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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75화 (75/257)

# 75

75화

빙혼마녀 한국과 청운의 일대일 대결이 시작한다고 생각한 주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청운 역시 검을 허공에서 한 바퀴 돌린 뒤에 자세를 잡았다.

한국이 좀 더 내공을 모을 때 청운이 먼저 움직였다.

곧장 앞으로 한 발 내디디더니 그대로 우측으로 튕기듯이 나아갔다.

그러고는 검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쉐에엑!

서걱 서서걱.

청운이 휘두른 공격은 멍하니 구경하던 몇몇 영풍장 무인들을 휩쓸었다.

“이놈! 무슨 짓이냐?”

한국이 청운의 뒤를 쫓으며 크게 외쳤다. 그녀는 빙혼장을 쏘아내며 청운의 뒤를 따라붙었다.

청운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뒤집으며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추격하는 한국을 달고서 영풍장 무인에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영풍장 무인들도 전력을 다해서 청운에 맞섰다.

“잡아!”

“놈의 앞을 막으란 말이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며 청운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의 귀신같은 신법을 따라잡을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청운 때문에 영풍장 무인들은 결국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모두 물러서라.”

운형검 한죽은 크게 외침과 동시에 청운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동시에 다른 세 방향에서 청운을 향해 뛰어드는 자들이 있었다.

소소검 한매와 빙혼마녀 한국, 그리고 영풍장 무사들 속에 있던 한 중년 사내.

그들은 청운을 포위하듯이 네 방향에서 청운을 덮쳤다.

“와라!”

청운은 일갈과 함께 뇌룡폭풍검을 극성으로 펼쳤다.

쩌저저저정.

푸른 뇌기를 머금은 검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퍼버버버벙.

청운을 협공하는 자들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청운의 검기를 쳐내며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청운은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낮췄다. 뇌기를 품고 있는 검기가 바람결에 흘러가듯이 부드럽게 사방을 메웠다.

덩덩, 터더덩.

무언가 통통 튀는 소리가 들리며 다섯은 한 몸처럼 엉켰다.

넷은 한 몸이라도 되는지 청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야금야금 청운의 뇌기를 지우며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특히 한죽의 무공이 제일 강했다.

곤륜파 출신이어서 그런지 그의 몸놀림과 검은 현기를 담고 있었다.

절정을 넘긴 그의 신법은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었다. 허공에서 소매를 펄럭이며 방향을 바꾸는 현묘한 방식에 청운은 깜짝 놀랐다.

‘저런 방법으로 방향을 바꾸다니.’

다른 셋도 강했다. 개개인은 자신보다 강하지 않았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협공을 해오는 통에 몸이 자유롭지 않았다.

청운은 연이어 뇌기를 쏘아냈다. 허공을 자유로이 오가는 한죽의 떨쳐내며 쉴 새 없이 요혈을 노리는 셋의 공격을 막았다.

막기 급급하다 보니 반격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딱히 합격진을 사용한 건 아닌데도 점점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환우구검을 펼쳐라. 아니면 비천무영신법으로 빠져나가든지.]

보다 못한 혈황이 빠르게 청운에게 조언했다.

하지만 청운은 환우구검을 펼칠 수 없었다.

여기서 환우구검을 펼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

-누군가 알아볼 것입니다.

이미 환우구검이 청운의 무공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았다.

절정을 넘은 자들의 합공을 막아낸 무공이 무엇인지 유추한다면 어렵지 않게 청운의 정체가 발각될 수도 있었다.

‘환우구검은 최후의 순간까지 남겨놓는다.’

청운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펼치는 뇌룡표풍검도 뛰어난 무공이다. 자신이 아닌 혈황이 펼쳤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혈황은 더 조언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청운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 정도 위기는 스스로 극복해야 했다.

서걱.

청운의 앞가슴 옷자락이 길게 베어졌다. 이를 시작으로 청운의 옷자락이 부분부분 잘려나갔다.

그때 양청호가 움직였다.

그는 오행매화보(五行梅花步)를 극성으로 펼치며 중년 사내의 뒤를 덮쳤다.

