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무림 견문록-51화 (51/150)

51화.

땀 뻘뻘 흘리며 힙합식 제스처를 난사하는 서정우.

전신에 묻은 술 냄새가 지독하다.

“내가 바로, 국힙원탑 서정···.”

“하.”

“아, 놔라! 놔아라!!”

놈을 말리던 창규는 새삼 떠올렸다.

서정우 이놈,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맹주의 리무진에서 술을 마신 뒤 거하게 토악질을 했었지. 마침내 경호단원이 되었다는 기쁨에 들떠서 그런지, 오늘은 그때보다 훨씬 더 취기가 오른 것 같다.

‘술 사는 건 최대한 나중으로.’

기 빨리는 녀석.

미션 시작 전 마지막 비무에서 했던 술 약속은 최대한 미뤄야겠다고, 창규는 생각했다. 동시에, 특임조로 들어가야겠다는 결심도 더 단단해졌고.

- 경호하는 애들 표정 봤지? 얘 손 잡고 경호실 들어가면 근시일 내에 주화입마 걸리지 싶은데.

와지끈!

붙잡으려고 하니 거의 주폭(酒暴)처럼 몸부림치는 서정우를 잡은 창규가, 고개 돌려 원형 탁자 주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그냥 기절시키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군자불기(君子不器), 모름지기 큰길을 걷기 위해서는 편협하지 않고 모두를 품을 줄 알아야 하는 법. 상관이 되어서 술 좀 취했다고 강호의 후학에게 손을 대야 쓰겠느냐.”

“?”

똥물 맞은 뒤 잡아먹을 기세로 달려들었던 주제에 이건 또 무슨 소리.

“어··· 군, 뭐라고요?”

“야이, 누가 맹주님한테 그딴 식으로 말 뱉으래.”

“웅태야.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항상 언행을 조심하라고 저번에도 얘기했을 텐데.”

- 똥물 뒤집어쓴 주제에 아가리는 청산유수네.

무림맹주 곽용범.

일주일 전에도 살짝 느끼긴 했지만, 저자는 ‘한국 무림 맹주’라는 자리에 맞는 격을 갖추려 의식하는 것 같았다. 아니, 왠지 그때보다 더 점잖은 행동을 보여 주기 위해 무리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때 똥물 맞은 게 계속 신경 쓰였나?’

신기했다.

스스로뿐만 아니라 단장과 부단장에게도 당부를 내린 듯,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만 푹푹 내쉬는 단장이 보였으니까. 맹주의 신신당부 때문인지, 맹주의 체면을 생각한 것인지 얼굴만 벌게진 상태로 서정우를 노려보던 박웅태.

그의 인내력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서정우의 계속되는 주정에 이를 악물어 가며 참던 그의 화(火)는.

“나도 시바! 이제 백검···.”

“그므흐르.”

“뭘 그만해, 이 대머리 새끼야!”

“단장님, 참으십쇼.”

짝!

“오우, 손맛 쫙쫙 달라붙음.”

“이 새끼가!”

빨개진 두피에 달라붙은 서정우의 손바닥에 그만 터지고 말았으니까.

“넌 시발 뒤졌다.”

“어허! 언행을 조심하라고···.”

“영감님은 가만 계쇼!! 원래 술 먹고 개 되는 놈은 매가 약이라고.”

와장창-!

맹주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술상을 뒤엎으며 일어난 박웅태. 사태 파악 못한 듯 아직도 낄낄거리는 서정우와, 천천히 고개를 젓는 맹주 곽용범.

- 이야, 대환장파티네.

그때, 관전 모드로 들어간 창규의 어깨를 두드리는 누군가.

“백창규씨?”

백검단의 부단장, 한주빈이었다.

어느새 창규의 옆으로 다가온 그녀가, 힐끗 뒤를 돌아본 뒤 엄지손가락을 들어 문밖을 가리킨다.

“우리, 잠깐 나가서 얘기 좀 하실까요?”

“·········아.”

대충 이해했다.

이제부터 신입 단원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얘기. 씩씩대며 서정우의 머리통을 붙잡은 박웅태와, 그럼에도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대는 서정우와, 한주빈을 보며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곽용범.

“이리로 나오시죠.”

