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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256화 (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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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화

백철군은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떴다.

천황교주와 오 초의 대결을 펼쳤다.

전력을 다한 대결이었다.

그런데 밀렸다.

백철군은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백가장의 주인이 밀리다니!

하지만 현실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백철군의 앞에는 다섯 개의 깊은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반면 천황교주 앞에는 비슷한 깊이의 발자국이 세 개밖에 없었다.

공력에서 밀렸다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공격을 늦출 생각은 없었다.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백철군은 천황교주를 향해 날아가면서 연속적으로 칠 장을 쳐냈다.

그의 십성 공력이 실린 장력에는 집채만 한 바위도 단숨에 모래로 만들 수 있는 만큼 강력한 위력이 담겨 있었다.

콰과광! 콰광!

그 사실을 증명하듯 두 사람 주위가 초토화되었다.

하지만 천황교주는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서서 백철군의 장력을 막아냈다.

“과연 백가장의 무공은 대단하구나! 천하제일이라는 말을 할 만해.”

천황교주가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백철군은 그 말에서 아무런 감명도 받지 못했다. 감명은커녕 욕이 튀어나오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천황교주가 공격해 오는데 공격을 맞받아칠 때마다 온몸이 충격으로 잘게 떨렸다.

결국 백철군은 검을 뽑아 들었다.

장력에서 이점을 찾을 수 없다면 무기로 승부를 봐야 했다.

반면 천황교주는 여전히 무기를 들지 않았다.

그는 무공이 극상승의 단계를 넘어서면 무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십 장이나 떨어진 곳을 공격할 때도 장력이면 충분했다. 오히려 무기가 있으면 공격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이기어검이라는 절대 검공을 펼칠 수 있다면 지풍만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다만 검이 명검일 경우 좀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

고오오오오.

백철군은 검을 들어 천황을 가리키며 몸을 날렸다.

검에서 푸른 검강이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천황은 두 손을 들어서 흔들었다.

시뻘건 기운이 폭발하듯 피어나더니 강기의 막을 형성했다.

콰과광!

푸른 검강과 붉은 강기의 막이 충돌하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백철군과 천황은 물러서지 않고 상대의 기운을 압박하기 위해 기운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삼 초의 공방이 지나갔다.

백철군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졌다. 공력에서 달리는 것이다.

빌어먹을 일이지만, 천황의 공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쿠구궁!

다시 굉음이 울리더니 백철군이 뒤로 대여섯 걸음 물러섰다.

천황은 세 걸음을 물러선 뒤 멈춰 섰다.

먼저 멈춰 선 천황이 쌍장의 손가락을 쫙 펴고는 백철군을 향해 뻗었다.

안 그래도 얼굴이 일그러졌던 백철군이 눈을 홉떴다.

마치 억만 근의 바위 절벽이 눈앞에서 통째로 무너지는 듯했다.

백철군은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서 천황의 장력에 대항했다.

“크윽!”

그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두 다리가 잘게 떨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도와주려면 두 사람의 공력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고수여야만 했다.

하지만 백가장의 사람 중에는 그들을 뛰어넘을 고수가 없었다.

아니, 백야대주가 그들과 비슷하긴 하지만 그는 지금 다른 곳에서 천황교의 십이장로 중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지이익.

백철군은 발이 단단한 땅에 다섯 치 정도 박힌 상태에서 길게 고랑을 파며 석 자가량 밀려났다.

두 사람의 공력은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천황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치켜뜨고 공력을 최대한 쏟아냈다.

그 역시 막대한 공력을 소모하는 공격이었지만, 천하제일가, 백가장의 주인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하겠는가.

백철군의 얼굴에서 핏줄이 툭툭 튀어나왔다. 악다문 입가에서는 가느다란 실핏줄이 흘렀다.

“흐흐흐흐흐, 죽어라, 백가 애송이.”

희열에 찬 천황의 웃음소리가 음침하게 울렸다.

하지만 천황은 웃다 말고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역도! 황제의 명으로 그대를 참한다!”

일성이 천황의 고막을 뒤흔들었다.

백철군을 몰아붙이던 공력도 흔들렸다.

백철군은 겨우 거미줄 같던 천황의 장력에서 벗어나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러고는 번쩍 시선을 하늘로 들었다.

한 사람이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청운이었다.

검을 머리 위에서 천천히 내려치며 떨어져 내리는데, 그의 검에서 시작된 검고, 파랗고, 붉은 세 마리 용이 용음을 터트리며 천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우우우우!

백철군이 위기에 처한 걸 알고 전력을 다해서 구두룡 중 삼룡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낸 것이다.

천황은 삼룡의 정체를 눈치채고 경악으로 눈이 커졌다.

“구두룡……!”

후우우우웅!

양손을 한 바퀴 휘돌린 그는 허공을 향해 쌍장을 뻗었다.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강기의 막이 허공에 장막을 드리웠다.

쿠구구구궁! 콰과광!

세 마리 용이 떨어져 내리며 그대로 장막을 두들겼다.

천황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삼 장이나 밀려났다.

오 장 간격을 두고 땅에 내려선 청운도 다섯 걸음을 물러선 후 중심을 잡았다.

‘천황! 정말 엄청나구나!’

그 상황에서도 구두룡 중 삼룡의 기운을 감당해내다니!

참으로 질릴 정도로 강한 자다.

그렇다면 여유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를 악다문 청운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가며 암흑의 대지에서 탄생한 무명의 검공을 펼쳤다.

거리 오 장.

구두룡의 기운이 실린 무명의 검공은 그 거리를 찰나에 좁히며 뻗어갔다.

번쩍!

눈앞에서 나타난 거대한 검영을 대한 천황은 양손을 교차시키며 청운의 공격을 막았다.

