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조각난 채 별빛처럼 다리 아래로 부서져 내리는 가드레일 사이사이로.
화물트럭들이 떨어져 내린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고가도로 아래를 향해 질주하다시피 내달린 화물트럭들의 운전석에서, 모자를 푹 뒤집어쓴 운전자가 일제히 핸들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른 순간.
“(옳지, 옳지.)”
고가도로 위에서 이를 보고 있던 혈교 제사장이 기특하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한 손에 빙빙 감은 사슬낫을 쓸 준비하고 있는 그녀는, 지금 저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녀석들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존재다.
“(이제 열어야지?)”
그러니까, 지금 추락하는 천사처럼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화물트럭의 짐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저 원숭이들의 어머니 말이다.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마지막 원숭이들이 짐칸 밖으로 쏟아져 나온 걸 본 운전석의 원숭이가, 곧바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던진 뒤 트럭 밖으로 몸을 날린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5톤짜리 화물트럭들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화물열차의 앞쪽에 떨어져 내렸다.
가로 막혀 버린 시베리아 횡단철로.
한 박자 늦게, 이젠 아예 멈춰 버린 화물열차 위로 원숭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우끼끼끽-!
평범한 원숭이들이 아니었다.
새빨간 구슬을 박아 넣은 것처럼 번뜩이는 두 눈과,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듯 털북숭이 피부 밖으로 드러나는 거친 근육, 그리고 결정적으로 양손에 쥐고 있는 예리한 쌍칼까지.
끼긱! 끼기긱!
유전자 조작을 가한 놈들이었다.
아니, 단순히 유전자 조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의 철저한 설계와 생체 개조를 통해 탄생한 이것들은 엘리자베스의 역작이었다.
혈교 제사장 엘리자베스.
그녀의 전공은 생물학과 화학이었다.
혈교의 제사장답게 신분을 바꾸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던 그녀는, 꽤 오랜 기간 관련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한 뒤 유명 대학의 교수로도, 정부 소속 연구소에서 개인 연구실까지 제공받으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 왔었다.
실험의 목표는 단 하나.
뇌파와 신체 반응, 호르몬을 포함해 아예 그 존재 자체가 그녀를 위해서 움직이는 완벽한 생명체들을 부리는 것.
혈교도는 자아가 있다.
혈강시는 유지가 불안전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던 엘리자베스는, 결국 근본부터 그녀의 기획한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만 것이다.
인공 수정을 할 때부터, 그녀의 피가 들어갔다.
혈교 제사장인 그녀의 피.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 그 피가, 성체가 되었을 때는 혈계(血系) 주술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명령에 반응할 수 있게 온갖 실험을 진행했다.
그뿐인가.
뇌의 신경망부터 뼈, 그리고 전신의 근육까지.
그 모든 것을 인간보다 더욱 강한 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은 물론, 그녀의 전투를 보조하는데 필요한 무공을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끔 기른 녀석들이다.
게다가 혈교의 천적인 북해빙궁을 상대할 일까지 상정한 이 녀석들은, 혈계 주술을 쓰지 않아도 어느 정도 엘리자베스와 합공이 가능했다.
어디 그뿐인가.
“(·········찾았다, 내 보물.)”
지금, 칼질과 함께 컨테이너 천장을 뜯고 하늘로 솟구친 저 제물처럼 감히 그녀에게 저항하려는 이들이 있을 때.
짝-!
그녀가 신호만 주면, 이 먼 거리에서도 저렇게 가장 먼저 떨어지는 원숭이의 몸 깊숙한 곳에 심어놓은 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
━━━━━콰콰콰쾅!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생체폭탄.
폭탄이 폭발하며, 거친 충격파와 함께 맑은 하늘에 원숭이의 피와 살점이 사방에 튀겼고.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폭발음이 채 가시기도 전, 그리고 피 안개와 함께 매캐한 폭발 연기가 채 걷히기도 전, 원숭이들은 본격적인 흥분을 시작한다.
끼긱-! 우끽끼-! 끽끽-!
경공 펼치는 원숭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동료 원숭이들의 죽음이 촉매제가 되어, 더욱 눈깔이 뒤집힌 채 폭발의 진원지로 날아가는 그녀의 애완 원숭이들.
