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으아아아아-!”
몇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도 안 난다.
산 채로 진흙밭에 매장되면 이런 기분일까.
- 야야, 정신 차려!
습하다.
“아아아!”
답답하다.
“으아아!”
숨이 턱턱 막혀서.
“씨, 씨바알!”
미쳐 버릴 것만 같다.
‘진짜······.’
아득할 정도의 극독(劇毒)과 영기(靈氣)에 빠져 익사하려던 정신을, 몇 번이고 낚아 올린 창규. 살가죽처럼 들러붙는 이 답답함이, 피부를 뚫고 자신의 전신으로 파고드는 이 괴로움이, 고함이라도 터뜨리지 않고서는 버티기 힘들 정도로 끔찍하다.
‘씨발······.’
이제, 정말 지긋지긋하다.
태백시에서 겪은 게 뇌가 타 버릴 정도의 치열한 고생이었다면, 이건 일분일초마다 꺼지려는 정신을 붙잡아야 하는 지리멸렬한 고생. 그게 어떤 종류의 고생이건, 이제 더 이상의 고생은 끔찍하다.
“커, 커허어억···!”
피부 껍질이 바뀌는 듯하다.
맷돌 사이에 끼어 들어가기라도 한 듯, 손끝과 발끝을 포함한 전신의 끄트머리에서 뭔가가 빠지고 벗겨지는 느낌이 든다. 타오르는 용암 속에 던져지기라도 한 듯한 고통에 절로 창규의 입이 떡 벌어지지만.
- 안 돼! 더! 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을 고통을 견뎌낸 창규가, 간신히 입을 다물어 턱근육을 움직인다.
으적-!
독각화망의 내장을 우물우물 씹어 삼킨 창규.
- 그래, 얘는 내장이 전부 내단이야. 어설프게 끝내지 말고 다 씹어먹으라고!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전신을 요동치는 독각화망의 움직임에, 그는 마치 자동차가 전복하기라도 한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이제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으적-! 으적-!
멀미감 따위는 이제 몸살보다 가볍게 느껴지니까.
다만 지금 고통스러운 건, 잇새로 빠져나오려고 하는 이 아득한 영기. 간신히 몸에 갈무리한 영기들이, 몸속의 기혈 하나하나를 건드릴 때마다 발작버튼이라도 눌린 듯 창규의 전신이 비틀린다.
“끅! 끄하아아악!”
손발톱은 물론, 이빨도 하나씩 빠져가는 창규.
전신의 힘이 쭉쭉 빠지고 있음에도, 그는 품고 있던 모든 악다구니를 더해 독각화망의 뒤틀린 내장 곳곳을 헤엄쳐가야 한다. 이제, 여기서 끝내면 죽도 밥도 안 되니까.
‘화, 환골탈태는 씨발···.’
손에 힘이 느껴지지 않으면 팔꿈치로, 팔꿈치가 움직이지 않으면 몸통으로, 몸통으로 벌려지지 않으면 이빨로, 이빨이 부러지면 잇몸을 사용해서라도.
- 그렇지! 그래, 잘하고 있네!
이 빌어먹을 방법을 추천한 천마에게 잠깐의 분노가 치솟았지만, 창규는 이 화(火)조차 자신의 몸을 움직일 동력으로 삼았다. 아예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를까, 이왕 시작했다면 도중에 그만두는 게 독이 된다는 것을 창규는 잘 알고 있다.
- 크하하하! 그래, 물어뜯어! 싹 다 잡아먹으라고!
으직!
힘들고.
으직!
고통스럽다.
으직!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올 정도로.
- 자, 거의 다 됐어. 이번엔 진짜라고.
하지만, 슬슬 느껴진다.
진흙으로 가득 찬 늪에 빠진 듯 숨 막히는 이 역겨운 독각화망 사이에서. 독각화망의 생명 근간을 이루는 음양의 기운과 맞물린 극독과 영기가, 자신의 전신에 살가죽처럼 내려앉기 시작하는 것이.
빠져 버린 손톱에.
부러진 이빨 사이로.
피가 나는 잇몸 위로.
묘한 기운이 내려앉는다.
독각화망의 내장이 창규의 뱃속으로 사라질수록, 여태까지 독각화망의 근간을 이루던 기운이, 창규의 사라진 신체 말단에 자리하기 시작한다.
영기가 젖어든다.
독기가 피어난다.
생기가 솟구친다.
- 와, 너 어떻게 아직도 그거 안 깨물었냐?
문득, 창규의 눈에서 강렬한 안광이 터진 순간.
