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
화산천검 2권(10화)
4장 습격(2)
쿵!
신류퇴의 낙추(落錐).
복면인의 손목이 부러졌다.
뒤로 물러나는 복면인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는 순간.
피이잉∼
파공성에 몸을 뒤로 빼냈다.
스걱!
비도가 소매를 스치고 지나갔다.
주변을 둘러보자 총검문의 무인들은 부나방처럼 계속해서 복면인들에게 달려들어 두 명을 쓰러뜨린 상태였다.
나에게 비도를 날린 복면인은 상대하고 있던 무인에게 암기를 날려 쓰러뜨린 뒤, 나에게 달려왔다.
빠른 속도.
하지만 속도로는 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매화작보를 밟으며 뒤로 도망가는 복면인을 따라잡았다.
“하앗!”
스걱!
복면인의 목숨을 날려 버리고, 검을 땅바닥에 꽂아 넣고 몸을 회전시켰다.
빙그르르∼ 패앵∼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지나가는 세 개의 비도.
검을 뽑아 들고는 비도를 날린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복면인의 암기를 매화요요의 초식으로 막아 가며 전진했다.
“핫!”
매화검로 사 초, 매화연혈(梅花嚥血).
매화꽃이 복면인을 집어삼켰다.
검첨의 끝에서 하나하나 솟아나는 매화는 복면인의 몸을 파고들며 붉은 피를 비산시켰다.
사지와 목에 매화 문양이 새겨진 복면인을 뒤로하고는 다른 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느새 복면인은 다섯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중 맨 왼쪽의 복면인이 두 복면인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두 복면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총검문의 무인들보다는 내가 더욱 위험하다고 느꼈나 보다.
두 명.
위험하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합격하는 두 복면인.
한 명은 하단을 노리고, 한 명은 상단을 노리고 검을 내찔렀다.
검을 들어 수직으로 베었다.
카가각!
두 검을 막고, 진각을 밟으며 정권을 내찔렀다.
땅!
검을 어지러이 놀리며 막는 복면인.
검 면을 치자 복면인의 검이 멈추었다.
틈을 노리고 내찌르려 했지만, 나머지 한 복면인이 검을 내찔러 왔기에 일보 뒤로 물러서며 검을 막았다.
카앙!
검을 튕겨 내고 뒤로 물러섰다.
두 복면인은 그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왼쪽, 단타다.’
검을 왼쪽으로 휘두르며 짧게 여러 번 끊어 쳤다.
따다다당!
공격의 맥을 끊었다.
척(斥)이다.
목을 향해 내찔러 오는 검의 검 면에 내 검의 검 면을 대었다.
빙글 검을 뒤로 반 바퀴 돌리자, 복면인의 몸이 검을 따라 공중에 떴다.
인(引)이다.
왼쪽 아래로부터 사선으로 검을 그었다.
스걱!
생기가 사라지는 복면인의 눈.
한 명은 끝이다.
나머지 한 복면인이 달려들었다.
‘왼쪽 발은 내 앞으로 이 보에서 멈춘다. 그렇다면…….’
복면인의 움직임이 훤히 보였다.
일보 앞으로 걸어가 오른발을 오른쪽으로 꺾으며 고개를 숙였다.
사악!
복면인의 검이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지나갔다.
그것과 함께 오른 발목에 걸리는 묵직한 느낌.
복면인의 발이다.
복면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그때, 검을 수평으로 벴다.
스걱!
복면인의 상체와 하체가 양분되었다.
“큭!”
승리의 여운에 잠길 틈도 없이 뒤쪽에서 음습한 무언가가 다가왔다.
몸을 빙글 돌리며 암기를 방어했다.
땅! 땅! 따다당!
어느새 복면인은 단 둘뿐이었다.
암기를 날린 복면인에게 달려들었다.
복면인의 눈이 찌푸려졌다.
“하아앗!”
카앙!
검끼리 맞부딪치며 불꽃이 피었다.
챙! 챙! 채채챙!
일 합, 오 합, 십 합…… 이십 합째에 이르자 복면인의 검로가 흐트러졌다.
오른쪽 갈비뼈.
빈틈에 검을 찔러 넣었다.
사악!
‘얕다!’
순간적으로 몸을 비튼 복면인.
복면인이 당황한 나의 어깨에 검을 내찔렀다.
푸욱!
“크윽!”
불에 덴 듯 화끈한 통증.
비산하는 붉은 피.
그 사이로 복면인이 비수를 꺼내 들며 나의 목을 향해 찔렀다.
오른손에서 힘이 빠져 갔다.
떨어지는 검.
왼발로 쳐올려 복면인의 시야를 가리고, 왼손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큐우웅!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복면인.
비수를 부러뜨리며 가슴에 큰 검상을 입혔다.
복면인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져 갔다.
쿵!
“후우…… 크윽…….”
쌍검술.
복면인이 놀랐기에 통한 임기응변이다.
놀라지 않았다면 죽는 것은 나였을 것이다.
“으윽…….”
어깨에서 강렬한 통증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땅에 주저앉으며 혈도를 짚었다.
타다다닥!
피가 멈춰 갔다.
대충 지혈을 하고, 나머지 한 복면인에게 달려들려 했다.
“크윽!”
계속해서 느껴지는 어깨의 통증.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그 통증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심각했던 내상.
상처가 나자 순식간에 악화되어 갔다.