쾅!

굉음과 함께 천황의 몸이 다시 일 장가량 밀려났다.

청운도 가슴에서 피비린내가 울컥 솟구쳤지만, 이를 악물고 참으며 재차 검을 떨쳤다.

환우무상검 중 무상천!

팔성 경지였던 무상천이 그동안의 노력으로 극성에 이르러서 무의식중에 펼쳐졌다.

마음이 가는 대로 펼쳐지는 경지.

“이노오오옴!”

천황도 위기를 느끼고는 악에 바친 괴성을 내지르며 쌍장을 뻗었다.

무상천의 검이 천황의 장막에 막혀 전진을 멈추었다.

청운의 검에서 묵빛 광채가 번쩍였다. 이번에는 암흑의 대지에서 얻은 파천의 검이 뒤따랐다.

한 줄기 번개가 흔들린 장막을 그대로 꿰뚫었다.

눈을 부릅뜬 천황의 몸에서 핏빛 혈광이 폭사했다.

콰과광!

폭발음과 함께 묵빛 번개가 천황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천황이 펼쳐낸 핏빛 혈광은 청운을 덮쳤다.

피할 여력도 없었다. 혈광에 휘말린 청운의 몸은 뒤로 삼 장이나 밀렸다.

겨우 중심을 잡고 울컥, 피를 토해낸 청운은 소매로 피 묻은 입술을 쓱 닦으며 천황을 노려보았다.

“내가 이긴 것 같군.”

천황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천황의 왼쪽 가슴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이, 이런 어이없는…….”

그의 몸이 비틀거렸다. 주춤주춤 두어 걸음 뒤로 걷던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때였다.

청운의 뒤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청운! 너는 내가 죽여주마!”

귀에 익숙한 목소리.

‘혁련휘?’

몸을 돌리자, 혁련휘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하늘색 푸른 장포를 걸치고 날아드는 그에게서 가공할 기세가 느껴졌다.

‘저놈이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혁련휘는 영약을 복용하고 천황교 원로들이 격체전력으로 펼친 대법에 의해 환골탈태한 상태였다.

대법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공력 또한 세 배는 높아졌다.

자신감이 생긴 그는 천황이 이청운에게 패한 것을 보자마자 곧장 몸을 날렸다.

천황을 이긴 이청운을 자신이 죽인다면, 천황교의 모든 것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오고, 한순간에 천하제일의 고수로 이름을 날릴 수 있으리라!

“우하하하! 이청운! 안됐지만 이번에도 너는 내 발아래에 짓밟혀야 할 것 같구나!”

혁련휘가 광소를 터트리며 청운을 향해 검을 뻗었다.

청운도 전력을 다해서 그의 검에 맞섰다.

한편, 혁련휘는 혼자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백 명으로 이루어진 혈사천황군이 그의 뒤를 따라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혈황은 천황교 장로의 목을 꺾어버린 후 고개를 돌렸다가 그들을 보고 눈을 치켜떴다.

‘저 새끼들! 혈사천교의 마공을 익힌 놈들이다!’

그는 단번에 혈사천황군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목이 꺾인 천황교 장로를 한쪽으로 내던진 그는 혈사천황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역시 이 개자식들이 그놈들이었어!’

나무 위에서 느긋이 구경하던 천마의 눈이 번뜩였다.

백철군을 위기로 몰아넣은 천황이 청운과의 싸움에서 패한 직후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 중 선두에 섰던 자는 이청운을 공격했다. 그리고 나머지 무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백가장과 사도맹 무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미세하나마 불리하던 천황교 쪽이 다시 우세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이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무공처럼 보였다.

‘혈사천교?’

만약 그들의 무공이 혈사천교의 무공이라면, 천황교가 흑천이라는 확실한 증거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천마 담대묵은 마음을 정하고 나무 위에서 신형을 날렸다.

그와 동시, 그가 서 있던 곳의 좌우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뒤따라서 날아갔다.

마교의 교주를 호위하는 호법존자들이었다.

* * *

“흐흐흐, 어디 더 발악해 봐라, 이청운!”

혁련휘는 비틀거리는 청운을 노려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연속된 공격에 이청운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다리도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 몇 초식만 더 공격하면 저 얄미운 놈의 목을 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이청운이 그런 상태에서도 혁련휘를 향해 말하며 조소를 지었다.

“너의 실력은 언제나 내 밑이었지, 혁련휘. 오늘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혁련휘의 눈썹이 역 팔자로 꺾어졌다.

“이 개자식이!”

사실이 그랬다.

그는 청운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강호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천황도 청운의 손에 심장이 뚫렸지 않은가 말이다.

“개소리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이청운! 네놈의 대가리를 박제해서 벽에 걸어놓고 매일 침을 뱉어주마!”

악을 쓰듯 소리친 혁련휘가 몸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휘황한 혈광이 그의 검에서 뻗어나갔다.

천황에게 뒤지지 않는 공력이 실린 검공이었다.

내상이 심한 상태에서 맞받아치기에는 너무 위험했다.

하지만 청운은 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혁련휘 앞에서는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무상천, 파천의 검.’

환우무상검 중 세 번째 무상천.

환우무상검과 정반대라 할 수 있는 검결, 암흑의 대지에서 나왔다는 검공, 파천의 검.

청운은 혁련휘조차 잊고 두 가지 검공만 떠올렸다.

머릿속이 온통 두 가지 검으로 가득 찼다.

어느 순간, 날아들던 혁련휘의 검이 느리게 느껴졌다.

세상이 모두 멈춘 것만 같았다.

청운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검을 내밀었다.

그가 내민 묵검에서 투명한 광채가 번쩍,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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