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화산천검 1권(9화)
3장 훈련(3)
콰앙!
커다란 굉음과 함께 모래 먼지가 솟았다.
“읏…….”
눈에 먼지가 들어가자 쓰려 왔다.
“이씨…….”
눈물이 흐르고, 먼지를 씻어 내자 따가움이 완화되었다.
모래 먼지도 가라앉았고, 이제 바위가 어떻게 된 건지 볼 수 있었다.
“우와…….”
내 예상과 비슷했다.
바위가 부서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먹 자국이 바위에 새겨졌다.
낙인과도 같은 자국.
“대단해…….”
그전이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는 검사, 게다가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검사다.
그렇기에 주먹까지 강해지는 데는 무리가 있는지라, 그전까지는 바위를 때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내공이 강해지자 달라졌다.
검사이고, 수련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바위에 주먹 자국을 낸 것이다.
“조금만 더하면 아마 부술 수도 있을지도…….”
그렇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기를 모은 것임에도 이런 정도다.
그렇다면 일주일이 넘어가면 얼마나 강할지…….
“사형들과의 비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고민한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잠도 안 와.”
원래부터 운기를 할 때에는 피로가 확 하고 풀렸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효과가 있을 정도로 운기를 하니 잠이나 피로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계속해 볼까? 아니, 아니야. 심법도 좋지만 나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기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
사형들에 대해서, 아니 이젠 나에 대해서 알면 되는 것이다.
운기를 할 때마다 강해지는 무공.
내가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이길 싸움도 못 이길 싸움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초식도 병행해서…….”
선심후수라고는 하지만 수도 중요하다.
선으로 심을 단련했으니, 후로는 수를.
검을 뽑아 매화검로를 전개했다.
“이것도 달라.”
초식을 전개하길 잘한 것 같았다.
주먹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다른 위력.
매화검로도 마찬가지다.
“내 몸이 적응이 되어야지.”
위력이 강해지다 보니 문제가 되었다.
어떤 때에 어떤 초식을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뭐, 하다 보면 알아서 되겠지.”
초식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방법밖엔 없다.
초식을 기억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기 때문이다.
“푸하∼!”
격렬하게 숨을 내뱉고, 자리에 털썩 앉았다.
“후우…… 후우…….”
동이 터 올 때까지 계속해서 매화검로만을 전개했다.
어느 정도 그 위력에 대해서도 적응이 되었고, 이제는 피곤함이 문제다.
“심법이지…….”
피곤을 푸는 데는 운기만 한 것이 없다.
훈련을 하면서 쌓인 피로에는 운기가 최고인 것이다.
“합!”
크게 소리치며 정신을 다잡고 가부좌를 틀었다.
잡념을 갖고 운기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하루하루 훈련을 하면서 지냈다.
일주일은 빨랐다.
벌써 이렇게 지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겨우 이틀에서 삼 일 지난 것 같았는데도 벌써 일주일이 지난 것이다.
“후우∼”
얼마 남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일생일대의 대적을 상대하듯이 훈련을 한 것인지는 이젠 완벽히 까먹었지만,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해야지.
마음을 다잡고 검을 들었다.
검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
정신을 일깨운다.
“합!”
두 볼을 손바닥으로 치자 잠기운이 싹 하고 날아갔다.
정오가 될 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훈련을 멈출 수는 없는 일.
계속해서 운기를 하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천천히 기운을 다시 하단전으로 움직이고, 눈을 떴다.
4장 사형들과의 비무(1)
느껴지는 인기척은 당연히 사형들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두 소년.
붉은 무복과 새하얀 무복의 두 소년은 언제 봐도 남자다웠다.
‘이것이 또 기분 나쁘지…….’
보평제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좋은 두 사형.
그 이유는 바로 이 남자다움 때문이었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런 남자다움이라면 다 크면 얼마나 잘생길까?
‘뭐, 오늘 이후로 끝이다.’
마음을 다잡고 몸을 일으키자 사형들이 말했다.
“오랜만이다, 청우.”
“큭큭, 그러게 말이야.”
“유혁, 장일…….”
“사형이다, 무식한 놈아.”
유혁 사형이 비웃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후우∼ 오늘은 또 왜 온 겁니까?”
유혁 사형, 장일 사형.
알고는 있지만 모른 척해 준다.
이게 예의다(무슨 예읜지는 모르겠지만).
“아아, 무진 사숙이 하산하셨다면서?”
“그런데요?”
‘제발 원하는 답을 말해라.’
삐딱하게 말하자 장일 사형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검을 들고 나와라, 실력 좀 보자.”
사형들의 허리춤을 보니 검이 있었다.
‘비무? 역시나 비무야. 다행이다.’
비무가 아니라면 말짱 꽝이었다.
말싸움 같은 것이라면 나는 당해야만 했으니까.
그렇기에 이렇게 삐딱하게 말한 것이고.
“네. 그러죠, 뭐.”
