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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천검-12화 (12/175)

# 12

화산천검 1권(12화)

5장 장천수(1)

하지만 크게 다짐하듯 외친 것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아니, 근데 그것도 좋지만 잠을 안 잔 건 너무한다 생각하는데…….”

피곤하던 몸을 잠도 자지 않고 혹사시켰더니 더욱더 피곤해졌다.

게다가 성장기인데 하루라도 잠을 자지 않은 것은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정신은 말짱했다.

“이거 빨리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면증으로 죽을 수도 있겠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무공을 배우던 화산 제자, 불면증으로 죽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분수에 맞지도 않는 무공을 수련하다 주화입마에 걸린 것도 아니요, 심마에 빠져 쓰러진 것도 아니고, 그저 잠을 못 잤다고 죽다니.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될까 봐 두렵네…….”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고개를 털어 상념을 떨쳐 냈다.

현재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것이 아니다.

가장 자신 있다 할 수 있는 검공을 봉인.

익숙하지 않은 다른 검공을 배워야 할 판이다.

물론 심, 신, 혼의 조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억지로 맞추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런 깨달음, 벽을 뛰어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무공을 배워야 하느냐는 것이다.

“아니, 새로 배울 필요는 없지. 내 검공은 매화검로뿐. 다른 것을 배울 생각은 없어.”

처음부터 끌렸다.

다른 어떤 검공보다도 마음을 이끄는 검공이 매화검로였다.

그것 외에 다른 검공을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고지식하다고 해도 된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끌려서 죽도록 파고든 무공 말고 다른 무공을 새로 배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삼재검공도 있기는 하지만 요즈음의 나로서는 수준에 맞지 않는 무공이기에 제외한다.

게다가 어차피 육지검사이고, 무진 사부도 없으니 배우지 못하지만…….

“그럼 새로 검공을 배운다는 가정은 제외. 나머지는 수공, 장공 같은 것들인가?”

내가 배운 수공이라고 하면 장천수.

장공은 없고, 발차기는 신류퇴(神流腿)뿐이다.

“마음에 드는 건 장천수다. 그래, 장천수야.”

마음을 정하였다.

검을 허리춤에 찬 채로 몸을 적당히 긴장시켰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기수식을 취하고, 숨을 멈추며 주먹을 내뻗었다.

파악!

희미하게 빛나는 손.

이것이 장천수(暲天手)다.

보평제자일 때와는 다르게 내공이 움직이자 손에서 빛이 났다.

움직임 또한 그전과는 달랐다.

주먹이 뻗어졌다 싶으면 순식간에 회수하였고, 한 보 내딛으며 내찌르자 파앙! 하는 소음과도 같은 파공음 소리가 났다.

“또다…….”

계속해서 전개해 나가는데, 또 이 느낌이 걸렸다.

충(衝)에서 승(昇).

잘못된 것을 이어 붙인 듯한 느낌.

“아니겠지…….”

부정하며 나머지 초식을 전개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초식을 전개한 후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새로운 경지에 올랐기 때문일까?

초식과 초식 사이의 틈, 불필요한 동작, 어째서 이렇게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아니, 그래도 이 정도면 보평제자들에겐 과분할 정도지…….”

확실히 잘 만들긴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삼류 파락호들에게나 통할 얘기다.

조금만 경지가 높으면 통하지 않고, 반격을 맞을 틈이 조금 많이 있었다.

‘어째서 고치지 않았을까?’

첫 번째로 떠오른 의문은 이것.

별로 강하지도 않고, 높다고는 할 수 없는 경지의 자신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무공인데,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두 번째로 떠오른 의문.

‘천재라고 불리던 분이 창안한 수공. 이렇게 허술했을까?’

답은 아니다였다.

무언가 냄새가 났다.

진정한 장천수는 이런 무공이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래, 내가 고쳐 보는 거야.”

매화검로도 바꿨는데(자의는 아니지만) 장천수라고 못 바꾸겠는가?

처음부터 하나하나 전개해 보았다.

처음엔 진각.

그리고 진각으로 일어난 힘을 이용해 정권을 내찌르기.

그다음엔 수도로 바꾸어 올려치기.

“여기다.”

느낌이 왔다.

시작은 이곳에서부터였다.

“힘껏 정권을 찔러 넣고 순식간에 손을 펼쳐서 수도로 목을 올려치다니, 그런 것보다는 팔을 접으며 팔꿈치로 치는 것이 낫잖아?”

떠오른 생각에 곧바로 시도해 보았다.

부웅∼ 팍!

결과는 성공.

수도로 올려치는 것보다 더 확실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없었다.

“다음은 사식.”

사식, 회전하며 정권.

오른발을 가볍게 튕기며 팽그르르 회전하면서 정권을 찔러 넣었다.

“여기도 문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다.

수도로 내려치는 것, 올려치기, 사선으로 찍기, 왼손으로 찌르기 등등…….

하지만 어떤 것도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잡념이 들어간 생각으로 몸을 움직이다 몸의 중심을 잡지 못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데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

바로 넘어지는 걸로 직행이다.

“엇!”

하지만 다행히도 오른발로 중심을 다시 잡았다.

“……발?”

갑작스런 영감이다.

발이란 것에 느낌이 꽂혔다.

바로 영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팔꿈치로 치고, 회전.

팽그르르∼ 파악!