중년 사내는 양청호의 공격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양청호의 매화검을 막으려고 주춤하는 사이, 어느새 청운의 뇌룡표풍검이 그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서걱.

“크윽.”

중년 사내가 길게 베어진 검상에 주춤 물러섰다.

사방에서 몰아치던 공격 중 한쪽이 흔들리자 청운의 숨통이 트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차아앗!”

청운의 입에서 짧은 기합과 함께 검기가 세 방향으로 날아갔다.

뇌룡멸겁!

한 마리 용처럼 날아간 검기가 청운을 따라붙던 셋을 덮쳤다.

강력한 일격을 막아낸 그들의 눈에 중년 사내의 목을 꿰뚫고 있는 청운의 모습이 보였다.

촤악.

청운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사내의 목에서 검을 뽑아냈다.

한 줄기 핏줄기가 뿜어질 법도 하건만 뇌기에 의해서 타버렸는지 피분수는 뿜어지지 않았다.

“죽어어어!”

한죽이 괴성을 지르며 청운에게 달려들었다.

청운은 피하지 않고 맞섰다.

챙챙, 채채챙!

연이어 검이 부딪치며 불꽃을 만들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한죽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혼자서는 청운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투캉!

촤악.

검운의 검이 비스듬히 올라가다가 기이하게 꺾이며 한죽의 옆구리를 길게 베었다.

한죽마저 상처를 입자 영풍장 무인들이 기겁했다. 한매와 한국이 한죽을 돕기 위해서 청운을 덮쳤다.

청운은 둘의 검을 빙글 돌며 피하고는 연이어 검을 뻗었다.

슈슉.

촤아악.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쾌검이 둘을 훑고 지나갔다.

얼굴이 일그러진 한매와 한국이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지켜보던 영풍장 무인들이 이를 악물고 청운에게 달려들었다.

청운은 강하게 땅을 밟았다.

그의 진각은 커다란 소리와 함께 땅거죽을 터트리며 솟구쳐서, 달려들던 영풍장 무인들을 덮쳤다.

동시에 청운도 몸을 날리며 영풍장 무사들을 베어 넘겼다.

순식간에 영풍장 무사 칠팔 명이 더 쓰러졌다.

“후퇴해라!”

결국 영풍장 무사들 속에서 후퇴명령이 터져 나왔다.

영풍장 무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부상을 당한 사군자 중 셋도 그들과 함께 후퇴했다.

그렇게 영풍장 무사들이 떠나고 화산파만 남았다. 양청호가 청운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넸다.

“무량수불. 화산의 양청호요. 대협의 도움을 화산은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저 역시 화산파와 인연이 있어서 나선 것입니다.”

청운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가 말한 인연이 가까이 있었지만 역용을 한 상태였기에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그때 한 소리 전음이 청운의 귀에 들려왔다.

-이 공자님이시죠?

청운은 깜짝 놀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진설란에게 눈길을 주었다.

‘어떻게 난 줄 알았지?’

의문도 잠시 진설난의 전음이 다시 들렸다.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선물한 수술을 검파에 달고 계셔서 알았습니다. 역용하신 것에 이유가 있는 것 같으니 모른 척할게요.

“아!”

청운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대로 청운의 허리에 매어 있는 검의 검파(劍把)에 붉은 수술과 작은 청옥으로 만든 장식이 달려 있었다.

진천표국에서 헤어질 때 진설난이 선물한 장신구였다.

딱히 멋 내기를 좋아하는 청운은 아니었지만 밋밋한 그의 검파에 장신구가 달리자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진설란이 배시시 웃었다.

-바쁘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진천표국이나 화산파를 지나시게 되면 꼭 들려주셨으면 해요.

그녀의 말에 청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룡들에게 연락을 받은 것인지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

알고도 아는 척하지 않는 게 고마웠다.

-알았소. 기회가 되면 꼭 들르겠소.

청운은 전음을 보내고 양천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놈들이 또 공격할지 모르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알겠소이다. 어서 사상자들을 수습해라.”