속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환집했던 검을 뽑아 들고 사형들을 따라갔다.
일각 정도를 걷자 사형들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공터에 도착하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두 사형이 말싸움을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한다.”
“저번에도 네가 했으면서 ‘오늘은’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시끄러, 내가 할 거야.”
“쳇, 알았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꼭 내가 할 거야.”
“알았어, 고맙다.”
유혁 사형이 싱긋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오늘도 유혁 사형이 상대인가 보다.
‘후우…… 정말로 악질들이야.’
이후의 일들이 다 예상이 갔다.
나를 압도적인 무력으로 무릎 꿇리게 하려는 수작이다.
‘그래, 만약 일주일 전이었다면 너희들의 생각대로 되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상단전을 뚫었고, 의외의 기연으로 중단전도 늘어났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의 훈련으로 나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저번과는 확연히 다른 기감(氣感)으로 사형의 기도를 느끼고 실력을 측정해 보았다.
‘무승부가 될 수는 있으나, 질리는 없다.’
생각했던 대로다.
이 정도라면 자신감이 넘쳐흐를 정도다.
척!
유혁 사형과 떨어져 서서 검을 겨누며 예의 있게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형.”
“그럼, 그럼. 나도 잘 부탁한다.”
썩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유혁 사형.
‘때리고 싶다…….’
어차피 질 리도 없는데 어떤가?
전력으로 후려칠 생각에 오른손으로 검 병을 꾹 쥐고, 왼손으로 수결을 취하였다.
“처음부터 매화검로냐? 그래, 상관없다. 덤벼라.”
오만한 모습.
검을 제멋대로 늘어뜨리고, 피식피식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는 그런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 주지…….’
타다닥!
매화검로와 같이 배운 보법, 매화작보(梅花雀步)로 유혁 사형에게 달려갔다.
캉!
사형은 사선으로 베어 들어간 검을 순식간에 들어 올린 검으로 막고, 앞발을 내찔렀다.
팍! 후웅∼
수결을 취하고 있던 손을 움직여 발목을 잡고, 비틀었다.
“으읏!”
“훗!”
당황한 눈빛의 사형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중심을 잃어버린 사형에게 검 병으로 어깨를 치는 선물을 주었다.
퍽!
“크윽!”
비웃고 있던 얼굴이 일그러지고, 검을 내찌르는 사형.
웃음을 멈추지 않고 가볍게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잠시 숨을 고르던 사형이 이를 갈며 말했다.
“잔재주를 쓰다니…….”
“잔재주에 걸린 사형은 어떻고요?”
‘아싸!’
실력이 되자 이런 말도 할 수 있었다.
하극상? 상관없다.
이런 천금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입술을 비틀며 비웃어 주었다.
사형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안 봐주마. 각오해라.”
기도가 변했다.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살기, 침잠되어 가는 눈빛.
성격은 개떡 같지만, 실력만은 진짜인 유혁 사형의 진정한 모습.
‘이거 잘못 건드린 건가?’
아까와는 다른 기도에 조금…… 아니, 많이 무서웠다.
계속 괴롭힘만을 당해 오다 보니 이렇게 우위에 선(우위라고 할 수 있나?) 상태로도 사형이 무서웠다.
‘이이, 더 이상은 안 당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두려움을 털어 버리려 고개를 세차게 젓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앗!”
사형이 앞으로 달려들며 낙화검법의 초식을 전개해 나갔다.
표표히 낙엽이 떨어지듯 자유롭게 움직여 가는 검신, 뒤로 움직여도 끝까지 따라오는 검첨.
낙화검법 일 초, 유엽천락(柳葉千落)이었다.
“읏!”
챙! 챙! 채챙!
매화검로 이 초 매화부석으로 막아 갔다.
몸의 구석구석을 꿰뚫으려는 검을 다급히 막아 갔다.
분명 속도는 내가 더 빠른 것 같은데, 왠지 밀리고 있었다.
아직 이 몸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이익!”
내가 더 강한데도 뒤로 밀려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소리를 지르며 검을 내리쳤다.
나의 검을 막아 내고, 그 막아 낸 검 사이로 사형의 눈이 번쩍였다.
가슴을 향해 찔러 오는 검.
음산한 느낌에 재빨리 내리쳤던 검을 들어 올렸다.
“큭, 걸렸다.”
음산하게 웃는 사형.
검로가 순식간에 변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변화를 일으키는 검첨.
뱀이 파고들듯 기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당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진기가 움직였다.
중단전으로 올라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진기.
마음이 가라앉으며 사형의 검로가 뚜렷이 보였다.
“핫!”
순식간에 허초와 실초를 알아내고 기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형의 검을 막아 냈다.
카아앙!
“으읏!”
사형은 놀란 듯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던 사형의 발이 살짝 흔들리며 왼쪽 옆구리가 비었다.
‘빈틈!’
위기에서 기회를.
이런 빈틈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내리치는 사형의 검을 피해 내고 빈틈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