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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51화 (51/257)

# 51

51화

그녀는 청운의 앞을 막아서고 싶었지만 자신의 호위에게 꽉 붙잡혀서 앞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턱.

“어?”

빠각!

공격했던 자의 팔이 뒤쪽으로 기이하게 꺾였다.

청운은 가볍게 주먹을 잡아서 팔을 분지른 다음에 발로 차버렸다.

단 일 수 만에 호위 셋이 쓰러졌다.

구용평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경악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어서 청운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제대로 본 자가 몇 명 없었다.

청운이 한 발 나서며 말했다.

“어디 한번 쳐 맞으면서 생각해 봐라. 네놈이 무얼 잘못했는지.”

청운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퍽! 퍼버벅!

지켜보는 이들은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 투덕거렸는데 어느새 구용평과 일행이 객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쓰러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만큼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호위들은 그저 기절한 것처럼 축 늘어져 있지만 구용평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팔다리가 기이하게 꺾였고 두 눈이 뒤집혀서 흰자가 보였다.

더욱이 그의 머리를 청운이 살짝 밟고 있었다.

‘이걸 죽여? 말아?’

청운은 잠시 고민했다. 살려두자니 세상에 죄만 지을 놈으로 보였다. 개과천선을 할 수도 있지만 놈이 하는 행보를 보면 불가능해 보였다.

“공자님, 이 공자님.”

청운이 고민에 빠졌을 때 뒤쪽에서 묘청청이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놈을 죽이시면 안 됩니다. 이쯤 했으면 이자도 정신을 차렸을 것입니다.”

묘청청의 말에 청운은 힘을 주던 발에서 힘을 뺐다.

“소저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이쯤 하겠습니다.”

“소녀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묘청청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청운에게 질문을 늘어놓았다.

“공자님, 그런데 무공을 익히고 계셨어요?”

“남에게 자랑할 만한 실력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불한당 정도는 상대할 수 있지요.”

“대단하세요. 어쩜 이렇게 겸손하신지.”

바짝 다가서는 묘청청의 모습에 청운은 순간 움찔했다.

무언가 기분이 묘했다.

싫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어색했다.

“흠흠. 소저,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팟.

순간 청운의 모습이 사라졌다.

묘청청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했다.

청운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허공을 움켜쥐고 있는 자신의 손만 보였다.

“아!”

무언가 진한 탄식이 묘청청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청운은 자신이 왜 극성으로 경공을 펼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무언가에게 쫓기듯이 달려가는 청운을 보며 혈황이 한마디 툭 던졌다.

[바보 같은 놈.]

“네?”

[되었다. 학사 놈들이 다 그렇지. 쯧쯧.]

“무슨 말씀이세요?”

[알 것 없다, 이놈아.]

청운이 물었지만 혈황은 한심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탕산 자락에 위치한 자룡궁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며칠째 계속된 습격에 자룡궁도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이미 궁내에 자리 잡은 일반인들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상태였다.

더욱이 자룡궁의 습격 소식을 듣고 안휘성은 물론이고 인근 성에서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무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동안 자룡궁의 도움을 받았던 문파들이 대거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어둠이 깔린 시각.

청운은 자룡궁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룡궁의 정체를 밝힐 문서나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혁련휘와 무공 사부를 비롯해서 일기대협과 그의 일행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며칠이 더 흐른다면 황도에서 내려오는 감찰관이 도착한다. 만일 그가 자기 일에 제동을 건다면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지장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반드시 찾아내야 해.’

그는 만화은신사형을 펼쳐서 자룡궁으로 스며들었다.

자룡궁을 한 바퀴 돌던 청운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는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청운은 대전의 오른쪽 기둥의 위쪽 그늘에 몸을 숨겼다. 그곳에도 복면을 한 자가 숨어 있었지만 아혈을 누르고 기절시킨 후에 대신 자리 잡았다.

대전 오른편 중앙의 벽이 옆으로 밀려 있었다.

은밀한 비밀통로였다.

그곳으로 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무언가 나르는 중이었다. 서류같은 것을 잔뜩 들고 나르는 모습이 자룡궁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청운의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

‘왜 이 저녁에 나르지?’

의문이 들었다.

매일 밤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자신이 와서 난장판을 만들었다.

오늘이라고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들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낮에 옮기는 것이 맞을 텐데 무언가를 나르고 있었다. 그것도 꼭꼭 숨겨진 비밀통로를 개방한 채.

‘함정인가?’

청운은 이들의 의도를 대번에 파악했다. 너무도 눈에 보이는 함정이었다.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자신을 잡기 위한 함정을 판 것이 분명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허술한 놈이군.’

제법 머리를 굴렸겠지만 연중삼원을 한 청운의 머리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청운은 주변을 살폈다. 수십 명의 복면인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름 은신술을 펼치고 있었지만 청운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펼치는 은신술보다 청운이 펼치고 있는 만화은신사형이 더 대단했다.

청운은 소리 없이 복면인 뒤로 다가갔다. 아혈과 함께 혼혈을 눌러서 복면인들을 소리 없이 잠재우기 시작했다.

푹푹.

하나둘 쓰러지다 보니 대전 안에 숨어 있는 대부분의 복면인을 잠재울 수 있었다.

이제 태사의 쪽에 있는 두 명의 복면인만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들은 건들지 않았다.

‘제법 실력이 있군. 조용히 잠재우기는 불가능하겠어.’

태사의 쪽에 있는 두 명의 복면인이 청운이 숨은 쪽을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았다. 청운이 있는 자리는 원래 다른 복면인이 있는 자리였기에 그자의 기척으로 느끼는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함정이 분명한 곳에 그냥 들어가기 찜찜했다.

