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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마존-13화 (13/257)

# 13

13화

난데없는 소리에 모여 있던 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청운을 쳐다보았다.

“우리 말하는 것이냐?”

“허허. 아그야. 너 뭐 잘못 먹었냐?”

“갑자기 세상이 싫어졌나 보지?”

사내들이 어슬렁거리며 청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마침 심심했었는데 잘됐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니들 말고 저기 뒤에 있는 못생긴 놈 말이야.”

두 명의 사내들은 처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청운의 앞에 있던 자가 뒤를 힐끔 보더니 그대로 청운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이런 개자식이!”

후웅.

청운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위로 쳐올렸다.

퍽, 소리와 함께 청운을 공격한 사내의 몸이 뒤로 붕 떴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곧장 다른 자들도 청운을 행해서 공격했다.

청운은 상체를 흔들며 공격을 피하고, 주먹을 빠르게 뻗어서 상대를 쓰러트렸다.

쓰러진 사내들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청운은 고개를 돌려서 아직 남아 있는 두 사내를 향해 말했다.

“이봐,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야?”

두 명 중 조금 마른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청운을 공격했다.

사내는 발 쓰는 재간이 뛰어났다. 허공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는 처음 공격한 자들과는 다르게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이리저리 피하던 청운이 허공을 가르는 발길질에 가슴을 맞았다.

퍽.

생각보다 강력한 일격에 청운은 주춤주춤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청운을 공격한 사내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성큼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그가 곧장 발을 놀리며 공격했다.

청운은 처음과 달리 피하지 않고 놈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퍼버버벅.

[맞을 때 호흡을 뱉어야 한다. 맞는 부위에 내공을 집중해서 충격을 흘려라.]

사내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혈황이 조언을 해줬다.

청운은 잠시의 시간 동안 사혈을 피해서 여기저기 맞았다.

혈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볼 것이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이놈은 되었으니 치워라.]

청운은 얼굴을 향해서 발을 높이 드는 놈의 공격을 슬쩍 피했다. 그러고는 곧장 상체를 낮추며 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헉.”

충격이 큰지 사내가 옆구리를 부여잡고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인상을 잔뜩 쓰며 다시 공격하려는데, 뒤에서 지켜보던 사내가 놈의 어깨를 잡았다.

“네 상대가 아니다. 물러서라.”

새로운 사내가 앞으로 나섰지만, 청운은 신경 쓰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내공이 실린 공격에 맞아서 처음에는 고통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청량감이 몰려왔다.

온몸을 휘감는 청량감에 청운이 미소를 지었다.

고통만 아니라면 맞는 것도 할 만했다.

그런데 청운의 웃는 모습이 앞으로 나선 사내를 자극했다. 자신들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웃어? 후후…. 제법 한 수가 있다마는, 잔결방을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마.”

잔결방은 황도에 자리 잡은 사파 중에서도 제법 큰 세력이었다.

그들은 황도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방도들은 대부분 삼류무사지만 잔결방주인 잔결오검 천진악은 사파의 절정고수였다.

그의 위명에 실력 있는 사파고수들이 잔결방에 모여들었다.

아직 대문파로 발돋움하지는 못했지만, 중소규모의 세력 중에서는 나름대로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우웅.

사내의 몸에서 울림이 들리며 몸 주위로 한 줄기 바람이 휘돌았다.

펄럭이는 사내의 옷자락을 보며 청운은 마른침을 삼켰다. 혈황 역시 사내의 사나운 기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것 봐라? 제법인데?]

아직 청운의 실력으로 감당하기 벅찬 상대였다.

그렇다고 물러서게 할 수는 없었다. 이 기회에 청운의 몸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야 수련 강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

[일단 붙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물러서라.]

청운은 결의를 다지며 자세를 잡았다.

사내 역시 자세를 잡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한 손을 앞으로 내민 그는 다른 손을 가슴 쪽에 붙였다.

사내의 눈빛이 독사의 눈빛처럼 번들거렸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 같은 사내의 눈빛이 혈황의 마음에 걸렸다. 놈의 눈빛에는 진한 살기마저 깃들어 있었다.

쉬익.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에 청운은 상체를 뒤로 급하게 젖혔다.

서걱.

“헉.”

청운은 헛바람을 삼켰다. 어느새 가슴 옷자락이 살짝 베어져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가슴에 검상을 입을 뻔했다.

청운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사내를 보니 손에 단검을 들고 있었다.

“놈! 비겁하게 칼을 뽑다니!”

“크크. 비겁? 칭찬으로 들어주마. 크크”

큭큭거리는 사내의 온몸에서 지독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청운은 긴장하며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혈황도 화가 치밀었다. 설마 거기서 칼을 뽑을 줄 몰랐다.

그렇다고 청운에게 도망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냥 돌아섰다가는 등짝에 칼을 맞을 상황이었다.

처음 봤을 때 칼을 찬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시비를 벌인 것인데 품속에 소도를 숨기고 있을 줄이야.

쉐엑, 쉐엑!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네.”

사내는 비릿한 비웃음과 함께 소도를 혀로 핥았다.

청운은 최대한 자세를 낮추며 사내의 공격에 대비했다.

사내의 몸이 흐릿해지며 곧장 치고 들어왔다. 청운은 빠르게 보법을 밟으며 사내의 공격권에서 멀어지려 했다.

쉭, 쉭, 쉬쉭.

허공을 가르는 은빛 광체가 빠르게 청운의 요혈을 노리고 휘몰아쳤다. 그동안 상대하던 자들과 차원이 다른 공격에 청운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서걱.

청운은 최대한 몸을 피한다고 피했는데 오른팔을 살짝 베이고 말았다. 살가죽이 질겨 깊이 베이진 않았지만 따끔거리는 게 신경이 쓰였다.