지금부터 서정우에 대한 상관의 교육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 쟤라면 그럴 만하지.

녀석의 피곤함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창규가, 한주빈에게 힘주어 고개를 끄덕인다.

드르륵-

그렇게, 한주빈을 따라 문밖으로 나서는 창규의 귀에.

- 함께해서 참 더러웠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서정우를 함께 겪어온 천마의 짧은 평이 박혔다.

- 다신 저 새끼 만나지 말자!

* * *

달빛이 내려앉은 정원.

기묘하게 생긴 기암괴석들이 곳곳에 포진한 가운데.

“부단장님.”

“부단장님.”

“부단장님.”

자박, 자박.

경호단원들의 목례를 받으며 정원 깊은 곳으로 들어간 한주빈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결정은 하셨습니까?”

방금 있던 일은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한주빈.

“단장님께 특이사항을 전달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본디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지만, 지금 그녀에게 더 궁금한 건 ‘만취한 신입 단원의 술버릇 고치기’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이사항이라면···.”

“용환단에 대한 이야기, 전달받지 않으셨습니까?”

“아.”

“신입 단원이 소속을 고르기 전에 임무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듣는 건, 꽤 이례적인 일입니다.”

항상 궁금하다.

새로이 맞춘 단복을 입고 등장하는 이들이, 어떤 눈으로 신무림(新武林)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마음을 품은 채 칼을 잡았는지.

“생색을 내는 건 아닙니다. 다만, 경호실에 들어가실 거라면···.”

“특임조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아.”

그런 점에서, 백창규의 시원시원한 대답은 일단 마음에 들었다. 맹주를 지키는 경호 단원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장기적인 무학(武學)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이런 특임 단원들이었으니까.

“그 대답, 각각의 근무에 대한 차이점은 충분히 숙지하고 나온 대답입니까?”

“네. 단장님께 전달받았습니다.”

그녀가 안경을 매만지며 슬며시 입꼬리를 올린다.

이런 인재는 귀하다.

성적에 밀려 하는 수 없이 특임조를 선택하는 이가 아닌, 경호실에 들어갈 실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특임조를 선택하는 이들.

“혹시 몰라서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간혹, 단장님께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단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들 사이에 존재한다.

자신처럼, 이 세상의 비밀을 캐내려 하는 탐험가 같은 이들이 말이다.

“매 임무마다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용환단을 받는 것은 오무답문과 관련된 임무일 경우에 한하고, 이 역시 맹주님의 기준 이상을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습니다.”

“네, 들었습니다.”

“일반 암살이나 흑도 소탕 임무 같은 경우에는 아무 보상이 주어지지 않은 채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상관없습니다.”

“특임 단원들에겐 자택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경호 단원들과 달리, 다 같이 모여 서로의 얼굴을 익힐 장소도 시간도 부족하고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규칙적으로 로테이션을 도는 경호단원들과 달리,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질지도 모릅니다.”

“원래 깨져 있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임무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새벽에 떠나도 됩니다.”

“······.”

안경을 고쳐 쓰고 창규를 바라보는 한주빈.

‘뭐야.’

대답에 하나의 막힘도 없다.

백검단에 지원하는 이들 중 일상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특임조에서 일하길 바라는 이들은 드문데, 이 사람은 원래부터 이 임무를 원해 왔다는 듯 행동하고 있다.

“혹시, 단장님이 조금이라도 압박을 가하신 것이라면···.”

“전적으로 제 의지입니다.”

특임조에서 열의를 불태우는 이들도, 보통은 기간을 채워 경비실로의 업무 전환을 노리는 이들인데, 이자의 눈빛에서는 그런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몇 년 전의 자신처럼.

‘나랑 같은 이유인가?’

본디 명문정파의 신동 출신인 한주빈이 장문인을 향한 길을 포기하고 백검단에 온 건, 모두 구무림(舊武林)에 대한 흔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요 몇 년 사이 이런 걸 신경 쓰는 단원은 없었는데.’

한국에서 명문 정파의 중요 인물로 살아가는 일은, 꽤 피곤하다. 거대 문파 간의 회합 및 무림 연맹과의 관계에 더해 국가의 무림감찰부까지 상대해야 하는 등의 정치적인 임무들.

