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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141화 (141/257)

# 141

141화

슈슈슈슉!

온갖 암기가 허공을 날아서 백청청에게 쏟아졌다.

순간 백청청의 상체가 흔들리며 스르륵 앞으로 미끄러졌다.

앞으로 쑥 나아간 백청청의 손짓에 날아든 암기가 방향을 바꿨다.

손짓을 따라 백청청을 한 바퀴 돈 암기가 자신들을 쏘아낸 주인에게로 되돌아갔다.

“헉! 피해!!”

퍼버버벅.

사내들이 피하려 했지만, 쏘아질 때보다 배는 더 빨라서 피할 수가 없었다.

백청청의 손 그림자가 다시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퍼버버벅!

처음과 달리 상대를 제압하던 공격이 아니었다. 백청청의 손 그림자는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포위한 자들은 자신이 던진 암기에 고슴도치가 되고, 백청청의 수강에 의해서 격살되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내는 부르르 몸을 떨며 두 눈을 부릅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부하들이 단 일 수에 죽임을 당했다. 그러나 곧 닥칠 현실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

무언가 주위가 어두워졌다. 밝은 대낮이건만 그늘이 만들어졌다.

사내는 무심코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았다.

손이 보였다.

태양을 가릴 만큼 거대한 손이 머리 위에서 사정없이 떨어져 내렸다.

쾅!

사내의 온몸이 으깨졌다.

백청청을 공격하던 수십 명의 사내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인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상황은 끝나지가 않았다.

이성을 잃은 백청청이 사방으로 장력을 휘둘렀다.

보다 못한 두 호위가 뛰어들며 백청청을 말렸다.

“아가씨, 끝났어요!”

“제발 참으세요. 그러다가 큰일 납니다!”

“놔! 내 저것들을 그냥 안 둘 거야!”

호위가 말려도 이성을 잃은 백청청은 팔짝팔짝 날뛰었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났다.

백청청이 분노해서 떨쳐낸 장력이 제운탑 상단을 때렸다.

쾅!

제운탑 상단이 와르르 무너졌다.

백청청을 말리던 두 호위가 그걸 보고 기겁했다.

“헉!”

“아이쿠! 이제 죽었다.”

무너져 내리는 제운탑의 모습에, 방방 뛰던 백청청이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한풀 꺾인 백청청이 두 호위에게 말했다.

“그러게 앞을 막으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무공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냥 우리한테 맡기라고 했잖아요.”

두 호위가 백청청을 나무랐지만 그렇다고 제운탑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두 호위는 무너진 제운탑을 바라보며 어깨가 축 처졌다.

“이젠 가주께 죽었다.”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제운탑을 무너트렸으니 지옥에 떨어질 거야.”

백청청도 자신이 한 일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 사실이 알려졌다가는 백가장으로 끌려가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으앙! 이 공자님!”

결국, 백청청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서럽게 울었다.

두 호위 역시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청운과 혈황이었다.

청운은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백마사에 도착했다. 그의 비천무영신법은 극에 달한 상태였기에 이십 리 거리는 금방이었다.

도착과 동시에 막 장내로 뛰어들려는 데 혈황이 말렸다.

[기다려라.]

-예? 아니 백 소저가 위험하지 않았습니까?

[쯧쯧, 사랑에 눈이 멀어서 상대의 실력도 못 알아보느냐?]

-무슨 말씀이세요?

[백가장 가주의 하나뿐인 딸이다. 그런 장중보옥을 달랑 호위 몇 명만 붙여서 놔두었다.]

청운은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호위의 실력이 제법 대단하긴 했지만 신비세력이 암중에 움직이고 있었다.

가문으로 불러들이거나, 아니면 더 많은 호위를 붙여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달랑 호위 다섯 명만 대동하고 왔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두 명만 데리고 움직였었지.’

첫 만남에서도 호위는 두 명 뿐이었다. 주변에 몇 명 더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그들의 실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누군가를 완벽히 지킬 정도는 아니었다.

혈황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앞을 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좋은 구경을 할 것이니 기다려 봐라. 백가장 직계 실력 좀 보자꾸나. 하하하.]

청운은 혈황의 말에 불안했지만 따르기로 했다. 그래도 여차하면 달려들 준비를 하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혈황의 말이 맞았다.

귀엽게만 느껴졌던 백청청은 무서운 고수였다.

청운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의 무공을 감상했다.

백철군이 펼쳤던 무공과 같은 무공인데 확연히 달랐다. 그가 펼쳤던 무공을 보고 환우구검에서 환우무상검으로 한 단계 발전시킨 청운 아닌가.

그런 대단한 무공을 백청청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치고 있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더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저런 모습도 있었단 말인가?’

백청청의 새로운 모습에 청운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혈황은 흐뭇한 미소를 그리며 청운에게 말했다.

[그 봐라.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대단한데요.

[그렇지. 그보다 싸움이 끝났으니 그만 가보자꾸나.]

-예.

커다란 손바닥이 마지막 남은 적을 일격에 격살했다.

이제 싸움이 끝났으니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런데 백청청이 멈추지 않고 장력을 사방으로 쏘았다.

어찌나 살벌한지 앞으로 나서려던 청운과 혈황이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손 그림자 하나가 우뚝 솟은 제운탑으로 날아들었다.

“어?”

[이런!]

청운과 혈황은 사고를 예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제운탑 상단이 무너져 내렸다.

백청청도 놀랐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엉엉 우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나서기 힘든 상황이었다.

