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마존-177화 (177/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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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화

한편, 청운은 고의로 청룡의 기운을 끌어올린 채 몸을 날렸다.

일단 기선을 제압해야 했다. 그래야 협상을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다.

허공으로 몸을 날린 그는 공력을 끌어올려서 사자후를 터트렸다.

우우우우우!

천둥처럼 웅혼한 외침에, 격렬하게 싸우던 자들이 멈칫하는 게 보였다.

그는 청룡의 기운을 뿜어내며 곧장 영호천과 도문척이 싸우는 곳으로 날아갔다.

도문척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싸우는 것만 봐도 그가 사령회의 수장인 듯 느껴졌다.

콰아아아아!

청운은 용음과 같은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허공을 걷듯이 낙하해서 영호천과 도문척 사이에 내려서며 진각을 펼쳤다.

쿵!

이번에는 천둥소리가 대지에서 울렸다.

흙먼지가 폭발하듯이 피어났다.

근처 십여 장 안에 있던 자들 중 공력이 약한 자들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청운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 도문척을 쳐다보며 포권을 취했다.

“사령회의 회주님이 아니신지요?”

청운의 등장은 사령회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도문척 역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마치 청룡이 날아오는 듯했다. 대지가 통째로 뒤집히는 듯했다.

저놈이 누군데 저리도 대단한 무공을 지녔단 말인가.

문득 무림맹 무리가 외치던 소리가 떠올랐다.

‘저놈이 진무사 이청운?’

그는 청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주 포권을 취했다.

일반 무림인이었다면 아무리 고수라 해도 욕부터 튀어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황궁의 고위관리, 그것도 금의위의 진무사였다.

“그대가 진무사 이청운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이청운입니다.”

“나는 도문척이라 하네. 사령회를 맡고 있지.”

역시 그가 사령회주 도문척이다.

“반갑습니다, 회주.”

“글쎄… 지금은 반가워할 상황이 아닌 것 같네만.”

“상황이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요.”

“무슨 말인가?”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아직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도 달라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수백 명이 죽었네.”

“지금 멈춘다면 수백 명이 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계속 싸운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겠지요.”

“싸움을 멈추자고?”

“그렇습니다.”

도문척이 분노에 찬 대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 자넨 여기저기 죽어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싸움을 멈추잔 말이 나오나?”

그가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청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청운은 짐작하고 있던 일이기에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하나만 묻지요.”

“허튼소리 할 거면 돌아가게. 우리도 황궁과 적이 되고 싶지는 않네.”

“만약 마도사파의 이름으로 종남을 친 자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말인가?”

“무림맹과 사도맹을 싸움 붙이기 위해서 음모를 꾸민 자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물었습니다.”

“어떤 놈들이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이미 증거와 증인도 확보가 되었습니다.”

“뭐야?”

도문척도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파의 무사이긴 하나, 피만 갈구하는 마인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사령회의 수천 명 무사들을 지휘하는 회주의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역시 흐르는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사파 무사들이 죽었기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사령회의 간부들 중에는 피맛을 보고 광기에 젖은 자들도 많았다.

“회주! 그딴 놈 말을 들어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이 기회에 무림맹 놈들을 싹 쓸어버립시다!”

“일단 전부 모가지를 따놓고 봅시다!”

“맞습니다! 지금이 무림맹 놈들의 버릇을 고칠 절호의 기횝니다!”

“시끄러!”

도문척이 옆을 향해 빽 소리쳤다.

소리치던 자들이 조용해졌다.

도문천은 청운을 노려보았다.

“어떤 놈들이 무림맹과 우리를 싸움 붙이기 위해 종남도 치고, 우리 지부도 쳤다? 그리고 그에 대한 증인과 증거가 있다 이 말이지?”

“그렇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면?”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 죽는 수밖에. 아! 그리고 서경왕부의 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아마 싸움이 계속되면 사령회 총단까지 싹 쓸어버릴 겁니다.”

청운이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니, 도문척도 입만 벌린 채 바로 대꾸하지 못했다.

청운이 차가운 어조로 한마디 덧붙였다.

“혹시나 착각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무림맹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러는 거 아닙니다. 진짜 적을 놔둔 채 머리 터지게 싸우는 멍청한 짓이 어이없어서 그러는 것뿐.”

도문척의 얼굴이 붉어졌다.

화는 나는데 대꾸할 말이 마땅치 않았다.

그때 사령회의 군사인 신안기군 원적이 나섰다.

“사령회 군사인 원적이라고 하오. 이런 자리에서 그 유명한 삼원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안 그래도 우리 역시 종남파 문제를 기이하게 생각하고 있었소. 우리가 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오. 그런데 삼원께서 놓치신 문제가 있소이다.”

청운은 원적이 무엇을 이야기할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들 역시 무림맹 인사들과 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원적의 입에서는 예상한 답이 흘러나왔다.

“이미 정과 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저도 압니다. 형제와 동료들이 무수히 죽었는데 싸움을 멈추라면 누가 멈추겠습니까?”

“허어, 그걸 아시는 분이 싸우지 말란 거요?”

“영원히 싸우지 말란 것이 아닙니다. 저 뒤에서 희희낙락하고 있는 진짜 적을 쳐부순 후에 다시 싸우든 말든 하시란 말입니다. 저들의 장난에 놀아나서 놀림감이 되고 싶습니까?”

