮치는 매화의 물결.
파파파팟!
매화가 복면인의 목을 꿰뚫었다.
쿵!
복면인이 쓰러지고, 나 또한 땅에 쓰러졌다.
“크으…….”
심각해지는 내상.
울컥!
피가 역류한다.
이미 한 명의 복면인을 제압하고, 나머지 한 복면인을 제압해 가는 문후 장로님.
복면인들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변형된 매화검로를 보지 못했는지 진중한 얼굴로 싸우고 있는 문후 장로님이다.
그것을 보고 안심하며 운기를 시작했다.
미약한 진기, 비틀린 기혈.
조금만 늦었어도 당하는 것은 나였을 것이다.
자하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호흡하자 깨끗한 자연의 기가 몸으로 들어왔다.
탁해진 기운을 정화시키며 뒤틀린 기혈을 바로잡아 갔다.
하지만 완벽히 치료하는 것은 무리였다.
다시 나가서 복면인들과 싸워야 하는 것도 있고, 운기만으로 치료하기엔 내상이 심했기에 그런 것이다.
눈을 떴다.
진한 피비린내와 널려 있는 시체들.
온몸이 피에 범벅이 되어 찐득거렸다.
토할 것만 같이 잔인하다.
꾹 눌러 참고 부서진 문 사이로 바깥으로 나가자, 문후 장로님을 중심으로 복면인을 압도하고 있는 후기지수들이 보였다.
촤아악!
문후 장로님의 검기(劍技)에 복면인들 여섯이 묶였다.
만청풍 사형과 유혁 사형은 질풍처럼 복면인들을 헤집어 놓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하나 차례차례 복면인들을 제압해 나갔다.
내가 끼어들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응?”
그때, 푸른 전각 안에서 세 명의 복면인이 튀어나왔다.
벽을 뚫고 나오며 후기지수들에게 달려들었다.
“읏!”
“으악!”
“크윽!”
당황한 두 종남파의 후기지수와 한 화산파의 후기지수가 큰 상처를 입었다.
종남파의 두 후기지수는 각자 한 팔이 잘렸고, 화산파의 후기지수는 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핑그르르∼
몸을 돌리며 연격하는 세 복면인.
순식간에 세 목숨이 사라졌다.
‘아까 싸웠던 복면인들과 비슷한 실력, 위험하다!’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영(永)!!”
근처에서 싸우던 종남파의 후기지수, 오제혁이 소리치며 싸우고 있던 자를 뿌리치고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한 복면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비도를 던졌다.
카앙!
“윽!”
막강한 경력이 실린 비도에 오제혁이 멈춰 섰다.
복면인이 다시 비도 두 개를 날리며 달려들었다.
“하앗!”
해벽검.
두꺼운 파도의 순(盾)이 비도와 복면인의 검을 막아섰다.
따당! 카각! 스걱!
“으윽!”
하지만 오제혁의 해벽검은 복면인을 막지 못했다.
두꺼운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는 복면인의 검.
오제혁의 목을 꿰뚫으려는 순간.
챙!
복면인의 검과 나의 검이 맞닿았다.
다행히도 복면인의 검은 오제혁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깊은 상처가 아니었다.
복면인이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내찔렀다.
세 개의 검영이 나의 하단전, 중단전, 상단전을 향해 찔러 들어왔다.
뒤로 일보 물러서며 매화검로 십 초, 매화수림(梅花樹林)을 펼쳤다.
매화가 빽빽이 피어났다.
검영을 꿰뚫고 앞으로 날아가는 매화.
가슴에 새겨지는 매화의 낙인(烙印).
복면인이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섰다.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검지와 중지를 입에 물었다.
삐이익∼
“무슨 짓이냐?”
“큭큭. 너희는 끝이다. 대장님이 올 터이니…….”
불길하게 웃으며 복면인이 달려들었다.
불길한 기운이 넘실대나, 정과 신이 흐트러진 일격이었다.
가볍게 피해 내며 결정타를 날렸다.
퍼어억!
신류퇴 전추(電錐).
내찌른 발에 복면인이 쓰러졌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며 전황을 살폈다.
오제혁은 나와 복면인이 싸우는 것을 보며 자신은 실력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른 복면인과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푸른 전각에서 나온 두 복면인은 유혁 사형과 만청풍 사형이 상대하고 있었다.
“힘을 내라! 흉수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문후 장로님의 말에 후기지수들이 힘찬 기합성을 터뜨렸다.
“……!!”
그때, 저 멀리서 커다란 기운이 달려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나는 한 인형.
복면인이 전각의 꼭대기에 오연히 서서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커다란 기운, 잘 벼린 검과 같은 기도.
소름이 돋는다.
전각에 있던 복면인들보다도 몇 단계나 높은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황을 살펴보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어느 한 곳을 보고 몸을 날렸다.
“읏!”
당황한 목소리.
유혁 사형이었다.
전각에서 튀어나온 복면인을 막 처치한 유혁 사형에게 복면인이 달려든 것이다.
핏! 핏! 피핏!
당황한 유혁 사형의 빈틈을 꿰뚫는 복면인의 비수.
유혁 사형은 몸을 비틀어 피했다만, 얕은 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