‘·········다들 잊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부터 모든 성장이 끝났다는 듯 구는 현대 무림.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아직 신무림은 성장할 여지가 더 남아 있다.

“혹시.”

무인증 시스템에 따라 나뉘는 무림인의 등급 체계도, 이를 통해 짜여지는 각국 정부의 무인 특채 시스템과 무림 연합체의 시스템도, 그녀가 보기엔 어딘가 허술한 데가 있었으니까.

“오무답문의 존재에 대해서도 들으셨습니까?”

“네.”

“그럼 특임조에 들어오셨을 때 맡게 될 첫 임무가 오무답문 중 하나와 관련 있다는 사실도 전달받으셨겠군요.”

“네.”

오무답문은, 바로 그 허술함을 짚어 줄 단서다.

세계무림연맹이 이 5개의 단체의 존재에 대해 답하지 않은 건, 그들이 세운 신무림체계를 오무답문이 흩트릴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좋습니다. 이미 결정 나신 것 같은데, 잠시 후 돌아가셔서 맹주님께 말씀드리기만 하면 창규씨는 내일부터 특임조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네요.”

씨익.

‘내일부터’ 업무 시작할 수 있다는 말에도 입꼬리를 올리는 백창규. 그를 본 한주빈이, 고개를 끄덕인 뒤 빠르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죠. 사실, 꽤 급한 상황입니다. 특임조에 들어오신다면 오늘 맹주님께 말씀드리고 내일 점심부터 대전에 내려가셔야 합니다.”

“단장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다만, 어려운 일은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새로 들어온 정보가 있는데 인원이 부족하거든요.”

“어려워도 상관없습니다.”

“······괜찮다면, 맹주님께 가기 전에 간단한 임무 설명을 해도 될까요?”

“네.”

즉문즉답.

주저할 수도 있는 요구에 그야말로 막힘 없이 대답하는 창규를 잠시 응시한 한주빈이,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간다.

“참하늘주님의성회. 이 단체는, 한국에도 꽤 여러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매달 1번, 각 지부를 번갈아 가며 특임 단원을 파견합니다. 명목상으로는 지역 순찰에 이은 비공식적 친목 도모지만, 실제 목적은···.”

“정보수집이군요.”

“······네. 우습게 보여도, 오무답문의 일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구무림과 관련된 흔적을 담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안경을 슥 올린 한주빈.

그녀가 다시 입을 연다.

“그런데 이번에, 대전 쪽 지부에서 새로운 경전이 은밀하게 돌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경전이라면, 그들이 믿고 있다는···.”

“네. ‘천마’라는 존재가 남긴 흔적들을 짜깁기한 책입니다.”

“오.”

“대부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점철되어 있고, 하나 같이 무공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도 없는 것들이지만···.”

순간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간 백창규.

그런 그를 본 한주빈은, 슬슬 자신의 가정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이번 경전에는, ‘진짜’ 구 무림의 흔적이 담긴 내용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는 정보입니다.”

“그 경전을 가져오는 게 임무군요.”

“아뇨. 사이비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그들과의 끈을 유지하고자 하니 되도록 훔치지 않고 여기 카메라에 그 경전의 내용을 찍어오셨으면 합니다.”

“산업스파이 같은 임무네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시니 다행이군요.”

방금 백창규가 지은 웃음.

저건 분명, 새로운 무학(武學)을 접할지도 모른다는 설렘이다. 잊혀진 구무림의 흔적을 통해 견문을 넓힐지도 모른다는 흥분이다.

“대전 지부에는 미리 연락을 돌려놨습니다. 그쪽에서는 늘 있던 정기적인 만남으로 알고 있을 테니, 최대한 얼굴 붉힐 일 없이 임무를 완수하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쪽 단체와 관계를 유지하며 구무림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게 말이지요?”

“······정확합니다.”

확실하다.

이 백창규라는 자, 자신과 같은 부류다.

‘이 사람 봐라.’

안경을 올린 한주빈이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마음에 든다.

“혹시, 제가 알아둬야 할 정보는 더 없나요?”

“아. 혹시나 해서 덧붙이자면 그 경전을 얻더라도 혼자 해석하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리 모아 놓은 구 무림 무공의 맥락들을 이용해 이를 해석할 능력이 있는 이는, 백검단에서도 저와 맹주님뿐이니까요.”