혈황은 인상을 굳히며 청운에게 말했다.

[예전에 말이다. 너 야반도주 했었잖느냐.]

-예, 큰일 날 뻔했죠.

[잘했다. 아무래도 청청이 만나는 거 다시 생각해 봐라.]

청운은 혈황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청운의 뒤를 따라서 달려온 정 소감이었다.

정 소감은 붉은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 * *

청운과 백청청이 연달아 습격받은 일은 곧 무림맹에도 알려졌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습격으로 인해서 무림맹이 다시 난리가 났다. 벌써 여러 차례 벌어진 신비세력의 대담한 행보에 무림맹 인사들이 이를 갈았다.

그동안은 이권 문제로 이견을 보였지만, 이제는 이권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도대체 경비대는 무엇을 한 것인가?”

“놈들이 안방에 들어와서 분탕질을 치는데 이대로 참을 수는 없습니다.”

“맹주! 옥선진인 문제도 있으니 당장 대책을 내놓으시오!”

장로들이 들고 일어섰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는 순수하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무사들이 동요할 것이다. 아니, 이미 동요하고 있었다.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가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판이었다.

중요한 건 그리될 경우 자신들의 자리가 다른 자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림맹주 양조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흥분한 장로들을 다독였다.

“자자, 진정들 하시지요.”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들과 다툴 수는 없었다. 이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었다.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것 아니겠습니까?”

“어험, 맹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일단은 기다려 보겠습니다.”

장로들의 대표로 제갈신우가 나서서 말했다. 그는 헛기침하며 다른 장로들을 거느리고 휑하니 밖으로 나갔다.

우르르 몰려왔다가 우르르 물러나는 장로들을 보면서도 양조생의 얼굴은 변화가 없었다.

그는 허허로운 미소를 지으며 제갈신기를 바라보았다.

“총군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예상 못 한 일입니다. 놈들이 이처럼 과감하게 나온다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허허허, 이거 무림맹이 동네북이 되겠구려.”

허허롭게 웃는 양조생을 보며 제갈신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갈신기는 알고 있었다. 맹주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예상보다 더 무모한 자들이다. 아무래도 진무사를 만나봐야겠어.’

신비세력의 행보가 너무 극단적이었다. 이대로 흘러갔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크게 일어날 것 같았다.

* * *

강소성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운성에 무림맹 소식이 전해졌다.

‘청청 폭주. 제운탑 일부 소실.’

전서구가 전해온 내용 때문에 백가장이 발칵 뒤집혔다.

백철군은 전서를 움켜쥔 채 다른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몇몇 인물이 맞은편 좌우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 역시 표정이 심각했다.

긴 침묵을 깬 건 백철군이었다.

“제운탑이면 백마사에 있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탑을 말하는 것이지요?”

“예 가주.”

“하아, 백마사에 사람은 보냈습니까?”

“예, 소식을 접하자마자 백상우 장로가 달려갔습니다.”

가볍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다. 백마사는 처음 중원에 세워진 사찰이다.

더군다나 부처님 사리가 봉안된 탑을 부수다니.

앞이 아득해졌다.

차라리 소림사 장경각을 박살 냈다고 하면 수습하기 쉬울 수도 있거늘…….

백철군은 하나밖에 없는 딸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당장 청청이 잡아오세요.”

“가주, 오겠습니까?”

하얀 수염이 멋들어지게 난 사내가 말도 안 된다는 투로 말했다. 그 소리에 백철군은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이제는 컸다고 말도 듣지 않았다. 어려서는 그렇게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아빠 없이는 못 산다고 떠들던 아이였는데, 어느 날 한순간에 달라졌다.

‘이 모두가 그 녀석 때문이야! 내 이놈을 당장에!’

생각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고 싶었다. 자신의 착하디착한 딸을 망친 것은 누가 뭐래도 청운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달려갈 수 없었다.

무림맹이라니…….

그와 양조생은 두 번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이였다.

이때 가만히 있던 중년쯤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가주,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들이 청청이가 누군지 몰랐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습격을 했다는 것은 또 습격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백철군은 사내의 말에 입을 닫고 지긋이 보았다.

“양 장로님,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입니까?”

“청청이 보호를 위해서 아이들을 좀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그래야지요. 그런데… 그 아이들을 통솔하는 분을 누구로 하면 좋겠습니까? 설마 양 장로님께서 가시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커험, 나야 가주께서 가라 하면 따라야지요.”

양 장로라 불린 사내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백철군의 눈을 피했다.

백철군이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시지요? 절대 안 됩니다.”

“너무 냉정하시구려.”

“다른 곳도 아니고 무림맹입니다. 가서 맹주랑 한판 하시게요?”

“크흠, 그놈은 제 상대가 아닙니다.”

“예, 그렇겠지요. 양 장로님께서……. 아닙니다. 이쯤 하겠습니다. 그리고 절대 안 됩니다.”

백철군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양 장로의 말대로 이대로 끝날 놈들이 아니었다.

* * *

무림 정세가 어수선해졌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아직 적의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적의 근거지라도 알면 일거에 몰아치면 되는데 오리무중이었다.

그나마 그들의 이름이 노룡회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청운을 습격한 자가 내놓은 정보에 의해서였다.

사로잡힌 사내는 동창에 의해서 모처로 이동했고, 약속대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며칠이 흐르는 동안 청운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별채에서 시간을 보냈다.

“대인, 소인이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청운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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