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8화 (18/175)

# 18

화산천검 1권(18화)

7장 쌍검술(2)

“오늘부터 쌍검술을 연습할 거다. 되도록이면 같은 무게, 같은 종류의 검이 좋을 터이니 두 자루의 똑같은 청강검을 준비한 거다.”

“그것보다도 물어보고 싶은 것은 어째서 쌍검술을 연습한다는 거죠?”

이 물건을 사 온 것도 궁금하지만, 진짜 궁금한 것은 ‘왜 쌍검술을 연습하냐?’이다.

“너는 네 양손의 힘이 똑같다고 생각하느냐? 유연함, 도구를 다루는 능숙함, 느낌 모든 능력이 같다고 생각하느냐?”

“아니요, 저는 오른손잡이니까 다르겠죠.”

“그거다. 싸우다 보면 오른팔이 부러질 수도, 망가질 수도 있지. 그럴 때 너는 어떻게 행동할 것이냐? 가만히 앉아서 상대가 너를 죽여 주길 기다릴 것이냐?”

“아니요, 그럴 수야 없죠.”

“그래, 그거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왼손뿐. 왼손으로 검을 휘둘러야 될 것 아니냐? 그렇기에 쌍검술을 연습하는 것이다. 왼손으로만 연습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오른손과 비교, 네 눈으로 동시에 보면서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알았느냐?”

“네.”

사부의 설명에 납득하고 한 자루는 왼쪽 허리에, 나머지 한 자루는 오른쪽 허리에 찼다.

“설명한 김에 바로 하는 것도 좋으나, 일단 먹는 것이 먼저다. 훈련을 안 한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밥을 안 먹으면 죽는 것이니 말이다.”

눈빛과 말로 어서 밥을 준비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네.”

‘알아서 모시죠.’ 하고 마음속으로 말하며 음식을 준비하러 갔다.

간단한 죽과 야채.

어제나 그저께는 물론이요, 그전의 과거와도 똑같은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연무를 시작했다.

“먼저 발검을 해 보거라. 시작은 오른손부터다.”

“네.”

사부의 말에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발검을 준비했다.

검은 비스듬히, 손을 살짝 띄우고 숨을 멈춘다.

그리고 순식간에 발검.

부우웅∼

“어라?”

둔중한 소리.

쾌를 중시하는 발검의 소리가, 내가 펼치던 발검이 아니다.

“쯧쯧, 익숙해졌다고 그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 맞다.”

단 이틀이라고는 하지만 온종일 차고 있었기에 철환이 내 손목에 차여져 있는 것을 까먹고 있었다.

“쌍검술을 수련할 동안엔 벗겨 주마. 이리로 오거라.”

“네.”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는 사부의 앞에 섰다.

사부가 철환을 하나하나 쓰다듬자 철환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갔다.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애물단지였던 것이 떨어져 나가자 시원섭섭했다.

“철환을 풀었으니, 내력의 봉인이 풀렸을 것이다. 내력은 괜찮은지 확인해 보거라.”

눈을 감고는 기를 움직여 보았다.

철환을 차기 전보다 빠른 속도로 온몸의 혈도를 타고 도는 힘.

꿈틀꿈틀 맥동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와, 그전보다 더 좋아졌는데요?”

“몸도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게다가 너같이 합일과 같은 깨달음을 얻었을 때는 더욱 필요하지. 첫 번째 목적은 몸의 수련이 맞다만, 두 번째 목적은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네게 철환을 차게 한 이유다.”

“그렇군요.”

납득하며 팔을 빙빙 돌리고, 발도 움직여 보았다.

전보다 힘이 넘친다.

“그 정도면 되었다. 준비해라.”

너무 오랫동안 몸을 푼 것 때문인지 사부가 눈살을 찌푸렸다.

찔끔하여 재빨리 다시 발검의 자세를 취하였다.

“후우∼”

시작은 심호흡.

내력이 움직인다는 것에 기뻐 해이해진 정신을 다잡고, 정신을 집중한다.

눈앞의 가상의 적, 상대의 명치를 노리고 발검했다.

무음의 검.

소리 없이 발검하여 순식간에 타격점에 도달한다.

“역시…….”

발검.

변해 버린 매화검로의 일 초를 전개했는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정신이 초식을 이기고 있었다.

“그저께 했던 조언이 무언가 깨달음이라도 주었나 보구나.”

아직 살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처음 변해 버린 매화검로를 펼칠 때보다 미약했다.

진전이 있는 것이다.

“아무튼 상관없고, 이번엔 왼손이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이번엔 왼손으로 발검의 자세를 취했다.

“핫!”

큐우웅!

순식간에 검을 발검.

하지만 오른손으로 했을 때와는 달랐다.

익숙하지 않았고, 또 느낌도 이상했다.

“너무 힘이 넘치는구나. 게다가 오른손과 달리 쓸데없는 내력과 근육의 움직임이 있다. 투로 또한 조금이지만 다르다.”

나도 느낀 것이다.

무음의 검과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파공음.

어떻게 보면 왼손으로 한 발검이 더욱 강해 보이나, 발검은 중(重)을 중시하는 검로가 아니다.

은밀하고 극쾌(極快)를 지향하는 것이 발검이다.

발검이라는 측면에선 오른손이 더욱 뛰어난 경지에 있었다.

“다시 한 번 해 보자꾸나.”

사부의 말에 다시 왼손으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다시 발검.

휘이익∼

“이번엔 너무 느리다. 다시!”

너무 힘의 조절에 신경을 쓰다 보니까 속도에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속도가 전보다 두 배는 느려져 있었다.

검을 환집하고 다시 발검을 했다.

“이번엔 너무 약해. 다시!”

한 번 한 번 지적을 받을 때마다 좋지 않은 점을 고쳐 나간다.