양천호가 굳은 표정으로 명을 내렸다.

청운의 말이 사실이라면 화산파로 돌아가는 길이 녹록치 않을 터, 서둘러야 했다.

청운은 그쯤에서 포권을 취하고 몸을 날렸다.

양천호는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붙잡지 않았다.

십 리쯤 달렸을 때 혈황이 말했다.

[어찌할 것이냐? 칠 것이냐?]

“예, 화산파와 싸우면서 전력이 크게 줄었으니 어쩌면 지금이 놈들의 힘을 약화시킬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혁련휘도 잡을 거냐?]

잠시 생각한 청운이 차디찬 목소리로 말했다.

“놈은 쥐구멍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어차피 독 안에 든 쥐니까요. 쥐구멍에 불을 때다 보면 언젠가는 튀어나오겠지요. 그때 올가미를 놈의 목에 걸겠습니다.”

* * *

영풍장이 보이는 골목에 도착한 청운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란한 소리에 눈을 빛냈다.

‘역시 화산파를 추격할 생각이로군.’

이미 추격을 할 인원이 구성되었는지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청운은 더 기다리지 않고 곧장 일권을 날렸다.

한 마리 푸른 용이 청운의 주먹에서 튀어나갔다.

뇌기를 두른 묵룡파천권이 천지를 찢어발기듯이 튀어나가 영풍장 입구를 박살 냈다.

쾅!

기왓장과 나무 파편이 하늘 높이 비산했다.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 청운은 거침없이 뇌기를 두른 쌍장을 휘둘렀다.

한 줄기 번개가 사방으로 쏘아졌다.

눈으로 본다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번쩍하는 순간에 이미 상대의 요혈을 두드리고 있었다.

영풍장 입구를 경비하던 자들이 모조리 쓰러지자, 안쪽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던 자들이 튀어나왔다.

“뇌신룡이다!”

“모두 놈을 막아라!”

무사들이 청운을 발견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부나방처럼 죽음을 도외시한 일격필살의 공격이 쏟아졌다.

흉흉한 기세의 공격은 폭풍처럼 청운을 덮쳤다.

휘리릭.

청운은 바닥을 차며 섬전팔영보를 펼쳤다.

여덟 걸음 안에 적을 쓰러트릴 수 있는 섬전팔영보의 화후는 그동안 더욱 깊어진 상태였다.

흐릿한 분신을 만들며 잔상을 남기는 청운의 무위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여기에 모인 자들은 청운의 상대가 아니었다. 절정을 넘어서는 무인들이 협공을 하지 않는 한 청운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아쉽게도 이곳에 있는 자들 중 절정무인이 가장 강했다. 사군자처럼 초절정을 넘나드는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다였나?’

청운은 자신을 위협하는 강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했다.

사군자와 처음 자신에게 죽임을 당한 사내 말고도 숨은 고수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만한 고수는 보이지 않았다.

청운이 생각을 정리할 때 영풍장 무사들도 최선을 다해서 청운에게 맞섰다.

“물러서지 마라!”

“놈은 혼자다! 포위하고 협공하라!”

여기저기서 청운을 잡기 위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청운은 손속에 인정을 두지 않았다.

이미 적이라 확정 지은 자들에게 베풀어 줄 자비는 없었다.

“적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청운은 일갈을 터트리며 강하게 검을 휘둘렀다.

채챙, 챙.

서걱, 서걱.

힘이 없어서 당해야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금의위들이 떠올랐다.

피맺힌 원한을 이제 하나씩 정리할 것이다.

와락.

검을 잡은 청운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청운의 거침없는 혈사에 혈황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청운의 분노가 느껴졌다. 자신 역시 청운의 심정과 같았다. 그 옛날 피눈물을 흘리며 도주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분노가 끓었다.

그때였다.

슈웅, 쾅!

어디선가 날카롭고 빠른 공격이 청운을 덮쳤다.

청운은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는 멈춰 서서 영풍장 안쪽을 보았다.

십여 명의 사내들이 날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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