“이거야!”

크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시진 동안 움직인 결과, 드디어 또 하나의 식을 고쳤다.

회전 돌려차기.

오른발을 축으로 돌며 왼발로 관자놀이 부분을 치는 공격.

수공이라곤 하지만 어차피 내가 바꾸는 초식이다.

박투여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저 효율성이 좋으면 되는 거다.

그리고 이게 더 좋고, 몸에 잘 맞기도 하고 말이다.

“자, 일 초는 끝났고 이제 이 초다…….”

장천수에는 여섯 가지 초식이 있다.

한 초식에 겨우 네 움직임 정도로, 합쳐서 스물네 가지 움직임이 있다.

초식의 수에 비해서 움직임이 매우 적다.

하지만 어차피 보평제자의 초식인데 적은 게 좋지.

그리고 나도 초식을 고치면서 안 것인데, 장천수에는 어째선지 한 초식에 네 가지 움직임 정도가 적당했다.

네 가지를 넘어가면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이 초는…….”

몰아의 지경과도 같은 몰입.

이 초는 구루수(鉤鏤手)다.

손목을 굽히고 갈고리처럼 손가락을 오므렸다.

손목의 변화에 따라 공격을 받아 내기 용이한 권의 한 형태다.

“그런데…… 구루만으로는…….”

구루는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낼 수는 있지만, 공격을 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공격을 하는 것은 다른 것이어야 하는데…….

“구루에서 쉽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손가락을 오므리는 것이니 손가락을 펴고 기를 뿜어내면 지법으로 변화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지법을 모르니 그것은 불가.

“손을 펴면…….”

어차피 구루를 펼쳐 공격을 막아 내면 반탄력에 의해서 손이 펴진다.

그때 같이 손가락을 펴서 수도를 만들면?

“수도라, 가능할지도…….”

곧바로 실행해 보았다.

실험 상대는 나무.

구루수로 손목을 튕겨 나무에 부딪쳤다.

퍽!

“아이쿠, 실수했다.”

기운이 강해진 것을 까먹고 있었다.

바위도 박살 낼 만큼 강해진 내 주먹.

손등으로 치는 것이라지만 깃들어 있는 경력이 막강한지라 나무가 크게 흔들렸다.

“조금만 조절해서…….”

힘 조절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많이 해 봤던지라 쉽게 조절을 한 뒤 다시 나무를 쳐 보았다.

이번에 성공이다.

게다가 내 예상에 맞게 구루수는 부딪치자마자 반탄력에 의해 펼쳐졌고, 부드럽게 손가락을 펼치자 순식간에 수도로 변했다.

“그렇다면 이걸 응용하면 되고…….”

이걸로 이 초는 끝이다.

그 이후로 수도를 통한 공격은 순간순간의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일단은 전체적으로 형을 잡아 놨으니 다음 초식으로 넘어간다.

“삼 초는 박투로 가 볼까?”

일 초에서 어차피 수공인데 발차기도 썼었다.

삼 초는 완벽한 박투로 가 보기로 하였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일 초만 원래의 형식에서 다른 것을 넣은 것일 뿐, 나머지는 그냥 아예 초식을 새로 만들고 있네?”

이렇게 되면 초식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만드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이번 초식까지만 새로 만들자.”

이름이 장천수인데, 장천수와 완벽히 다르면 안 되는 일.

일단은 이번 초식까지만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박투라 했으면…….”

온몸을 이용해 싸우는 기술, 박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먹과 다리를 이용한 싸움뿐이다.

“그렇다면 다리를 이용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신류퇴가 있다.

그렇다고 장천수에 신류퇴를 넣을 수는 없는 일.

깊게 고민해 봤다.

“신류퇴는 발차기로 쓰는 연속 기술이지. 그렇다면 장천수는 발과 손의 연격이면 되지 않을까?”

어떻게 초식을 만들어 나갈지는 알아냈다.

“그럼 해 볼까? ……가 아니네.”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처음 왔을 때가 동이 틀 때였으니 하루가 지났다는 뜻이다.

“저녁이라면…… 피곤할 땐데…….”

의식을 하자 피곤이 쏟아져 왔다.

초식을 고치고 만든다, 적은 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엄청난 심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운기로는…… 무리겠지…….”

운기로는 안 된다.

이렇게 머리를 써서 몸이 피곤한 것이면, 운기로는 그 근본적인 피로를 풀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잠, 수면이다.

집 안으로 들어가 침상 위에 몸을 누였다.

“아, 생각해 보니 잠은 못 잤지.”

정신이 말짱하다.

잠을 자려 하지 않는 것이다.

“후∼ 이건…… 운기라도 하지 않으면 못 버티겠다.”

계속해서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운기로라도 피로를 풀려 계속해서 운기를 했다.

짹짹!

멀리서 아득히 들리는 참새 소리에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운기를 멈추고 차가운 물로 세안을 해 멍한 괴리감을 날려 버리고, 연무대의 중간에 섰다.

“후∼ 어제의 일을 다시 해야지…….”

장천수의 초식을 바꾸는 일.

세 번째 초식이다.

“먼저 앞으로 찌르고, 그다음에 하는 것이 낫겠지?”

장천수는 본래 수공이니 그런 것이 나을 듯싶다.

앞으로 손을 내찌르고, 발과 연계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아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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