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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136화 (136/257)

# 136

136화

청운은 고개를 들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척하며 혈황에게 물었다.

-어디죠?

[저쪽 숲이 우거진 사이다. 아무래도 함정을 파고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혈황은 몸을 띄우고 협곡 위쪽을 살폈다.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제법 많은 자가 숨어 있었다.

[너, 포위되었는데?]

혈황은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투로 말했다.

청운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걸렸다.

우웅.

단전에서 맑은 소리가 울렸다. 이내 용천혈로 내공이 흘러내렸다.

스르륵.

청운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줄기 바람에 떠오르는 새털처럼 떠오른 청운은 혈황이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청운을 살피고 있던 광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청운이 정확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팡!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점이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광존은 등에 메고 있던 도를 움켜쥐며 마중 나가듯이 튀어나갔다.

쾅!

광존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칠야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 불었다.

삐이익! 삑삑!

공격 신호를 보내자, 넓게 흩어진 포위망이 바르게 좁혀졌다.

칠야는 광존의 뒤를 바짝 붙으며 전면을 보았다. 청운이 지척에 다다라 있었다.

콰쾅!

삼문협 협곡의 상공에서 거대한 기파가 터졌다.

낮게 깔린 구름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밀려났다.

흑백의 두 물체가 구름 사이에서 격렬하게 격돌했다.

대기를 가르는 강맹한 도강이 구름을 가르며 쏘아졌다. 갈라지는 구름 사이에서 영롱한 검강이 튀어나와서 도강에 부딪쳤다.

쾅!

후우우욱!

둘의 격돌이 낮게 깔린 구름을 빠르게 흩어졌다.

끼에에에엑!

허공을 가득 메우는 용울음과 동시에 거대한 청룡이 구름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청룡은 광존을 향해서 커다란 입을 벌리고 쇄도했다. 광존은 기겁하며 도를 휘둘렀다.

콰콰쾅!

“크윽!”

광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청룡을 베어버렸지만,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아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그 바람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대결에서 틈이 벌어졌다.

청운은 흐트러진 광존을 향해서 재차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청운의 검강 사이로 뛰어드는 자가 있었다. 온통 검은색으로 전신을 가린 복면인이었다.

청운은 손목을 틀어서 검의 궤적을 바꿨다.

챙! 차차창!

연속으로 복면인과 검을 마주했다.

둘은 충격파로 인해서 뒤로 물러섰다.

그사이 광존은 두어 걸음 물러선 뒤 자세를 잡았고, 청운을 기습한 칠야 역시 바닥으로 내려섰다.

청운은 비천무영신법을 운용하고 있어서 아직 허공에 떠 있었다.

스르르.

언제까지나 허공에 떠 있을 것 같던 청운도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섰다.

청운은 새롭게 나타난 복면인 역시 지난번에 습격했던 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청운은 싸늘한 표정으로 둘을 보았다. 사방에서 이들이 숨겨놓은 자들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검은 무복을 입은 광존은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백색무복을 입은 청운을 뚫어져라 살폈다.

광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운에게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어떻게 그놈의 무공을 사용하지?”

광존은 역용한 청운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청운이 알려줄 의무도 없었다.

“그게 중요한가? 어디 다시 한번 잔재주를 부려봐라.”

청운의 한마디에 광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청운의 실력은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이자는 누구란 말인가?’

청운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태로 다시 붙는다 할지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놈은 혼자다.’

광존은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더구나 청운을 잡기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다.

광존의 굳어진 얼굴이 꿈틀거렸다. 금방이라도 욕설을 내뱉을 것 같던 그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네놈이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쳐라!”

슈슈슈슉!

사방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대기하던 자들이 어느새 다가와 청운을 공격했다.

청운의 모습이 살짝 흔들리더니 허공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를 지켜보던 칠야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위다!”

칠야의 외침에 청운을 공격하던 자들의 고개가 위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뇌전이 자신들을 덮치는 것을.

파지지직!

콰콰콰쾅!

청운은 비천무영신법으로 허공에 나타남과 동시에 뇌룡폭풍검을 극상으로 펼쳤다.

청운의 검에서 뿜어진 뇌전은 번개처럼 빠르게 땅 위에 서 있는 자들을 덮쳤다.

하나하나가 강해서 뇌전에 쓰러지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충격이 컸는지 몇몇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청운의 공격이 재차 그들을 덮쳤다.

크아아앙!

거대한 용트림과 동시에 청룡이 나타났다.

“헉! 세 마리다!”

“막아!”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의 청룡이 허공에 모습을 보였다. 청운을 습격하던 자들은 기겁했다.

세 마리의 청룡은 곧장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아래 있던 자들이 각자의 무공을 펼쳐서 청룡을 공격했다.

거대한 도강과 한 줄기 검강이 솟구치더니, 선두에서 쏘아지던 청룡의 목을 베고 머리를 박살 냈다.

두 마리의 청룡이 힘을 잃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 마리는 무섭게 떨어져 내렸고 대지를 휘감았다.

청운은 허공을 차며 빠르게 땅으로 몸을 날렸다.

팡!

공기가 터지며 한 마리 매가 사냥하는 것처럼 양손을 몸에 붙인 채 쏘아졌다.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빠르기에 광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청운이 자신을 향해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광존은 거대한 도를 들어서 자신의 앞을 막았다. 칠야는 내리꽂히는 청운을 향해서 검을 강력하게 내질렀다.

둘의 지척에 다다랐을 때 청운의 몸이 허공을 유영하듯이 휘어졌다.

서걱! 팡!

무언가 뚫리는 소리와 함께 광존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헉! 크아아아악!”