솔직히 다섯 명의 복면인을 상대해 이긴 것도 신기한 일이었다.
이런 몸으로 심상치 않은 무위의 복면인을 다섯이나 이긴 것은 나조차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일이었다.
“후우∼”
나머지 한 복면인은 총검문의 무인들이 상대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 혼자만 남았다는 생각에 어지러워지는 복면인의 손놀림.
그리고 기세를 탄 총검문의 무인들.
마지막으로 확인하고는 숙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자하심법을 통해 진기를 몸에 휘돌렸다.
통증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진기를 회복했을 때, 숙소 앞에 도착했다.
챙! 챙! 카강! 카악!
“하아앗!”
“크윽!”
비명성과 기합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런…….”
난장판이 되어 버려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
“저기는…….”
그런 곳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세 명이나 되는 복면인이 한 사람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아앗!”
피어나는 매화꽃.
바람에 휘날리는 매화꽃은 복면인들의 공격을 부드럽게 막아 갔다.
만청풍 사형이었다.
저쪽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청풍 사형은 척 보기에도 세 명의 복면인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곳.
네 명이나 되는 복면인과 싸우고 있는 한 사람.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검.
콰앙!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렬한 낙화.
유혁 사형이었다.
위태로워 보이는 유혁 사형.
어째서일까 관찰해 보니 한 복면인이 눈에 띄었다.
유혁 사형의 낙화검법의 맥을 끊는 기묘한 검법.
빈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비수.
유혁 사형보다는 아니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복면인이었다.
“큭!”
촤악!
유혁 사형이 상처를 입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저렇게 상처가 난 상태로 계속 싸운다면 피로가 누적되어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할 터.
유혁 사형을 둘러싸고 있는 복면인들에게 몸을 날렸다.
큐우웅!
진각과 함께 발검.
복면인이 몸을 빙글 돌리며 방어했다.
쾅!
검과 검이 부딪힌 것이건만 폭음 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반탄력.
나는 물론이고 복면인에게도 몸을 잠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로 인해 생기는 빈틈.
조그마한 빈틈이지만, 유혁 사형 정도의 실력이면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커다란 빈틈이다.
유혁 사형이 세 복면인의 검을 한 번에 차단하며 나의 검에 잠시 멈추어선 복면인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스거걱!
한 명을 해치우고 유혁 사형과 눈을 마주쳤다.
전과는 다른 눈빛.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눈빛이 사라지고, 그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눈빛이었다.
역시나 바뀌어 있었다.
눈을 돌리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달려드는 복면인.
한 손으로 또다시 검을 뽑아 들었다.
‘쌍검술, 당황시키기에는 좋지…….’
역시나 복면인은 당황한 듯 검로가 흔들렸다.
그 틈 사이로 검을 찔러 넣었다.
캉!
하지만 외원에 있던 복면인과는 실력에서 차이가 나는 듯 그 틈 사이로 다른 복면인이 검을 내찔러 방어했다.
당황했던 복면인이 비수를 내던졌다.
근접거리에서 날아오는 비수.
핏!
빠르게 고개를 틀었다만, 비수는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큭!”
볼을 통해 들어오는 이질적인 무언가.
독이었다.
하지만 왕정치와의 싸움 때에 마진천이 준 선단에 의해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게 된 나로서는 이 정도 독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이 문제였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이후로 싸움을 얼마나 더 해야 되는지는 모르는 바, 작은 상처라도 문제가 되었다.
마음이 흔들리자 검이 흔들렸다.
땅!
복면인이 나의 검을 튕겨 내며 나의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퍽!
“으윽!”
가슴에서 느껴지는 심한 고통.
“우욱!”
커다란 고통과 함께 피가 역류했다.
그 모습에 내가 심한 내상을 입었다 생각했는지 두 복면인이 필살의 기세로 검을 내찔렀다.
“크으…….”
재빨리 매화요요를 전개해 막아 갔다.
하지만 필살의 기세로 내찔러 오는 복면인의 검은 간단히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핏!
매화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온 한 비수가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읏!’
검로가 더욱더 흐트러졌다.
그 틈 사이로 또다시 비수가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검을 들어 올리기에는 늦어. 그렇다면…….’
상단전을 통해 기를 발출했다.
염력.
비수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놀라는 복면인.
왼손의 무거운 청강검으로 비수를 튕겨 내고, 오른손의 청강검으로 복면인의 몸을 베어 갔다.
스걱!
생기 잃은 눈으로 쓰러지는 복면인.
다른 복면인을 쳐다보자 나머지 하나의 복면인이 비수를 던졌다.
염력으로 붙잡고 복면인에게 달려갔다.
챙! 챙! 카강! 카아앙!
질풍처럼 휘몰아치는 연격.
복면인이 맥을 못 추고 허둥지둥 방어했다.
‘허둥지둥? 실책이지, 끝이다.’
“하앗!”
마지막 힘을 짜내 검을 십자로 교차했다.
촤아악!
쓰러지는 복면인.
드디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을 풀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욱!”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는 뜨거운 무언가.
손으로 만져 보니 붉은색의 물, 피였다.
“뒤로 피해 있어라. 그런 내상으로 싸우다니…….”
뛰어난 실력의 복면인이라고는 하나 유혁 사형과의 일대일은 무리다.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에게 다가온 유혁 사형이다.
유혁 사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진기를 휘돌리며 전각의 안으로 들어갔다.
전각의 안은 조용했다.
바깥의 소란스러움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