번쩍-!
불 꺼진 터널에 들어선 어둡기만 했던 이 독각화망의 내부에 불 같은 섬광(閃光)이 번쩍인 순간.
- 그래, 뭐 기폭환이야 나중에 써먹는 걸로 하고.
창규는 보았다.
- 준비 됐지?
더 먹어치울 내장이 사라져 버린 독각화망의 뱃속. 창규가 뿜어내는 강렬한 기운에 찢어져 버린 뱃가죽 너머에서.
- 그럼.
멍하게 이쪽을 보는 두 반연문도를.
- 다 조지러 가자.
아니, 방금까지 이 지옥에서 겪은 울화를 풀어 낼 쓰레기들을.
* * *
“대표님-!”
반연문의 특급 고수가 영물관 외창으로 달려간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삼일 타워는 3대 문파가 각 층의 지분을 나눠 가진 마천루. 허가받지 않은 위아래 층을, 반연문 따위 문파가 비영업시간에 무단출입하는 건 너무 위험하다.
“저, 저게 뭔···!”
“이쪽으로! 먼저 대피하십쇼!”
쨍강-!
역시, 답은 창문밖에 없다.
엘리베이터나 계단은 ‘저걸’ 피해 도망치기엔 너무 느리고, 20층대의 높이면 반환식이 가진 경공을 펼치기 딱 좋은 높이 아닌가.
“그, 근데 밖으로 나가면···.”
“대표님.”
우물대는 반환식의 어깨를 잡아끄는 특급 고수. 삼일 타워 근방은 백검단원들이 지키고 있을 테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괴산파가 있으니 나중에 불이익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었고.
“여기 계시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
무엇보다, 저 앞에는 ‘확실한 위험’이 있었으니까.
크아아아아아-!
부적 붙인 유리관 안에서 울려 퍼진 사자후.
독각화망의 전신을 울룩불룩 터뜨리고 나온 저 괴물이, 전시관을 주먹으로 두드리기 시작한다.
꽝-! 꽝-! 꽝-!
유리관 위아래 부착한 부적들이 펄럭인다.
위험하다.
모산파 총본산의 인가를 받고 구입한 저 부적들은, 원래 저렇게 쉽게 압착이 해제될 싸구려 부적이 아니다.
쩌적-! 쩌저적-!
독각화망관에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겼을 때.
“야, 나, 나 먼저···.”
“여긴 제게 맡기고 가십쇼.”
“너, 또, 똑바로 처리해라, 어?”
“존명.”
반환식이 영물관 외창 밖으로 뛰어 내렸을 때.
꽈앙-!
고개를 돌린 반환식의 오른팔은, 마주할 수 있었다.
와장창창!
비처럼 쏟아진 강화 유리 조각 너머에서 등장한, 괴이한 모습의 한 남자를.
“후우.”
그야말로 괴인(怪人).
반환식의 지시 아래, 실험이란 명분으로 온갖 아비규환 같은 현장을 만들고 다니던 그녀도 여태 저런 꼴을 한 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 진짜 사는 거 X같네···.”
“······.”
전신에 피와 오물, 그리고 독물을 뒤집어쓴 모습이 마치 양수를 뒤집어쓴 태아 같았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야.”
보이지 않는다.
머리털, 눈썹을 포함한 전신의 털은 물론,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있어야 할 손톱 발톱 20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전신을 덮은 끔찍한 이물질들이 흘러내린 뒤 드러난 저 남자의 알몸은, 지금도 꿈틀대고 있는 저 전신의 근육을 제외하면 태아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우리, 아까 봤지?”
“···············?!”
문득 번쩍인 안광(眼光).
저자가, 아까 폐아파트에서 마주쳤던 그 남자인 걸 깨달은 순간!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눈동자에서, 전신에 소름이 쫙 끼칠 정도의 눈빛이 피어오른 순간!
“너, 이리와 봐.”
그녀는 직감했다.
과정 따윈 궁금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루어졌다.
반환식이 연예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실험체’들에게 시험해 오던,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다다르고자 했던 그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가.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전신의 체모가 아직 돋아나지 않은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지금 죽여야 돼······!’
검을 꼬나쥔 그녀가 경공을 펼친다.
콰콰콰콰-!
순식간에 좁혀지는 남자와의 거리.
뚝뚝 떨어지는 이물질과 어깨 위로 일렁이는 아지랑이 사이로, 보인다. 아직 놈의 전신에 체모는커녕, 손발톱도 제대로 돋아나지 않은 모습이.
‘···············됐다!’