주르륵 피가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내는 공격에 성공해서인지 잠시 멈춰 서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인지 모르지만, 사람을 잘 보고 덤벼야지.”

꿈틀.

청운의 미간이 좁혀졌다. 상대의 공격에 반격해야 하는데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소검을 쳐내야 하건만 혈황이 말렸다.

[손모가지 날아간다. 손목 쪽 노리지 마라. 저놈, 단검술이 뛰어난 놈이야.]

놈의 손목 움직임이 예상을 벗어났다.

손목을 노리고 금나수를 펼치려고 했다가는 그대로 상처 입을 것이라며 말렸다.

검을 차고 왔으면 어려울 것 없는데, 적수공권으로는 무리였다.

사내가 피하기만 하는 청운을 놀렸다.

“애송이 놈. 피하기만 할 생각이냐?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크크.”

사내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청운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이 조금씩 청운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그나마 다행히 깊은 상처는 없었다.

혈황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렀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청운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잘못하면 팔다리 하나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상대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대응할 시간이 없었다.

‘제길, 놈에 대해서 파악을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혈황이 뒤늦은 후회를 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응?]

청운의 몸을 휘돌고 있는 푸른빛이 옅어졌다가 다시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반딧불이가 밤하늘에 깜박이듯이 점멸했다.

[뭐지?]

청운의 몸을 휘감고 있는 푸른빛의 정체는 뇌의 기운이었다. 자신이 청운의 몸을 차지하지 못하게 했었던 원흉.

언제나 청운의 몸을 돌던 기운에 변화가 생겼다.

청운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푸른 기운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서걱.

“크윽.”

기어코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사내의 소검에 청운의 가슴이 길게 베어졌다.

청운은 가슴을 손으로 움켜쥐며 서너 걸음 물러섰다.

사내는 여전히 비릿하게 웃으며 청운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건들거리는 걸음을 하며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놈의 얼굴에 진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큭큭. 애송아, 죽을 준비는 됐느냐?”

마지막 통보하듯이 말하는 사내의 얼굴에는 희열감이 묻어 있었다. 살인마들에게서 볼 수 있는 광기였다.

손에서 빙글빙글 돌리던 소도를 허공에서 낚아챈 사내가 청운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사내의 공격이 너무나 빨라서 청운은 피할 틈도 없었다.

쉐엑.

푹.

소도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런데…… 반 치도 꽂지 못하고 갑자기 부들부들 떨었다.

“으어어어어어!”

푸른 기운이 소도를 타고 사내의 온몸을 뒤덮었다.

푸들거리며 떨리는 사내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쳤다.

그리고 결국,

“크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벌렁 쓰러졌다.

청운은 겨우 몸을 일으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혈황의 말에 청운은 몸을 일으켜서 그곳을 벗어났다.

청운의 앞을 막아서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청운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크윽. 너무 아픈데요?”

[괜찮다. 안 죽어. 원래 칼 맞으면 처음에는 따끔한데 나중에는 쓰리고 아픈 게 정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네 녀석이 위기에 처하니까 뇌기가 움직인 것 같다. 한마디로 그놈은 벼락에 맞은 꼴이 된 거지.]

“제 몸에 퍼져 있는 기운 말입니까?”

[그래, 벼락 맞으면서 흡수된 기운 말이다.]

어이없는 일이었다.

뇌기가 그런 식으로 움직이다니.

어쨌든 그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혈황이 멍하니 앉아 있는 청운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많이 컸다. 칼도 맞고.]

“크윽. 참 고마우신 말씀이군요.”

혈황은 청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봤을 때 가슴의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금창약 바르고 하루 이틀 쉬면 아물 상처였다.

[첫 칼 맞은 기념으로 오늘은 쉬자.]

“끄응. 예”

* * *

황도에 온 지 한 달째.

“하, 시원하군.”

청운은 실컷 얻어맞고도 미소를 지었다.

몸이 안 아픈 것은 아니었다. 온몸에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다만 고통 이후에 전해지는 청량감이 너무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제법 무공이 강한 자들을 상대했다.

그들과 싸우다 내공을 실은 공격에 맞으면 고통이 큰 만큼 청량감도 더욱 컸다.

상대의 내공이 온몸에 퍼지면서 잠들어 있는 기운을 건드릴 때마다 전율이 일 정도로 짜릿했다.

기분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렇게 전율이 일 정도의 청량감을 느끼고 나면 내공이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충격에 의해서 잠을 깬 진기가 내공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어서 돌아가자. 정 소감 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녀석만 더 상대하고 가면 안 될까요?”

청운은 무언가 아쉬웠다.

그러나 혈황은 냉정했다.

[안 되는 거 알지?]

“예. 그런데 오늘은 그놈이 안 보이네요. 만나면 아주 박살을 내주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요.”

혈황은 피식 웃었다.

청운은 요즘 한 사내와 박이 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덩치가 무척 큰 놈이었는데, 청운만큼 놈도 미친놈인지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벌떡 일어나서 싸웠다.

실력만 놓고 보면 그자가 청운보다 강했다.

처음에는 열 대 맞으면 겨우 한 대 때릴 수 있었다. 그나마 이제는 상대의 움직임에 익숙해져서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지 않았다.

[오늘은 포기하고 어서 돌아가자. 정 소감이 희소식을 가져왔으면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정 소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청운을 찾아왔다. 하는 일이 누군가를 모시는 일이어서 그런지 정 소감은 청운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잘 살펴줬다.

덕분에 청운은 생활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객잔의 별채로 가니 정 소감이 벌써 와 있었다.

“이제 오십니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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