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3화 (13/175)

# 13

화산천검 1권(13화)

5장 장천수(2)

파박! 팍!

바닥에 있는 모래 먼지만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손을 내찌르고는 어떻게 발을 움직이고, 어떻게 발을 디디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내찌르는 것은 쉽다, 그냥 말 그대로 내찌르면 되니까.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인 것이다.

발을 들어 올려 앞으로 내찌른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다음에 손과의 연계를 하거나 또 발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발을 앞으로 내찔렀으니 손은 무리인데…….”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는 것.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생각나지 않았다.

“으아아∼ 어떻게 해야 되냐…….”

내리찍자니 뭐하고, 사선으로 내리찍자니 그건 몸에 무리가 가고.

올려치자니 그냥 위에서 내리찍는 것이 낫고, 사선으로 올려치자니 그것도 사선으로 아래에서 올려치는 것이 낫고.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조금의 초식이건만 매우 어려웠다.

단 한 번의 연결을 생각하는 것이건만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중심을 잡지 못해서 영감이 떠올랐는데…… 이번엔…….”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생각나지 않는다.

영감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팔이랑 다리…… 차이라고 한다면 긴 것과 짧은 것, 그리고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접을 수 있다는 건데…….”

근본적으로 생각하기로 해 봤다.

장천수는 수공이고, 그 안에 다리를 넣을 것이니 두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서 알아내는 것이다.

“접는다…… 접는다…….”

팔을 뻗는다, 접는다.

발을 뻗는다, 접는다.

팔을 접었다 편다.

발을 접었다 편다.

“그래, 이거다!”

번뜩이는 영감.

또 하나 잡아냈다.

재빨리 실천해 보았다.

파팍!

“먼저 다리를 뻗고, 바로 접는다. 그리고…….”

이다음으론 다리를 여러 번 뻗어도 되고, 아니면 공중으로 뛰어도 된다.

여기도 임기응변이다.

초식이라고 해 봤자, 정작 그것을 완벽히 따르면 안 된다.

만일 그렇게 완벽히 따른다면 만일 그전에 그 무공을 견식하고, 파훼식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부가 한 말이다.

‘물론 이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문제지…….’

아무튼 삼 초는 이렇게 끝이 났다.

“사 초는 장천수에서 조금 바꾸는 거다.”

사 초는 척과 반이다.

척은 맥을 끊는 것이고, 반은 되돌리는 것이다.

“처음엔 이렇게 했던가?”

장천수의 사 초는 상대의 맥을 끊고 반격을 하는 것인지라 상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으니 나 혼자 가상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

나에게 날아오는 가상의 주먹.

피해 내…….

“아니, 피하면 안 되지. 맥을 끊어야 돼.”

본능적으로 피해 버렸다.

하지만 맥을 끊는 것이 주가 되는 것인데, 피하면 그것은 끊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기세를 더욱 살리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막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날아오는 주먹.

살짝 고개를 돌려 피하고, 팔꿈치를 쳐 냈다. 그리고 잠시 경직된 상대의 목을 수도로 내려친다.

“여기가 문제지.”

어째서 목을 수도로 치는 건가?

아무리 그렇게 한다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진짜 적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제압, 하지만 완벽한 제압이 필요하지.”

어설픈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법.

사부는 위와 같이 말했었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일단 팔꿈치를 쳐 맥을 끊는 것은 맞아. 그 뒤의 반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어디를 쳐야 할까? 어깨? 목? 팔? 다리? 명치? 복부? 얼굴?

“뭐, 방법이야 나와 있지.”

직접 해 보는 것이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해 보는데 답이 나오지 않았다.

“모두 거슬려, 이런 게 아니야…….”

처음에 장천수의 초식을 바꾸자고 마음먹었을 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하나하나 마음에 들질 않는다.

“뭐가 문제지?”

치는 부위가 문제가 아니다.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면, 수도가 문제인 건가?”

수도, 검을 쓰는 자이니 손을 쓸 때에 수도로 치는 것이 편하긴 하다.

“수도…… 수도…… 수공…… 아! 수공이야!”

그래, 맞다.

장천수는 본래 수공이다, 수도로 공격하는 검공의 연장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주먹이나, 수도를 제외한 다른 거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략적인 틀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 초는 여기까지, 오 초는…….”

인과 함께 응용이다.

“끌어당기고, 그다음은 원래는 반대쪽 손의 팔꿈치로 명치 찍기였지?”

조금 살기 짙은 초식.

하지만 그만큼 솔직히 뛰어난 초식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고치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전개해 보았다.

여기서 조금 걸리는 부분은 명치 찍기다.

“음…… 괜찮은 부분인데 말이야…….”

솔직히 별로 나무랄 부분이 없다.

정확히 들어가기만 하면 한 방에 끝이니까 말이다.

“조금 더 강력하게 할 부분이 있는 건가?”

느낌에 따른다.

