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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234화 (234/257)

# 234

234화

무림맹이 앞장서고 사도맹이 뒤를 따라갔다.

동행이라 했지만 서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더구나 신혈교를 공격할 때 무림맹의 미적거림으로 피해가 더 컸다고 생각하는 사도맹은 앞장서서 갈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반나절을 더 내려갔을 때였다.

길게 이어진 대로변을 따라 움직이던 무림맹이 발길을 멈췄다.

“총군사, 십 리 앞에 황군이 매복하고 있습니다.”

전령이 달려와서 제갈신기 앞에 부복하며 보고했다.

“인원은 어느 정도 되더냐?”

“일천에 이르는 기마대가 언덕 뒤에 매복해 있으며, 반대편에는 수만에 이르는 병사들이 매복하고 있습니다.”

대장군이 작정을 했음이 분명했다.

무림맹과 사도맹의 발목을 잡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섬멸하겠다는 뜻이었다.

제갈신기는 곧바로 양조생에게 보고를 올렸다.

“이대로 진격하면 황군과 싸워야 합니다.”

양조생의 안색이 굳어졌다.

“말로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오?”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저들이 앞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뜻입니다.”

양조생의 얼굴이 더욱 딱딱해졌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소?”

싸움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는 황군. 자칫하면 황군에 무림을 공격할 빌미를 줄 수도 있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쪽 산자락을 타고 이동하도록 하지요. 산을 타고 이동하면 기마대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발걸음이 느린 병사들도 우리를 따라올 수 없을 겁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는 것 아니오?”

“다행히 이곳까지 오면서 시간을 많이 아꼈습니다. 경공을 펼친다면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마존령 쪽에 사정을 알리면 이청운이 알아서 움직일 겁니다.”

“알았소. 그런데 사도맹 측에서 찬성할지 모르겠군.”

“사람을 보내 상황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구려.”

제갈신기는 즉시 전령을 뒤쪽의 사도맹 진영에 보냈다.

용천관은 무림맹의 전령이 보내온 소식에 눈살을 찌푸렸다.

“흥! 뭐가 무서워서 돌아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역시 황군과 충돌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런데 장로들이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맹주, 저 겁쟁이들은 돌아가라 하고 우리는 정면으로 뚫고 가지요.”

“그럽시다! 까짓 거, 황군 놈들 따위에게 겁먹고 돌아갈 일이 뭐 있습니까?”

“조용히 해!”

용천관이 빽 소리쳤다.

“우리가 피 흘려서 길을 뚫으면 무림맹 놈들은 편히 지나갈 거 아니냐!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데?”

장로들 몇이 그 말에 동조했다.

“맹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사도맹이 왜 무림맹을 위해서 길을 뚫어줍니까?”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할 거라 생각하고 돌아가겠다고 한 것인지 모릅니다. 놈들의 야비한 술수에 놀아나선 안 됩니다.”

용천관은 이마를 두어 번 씰룩이더니 결정을 내리고 무림맹 전령에게 말했다.

“가서 전해라.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예, 맹주!”

무림맹 전령은 이마에 흐르는 땀도 닦지 못하고 뒤돌아서 달렸다.

* * *

마존령과 백가장, 남궁세가는 계획대로 조현을 향해 이동했다.

그 와중에 적의 공격을 두어 번 받았다.

적의 숫자는 많아야 이삼백 명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도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현 상황이 전쟁이나 다름없다는 걸 생각하면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우리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찔러본 것 같군.”

백철군의 말에 청운도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마 발걸음을 늦추려는 목적도 있을 겁니다.”

“그 말은 놈들의 지원대가 온다는 뜻이겠군.”

백철군이 일가를 이끄는 수장답게 적의 계획을 짐작해냈다.

“놈들도 우리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테니 지원대가 오겠지요.”

“그럼 놈들의 지원대가 오기 전에 총단을 공격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자칫하면 등을 놈들의 지원대에게 내줄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안으로 모두 몰아넣고 힘으로 무너뜨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합니다.”

“흠, 그것도 그렇군.”

“어차피 곧 밤도 되고 하니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무림맹과 사도맹의 연락을 기다려보지요.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계획을 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았다.”

일천에 이르는 무사들은 냇가 옆에 있는 완만한 야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노숙 준비를 했다.

아직은 날씨가 춥지 않은 계절이어서 노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곧 사위가 어두워지자 여기저기서 모닥불이 타올랐다.

사람들은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미리 지급된 육포를 씹으며 저녁식사를 대신했다. 물은 산 아래의 냇가에서 마시면 되었다.

그때쯤 제갈신기가 보낸 전령이 이청운을 찾아왔다.

외곽 순찰 무사는 그자가 무림맹에서 보낸 전령이라는 말을 듣고 곧장 청운에게 안내했다.

청운은 곧장 백철군과 남궁세가주 남궁명 등에게 사람을 보내 모이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존령과 백가장, 남궁세가의 주요 간부와 무림 명숙 몇 사람이 함께 둘러앉았다.

청운이 일단 전령에게 말했다.

“말씀드리게.”

전령은 제갈신기가 전하라고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다.

무림맹과 사도맹이 기마대와 수만 명의 황군에게 막혀서 우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령이 이야기를 마치자 청운이 다시 말했다.

