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천검-1화 (1/175)

# 1

화산천검 1권(1화)

서(序)(1)

구파는 각각 천 년의 역사와 고절한 무공을 가지고 있다.

해남파의 남해삼십육검(南海三十六劍).

종남파의 해천십검(海天十劍).

무당파의 태극혜검(太極慧劍).

소림의 달마삼검(達磨三劍).

아미파의 구음신장(九陰神掌).

공동파의 대복마권법(大伏魔拳法).

곤륜파의 상청무상검도(上淸無上劍道).

점창파의 사일검법(射日劍法).

그리고…… 화산파의 자하십육검(紫霞十六劍).

대성하면 한 시대의 최고 고수가 될 수 있다는 최고의 무공들.

세상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소림의 달마삼검과 무당파의 태극혜검을 최고로 친다.

하나 그중 으뜸은 화산파의 자하십육검이니…….

삼백 년 전에 혈천의 겁난 이후 구파 중 가장 약세로 변한 화산파의 비상이 시작된다.

1장 화산파의 제자(1)

“빨리 일어나!”

‘무슨…… 소리……?’

“일어나라니까!”

‘시끄러워…….’

“야!”

짝!

“아야야!”

볼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화끈한 통증이 뇌를 자극해 졸음을 싹 가시게 만들었다.

“역시 이거 아니면 안 일어나는구나?”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목소리.

고개를 들었다.

뒷머리를 양 갈래로 묶고 양손을 허리춤에 대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우이씨…… 내가 깨울 땐 때리지 말고 조용히 흔들어서 깨워 달랬지, 연화!”

앞에 있는 여자아이의 이름은 홍연화(弘蓮華).

예쁜 이름과는 달리 말괄량이인 아이이다.

“네가 하도 안 일어나니까 그러지! 지금이 몇 시인지는 알아? 수련 시간에 늦는다고!”

“아, 맞다! 아침 수련 시간!”

“얼른 가자, 이러다간 진짜로 늦을지도 몰라.”

연화는 그렇게 말하곤 일어섰다.

이곳은 화산 안, 옥녀봉에 세워진 화산파.

중원 구세, 구파의 일익(一翼)인 도문(道門)과 검문(劍門)이 공존하는 화산파이다.

현재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썩어도 준치.

화산은 아무리 쇠락했어도 어지간한 중소문파를 간단히 이길 정도로 많은 고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또한 다른 문파보다도 매우 엄격한 규율을 갖고 있다.

“헥…… 헥…….”

연화와 나는 아직은 경신공부를 배우지 못한 상태라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왔다.

“흠…… 지각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했다. 조심하도록.”

“네…… 헥…….”

“자리에 가서 서도록.”

“네…….”

조용히 말한 이 홍포의 사십 대 중년인의 이름은 무진 진인.

화산파의 보평제자들을 감독하는 장로이다.

“자, 시작한다!”

“옙!”

백 명의 아이들이 다 같이 소리치곤 똑같은 동작을 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취하는 동작은 바로 화산의 속가제자, 보평제자들에게 전수되는 가장 기초적인 무공 장천수(暲天手).

하늘을 밝히는 손이라는 뜻이다.

휘(輝)라는 한자도 있건만 왜 장(暲)이란 한자를 쓴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무공은 이름 그대로 쓰면 ‘손에서 옅은 빛이 난다’였다.

하지만 우리의 손에선 빛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빛이 나게 하려면 기(氣), 즉 내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공이 있기는 하다.

화산파에 들어온 지 삼십 일 정도 되어 자하심법(紫霞心法)이라는 기초적인 심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도를 타고 손으로 내공을 움직이기엔 무리가 있기에 우리는 지금 그저 형(形)을 따라 하고 있을 뿐이다.

“거기, 청우! 제대로 하지 못해!”

무진 사부님의 지적이 들어왔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초식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난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집중해서 다른 아이들의 초식을 따라 했다.

그제야 무진 사부님은 고개를 돌리고 다른 아이들을 감시하셨다.

‘여기서 앞으로 손을 내밀고, 위로 휘감듯이 올려친다.’

부웅∼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앞으로 내밀고, 곧바로 위로 올려쳤다.

‘역시 이상하단 말이야…….’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부분, 충(衝), 승(昇)의 부분에선 뭔가 맘에 들지가 않는다.

마치 잘못된 부분끼리 이어 붙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수백 년간 다듬어진 초식이 이상할 리는 없고…….’

장천수는 화산파가 만들어지고 사백 년 정도가 지난 후에 화산의 속가제자 중 한 분이셨던 장협일이라는 분께서 만드신 무공이다.

속가제자가 만든 무공 중에서 가장 괜찮고 획기적인 무공이어서 화산파가 이 무공을 받아들여 속가제자와 보평제자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동안 이상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은 화산파의 장로 분들이나 장문인께서 손수 고치셨기 때문에 이상하다면 내가 이상한 것이지 이 장천수의 연결 부분이 잘못될 리는 없었다.

‘그냥 무시하자.’

이게 제일 속 편했다.

잡생각을 하는 동안 아침 초식 수련은 끝이 났다.

수련을 끝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모두 씻고 난 뒤 우현각(寓晛閣)으로 집합한다.”

“예!”

아이들이 모두 후우∼ 후우∼ 하고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자, 얼른 가자.”

내 옆에서 같이 훈련했던 연화가 내 어깨를 툭 하고 치며 말했다.

“어, 그래.”

훈련 장소로부터 우현각까지의 거리는 조금 멀다.

