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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43화 (43/257)

# 43

43화

설진중이 부하들과 함께 추격을 했었다. 곧 잡힐 줄 알았는데 한 시진이 흐를 때까지 잡혔다는 소식이 없어서 안 그래도 걱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무언가 변수가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된 일인지 소상히 말하게.”

“혁련휘에게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조력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예, 놈의 무공 사부라는 자가 놈과 함께 있었습니다.”

“뭐라?”

청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렇지 않아도 무공 사부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신경 쓰기에는 잡힌 자들이 너무 많았고, 안찰사와 도지휘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혁련휘의 무공 사부라면 팔조장인 설 백호의 무공으로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청운이 다그치듯이 웅천에게 물었다.

“설 백호는 무사한가?”

“송구하옵니다.”

청운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놈에게 죽임을 당했음이 분명했다.

“설 백호와 그를 따르던 팔조 위사 아홉이 모두 죽임을 당했습니다.”

소식을 전하러 왔던 한 명 외에 팔조가 전멸했다.

무공 사부의 실력이라면 능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죽였어야 했거늘.’

청운은 자책했다.

자신이 베푼 인정이 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죽은 자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나지 않았는지 웅천이 뜻밖의 말을 전했다.

“대인, 현재 개방에서 놈들을 쫓고 있다 합니다.”

“개방이?”

“팔조가 당한 것도 개방에서 알려왔습니다. 자신들이 추격하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어딘가?”

“북문으로 빠져나가서 곧장 황하를 끼고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놈들이 배를 탔느냐?”

“아직 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배를 타고 이동했다면 놈들을 추적하기 쉽지 않다.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에 찾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청운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서둘러 일조에서 삼조까지 준비시키게. 석 천호장을 부르고.”

“예 대인!”

웅천이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청운은 곁에 앉아 있는 혈황을 보았다.

[조금 찜찜했는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었구나.]

“예.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혁련종도가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다른 자들 역시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있음이 분명해. 이번에도 도지휘사와 안찰사가 도움을 주지 않았던가.’

청운이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혈황이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흐음…. 생각해 봤는데, 놈들의 조직 형태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무슨 말씀이신지요?”

[생각해 보거라. 혁련세가도 아니고, 혁련세가에서 분가한 혁련장이라는 일개 방계가 한 성의 군권과 사법권을 가지고 있는 안찰사와 도지휘사사를 움직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어림없는 이야기였다.

권력의 정점에 다다른 자들이다. 결코, 푼돈에 움직일 자들이 아니다.

분명 그들 사이에 무슨 거래가 있든지 아니면, 인과관계가 있음이 분명했다.

“그 점은 조사하고 있습니다. 안찰사도 잡아들이고 싶은데 그마저 잡아들였다가는 반발이 거셀 것입니다.”

이곳에서 청운이 힘으로 누른다 할지라도 황도에서 뒤집힐 확률이 높았다. 더욱이 다른 성의 도지휘사들이 함께 들고 일어난다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지도 몰랐다.

[그렇겠지. 그리고 그놈, 그냥 있지는 않을 것 같더구나.]

“예상하고 있습니다. 황도로 부당하다는 상소를 올릴 것입니다.”

안찰사가 그냥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청운도 알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런 일을 당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한 증거가 있기에 상관없었다.

청운이 혈황과 이야기를 할 때 석덕조가 들어왔다.

“대인, 준비되었습니다.”

청운은 석덕조를 보며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천호장은 이곳에 남아서 뒷일을 마무리해주게.”

“네. 대인!”

“고문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야 하네.”

“알겠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전서구를 통해서 연락하겠습니다.”

청운은 여러 가지 지시를 더 하고 자리를 나섰다.

밖에는 웅천과 삼대까지의 금의위 삼십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청운이 그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개방의 도움을 받아 놈들을 추격한다.”

“예! 명을 따르겠습니다.”

청운과 금의위 삼 개 십 대가 혁련장을 떠났다.