승리를 확신한 그녀가, 코를 찌르는 악취 사이로 어깨를 밀어 넣는다.
“방금 나간 거, 너희 대표···.”
“뒤져-!”
“야.”
그대로 휘두른 일검(一劍).
스걱-!
다만 그녀가 벤 건 남자의 잔영(像影).
“사람 말하고 있잖아.”
“·········!”
고개 숙인 자신의 코앞에서 남자의 안광이 번쩍였을 때, 그녀는 순간적으로 보았다.
남자의 오른발.
허벅지부터 이어지는 거대한 힘줄이 꿈틀거린 뒤, 어느새 발가락 끝에는 튼튼한 발톱이 돋아 있었다.
남자의 오른손.
어깨를 타고 손끝까지 툭 튀어나온 힘줄.
마치 도미노라도 이어지듯 정권 위까지 연결된 힘줄이 한번 꿈틀거리자, 어느새 그의 오른손 끝에는 강인한 손톱이 생겨나 있다.
꽈득.
그 손으로 남자가 말아쥔 일권(一拳).
“안 되겠다.”
“자, 잠까···!”
콰직-!
그 일권이 그대로 배에 꽂힌 순간.
“···끄허억!”
그녀는 곧 깨달았다.
‘·········늦었다.’
이놈, 이미 완성됐다.
* * *
삼일 타워 앞은,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그 새끼 이리 넘겨.”
“싫은데?”
방금 위에서 떨어져 내린 반환식.
그런 그를 보호하고 있는 괴산파의 문도들.
이들을 향해 경멸 어린 눈길을 보낸 박웅태가, 자신의 목을 향해 칼을 겨눈 이휘택을 향해 마지막 설득을 했다.
“조용히 넘기면, 아까 거짓말한 건 그냥 넘어가 주겠다.”
“실력 있으면 뺏어가 봐.”
“이휘택, 너 대체 왜 이러는데? 그딴 버러지 새끼 지키면 대체 무슨 콩고물이 떨어진다고···.”
“이 새끼 지키려고 그런 거 아닌데?”
“뭐?”
“내가 아직, 네 칼맛을 못 봤어.”
“미친 새끼가, 비무라면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받아 줄 테니까···.”
“아니지.”
가면 아래로 광기 어린 웃음 짓는 이휘택.
“비무의 꽃은 생사결. 넌, 그 영감 관련된 일 아니면 진심으로 안 싸우잖아?”
“진짜········· 그것 때문이라고?”
“일단 칼이나 잡아. 나 이기면 쟤 너 줄게.”
“아, 안 돼! 안 됩니다! 살려 주세요!”
“쉿.”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짓는 이휘택과, 괴산파 문도들 사이에서 비명을 지르는 반환식을 번갈아 본 박웅태가, 주변의 백검단원들에게 고개를 돌린다.
“다들, 여기 민간인 전부 통제하고 한주빈 불러. 영감한테는 내가 연락 넣을 테니까.”
“다, 단장님!”
“빨리!”
“······예.”
그대로 부채꼴처럼 퍼져 나가 삼일타워 앞 오거리를 통제하는 백검단원들. 차가 오가기 시작한 도로를 단속하기 시작한 그들을 본 박웅태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래. 박웅태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
어차피 이휘택은 의중을 알 수 없는 놈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맹주를 포함한 경호실 인력들이 올 때까지 시간이나 벌 셈으로 비무를 수락한 박웅태. 그런 박웅태를 본 이휘택이, 천천히 손을 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무대를 좀 넓혀 볼까?”
“자, 잠깐마안!”
타다닥!
이휘택의 한마디에 비명을 지르는 반환식을 인질처럼 끌고 교차한 횡단보도 가운데로 달려가는 괴산파 문도들.
“어때? 우리 정도 되는 고수들이 싸우려면 이 정도 무대는 있어야 되지 않겠어?”
순식간에 무대가 마련되었다.
오거리를 교차하는 거대한 횡단보도 사이, 차량들에게 양해를 구한 백검단원들과 반환식을 인질로 삼은 채 반대쪽 차량을 막아선 괴산파 문도들 가운데 만들어진 공간.
만족스럽게 웃은 이휘택이, 칼을 든 채 횡단보도 사이를 향해 걸어간 순간.
“아참! 생사결을 하려면 입회인이 있어야 하···.”
파창창-!
문득, 저 위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쐐액-!
동시에 삼일 타워 아래로 꽂히는 인영(人影).