그때 혈황이 쓱 앞으로 미끄러지더니 활짝 열려 있는 비밀통로로 모습을 감췄다.

예전에는 십장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요즘은 삼십 장 밖까지 청운과 떨어져도 되었다.

잠시 기다리자 혈황이 돌아왔다.

-어떻습니까?

[통로가 길더구나. 여러 가지 기관장치가 되어 있었다.]

-함정이 분명하군요.

[당연한 것 아니냐.]

청운의 예상대로였다. 자신을 옭아매려는 함정이 분명했다.

혈황이 비밀통로를 보더니 청운에게 말했다.

[그래서 안 들어가겠다고?]

-설마요. 준비한 성의가 있는데 들어가 봐야지 않겠습니까?

청운은 만화은신사형을 극성으로 펼치며 통로로 스며들었다.

통로는 어두울 것 같았는데 의외로 밝았다. 통로 양쪽으로 기름을 이용한 횃불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폭과 높이가 족히 일 장은 될 것 같은 제법 큰 통로였다.

이 안에 갖가지 기관이 설치되어 있다고 했다.

청운이 볼 때는 딱히 기관이 보이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는다기보다 기관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알 수가 없었다.

청운은 드나드는 사람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들이 어디를 밟고 지나가는지부터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몇 차례 살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제압한 자들이 들킬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

하나하나 살피면서 움직이기에는 촉박했다. 언제 들킬지 모르기에 서둘러서 움직였다.

휙 휘익.

청운은 바람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통로는 제법 길게 이어져 있었다.

두 번을 돌자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통로에 들어왔던 자들은 계단 앞에서 돌아갔다.

‘역시 함정이군.’

예상한 일이지만 막상 눈앞에서 사실을 확인하니 기분이 묘했다.

들고 온 물건은 계단 옆 구멍에다 밀어 넣는 게 보였다.

수직으로 뚫려 있는지 물건은 곧장 밑으로 흘러내려 갔다.

‘무얼 준비했는지 한번 볼까?’

어차피 부딪쳐야 할 일이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오늘까지만 혼란을 주고 다음번에는 금의위를 대동하고 올 생각이었다.

스르륵.

청운의 모습이 통로에 나타났다. 처음부터 서 있었던 것처럼 우뚝 서서 계단을 노려보았다.

척.

계단을 향해서 한 발 내디뎠다. 딱히 이상은 없었다.

연이어 다섯 계단을 내려가고 막 일곱 번째 계단을 내려섰을 때였다.

덜컹.

무언가 밟히는 소리와 함께 벽면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슈슈슉.

청운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청운이 있던 곳을 검은색 철시가 뚫고 지나갔다.

투두두둑.

반대편 벽면을 강타하며 떨어져 내렸다.

연이어 통로 전체에서 희뿌연 연기가 쏘아졌다.

‘독?’

청운은 호흡을 멈추며 몸을 움츠렸다.

칠보추혼산

일곱 걸음을 떼기 전에 죽음에 이른다는 극독이었다.

호흡을 멈추고 내공을 일으켰다. 자신에게 쏘아지는 독을 장력을 이용해서 앞뒤로 쏘아냈다.

쌍장을 휘두르며 독연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한차례 쏘아진 독은 더 이상 분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발동한 기관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작동했다.

슈슈슈슉.

통로를 가로지르며 날아오는 철전과 암기들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청운은 이리저리 몸을 놀리며 공격을 피하고 흘렸다.

동시에 아래로 뻗은 계단을 내달렸다.

철컹, 철컹.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그러나 청운의 신법보다 빠르지 않았다.

암기들은 그가 지나간 후에야 허공을 갈랐다.

계단을 빠져나왔을 때 좌우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동시에 청운의 목과 허리를 공격했다.

청운은 몸을 허공에 띄우며 수평으로 누이고 빙글 회전했다.

두 자루 장검이 위와 아래를 가르며 청운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척.

청운은 가볍게 바닥에 내려섰다.

이미 계단 아래를 훑어본 상태였다.

이십 장이 넘는 거대한 지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안에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일류를 넘나드는 무인들이었다. 형형한 눈빛이 보통이 아니었다.

청운은 쌍장을 휘둘러서 자신을 다시 공격하려는 두 명의 가슴을 후려쳤다.

퍼펑.

콰당.

두 명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뒤쪽으로 날아가서 쓰러졌다.

청운은 자신을 부채꼴로 포위하고 있는 자들을 훑어본 후에 입을 열었다.

“환영 인사치고는 부담스러운데.”

청운이 놀리듯이 말했는데도 그들은 곧장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대치한 채 노려보기만 할 뿐.

이미 독 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왜 공격하지 않는 것이냐? 겁이 나는 것이냐?”

상대에게 당장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알게 된 청운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십 장이 넘는 넓은 공간은 청강석으로 된 네 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었다.

연무장으로 사용되는 곳인지 벽면에 여러 종류의 병장기가 놓인 거치대가 보였다.

그런데 혈황이 청강석으로 만든 기둥 중 한 곳에 가서 유심히 보고 있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청운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무공이 적혀 있구나.]

-천교의 무공입니까?

혹시나 하고 청운이 물었다. 역시나 혈황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운은 눈을 빛내며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자들에게 물었다.

“천교라는 곳을 알고 있느냐?”

그러나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청운은 재차 물으며 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삼백 년 전 천하를 지배하던 곳인데 모르느냐?”

여전히 대답하는 자는 없었다. 어떤 특이한 행동이나 놀라는 자들도 없었다. 잘 정련된 한 자루의 명검처럼 침착했다.

그런데 한쪽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누군데 그 흉악한 천교를 말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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