그들은 혁련휘와 무공 사부가 도주했다는 경로를 가로질렀다.

◈ ◈ ◈

상구(商丘)는 개봉에 미치지 못하지만 산동, 강서, 안휘성과 맞닿은 곳이다. 그래서 물산이 풍부하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교통의 요지였다.

그런데 어느 날, 피풍의를 입은 수십 명의 사내가 상구에 들어섰다.

북문을 통해서 들어선 그들 곁으로 거지 한 명이 다가왔다.

“대인! 한 푼만 적선해 주십시오. 사흘을 굶었사옵니다.”

거지는 맨 앞에 있는 사내의 바지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구걸을 했다.

어디서나 흔한 일이기에 사람들은 힐끔 보다가 이에 관심을 거뒀다.

“이걸로 만두라도 사 먹어라.”

“아이구! 나리, 감사하옵니다. 복 받으실 것입니다. 나리.”

사내가 건넨 것은 동전 두 닢이었다. 딱 만두 하나 살 수 있는 돈이었지만 거지에게는 은전보다 귀한 돈이었다.

거지가 누구에게 빼앗길세라 휘적휘적 사라지고 사내들도 성내 객잔으로 걸음을 옮겼다.

객잔에 들어선 사내들은 간단한 요깃거리를 시켰다.

모두 방립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객잔 안에 들어서서도 방립을 벗지 않았기에 주변 사람들이 힐끔거렸다.

사내, 이청운은 의자에 앉은 후 주먹을 폈다. 그의 주먹 안에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개방 거지가 건네준 쪽지였다.

청운는 쪽지를 빠르게 읽었다.

[상구 남문에서 흔적이 끊김]

급하게 휘갈겨 썼지만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곧 옆의 사내들 귀에 한 줄기 전음이 들렸다.

-놈이 남문에서 모습을 감췄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니 흩어져서 찾아라.

청운의 명령에 사내들은 간단히 음식을 먹고 각자 흩어졌다.

홀로 남은 청운은 찻잔을 입가에 가져갔다.

혈황이 밖을 보다가 한마디 했다.

[자룡궁으로 곧장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멍청하지는 않구나.]

“예, 만일 자룡궁으로 곧장 갔다면 그곳을 감시하고 있는 금의위들에게 들켰을 것입니다. 지금도 감시를 세 배로 늘린 상태입니다.”

[작정하고 숨었으니 쉽게 잡지는 못할 것 같다.]

혈황의 말대로 혁련휘가 사람들 많은 곳으로 숨어든 이상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상구가 비록 개봉성에 비해 인구가 적은 곳이라지만 그렇다고 시골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리적인 이유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었다.

“개방의 정보망을 믿는 수밖에요.”

개방이 나섰다고 해서 거지들이 상구성에 쫙 깔리는 일은 없었다.

개방제자가 전부 동냥을 하는 거지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깨끗한 의복을 입고 일반 백성과 다르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그들은 일반 거지가 아닌 정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개방도였다.

그들이 움직였다면 혁련휘와 무공 사부를 찾을 가능성이 높았다.

* * *

다음 날 객점에서 눈을 뜬 청운은 의관을 정제한 후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자를 불렀다.

“웅천은 게 있는가?”

“예, 대인”

덜컹.

문이 열리고 문밖에 있던 웅천이 들어왔다.

초췌한 웅천의 모습을 보니 날을 샌 것 같았다.

“어찌 되었는가?”

“송구하옵니다. 놈이 깊숙이 숨은 것 같습니다.”

예상한 일이긴 하나 그래도 아쉬움이 많았다.

개방도와 금의위를 푼 지 사흘째, 아직 이렇다 할 단서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청운의 아미가 구겨졌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좋을 게 없어.’

이미 안찰사가 황도로 서신을 보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일망타진하겠다고 해놓고 가장 중요한 자를 놓쳤다.

