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화산천검 1권(25화)
9장 훈련, 무술과 진법(3)
쉬이익! 쉭!
튀어나오는 구겸창.
첫 번째로 튀어나오는 창은 몸을 회전시키며 피해 내고, 두 번째로 튀어나오는 창은 검을 뽑아 창극을 때렸다.
땅!
세 번째로 튀어나오는 창의 창대를 발로 차 냈다.
핏!
“윽!”
그때, 튕겨 낸 창의 구가 이마 부분에 생채기를 냈다.
쓰라림보다도 큰 문제가 생겼다.
잠시 당황한 사이에 네 번째로 튀어나오는 창과 다섯 번째로 튀어나오는 창이 심장과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왔다.
“매화요요(梅花擾搖)!”
당황하며 비명을 내지르는 것 대신, 바뀌어 버린 매화검로의 오 초 매화요요의 초식을 펼쳐 냈다.
휘르르르∼
낭창낭창 검신이 휘며 순식간에 어지러이 허공에 매화의 흔적을 남긴다.
순식간에 매화의 벽을 만들어 내는 검.
땅! 따당!
다행히 구겸창을 완벽히 막아 낼 수 있었다.
“후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초식을 전개하는 임기응변으로 겨우겨우 위협에서 벗어났다.
이것이 실전과 훈련의 차이였다.
훈련이었을 때는 조금 다쳐도 당황하지 않았는데, 실전에서는 이마를 살짝 스쳤는데도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공격을 이어 갈 시기를 놓쳤다.
다행히 적절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언젠가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마음속으로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구겸창과 암기가 날아온 곳을 보았다.
“이건 기관인가?”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는 철판과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는 통.
“살수는 아니었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관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깡!
철판이 검을 튕겨 냈다.
반탄력이 의외로 강했다.
“의외로 단단하구나.”
이번에는 기를 검에 집중하여 내리치려는 순간, 쉬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또 기관인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검을 들었다.
“읏!”
한데 소리가 들린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암기가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느낀 서늘한 기운에 철판교의 수법으로 재빨리 상체를 젖히지 않았으면 심장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위험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데,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소리가 난 곳과 나머지 일곱 방위를 모두 살펴보았다.
북동쪽, 나뭇잎에 가린 어두운 곳에서 거울에 비친 듯 빛이 났다.
“핫!”
북동쪽으로 몸을 날린다.
하지만 그곳에 있었던 것은 작은 동경뿐이었다.
“이건…….”
상단전이 경고하고 있었다.
재빨리 고개를 숙이자 무언가가 나무의 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비수(匕首).
이번에도 속았다.
깊은 숲 안에 갇혀 있다는 압박감, 사각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겨나는 숲이라는 지형.
게다가 그저 바람 소리인지, 암기가 날아오는 소리인지 구별까지 되지 않는다.
오감 중 두 가지를 봉하고,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지형지물이다.
“이것이 지형지물의 훈련인 건가…….”
진법을 이용해 기관이 있는 곳으로 유도하고, 지형지물을 통해서 당황을 유도한다.
함정에 걸려 버린 것이다.
‘당황 하지 마, 방법은 있다. 이것도 훈련의 일종일 뿐이니 어딘가에 실마리가 있을 거야.’
중단전으로 기를 운기했다.
그러자 마음이 진정되었다.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 어디에 기관이 있는지도 모르고, 숲이라는 지형 때문에 파악하기가 힘들어.’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아니지,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할 게 어디 있는 거지? 이것은 분명 무술과 진의 훈련. 진은 이미 발동했으니, 무력을 시험하는 것이지 지력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간단한 것을 어째서 고민하고 있던 것이냐.’
바보 같음에 자책하고, 행동으로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며 찾아낸 미심쩍은 장소로 몸을 날렸다.
역시 기관이 존재했다.
타다다닥!
작은 통 안에서 연속적으로 침이 발사되었다.
작은 세침(細針)을 피하거나, 매화요요의 초식으로 막아 내며 전진했다.
“핫!”
통을 반쪽으로 두 동강 내고는 다시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으로 열 개의 화살이 틀어박혔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암향표 신법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에 있던 기관을 부숴 내고, 다시 몸을 날리며 차례차례 기관을 부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까지 모두 박살내고는 숨을 돌렸다.
“후우∼”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긴장한 몸을 풀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짧은 시간 동안 너무나 집중하였기에 머리가 조금 아파 왔다.
“응? 저건…….”
다섯 번째 기관, 강전(鋼箭)이 날아온 곳.
바위틈에 무언가가 끼어 있었다.
“분명히 영풍 장로님이 건드리셨던 그 나뭇가지.”
특이한 나뭇가지이기에 기억이 났다.
중간 부분에 작은 홈이 파여 있고, 나뭇잎 한 장이 붙어 있으며 매우 얇은 굵기.
바위틈에서 빼내자, 주변의 지형지물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스스슥!
기괴한 소리를 내며 풍경이 변해 가고, 마침내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숲이 사라지고, 본래의 황폐한 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딱!
뽑아낸 나뭇조각을 힘을 줘 부러뜨리고, 합류 장소로 달려갔다.
합류 장소에 도착하자 탑희윤이 보였다.
“그쪽은 어땠소?”
탑희윤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읏…….’
“별다를 것은 못 발견했어. 그쪽은 어땠어?”
“진법의 매개체를 발견하고, 파괴했소.”
“잘됐네.”
탑희윤이 활짝 웃었다.
주변이 확 밝아지는 것 같았다.
탑희윤이 웃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오?”
고개를 숙이고 살펴보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것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피식 웃곤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현파가 돌아오고 있었다.