화산이 무척이나 크다 보니까 화산의 봉우리의 바로 아래에 만들어진 화산파는 건물끼리의 거리가 매우 길었다.

그렇기에 나는 걸으며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였다.

여름이 지나 초가을이 다 되어 가기에 갈색으로 변해 가는 나뭇잎들.

양광을 받아 반짝이는 맑은 광천수(鑛泉水). 그리고 쓰다듬듯 휘감아 가는 바람에 휘말려 나풀나풀 움직이는 꽃송이들.

모두가 아름답고 수려한 경관이었다.

중원의 오악(五嶽) 중 하나인 서악(西嶽), 화산이기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들이었다.

“씻고 나서 만나자.”

연화와는 중간에 갈림길에서 헤어졌다.

연화가 말한 대로 씻으러 가는 것이다.

잠시 후, 몸을 깨끗이 씻고 나서 다시 갈림길에서 만났다.

“자, 우현각으로 가자. 늦지 않게 조금 빨리 걸어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오늘따라 주변의 수려한 경관들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마치 화산에 처음 올랐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아침에 늦을 뻔했잖아. 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가는 징계를 받을지도 몰라.”

“그건 안 되지…… 쩝!”

입맛을 다시며 연화를 따라 빠르게 걸어갔다.

말했듯이, 화산에 있는 건물들끼리의 거리는 엄청나다.

우리같이 경신공부조차 배우지 못한 보평제자들은 특히 더 멀다고 느낀다.

일각 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야 겨우 우현각에 도착했다.

삼십 분간 달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리게 걷는 것도 아닌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냐면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려는 마음과 빨리 가야 한다는 마음이 서로 타협을 해 빠른 걸음으로 가자고 하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도착하자마자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골랐다.

몇몇 아이들은 뛰어온 것이 힘든 듯 나와 비슷하게 가만히 서서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했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모였을 때, 우리의 사부님이신 무진 장로님이 들어오셨다.

“모두 도착했군.”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우리의 모습에 무진 사부님이 흐뭇한 목소리로 말하셨다.

“그럼 이제 자리로 가서 앉아라.”

우리는 첫날에 무진 사부님이 각자 정해 주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우현각은 넓기에 우리 오십 명이 각자 거리를 두고 앉아도 공간이 남았다.

“가부좌를 틀어라.”

우리는 무진 사부의 말에 따라 가부좌를 틀었다.

다리를 꼬고 손바닥을 하늘을 향한 채 무릎에 살짝 올려놓았다.

“이제 긴장을 풀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구결을 외워라.”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가 길게 내쉬었다.

‘공신흡력(空身吸力) 자천조화(紫天造化) 합천인지(合天人地).’

쉬운 단어로 조합된 구결을 외웠다.

그렇게 몇 십 번을 반복하자 내 코를 통해 들어온 자연의 기가 내 몸을 한 바퀴 돌았고, 숨을 내뱉자 그 기의 반 이상이 날아갔다.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반 이상 날아가 버리자 나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남은 기운은 단전이라는 곳에 정착하고 또다시 새로운 기운이 들어오자 나는 그런 생각을 접었다.

이렇게 계속 운기만 하고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자, 모두 일어나거라.”

외부의 소리에 자극을 받아 나는 눈을 떴다.

무진 사부님이 말한 것이었다.

“점심은 먹어야 되지 않겠느냐?”

무진 사부의 말에 우리는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식외각(食外閣)으로 향하여 밥을 먹고 다시 연무장으로 집합했다.

“수련을 시작한다. 기수식!”

우리는 모두 목검을 든 상태였다.

아직은 진검을 들 정도로 무에 대한 공부가 깊지 않기에 그런 것이다.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검극을 인중 정도의 높이로 세운다. 그리고 오른발을 뒤쪽으로 비스듬히 내딛고 앞을 바라본다.

이것이 장천수와 같이 보평제자들의 기본무공, 아니 검공 삼재검공(芟才劍功)이다.

삼류무사들이 쓰는 삼재검법(三才劍法)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무공이다.

삼재검공(芟才劍功)은 삼재검법(三才劍法)이 수직 베기[天], 수평 베기[地], 찌르기[人]로 되어 있는 것과는 다르게 변화를 중심으로 한 검법이다.

아니, 본래는 도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혁창이라는 기인이 화산파에 방문했다가 삼재도법이 너무나 직선적임에 아쉬워하여 변화의 묘를 넣었는데, 그 변화가 너무도 기이해 도법보다는 검법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 봤자 기본공이지만…….’

속으로 피식하고 웃으며 말하고 다른 아이들과 같이 삼재검공을 전개했다.

‘앞으로 찌르기…….’

뒤쪽으로 내디뎠던 오른발을 앞쪽으로 내딛고, 상체를 회전시키며 앞으로 찔렀다.

부웅∼ 하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베기.’

왼발을 일 보 내디디며 목검을 오른쪽으로 휘둘렀다.

‘회전 베기.’

오른쪽으로 휘두른 검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정면을 베었다.

‘검극을 흔들며 여러 번 찌른다.’

파르르!

검극이 흔들리며 기묘한 소리가 났다.

그 상태로 인중, 목젖, 단전을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빠르게 찔렀다.

원래는 검극이 흔들리며 상대에게 인중, 목젖, 단전이 아닌 전신이 찔리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해야 하지만, 내공은 물론이요, 초식 자체도 숙련되지 않았기에 그런 기세를 내보일 수가 없었다.

‘왼손을 검 병과 직각이 되게 세우고 뒤로 검을 뺀다. 그리고 다시 찌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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