그 한가운데, 백창규가 있었다.
방금의 폭발에도 멀쩡한 것은 물론, 손에 쥔 칼을 가볍게 흔드는 것만으로 바람을 만들어 그를 가두고 있던 피구름을 순식간에 날려 버린 혈교의 제물.
그런 그를 향해 가장 먼저 날아간 원숭이가, 그 기세 그대로 쌍칼을 들어 박아 넣으려 했으나.
팍.
허공에서 잠시 잔상이 이나 싶더니, 원숭이의 가슴팍에 일장(一掌)을 적중시킨 백창규.
그대로, 하늘에 일직선이 그어졌다.
━━━━━━콰지지직!
자신이 서 있는 고가도로 가장자리의 바로 옆 부분까지 날아와 콘크리트 위를 헤쳐 가더니 곧 절명하고 마는 원숭이.
이를 본 엘리자베스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고개 돌리자, 자신을 향해 도발하듯 손을 까딱하는 백창규의 모습이 보인다.
“(제물 주제에.)”
제대로 놀아 보기로 한 그녀.
어차피 북해빙궁 따위는 보이지 않는 지금, 그녀는 혈계주술을 사용하기로 한다.
한껏 여유 부리는 백창규 주변으로 날아가는 원숭이들에게 잠시 대기를 명령한 뒤.
어깨에 새겨진 혈교 특유의 문신이 번쩍 불타오른 그때, 그녀가 손에 힘을 주자.
콰콰콰콰콰!
열차 주변에 흩어진 피들이 움직인다.
처음에 열차 바로 위에서 폭발하며 사방에 터졌던 핏방울들이, 각각의 자리에서 일직선의 핏줄기를 그리며 높이 솟구쳐 하늘의 한 점에서 만난다.
“(건방지게.)”
그렇게 완성된, 반구(半球)형의 넓은 붉은 새장.
그 영역 안에서 나올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고 아직까지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백창규를 향해, 그녀가 본격적으로 공격을 펼치려 했을 때.
“(이런 개 같은! 이거 뭐야!)”
저 뒤편에서 비명을 지르려는 남자가 있었다.
한쪽 팔에 의수를 낀 남자.
제물과 동료가 아니었나?
몰래 도망가려다가 자신의 눈 바로 앞에서 하늘로 솟구친 핏줄기에 당하기라도 한 것인가.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스친 핏줄기 덕에, 머리카락 한가운데가 날아간 꼴이 꽤 웃겼지만.
“(별 거지 같은 게 다 꼬이는군.)”
어차피 저건 아무것도 아니다.
백창규만 죽이면 혈마를 강림시킬 제물로 바칠 수 있다.
피식 웃은 그녀가, 한 번 더 원숭이 두 마리를 터뜨린 뒤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한다.
짝-!
━━━━━콰콰콰쾅!
짝-!
━━━━━콰콰콰쾅!
허공에서 터져 버린 원숭이의 피를 이용해, 방금 만들어 낸 붉은 새장에 두 겹의 창살을 더 만들어 낸 뒤.
콰콰콰콰콰콰-!
고속으로 반구형의 새장을 회전시키는 엘리자베스.
이제, 저곳은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새장 자체의 위력은 물론이고, 잘못해서 신체 일부라도 닿아 피라도 난다면 그게 자신의 피라 하더라도 역시 이 공간의 노예가 되어 순식간에 스스로를 옥죄는 덫이 되고 만다.
본격적으로 흥분한 원숭이들로 하여금 백창규의 회피 경로를 막는 합공을 지시한다.
창규 주변으로 경공 펼치는 수십 마리 원숭이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칼날에 요란스럽게 햇빛이 비쳤을 때.
자루에 스스로의 피를 묻힌 사슬낫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공격을 준비하는 엘리자베스.
윙윙윙윙윙-!
혈계 주술과 함께라면 50m 이상에 있는 적도 맞출 수 있는 이 사슬낫은, 공중에서도 십수 번 궤적을 바꿀 수 있는 그녀의 독문병기.
곳곳에서 터뜨린 피와 폭탄 사이, 저 백창규를 향해 어지러운 합공을 하는 원숭이들이 간격을 먹어들어가는 어느 한순간.