그리고 약 오십 번 정도를 반복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오른손과 비슷하게나마 발검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조금 고칠 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발검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다른 것도 해 보자꾸나.”

사부가 내가 건네주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맑은 소리와 함께 검이 깨끗한 푸른 검신을 드러냈다.

“나는 지금부터 삼재검법(三才劍法)으로 공격을 할 것이다. 천, 지, 인의 공격이다. 수직 베기, 수평 베기, 찌르기인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막아 보거라.”

말을 끝내자마자 달려드는 사부.

재빨리 검을 뽑아 사부의 검을 막았다.

수직 베기는 검을 들어 올려 막고, 수평 베기는 검을 세우고 왼손으로 검 등을 받치며 막고, 찌르기는 찔러 오는 검의 검날을 타고 비스듬히 흘렸다.

“잘 막았다. 이번엔 왼손이다.”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준비하자 사부가 달려들었다.

아까와 같이 재빨리 검을 뽑아 지면과 평행이 되게 하여 위로 올려쳤다.

깡!

무언가 이상했다.

조금 박자가 어긋난 듯한 느낌이랄까?

아까와는 달리 사부의 검이 조금 더 빨라진 듯한 느낌도 들고, 검이 부자연스럽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수평 베기를 막아 내고, 찌르기를 간발의 차이로 비껴 내자 확신했다.

“어째서 왼손에는 더 빠른 속도로 공격하는 거예요?”

“내가 더 빠르게 했다고?”

사부가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정말로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난 내 느낌을 믿었다.

“똑같은 동작을 똑같은 박자로 똑같은 행동을 취했는데, 마지막 찌르기에서는 간신히 비껴 냈으니 당연히 더 빨리 검을 움직인 것 아니에요?”

사부가 내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허허. 내가 아까까지 그렇게 말했고, 직접 몸으로 느껴 본 놈이 아직도 모르겠느냐? 난 똑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다르게 느낀 것은 네가 왼손과 오른손의 차이를 느낀 탓이다.”

“그럼 이게…….”

발검 때와는 달랐다.

상대가 있고, 진검에 위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자 드디어 실감이 났다.

“차이가 심하지 않느냐? 오른손으로는 수월하게 막았는데, 왼손으로는 겨우겨우 막는다. 그것도 가장 간단하다는 삼재검법을 말이다.”

“그렇네요.”

“알았으면 더 진지하게 임하거라. 사부한테 말대답, 반박하지 말고.”

“마지막 말은 못 지키겠는데…….”

“시끄럽고, 다시 간다.”

캉! 캉! 카캉!

취운암의 연무대에 쇠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심하게 여러 번 울렸다.

“다시!”

그리고 호통 또한 매번 들렸다.

“후우…….”

피곤함에 축 늘어진다.

철환을 찬 것보다 더 힘들었다.

“어떻게 매번 지적을 할 때마다 새로운 문제점이 생기는 것이냐?”

사부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며 말했다.

“안 되는걸 어떻게 해요…….”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왼손 또한 수결을 취하고 자주 쓰긴 했지만, 검을 들진 않았다.

써 본 것이야 맨 처음 양수검을 조금 배웠을 때뿐 정도?

익숙하지 않으니 매번 틀린 점, 나쁜 점이 드러난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들어야지. 열 번으로 안 되면 백 번, 백 번으로 안 되면 천 번 검을 휘둘러 익숙해지라는 말이다.”

“지금 시작했는데 무슨 천 번이에요.”

“예를 든 거다, 예를. 시끄럽고, 운기한 뒤에 밥이나 차리거라.”

내 반박에 조금 무안했던지 사부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암자로 들어갔다.

“후우, 왜 안 되는 거지?”

내력의 운용, 반응 모두 똑같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펼쳐 보면 달랐다.

“역시 안 익숙해서 그런 건가?”

그렇다면 남는 건 몇 천 번, 몇 만 번의 훈련뿐이다.

“그래, 어차피 무공은 똑같은 행동의 반복이고, 훈련뿐이야. 다를 게 뭐냐?”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음식을 다 차리고 암자로 들어갔다.

젓가락과 수저, 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 밥을 먹으려는 때.

“멈추거라.”

“왜요?”

막 입안에 죽을 가득 뜬 수저를 넣으려 할 때였다.

“그 손은 놓고 반대쪽 손을 들어라.”

“…….”

“일상생활이 수련과 훈련이어야 한다. 너도 알고 있듯이 시간이 없어. 이 주조차 남지 않았다. 알아들었으면 어서 반대쪽 손으로 들거라.”

“네…….”

사부의 말에 수저를 놓고, 반대쪽 손으로 수저를 들고 내용물을 입안에 넣었다.

“아…….”

“쯧, 흘렸구나.”

왼손으로 몇 번 죽을 떠먹는데, 죽을 조금 흘려버렸다.

그 이후로도 몇 번.

이렇게나 내가 오른손과 왼손의 차이가 심했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얼마 후, 식사를 끝낸 뒤에 사부가 말했다.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다. 일단은 치우거라. 아, 그것도 왼손으로 해라.”

그릇을 닦고, 걸레를 빨고, 물건을 줍는 모든 것이 왼손으로 행해졌다.

지겨울 정도로 왼손만 사용하는 것에 내가 지루해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사부가 말했다.

“오른손과 비교하기 위해서 한 번씩 오른손도 사용하거라.”

그렇게 할 일을 끝내자 몸이 축 늘어졌다.

피로를 풀려 운기를 끝내고 일어나자 사부가 말했다.

“이런 건 깨달음이고 뭐고 아니다. 반복, 반복, 익숙해지는 것만이 답이다.”

“네.”

“지루하거나 단조로워 기분 나쁘다고 느끼지 말거라. 언젠가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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