“팔꿈치보다 강한 것이 어디가 있을까?”

팔꿈치, 솔직히 가장 강력한 부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곳보다 센 곳이라니, 무릎밖에는…….

“음? 무릎? 써도 되잖아?”

곧바로 해 보았다.

끌어당기고, 왼쪽 무릎으로 올려치기. 그리고 다시 끌어당기며 앞으로 발 내치기.

“이 정도면 되려나?”

이 이후는 또다시 임기응변.

장천수가 솔직히 본래 보평제자들의 초식이다 보니 초식 면에서는 별로 많은 것이 없다.

그렇기에 남은 부분은 솔직히 임기응변밖에는 답이 없다.

“그럼 마지막 육식인데…….”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오 초까지는 그런대로 괜찮게 거의 하루 만에 끝냈다.

하지만 육 초는 문제였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끙끙대며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지 일주일.

육 초는 끝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대충 어떻게 해야 한다 라고만 생각했지, 정확히 체계적으로는 정리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에 정신이 미처 곧바로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아 고생했던 적도 있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밥도 먹어야 하고, 평소 하던 훈련도 계속해야 되고, 연화가 놀러 오면 같이 놀기도 하고, 바뀌어 버린 매화검로의 초식에 이름을 붙이며 정리하고…….

그리고 드디어 또다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 육 초까지 완벽하게 정리했다.

파아앙!

경쾌한 파공음.

마지막까지 초식을 전개하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외쳤다.

“끝났다!”

지루하지는 않았던 시간.

지금까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으나 몸으로는 체득하지 못했던 무리를 체득하고, 새로운 무리도 깨닫게 되고, 지금까지의 무공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자!”

해냈다는 성취감에 폴짝폴짝 연무대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뭐하는 거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자, 언제 왔는지 연화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내 행복한 마음에 흠을 내기에는 어려웠다.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고 폴짝폴짝 뛰면서 다가갔다.

“하하하, 드디어 끝났어.”

“뭐가? 아, 장천수?”

“응. 드디어 끝났어.”

“잘됐네. 검을 내던지고 갑자기 주먹을 쥐길래 놀랐었는데 말이야…….”

“아하하…….”

매화검로의 변형.

가장 친한 친구니까 말할 수도 있다만, 이런 내용은 모르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말하지 않았다.

만약에 이런 내 생각을 알게 되면 연화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뭐, 괜찮겠지…….

“근데 왜 왔어?”

아직 해가 중천에 뜨지도 않은 아침이었다.

선검수인 연화는 수련에 힘써야 할 시간.

무언가 일이 있지 않고서는 올 이유가 없었다.

“아, 맞다. 장문인께서 부르셔.”

“응? 나를?”

“응, 너.”

“어째서?”

잘못한 일도 없고, 그렇다고 잘한 일도 없었다.

취운암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아, 맞다. 설마…….

“유혁, 장일 사형 때문인가……?”

“응? 무슨 소리야?”

“아냐, 그냥 혼잣말이야.”

“그럼 됐고, 아무튼 마음의 준비를 해 놓는 것이 좋을 거야.”

“에?”

“내게 말하실 때 얼굴이 심각하셨었어.”

유혁, 장일 사형 때문일 것이라는 가정이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하아∼”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화가 호기심을 드러냈다.

“무슨 사고라도 쳤었던 거야?”

“아냐, 아냐. 그냥 사형제끼리의 불화라고 생각해.”

“그거 심각한데?”

“괜찮아,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 지금 당장 가면 돼?”

“아니, 정오 때야. 식사는 하고 오랬어.”

“아아, 알았어. 그럼 나중에 봐.”

“안녕∼”

밝게 인사하고 연화는 떠나갔다.

“하아∼ 삐뚤어진 사형들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해가 중천에 떴다.

대충 끼니를 해결하고, 익숙한 길을 따라 상궁의 매화각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보평제자들의 수련도 구경하고, 육지(六智)를 배우느라 책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육지당도 지나쳤다.

가는 길이 멀다고는 하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저 멀리서 매화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우∼ 흡!”

기합을 넣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화산파 육지검사 청우입니다.”

잠시 후,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거라.”

끼익∼

하늘 높이 쌓인 서류,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노인이 보였다.

대 화산파의 장문인, 매화검선 장추익이었다.

장문인께서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았다.

깊디깊은 심연의 눈.

쳐다보면 그 심연에 빠져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

‘게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불길하다는 느낌일까? 아니면 친근하다는 느낌일까?

괴상한 느낌에 기분이 묘해졌다.

장문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재빨리 상념을 털어 버리고 포권을 취하였다.

“그래, 잘 왔다. 후우∼”

한숨을 쉬는 장문인.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인격적으로 한심한 사형들이라지만 구파인 화산파의 문도로서 그런 짓을 벌이다니…….

물론 피해는 내가 보았고, 정당방위였지만 믿어 줄 리가 없었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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