그렇게 만들어 낸 틈에 그녀의 내공이 담긴 이 사슬낫을 쏘아내면, 저 정도쯤이야 쉽게···.
“······뭐야.”
순간 그녀가 인상을 쓴다.
콰콰쾅!
때때로 살벌한 폭발이 일어나는 붉은 피의 결계들 사이사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백창규와 함께 어지러이 칼을 섞고 있는 원숭이들.
“도망가려던 거 아니었어?”
저 녀석들을 향해, 전혀 예상하지 않은 쪽에서부터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 * *
거친 숨을 몰아쉬는 볼크 미하일.
단 한 번의 충돌이었다.
백창규 주위로 날아오던 원숭이들을, 정 반대편에서 날아 온 그가 가문의 비기를 통해 날려 버릴 수 있었던 것은.
“(후욱, 후욱, 후욱.)”
믿기지 않았다.
충돌한 순간 그의 전신에 가해진 묵직한 중압감.
빌어먹을.
칼 쥔 쪽 손목이 무겁다.
전신을 한계까지 비틀어서 쏘아 올린 이 회전격이 터졌을 때, 저 몇몇 원숭이들이 몰아친 쌍칼들이 부딪친 탓이다.
짐승 새끼 주제에 이렇게 세다고?
“(후욱, 후욱···.)”
“(뭐야.)”
한 번의 충돌로 바싹 목이 탄 미하일.
어느새 옆으로 슬쩍 몸을 피해낸 백창규가, 아직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지만.
“(너 설마, 나 노리고 온 거냐?)”
미하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설프게 도망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머리카락이 날아가서 화가 나기도 했고,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기도 했고, 왠지 저놈이 있으면 질 것 같지 않기도 했고, 원숭이 새끼들이 강하긴 한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스트레스 받는 일 천진데 그냥 힘껏 갈겨 보고 싶기도 했고, 그 와중에 이놈이 맞으면 맞는 거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여러모로 복잡한 마음이 치솟은 그때.
“(근데 손 그 꼬라진데 싸울 수 있겠냐. 너 죽으면 내가 정보를 못 듣는데, 그냥 아래 얌전히 박혀 있지?)”
욕이 목 끝까지 치솟았지만 참았다.
애초에 이 가문의 비기는 한 손으로 펼치는 게 정석. 쏘아낼 수 있는 전신과 야성, 그리고 살기(殺氣)가 있으면 한 손이 날아간 정도야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우끽! 우끼기! 끼긱!
다시 날아오는 원숭이들.
이번에는 사방팔방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를 가린 채 다가오는 모습이 퍽 괴상했지만, 미하일은 그대로 허공에서 경공을 펼치며 전신을 360도 회전했다.
그리고, 허공에 몸을 한번 퉁 튕기며 회전한 몸을 날려 그대로 다시 한번 회전격을 쏘아 낸 그때.
━━━━━━━콰쾅!
이번엔 묵직한 손맛이 있었다.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처럼, 사방좌우로 흩어지며 날아가는 원숭이들.
씨익.
미하일의 입가에 웃음이 맴돌려던 순간.
그건 위장이었다.
피핏-!
원숭이들이 날아간 동시에 그 빈공간으로, 사슬낫이 치고 들어왔다.
빠르게 칼을 든 미하일이 혼신의 힘을 다해 이를 걷어 내려 했으나, 이를 예측하기라도 한 듯 허공에서 90도로 치솟는 사슬낫.
촤륵.
순간 미하일은 등에 뜨끈함을 느낀다.
위로 치솟은 사슬낫이, 어느 순간 자신의 등을 베고 내려간 것이다.
“(이런 개 같은!)”
욕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등에서 흘러내린 피가 순간 날카롭게 솟구치며, 방금까지 자신의 머리가 있던 곳을 베고 갔으니까.
서걱.
아까처럼 잘려 버린 머리카락.
미하일이 섬찟함을 느낀 순간, 이어지는 소음에 그의 귀가 멍해진다.
━━━━퍼퍼펑!
━━━━퍼퍼펑!
━━━━퍼퍼펑!
아까 밀려난 줄 알았던 원숭이가,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와서 폭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폭발의 잔풍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 했지만.
끼기기긱!
이를 놓치지 않고 사방에서 다가와 쌍칼을 휘두르는 녀석들의 공격에, 전신에 입은 찰과상.