칠야는 뒤로 연신 물러서면서도 광존과 청운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이, 이런.”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광존의 강맹한 도세를 청운의 검이 뚫고 지나갔다.

문제는 청운의 검이 광존의 사타구니를 찌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존의 다리 사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광존은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춤 물러섰다. 양손을 사타구니로 가져간 채 잔뜩 몸을 웅크렸다.

공격 후 뒤로 물러선 청운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퍼졌다.

하지만 곧 더러운 것이 묻기라도 한 것처럼 검을 탈탈 털었다.

‘에이, 하필이면 거길…….’

순간, 싸움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청운은 잔뜩 웅크리고 있는 광존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었다.

차라리 심장을 갈라서 죽였다면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을 텐데…….

청운을 같이 공격하던 자들은 자신들이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뒤로 멀찌감치 물러섰다.

곁에 있던 혈황마저 인상을 찡그리며 혀를 찼다.

[쯔쯔쯔, 차라리 목을 치지.]

-단전을 찌르려고 했는데, 키가 커서…….

파밧!

그 찰나의 순간 칠야가 움직였다. 그는 청운이 멈칫한 틈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광존을 둘러메고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놈을 막아라!”

칠야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신비세력의 무사들이 청운의 앞을 막아섰다.

청운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칠야를 추격하려 했지만,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물고 늘어졌다.

그들은 지난번 자신을 습격했던 자들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더구나 숫자는 더 많았다.

잠깐 사이 광존을 둘러멘 칠야의 모습이 숲속으로 사라졌다.

뒤이어 호각 소리가 들리더니 청운을 공격하던 자들도 후퇴하기 시작했다.

청운은 그들 중 몇 명을 더 쓰러뜨렸지만 결국 칠야를 쫓아가지는 못했다.

‘아쉽군, 끝장을 봤어야 했는데.’

청운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검에 쓰러진 자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지만, 두어 명은 상처가 깊긴 해도 죽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자들을 고문해서라도 정보를 얻어야겠군.’

그때 혈황이 다가와서 한마디 툭 던졌다.

[너 말이다.]

-예?

[그러는 거 아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혈황의 질문에 청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놈들을 놓친 것 때문이신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혈황의 성격상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청운이 의아해할 때 혈황이 청운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아무리 죽일 놈이긴 해도, 같은 남자로서 그곳을 공격하는 건 아니지.]

-그, 그건 사고였어요!

청운도 그곳을 찌르고 싶어서 찌른 것이 아니었다.

사실 자신도 놀라서 멈칫거린 바람에 놈들을 놓쳤지 않은가 말이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아아! 됐다! 보는 나도 섬뜩했는데, 당한 사람은 오죽할까.]

혈황은 자기 할 말만 하고 휭하니 몸을 돌리며 청운과 거리를 벌렸다.

청운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 * *

청운은 포로로 잡은 자들의 혈도를 제압해서 일단 금의위 위소에 넘겼다.

그들을 심문하면 뭐든 나오지 않겠는가.

한편, 청운을 기습하려다가 풍비박산(風飛雹散) 난 신비세력의 비밀 거점은 난리가 났다.

“죽여버리겠어!”

우르르르릉!

나삼을 입은 요희가 내공을 끓어 올린 채 사방으로 장력을 발출 했다. 집기류는 물론이고 벽이 박살 나며 숭숭 구멍이 뚫렸다.

칠야가 그녀 앞을 막아서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크윽! 제발! 내공을 거두십시오!”

쾅쾅! 콰콰쾅!

조금 전 요희는 침상에 누워서 사경을 헤매는 광존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격분했다.

광존이 중상을 입고 실려 왔다는 말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어, 어떻게 그곳을!”

요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광존의 남성이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찔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의원의 말에 의하면 남성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요희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인물에 대해서 분노를 터트렸다.

칠야는 필사적으로 요희를 막으며 소리쳤다.

“아직 남성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필요 없어! 이미 절반이나 잘렸잖아!”

애석하게도 광존의 거대한 물건은 기능과 상관없이 절반으로 잘렸다. 광존의 물건은 그 덩치만큼 커다랬었는데 이제는 보통 남성보다 작아지고 말았다.

요희에게는 광존의 크기도 중요했다.

칠야는 자신을 상대로 화풀이를 하는 요희에게 말했다.

“분명히 그놈입니다!”

“뭐?”

요희는 칠야를 몰아붙이던 손길을 멈췄다.

너풀거리는 나삼 사이로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흘러나왔지만 요희는 괘념치 않고 칠야에게 물었다.

“놈이라니? 설마 진무사를 말하는 거야?”

“예, 놈과 같은 무공을 사용했습니다.”

요희의 눈이 차갑게 변했다. 몸 주위로 요동치던 요기가 잦아들었다.

이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다시 칠야에게 물었다.

“놈이야, 아니면 놈과 관련된 자야?”

“정확한 건 아니지만 놈이 사용하던 검과 같은 검이었습니다. 검집은 달랐는데 뽑아 든 검신이 눈에 익었습니다.”

“그럼, 놈이 역용했다는 말이야?”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요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눈에 원독(怨毒)이 가득했다.

빠드득.

요희의 입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오냐 이놈! 내 네놈의 물건도 똑같이 잘라주마!”

칠야는 두 손으로 소중한 곳을 가린 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 *

청운이 별채로 들어와서 쉬고 있을 때 제갈신기가 찾아왔다.

웅천은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제갈신기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청운이 전음을 보내왔다.

-천뇌 님을 안으로 모시게.

웅천은 제갈신기를 안으로 안내한 후 다시 입구를 막아섰다.

청운은 안으로 들어선 제갈신기를 보며 담담히 물었다.

“어쩐 일이신지요?”

“한 가지 정보가 들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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