“어땠소?”
“발견하지 못했다.”
현파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위로하려는데, 연화가 달려왔다.
“이쪽은 발견. 파괴했어.”
“그럼 매개체 두 개를 발견, 파괴했다는 거네.”
탑희윤이 정리했다.
“흠…… 사방위 중 두 방위에서 발견했다. 그럼 팔방위 중 나머지 사방위를 찾아볼까?”
현파가 침울한 표정에서 벗어나 씨익 웃었다.
역시나 시원스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니, 그것보다도 연화 네가 발견한 매개체가 있는 곳. 어땠어?”
“응? 왜? 설마……?”
고개를 끄덕이자 연화가 말했다.
“너도 그랬구나…… 암기를 쏘아 내기에 처음엔 살수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기관 같은 거더라고.”
“음, 그렇다면 조심해야겠군. 자세한 설명도 안 듣고 돌아다니다가 눈 먼 암기에 맞고 돌아가실 뻔했군.”
현파가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그럼 이번엔 내가 남동쪽, 청우가 북동쪽, 연화 소저가 북서쪽, 희윤이가 남서쪽으로 가도록 하지. 자, 그럼!”
말을 끝내고, 동시에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몸을 날리고 기감을 퍼뜨렸다.
그리고 또다시 부자연스러운 곳을 발견하였다.
이번엔 바위.
바위의 무덤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많은 바위가 늘어져 있었다.
“이번 것은 쉽군.”
이번엔 기관이 아닌 듯 그 어떤 예감도 없었다.
대신에 상단전의 감각에 걸리는 것은 도문의 비전, 주술적인 힘이었다.
부적이라도 붙어져 있는지 오행의 기운, 즉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의 기운이 느껴졌다.
화의 기운이 몰려 있는 바위에 다가갔다.
내공을 이용, 힘을 증폭시켜 바위를 들어내자 그 아래에 부적이 붙어 있었다.
‘火氣’라고 쓰여 있는 부적이었다.
부적을 잡아떼자 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것은 파훼되어 간다는 증거.
다급히 수, 목, 금, 토의 순서로 부적을 떼어 냈다.
그러자 공간이 울리듯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찌이이익∼ 찌이익∼
쨍!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진이 파훼되었다.
“호오∼”
“어머?”
“읏!”
모두가 놀란 듯 독특한 소리를 냈다.
잠시 밝은 빛이 세상을 감싸고, 보이는 것은 우리 조의 사람들.
각자 다섯 발자국의 간격으로 떨어져 오행의 다섯 방위를 점하고 있었다.
“호오∼ 세 번째 합격자들이로구나. 축하한다.”
짝짝하는 박수 소리와 함께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 소리의 발원지를 쳐다보자 목소리의 주인, 영풍 장로가 보였다.
“너무 쉽게 만든 건가? 다들 너무 빠른 속도로 통과해 나가는군.”
영풍 장로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통과했다는 다른 두 조도 보였다.
그 두 조는 유혁 사형의 조와 만청풍 사형의 조였다.
유혁 사형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 검을 쓰다듬고 있었고, 만청풍 사형은 그곳에서 떨어져 앉아 유혁 사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진천이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생각해 보니, 마진천은 이런 말을 했었다.
‘이번 훈련,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는 것이 좋을 거다.’
“이런…….”
당황했지만 생각해 보니 여섯 조 중에 세 번째, 별로 눈에 띌 만한 활약을 한 것이 아니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 나머지 조도 속속 나타나는군.”
주변을 둘러싼 부자연스러운 안개가 걷혀지며 하나, 둘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네 번째로 도착한 마진천의 조, 내게 씨익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두 조도 도착하였다.
“어떠하였느냐? 내 진법이.”
정렬한 여섯 조를 둘러보며 영풍 장로가 말했다.
“너, 말해 보거라.”
손가락으로 지적한 사람은 만청풍 사형.
“……놀랐습니다. 언제 진법에 걸렸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그런 진을 만드셨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흡족한 웃음을 짓는 영풍 장로.
“허허허. 이것이 진이다. 걸리면 헤어날 수 없는 미혹의 길, 감각을 혼란시키는 현실과 똑같은 그 느낌. 제대로 걸리면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진이다. 그 기묘함과 신묘함은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열변을 토해 내는 영풍 장로.
살짝 어깨를 툭 치는 것으로 문후 장로님이 자중하라고 행동으로 얘기했다.
“흠…… 흠…….”
헛기침을 하며 영풍 장로가 뒤로 물러섰다.
곧바로 문후 장로님이 앞으로 나섰다.
“기관은 어떠하였느냐?”
문후 장로님이 손가락으로 지적하는 사람, 나다.
“기관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으나, 그 지형지물. 제가 겪은 것은 숲이었습니다. 바위 사이에 숨은 위협적인 강전, 바람 소리인지 암기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인지 구별이 가지 않고, 나뭇가지가 신법을 방해하여 곤란하였습니다.”
별로 마음에 드는 대답은 아니었던지 문후 장로님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 맞는 말이니 지적은 하지 않겠네. 하여튼, 이제 싸움에서의 지형지물이 미치는 영향을 알았을 터이니 그만 하산하도록 하지.”
“벌써 말입니까?”
종남파의 한 제자가 얘기했다.
“내려가는 데 반 시진. 그러면 정확히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다.”
어느새 사위가 어두워져 있었다.
그만큼 진에서 있었던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겠지.
새삼스럽게 진의 위험성을 다시 상기하며 장로님들과 다른 자들을 따라 하산했다.
첫 번째 수업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