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학사마존-168화 (168/257)

# 168

168화

청운을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순간, 청운의 몸을 휘감고 있던 혈룡이 사방으로 폭사했다.

크아아아앙!

꽝!

퍼버버벅!

조완은 입을 쩍 벌렸다. 부릅뜬 눈이 더욱 커졌다.

청운을 공격한 부하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피가 뿜어졌다.

청운의 입이 다시 열렸다.

“고작 광천마의 후예 주제에 본좌 앞에서 건방을 떨어? 곱게 죽을 생각은 버려라.”

팟!

청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쾅!

조완은 다급히 피하며 광원폭마권을 펼쳤다.

눈부신 광구가 청운을 향해 쏘아졌다.

“흥! 어디서 감히!”

청운의 몸을 빌린 혈황이 코웃음 치며 우수를 휘둘렀다.

날아들던 광구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하고 맥없이 스러졌다.

그 모습을 본 조완은 입 안이 바짝 말랐다. 광원폭마권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그때 거대한 기운이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대경해서 급히 피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쾅!

복부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절로 몸이 앞으로 접힌 그의 등에 다시 거센 충격이 가해졌다.

퍽!

콰당!

조완은 결국 개구리처럼 땅바닥에 대자로 뻗고 말았다.

“커억!”

숨이 턱 막힌 그가 다급히 몸을 빼내려 하는데 무언가가 뒷목을 잡았다.

쾅쾅쾅!

연달아 얼굴이 땅바닥에 부딪혔다.

‘광천마, 개놈의 자식! 지 얼굴이 잘생겼으면 얼마나 잘생겼다고 나를 약 올려! 죽어라, 죽어!’

조완은 급히 내공을 일으켜서 안면을 보호했다.

그때 무미건조한 혈황의 음성이 그의 고막을 울렸다.

“그딴 잔재주나 부리는 놈이 뭐? 스승이 어째? 광천마 그 새끼는 뭐 대단한 놈이었는 줄 알아?”

뒤이어 뭔가가 조완의 몸속을 파고들었다.

“크억!”

조완은 전신 요혈이 바늘에 찔린 듯 고통스러웠다.

‘내, 내공이!’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린 그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평생을 모은 내공이 흩어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안면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쾅!

정신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 억겁같이 느껴졌다. 그러다 곧 정신을 놓고 말았다.

몇 차례 더 중년 사내를 밟아주던 혈황은 이내 축 늘어져 버린 그를 한쪽으로 툭 던지며 이를 갈았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이 감히.”

청운, 아니 혈황은 발을 들어서 축 늘어진 중년 사내의 머리를 밟아서 으깨……버리다가 가까스로 멈췄다.

청운이 목숨은 살려놓으라고 했지 않은가.

이대로 밟아버리면 기분은 풀겠지만 청운이 두고두고 씹을지 모른다.

“오냐, 이놈. 목숨은 살려주마. 목숨만.”

퍽!

조완의 얼굴이 뭉개졌다. 코가 으스러지고 입술이 터지고 이도 대여섯 개 튀어나왔다.

목숨은 잃지 않았지만, 살아난다 해도 앞으로 남 앞에 얼굴을 내밀기가 힘들 것이다.

혈황은 피로 범벅된 조완의 얼굴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

“살았다고 좋아하지 말라. 곧 네놈은 살아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거다.”

혈황은 고개를 돌려서 백가장이 싸우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때 머릿속에서 청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그만 나오시죠.

“내가 저놈들까지…….

-저놈들은 제가 처리할 겁니다.

“백청청에게 점수라도 따고 싶으냐?”

-빨리 나오세요. 제가 쫓아내는 걸 바라세요?

“끄응, 빌어먹을 놈.”

슈우우우.

청운의 몸으로 좀 더 놀려던(?) 혈황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청운은 심호흡을 하며 진기를 다스린 후, 조완의 혈도를 제압해놓고 백청청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조완을 끌고 갔으면 싶었지만 그럴 시간 여유가 없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청운을 공격했던 자는 확실하게 화경에 오른 자였고, 그에 근접한 자가 둘이나 더 있었다.

그들은 백영상과 백청청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백청청은 겉옷이 찢어져서 속에 입고 있는 호신갑이 보일 정도였고, 백영상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상대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멈춰라!!!”

신혈교 무리는 갑자기 들려오는 고함 소리에 흠칫 놀랐다.

그들 중 하나가 청운이 날아드는 걸 보고 소리쳤다.

“피하라!”

날아드는 청운과 함께 거대한 기운이 하늘에서부터 쏟아지고 있었다.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강에 산 자도 죽은 자도 입을 쩍 벌렸다.

후두두두둑!

검강의 소나기는 백가장을 공격하던 자들의 몸을 강타했다.

청운은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재차 몸을 날리며 백청청을 공격하는 중년인을 향해 검을 뻗었다.

백청청을 공격하던 중년인은 황급히 몸을 돌리며 청운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콰광!

굉음과 함께 중년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크윽! 이 정도였나?”

안색이 창백해진 중년인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서는 청운을 보았다.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기운이 온몸을 두르고 있었다.

그사이 백청청이 신혈교의 무사들을 덮쳤다.

퍼버버벅!

거대한 손 그림자가 셋을 덮쳤다.

셋 중 한 명은 머리가 깨지며 쓰러졌고, 남은 둘은 거센 충격에 바닥을 굴렀다.

“크윽.”

“퉤!”

바닥을 구르고 일어난 사내가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고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백청청이 한발 빨랐다.

“도망치게? 그냥 죽어!”

눈치뿐만 아니라 손도 빨랐다.

피잉!

퍼벅.

도주하려던 자의 몸이 훌훌 날아가서 계곡의 구덩이에 처박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두어 사람이 그곳을 빠져나갔다. 개중에는 백영상을 공격했던 자도 있었다.