청운이 강한 어조로 다그쳤다.

원적도 그 말에는 바로 대답을 못하고 도문척을 바라보았다.

도문척이 입을 열었다.

“정말 음모를 꾸민 자가 있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한중에서 잡아오던 중 놈들의 습격을 받아서 심한 부상을 입는 바람에 지금 화산파에서 치료 중입니다.”

“그럼 일단 그자를 우리에게 넘기게. 정말인지 아닌지 알아보겠네.”

“그보다 적당한 중립지대에서 무림맹과 사령회의 대표들이 만나 그자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흥! 그자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금의위와 동창은 이미 작년부터 노룡회라는 조직을 쫓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 외에도 신혈교라는 곳이 있더군요. 그들이 바로 마도사파에 스며든 놈들의 조직이었습니다.”

“솔직히 믿기 힘든 말이네. 천하에 무림맹과 사도맹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세력이 있다고 보는가?”

“있으니까 지금까지 당한 거 아닙니까? 계속 당하시기만 할 겁니까?”

“으으음.”

도문척도 청운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만약 지금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면 저놈은 천하제일의 사기꾼일 것이다.

무공이 화경에 이른 사기꾼.

“자네 말대로라면, 우리 쪽에도 그 신비세력인지 뭔지 하는 자들의 간세가 있다는 거군.”

“바로 그겁니다. 일단 놈들부터 물리치고 싸우든 말든 하십시오. 최소한 음흉한 놈들에게 농락당하지는 않아야 할 거 아닙니까?”

청운의 말에 이마를 찌푸린 도문척이 옆에 서 있는 원적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원적도 전면전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상황이 싸울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일 뿐.

“정말 황군이 움직였다면 일단 싸움을 멈추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진무사가 말한 간세를 찾아내야겠지요.”

도문척도 청운이 자신보다 약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가 싸움판에 뛰어들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황군이라도 개입하면 득보다 실이 많았다.

“좋아, 네 제안을 받아들이마. 하지만 거짓이라면… 아마 평생을 후회하게 될 거다.”

“거짓일 것 같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차라리 바로 사령회의 총단을 치기 위해 달려갔지.”

도문척은 청운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말했다.

“우린 영마장으로 돌아가겠다. 무림맹도 오십 리 밖으로 물러서라. 그리고 네가 말한 그자를 중간지점에서 함께 보기로 하자.”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청운이 흔쾌히 대답하자, 도문척이 뒤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물러서라!”

사신단을 포위했던 사령회 고수들이 포위를 풀고 뒤로 물러섰다.

청운도 몸을 돌려서 사신단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급보입니다!”

청운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사천혈륜궁이 공격을 받아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입니다, 회주!”

“그게 무슨 말이냐?”

도문척이 발끈하며 전령에게 되물었다. 전령은 서둘러 말을 이었다.

“무림맹의 주작단이 사천혈륜궁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도문척의 얼굴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의 고개가 서서히 돌아갔다. 그가 청운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멈출 수 없을 것 같군.”

그러고는 넣었던 검을 다시 뽑았다.

뒤로 물러서 있던 사령회 고수들도 다시 앞으로 나오며 좌우로 날개처럼 퍼졌다.

청운은 한숨이 나왔다.

‘제길, 문희가 작정을 했군.’

그 여자 하나 때문에, 겨우 진정시킨 불길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짜증 나는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 * *

화산파 자소궁 회의장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화산파 장문인을 비롯한 화산파 장로들과 무림맹에서 나온 인사들이었다. 여기에 사방에서 몰려든 정파인 중 위명이 높은 무림 인사들이었다.

빙 둘러앉은 그들은 대책을 논의했다.

진무사 이청운이 위남으로 가긴 했지만, 사령회와의 협상이 잘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그런데 회의가 일각쯤 이어질 무렵, 밖에서 다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급보가 왔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라는 뜻을 담고 문 쪽으로 향했다.

곧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들어섰다.

그를 본 군웅 중 한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는 형산파의 도상이 아닌가.”

“예, 장로님. 형산파 일대 제자인 도상입니다. 현재 주작단에 배속되어 있습니다.”

서른쯤 되어 보이는 도상이 포권을 하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중앙에 서 있던 제갈신우가 주작단이라는 소리에 급히 물었다.

“주작단? 그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길래 이제야 연락을 한단 말인가?”

“예, 저희는 위남의 영마장을 공격한 후 옥산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뭐? 옥산?”

제갈신우가 버럭 화를 내듯이 큰 소리 쳤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도상이 말을 멈추고 제갈신우를 보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제갈신우가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로 도상에게 물었다.

“설마, 사천혈륜궁을 공격한 것인가?”

“예, 어찌 아셨습니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제갈신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이들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갈신우와는 다른 놀람이었다.

“주작단이 사천혈륜궁을 공격했다고?”

“허허, 정말 대단한 용기군. 주작단이 그 혈마들을 공격하다니.”

“무량수불,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현허진인이 다급히 물었다.

그는 누구보다 사천혈륜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산천혈륜궁이 있는 옥산은 화산의 지류에 속하는 산이다. 화산파가 자리 잡은 연화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 때문에 화산파는 그동안 사천혈륜궁의 혈마들과 수없이 싸워왔다. 그래서 그들의 실력과 잔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화산파로도 무너뜨리지 못한 곳을 주작단만으로 공격했다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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