필사적으로 경공을 펼쳐 위로 올라갔으나, 저 망할 피의 결계 때문에 더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미하일이, 남아 있는 빈 공간을 발견했으나.
촤르륵!
계산한 것처럼 날아 온 사슬낫이 그의 뺨을 스치고 간다.
“(허억, 허억, 허억.)”
미칠 지경이다.
또 피를 무기로 써먹을까 봐 빠르게 옷을 들어 뺨에 묻은 피를 거칠게 닦는 그에게, 비웃는 듯한 낯짝으로 다가와 쌍칼을 부딪치는 원숭이들.
전부 막지도 못했다.
칼을 들고 있는 팔은 이제 얼얼해서 제대로 들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원숭이의 일검(一劍)을 간신히 발악하며 피했을 때.
덜컥.
칼 쥔 반대편 손의 의수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후욱, 후욱.)”
이제 숨만 쉬어도 체력이 쭉쭉 떨어지는 기분을 느끼는 미하일이,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
그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서, 사슬낫을 던지며 노는 여인의 얼굴에 옅은 웃음이 피어 있는 것을.
그렇다.
지금까지 혼신을 펼쳐가며 칼을 휘두른 그는, 저 여자와 원숭이들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망과 두려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몸을 덮친다.
그리고.
우끼끼끼?!
눈앞에 다가온 이 재수 없는 원숭이.
휘두르는 쌍칼을, 미역이 잔뜩 감긴 듯 무거워진 팔로 칼을 휘둘러 간신히 막아 냈지만.
우끼, 우끼끽.
문득, 반짝인 원숭이의 눈에서 녀석이 폭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순간.
“(야.)”
여태까지 보이지 않던 놈이 나타났고,
갑자기 놈의 전신에 잔상이 일더니,
“(그냥 저 아래서 쭈그러져 있으라니까. 너 살려 가야 내가 정보를 듣지.)”
방금까지 코앞에 있었던 원숭이가 사라지고,
━━━━━퍼퍼펑!
미하일이 있던 곳 한참 아래에서 예의 폭발이 나타났다.
“(···············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 미하일.
그 앞에 다시 나타난 고수가,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서 이쪽을 비웃던 여자를 가리킨다.
“(지금 내가, 쟤 잡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냐.)”
“(뭐?)”
“(안 궁금해? 난 궁금한데.)”
“(그게 뭔···.)”
“(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다시 시야에서 사라진 남자.
“(내가 빠르게 움직이는 거 보여 줄게.)”
아니.
사라진 게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찰나였지만 잔상이 일어났다.
마치 홀로 고속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팟.
그리고 그 잔상은, 다가오는 원숭이들의 사이사이에서도 일어나더니.
슈슈슈슈슉-!
어느샌가 허공에 흩뿌려진 잔상이 고속으로 돌아가는 저 피의 새장까지 갔을 때쯤에는, 그를 막던 원숭이들의 목은 모두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참이었다.
“(······!)”
하지만 놀랄 새도 없었다.
텅. 텅. 텅.
고속으로 돌아가던 피의 장막 위로, 순간 충격파가 일렁이는 듯하더니 순식간에 돌 맞은 거미줄처럼 뚫린 채 늘어난 피의 결계.
어떻게 한 거지?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촤르르륵!
옅은 흔적처럼 날아가는 그의 뒤를 따라, 뒤늦게 진심을 다하기라도 한 듯 해일 같은 핏줄기들과 거대한 살기(殺氣)를 띤 쇠사슬이 쏘아졌지만.
텅. 텅. 텅.
사각(死角)에서 날아오는 그 모든 공격들을, 경쾌하게 피해낸 남자.
흐린 잔상이었음에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는 아이의 그것처럼, 가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어딘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는 듯한 움직임.
텅. 텅. 텅.
그 모든 궤적을 홀린 듯 보고 있던 미하일의 견학 시간은, 그러나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텅. 텅.
또다시 다가오는 공격을 남자가 다음, 그리고 다음 스텝에 피한 그 순간.
슥.
남자의 잔상이 인 곳에서 뿌려진 희미한 검격에.
“(끄···)”
━━━━━━서걱!
“(···아.)”
싸움은 끝이 나고 말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