백가장 무인 중 죽은 자는 없었다. 그러나 대여섯 명이 제법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백청청도 호신갑으로 보호하지 못한 사지에 자잘한 생채기가 여러 곳 나서 몸 여기저기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무공이 백가장의 지존신공이 아니었다면 그녀 역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신혈교 무사들은 강했다.

청운은 백청청에게 이상이 없다는 걸 안 후 안겸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시체처럼 구겨져 있었다.

그런데 그의 곁에 있던 백가장 호위무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자의 상태가 안 좋습니다.”

“뭐요?”

“저놈들이… 이자를 노리고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했는데, 아마도 그때 한 방 맞은 것 같습니다.”

청운은 급히 안겸에게 가서 상태를 살펴보았다.

죽진 않았지만 내상이 제법 심했다.

백가장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신혈교 무리는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을 만큼 강했다.

‘아차.’

그때 문득 혈황이 잡아 놓은 자에게 생각이 미친 청운은 급히 그곳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 남겨져 있던 자도 죽어 있었다.

분명히 혈도만 제압해 놓았는데 머리가 부서져 있는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가 끝까지 숨어 있다가 흔적을 지우기 위해 손을 쓴 듯했다.

‘빌어먹을. 정말 철저한 놈들이군.’

그러나 때로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갈 때가 있는 법이다.

‘이놈들, 어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

백가장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 청운은 백영상에게 갔다.

백영상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청운이 제때 도와주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자에게.

그는 자신의 무공에 대해 자괴감마저 들었다.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네.”

“안겸의 내상이 심각해서 최대한 빨리 종남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알겠네.”

백영상은 청운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조금 전에 봤던 모습은 평상시의 청운과 완전히 달랐다.

‘후우, 그렇게 독한 놈인 줄이야. 사람의 얼굴을 그렇게 뭉개버리다니.’

* * *

위남은 역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충지다.

예로부터 장안을 차지하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전장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제국에서도 이곳을 지키기 위해 천호소를 설치하고 금군을 주둔시켰다.

반면 무림으로 따지면, 사도맹의 주요 지부인 사령회와 무림맹의 기둥 중 하나인 화산파 사이에 있다 보니 정파와 마도가 대치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파와 마도 간의 싸움이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다만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 아닌, 대부분 개인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아마 세력끼리 부딪쳤다면 진즉 정사대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석양이 막 서산으로 넘어갔을 때였다.

몇 사람이 위남의 남쪽에 있는 영마장을 방문했다.

“무슨 일이오?”

정문 위사는 찾아온 손님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며 물었다.

어둑한 시간에 찾아온 자들은 다섯 명이었는데 모두 여인이었다.

그것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절세미인들.

“장주님을 뵈러 왔어요.”

“장주님을요?”

“그래요. 안내해 주시겠어요?”

중앙의 여인이 조신한 어조로 말하자, 정문 위사는 감히 그녀를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말하는데,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다 녹아내리는 듯했다.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그가 옆의 위사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나는 이분들을 안으로 안내해드리고 올 테니 잘 지키고 있어라.”

정문 위사들은 여인들을 훔쳐보느라 그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다.

“알았수, 다녀오슈.”

“지미, 꼭 조장이 갈 필요 있나? 내가 가도 되는데…….”

정문위사 중 조장인 자는 조원들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고 여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여인들은 정문 위사의 안내를 받으며 장주가 있는 전각으로 갔다.

장주가 있는 곳을 지키던 경비무사들도 여인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문 위사 조장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분들은 장주님을 뵙겠다고 찾아오신 분들이오. 그만 보시고, 장주님께 말씀드려 주시오.”

가자미눈으로 여인들을 훔쳐보던 경비무사가 움찔하며 대답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그는 방 안을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주님께 아룁니다. 몇 분 소저들께서 장주님을 뵙겠다고 찾아왔습니다.”

곧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소저들이라고? 흐음, 안으로 모셔라.”

전각 안에는 여섯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험상궂게 생긴 자들이었다.

비단 무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산적이나 수적으로 보일 만큼 험악하게 생긴 자들.

오른편에 앉아 있던, 얼굴에 검상이 있는 사내가 물었다.

“그댄 누군가?”

여인은 회의실 안을 둘러보고는 사실대로 말했다.

“저는 희라고 해요. 그런데 당신들만으로 괜찮겠어요?”

“뭐?”

문희의 말에 사내의 얼굴에 난 검상이 꿈틀거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문희에게 다가갔다.

“방금 뭐라 했느냐? 이곳은 반반하게 생겼다고 봐주는 곳이 아니니라.”

“못 들었나 보군요.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는데.”

문희의 고운 아미가 살짝 찡그려졌다.

그때만큼은 천하의 그 어떤 여협들보다 순해 보였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비명과 함께 고함이 들려왔다.

“으악!”

“적이다! 무림맹 놈들이 쳐들어왔다!”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모두의 시선이 문희에게서 밖으로 향했다.

한 사람이 급히 방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나가서 도와줍시다!”

“그게 좋겠소!”

안에 앉아 있던 자들 중 두세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욕설과 함께 뛰쳐나가려 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던 그들을 보며 여인이 말했다.

“나갈 필요 없어.”

막 밖으로 나가려던 사내들은 일제히 문희에게 시선을 두었다.

“뭐?”

“하아,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한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 컥!”

문희는 곁에 있던 사내가 말을 끝내기 전에 목을 틀어쥐었다. 언제 뽑았는지 문희의 손에 한 자루 서슬 퍼런 검이 들려 있었다.

또르륵, 툭,

문희의 검에서 피가 한 방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쿵!

목을 움켜쥔 사내가 비틀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이년! 적이었구나!”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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