“그리되면 무림맹과 사도맹이 반나절 정도 늦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이 오면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이곳의 전력으로라도 공격을 시작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늦출 것 뭐 있느냐? 어차피 황군과 배후에 있는 천황교 때문에 모두가 출동한 것인지, 노룡회는 어느 한쪽만 공격해도 되는 것이었지 않느냐?”

사실이 그랬다.

처음부터 모두가 일시에 노룡회를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제갈신기와 청운은 황군에게 길이 막힐 경우를 생각했다.

일부만 움직일 경우 대장군과 천황교가 황군을 이용해서 길을 막으면 헛걸음만 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무림맹과 사도맹은 서쪽에서 북으로 올라간 후 동진을 해서 태행산을 넘기로 했고, 마존령은 개방에서 북진을, 백가장과 남궁세가 및 무림의 고수들은 동쪽에서 북으로 올라간 다음 서진해서 합류하기로 했다.

모두 별 탈 없이 합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들 중 둘의 무력만으로도 노룡회 정도는 무너뜨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 후 뒤늦게 도착한 자들과 합류한 후 황궁을 장악하고 있는 천황교와 대장군을 상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는 마존령과 백야대, 백가장, 남궁세가와 무림의 고수들이 도착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청운이 결론을 내리고는, 옆에 서 있는 전령을 바라보았다.

“가거든 총군사께 그대로 말씀드리시오.”

“예, 령주.”

아침이 되자, 일천에 이르는 무사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육포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그들은 셋으로 나누어져서 창암산을 향해 달려갔다.

마존령대와 백야대, 백가장 삼백 무사, 남궁세가와 무림의 고수들 오백여 명.

숫자는 노룡회보다 적을지 몰라도 하나하나가 고수 아닌 자들이 없었다.

백철군이 이끄는 백가장이 선봉에 섰다.

그들이 창암산의 협곡 안으로 진격하자 노룡회의 무사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들은 노성을 발하며 백가장 무사들을 공격했다.

“여기가 감히 어딘 줄 알고 들어오느냐!”

“모두 죽여라!”

하지만 백가장을 막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홀로 천하를 종횡했던 백가장이다.

무림맹 전체와도 맞먹는 전력.

비록 백가장의 일천여 무사 중 삼백 명밖에 안 왔지만, 최고의 정예들이 출동한 터였다.

그들은 노룡회의 선발대 오백을 단숨에 무너뜨리고는, 겁에 질려서 도망치는 자들을 쫓아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백철군은 곧장 진격을 멈추게 했다.

“모두 멈춰라!”

안쪽으로 날아가던 백가장 무사들이 일제히 멈춰 선 후 백철군의 명을 기다렸다.

백철군은 전면을 보며 이마를 찡그렸다.

‘이상하군. 이처럼 힘없이 쓰러질 놈들이 아닌데.’

지난번 백가장을 습격한 자들의 실력은 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실력을 지녔었다.

개중에는 서넛이 협공을 펼치면 자신과 동수를 이룰 정도로 대단한 자들도 있었다.

청운은 그들이 바로 천황교의 고수들일지 모른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저놈들은 미끼에 불과하다고 봐야겠군.’

곧 상황을 짐작한 백철군이 냉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유리신검을 앞으로 내밀며 백가장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놈들이 우리를 함정으로 유인하려고 한다! 그래도 들어갈 것이다! 우리 백가장의 형제들을 죽인 놈들에게 천외천이 있음을 알려라!”

백가장의 장로와 무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장주!”

“백가장을 건드리면 어찌 되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놈들에게 천외천이 있음을 보여주자!”

백철군은 성큼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적을 추살하라!”

“존명!”

“돌격하라!”

백가장 무인들이 땅을 박차고 앞 다투어 협곡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누가 보면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뒤따르던 무림 명숙들이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미 백가장 무사들은 협곡 안으로 진입한 뒤였다.

연이어 들리는 폭발음과 충천하는 기운이 협곡을 뒤흔들었다.

무림세력을 이끌던 남궁세가주 남궁명도 이를 악물고 외쳤다.

“돌격하라!”

“백가장을 도와라!”

“적을 죽여라!”

무림인들도 뜨거워지는 가슴을 불태우며 몸을 날렸다.

전력으로 신형을 날린 무림인들은 협곡 안으로 들어간 후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간 차이라고 해봐야 잠깐에 불과했다.

그런데 협곡 안에 수백 구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더 안쪽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노룡회의 본진인 듯 백가장 무사들도 지금까지와 달리 쉽게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백철군 역시 다섯 명의 고수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엄청난 고수들이었다.

“우리도 갑시다!”

남궁명이 일갈을 터트리며 땅을 박찼다.

검을 뽑은 그는 적과 마주하자마자 제왕검형(帝王劍形)이 펼쳤다.

검과 하나가 된 신검합일.

남궁명의 신형이 검과 하나가 되어 날아갔다.

동시에 무당의 옥선진인이 펄럭이는 왼쪽 손매를 휘날리며 날아올랐다. 그는 처음부터 태극혜검(太極慧劍)을 꺼내들었다.

그들은 백철군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던 자들 중 둘을 상대했다.

백철군은 노룡회 고수 다섯 중 둘이 떨어져 나가자 마음껏 자신의 검공을 펼쳤다.

“이게 바로 천강지존검이니라!”

찌이잉!

슈슈슈슉!

그물처럼 펼쳐진 검강의 그물에 노룡회의 세 고수가 전력을 다해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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