괴산파 문도들에게 붙들려 있던 반환식이, 떨어져 내린 자신의 수하를 보고 목청 돋워 소리를 지를 때쯤.
“야, 야! 여기!”
“대표님.”
“죽였어? 어? 끝냈냐고!”
“죄송합니다.”
“그게 뭔···.”
“피하십쇼.”
피투성이가 된 채 반환식이 있는 쪽으로 경공을 펼치는 단발의 여자. 백검단이고 괴산파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은 가운데.
꽝━━━━!
저 위에서 두 번째 인영이 내리꽂혔을 때.
모락모락한 흙먼지가 날아간 이후의 광경을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어!?”
삼일 타워의 위에서 내리꽂힌 ‘그것’은, 간신히 사람의 형태만 유지하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 * *
“·········후우.”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창규는 지금, 자신의 일생을 차지하고 있던 고통의 뿌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었다.
‘·········씨발.’
생각해 보면 그렇다.
‘분명히 강해지고 있다는데, 왜 내 인생은 점점 X같아지는 거지?’
태백시에서, 뇌를 태울 것 같은 고통을 느껴가며 강해지려 했던 건 불과 반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이미 그전에도 창규는 이런 식의 고통을 꽤 느껴 오고 있었다.
‘아니, 예전부터 그랬어.’
고아로 태어났던 때부터.
시체청소를 할 때까지.
‘왜 내 인생은 X같은 일밖에 없는 거냐고.’
되돌아보면, 한 번도 크게 웃은 적이 없는 인생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이 무공을 익힌다는 것도, 결국은 행복해지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왜 강해져도 이 지옥 속에서 머물러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독각화망의 뱃속에서부터 해온 창규.
- 너무 열 내지 마.
뜨거운 기운이 전신에 부딪힌다.
해소되지 않은 울화(鬱火)가 전신 세맥 하나하나까지 진흙처럼 쌓인 듯한 느낌이다. 가을바람으로도 도저히 식혀지지 않는 이 열기가, 새로 벗겨지고 돋아난 이 전신 곳곳을 두드리고 있다.
- 뭐, 그렇다고 너무 열 안 낼 필요도 없고.
분명, 여태까지였다면 이를 식혔을 것이다.
차가운 이성이니.
분석이니.
하지만, 이제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 슬슬 꺼내도 되겠네.
창규가 혀 밑에 품고 있던 기폭환을 굴린다.
일전에 대전으로 가기 전 한주빈에게 받았던, 일시적인 내공 상승이 가능하다는 현장 탈출용 영약. 참하늘주님성회에서도, 아까의 지옥 같은 순간에서도 터뜨리지 않았던 이것을, 창규가 혀 밑에서 빼냈다.
‘어차피 X같은 일만 가득한 세상인데···.’
저 멀리 도망가는 반연문의 특급 무인.
저 여자가 다가가는 반연문의 대표.
그리로 향하는 자신에게, 문득 살의를 던지며 칼을 치켜드는 가면 차림의 무림인들.
‘···터뜨리지 않을 필요가 있나?’
뜬금없는 살의를 피우며 자신에게 칼을 드는 괴산파 문도들을 본 창규가, 입안에 머금은 기폭환을 깨문다. 차가운 머리를 유지했던 여태까지와 달리, 그는 이제 온몸에 솟구치는 이 화를 끝까지 폭발시켜 볼 작정이다.
까득-!
전신에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머리가 살짝 멍해진 뒤, 방금 전까지 몸속을 몰아치던 혈기가 일순 팽창한다. 힘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정신이 나갈 듯 혼미해지지만, 상관없다.
‘씨발, 근데·········.’
뜨겁다.
쓰레기 같은 짓을 저지른 반연문의 무림인도, 그들의 수장이라는 저 반환식 대표도,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주제에 칼을 겨누고 있는 저 가면 쓴 새끼들도.
모조리 반 죽여 놓고 싶은 만큼.
‘·········저 새끼들은 뭔데 칼을 겨누고 지랄이야?’
열이 뻗친다.
우두둑!
횡단보도에 옹기종기 모여 자신을 노리고 있는 저 새끼들을 바라본 상태 그대로, 창규가 천천히 발에 힘을 그러모은다.
- 아까 내가 말한 거 기억나?
꽝━━━!
그쪽을 향해 가볍게 밟은 진각.
- 세상이라는 게 원래 고수한테는 놀이터요, 하수한테는 생지옥이라고.
그 진각 하나에.
- 이제.
교차한 횡단보도 전체가 폭발했다.
- 놀러 나갈 시간이다.
[천마군림보, 진(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