황제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한다면 일이 조금 복잡해진다.

“개방 방주에게 내가 전할 말이 있으니 보자고 전하게. 그리고 흑검방주에게 서신을 써줄 것이니 그대로 행동하라고 하게나.”

“알겠습니다. 대인.”

청운은 빠르게 서찰을 하나 적어주었다. 곁에 있던 웅천은 내용을 보더니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웅천이 서찰을 품에 안고 빠르게 나갔다.

곁에서 지켜보던 혈황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네 녀석 머리 하나는 최고다.]

“과찬이십니다.”

[아니, 아니야. 우리가 찾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고 놈들을 찾으려면 그 방법이 제격이야.]

* * *

사흘이 빠르게 흘렀다.

한 가지 소문이 상구에 퍼졌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한 것처럼 빠르게 퍼져 나간 소문 때문에 상구가 들썩거렸다.

-천원자(天圓子)의 천원검법(天圓劍法)이 발견되었다.

백 년 전의 정파기인인 천원자의 독문검법이 수록된 비급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었다.

비급에는 천원자의 독문검법인 천원십이검(天圓十二劍)이 수록되어 있었다.

천원십이검은 하늘의 이치를 담은 검법으로 도가계열인 전진파에서 파생된 검법이다. 천하제일 검법은 아니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검법이기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덕분에 수많은 무림인이 상구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들어온 자들보다 앞으로 들어올 자들이 더 많을 것이 분명했고,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상구가 무림인들로 몸살을 겪던 그때, 청운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장원 하나를 구입해서 세상의 이목을 가렸다.

임시 거처였지만 객잔에서 활동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았다. 오가는 사람도 신경 써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단아한 방안에 청운이 앉아 있고 그 앞에 웅천 백호가 서 있었다.

“오늘도 놈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는가?”

“예, 대인, 송구하옵니다.”

상구가 작은 성은 아니지만 수백 명을 풀었는데도 놈들을 아직 찾지 못했다. 처음부터 예상한 일이기에 다그치지는 않았다.

“소문은?”

“사방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인근에서 칼 좀 쓴다는 자들은 모두 몰려올 겁니다.”

“잘 지켜보게.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청운은 웅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느긋하게 무림인들만 감시하게. 그들이 급격하게 움직이면 뒤만 따라가고.”

“예, 대인.”

다음 날 점심 무렵.

“대인, 늦었사옵니다!”

한 사내가 머리를 바닥에 쿵 찧으며 청운을 향해 예를 올렸다.

“오느라 고생했소.”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흑검방 방주 흑무검 장준이 청운의 연락을 받자마자 부하 백여 명을 거느리고 상구로 달려온 것이다.

“시킬 일이 있어서 불렀소.”

“말씀만 하십시오. 대인이 시키시는 일이라면 소인,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겠습니다.”

장준은 청운의 정체를 알기에 납작 엎드렸다.

“그대들이 해줄 일은…….”

청운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장준은 눈빛을 번들거렸다.

흑도 뒷골목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였다, 청운이 맡긴 일만 잘 처리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알겠소?”

“예, 대인. 이놈, 이번 일에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목숨까지 바칠 필요는 없소. 지난번같이 적당히만 하면 되오.”

“예, 대인, 심려하지 마십시오!”

* * *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이 객잔에서 식사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한쪽에 네 명의 사내가 앉아 있는데, 무림인은 아니었고 장사꾼들로 보였다.

그런데 봇짐에 칼이 삐죽 튀어 나와 있는 걸 보면 단순한 장사꾼은 아닌 듯했다.

“자네들 들었나?”

“뭐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나?”

다른 자들에 비해서 깡마르고 얼굴이 검은 사내가 주위를 휘휘 살피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다.

“있지. 이리 모여 보게.”

그들은 가까이 머리를 맞대었다. 근처에 있던 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얼굴이 검은 사내가 월척을 낚은 낚시꾼처럼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비급을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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