“갖고 튀지 말란 말씀이군요.”

“·········그렇게 들렸다면 죄송합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어찌 됐든, 전달 드릴 얘기는 이게 다입니다.”

백창규에게 초소형 카메라가 탑재된 볼펜을 건네며, 그녀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럼 맹주님께 말씀드리고, 바로 내일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하면···.”

“잠시만요.”

자신이 좋아하는 눈빛을 지닌 이들.

일신의 안위나 사람들의 시선, 혹은 안정적인 삶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무학(武學)의 발전을 위한 임무를 기꺼이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들.

“가시기 전에.”

이런 자들 덕분에 신(新) 무림은, 그리고 백검단은, 계속 성장해 나간다.

“······이번 임무를 확실히 완료할 수 있도록, 제가 작은 도움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이들은 오랫동안 살아남아야 한다.

* * *

잠시 후.

창규는 피곤한 표정을 한 맹주와 독대 중이었다.

“······이거 미안하군.”

“아닙니다.”

엉망진창이 된 다과실.

박웅태과 서정우가 어딘가로 사라진 가운데, 그 잠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맹주는 벌써 몇 년은 늙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특임조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예.”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하필 부단장도 내일은 인천 파견을 나가서, 입단하자마자 임무를 맡게 되었으니.”

“괜찮습니다.”

“내가 본디 염불위괴(恬不爲愧)한 사람은 아니나, 이번만큼은 너그러이 생각해 줄 수 있나.”

“맹주님,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잠시 창규를 응시하는 맹주.

그의 눈빛에서,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잠시 미뤄 놓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급하게 준비해야 될 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임무에 관한 자료들은, 밖으로 나가면 받을 수 있게 해 놨네.”

“알겠습니다.”

“그만 가 보게. 오늘 못 나눈 축배는,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나누는 것으로 하지.”

“네.”

고개를 끄덕인 맹주를 향해, 자리에서 일어난 창규가 꾸벅 인사를 했을 때.

“참.”

문득, 신경 쓰인다는 듯 맹주가 입을 열었다.

“별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조심하게.”

“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야. 백검단의 이름을 달고 가는 한, 목숨이 위험한 임무는 아니지만, 영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얘기야.”

“···예?”

의아한 표정을 하는 창규.

밖으로 나가는 그에게 경고의 의미를 담은 맹주의 말이 이어졌지만.

“무공은 그저 그렇지만, 괴력난신(怪力亂神) 같은 언행을 뱉는 놈들이니까. 다들 제정신이 아니란 얘기지.”

- 아, 이거 기분 묘하게 거슬리네.

“한 마디로 정신 나간 것들이야. 상식 밖의 돌돌괴사(咄咄怪事)한 짓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고.”

창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괜히 기함해서 그들을 거스르게 만들어 임무를 그르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하도록.”

어차피, 자신도 제정신은 아니었으니까.

* * *

하루 뒤, 대전.

- 여기가 성심당의 도시···.

‘참하늘주님의성회’의 대전 지부.

이곳의 장로를 마주한 창규는, 생각했다.

“어서 오십시오, 얘기는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첫인사를 나누기 전 저자의 입 밖으로 나온 묘한 구호와 전반적인 행색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상식 밖의 존재로 보이진 않는다.

“처음 오셨다고 하니, 저희 교리에 대해 짧게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하, 포교하려는 건 아니니 너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대화가 통한다는 건, 서로가 이해가능한 말을 나눈다는 얘기다.

“저희가 모시는 ‘참하늘주’는, 세상의 모든 삿된 것들을 멸할 힘을 가진, 진정한 하늘의 주인이십니다.”

“그렇군요.”

“예로부터, 참하늘주의 의지는 구무림부터 끊인 적이 없지요.”

“아하.”

대충 듣는 척만 해 줘도 된다.

“그리고 그건, 무림의 실종기에도 이어져 왔습니다. 고금 이래 물처럼 흘러내렸다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솔직히, 아직 상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지, 뭐.’

애초에, 미친놈들은 질리도록 본 창규다.

오히려 제정신 아닌 자들 사이에서도 미친놈 소리를 들어 본 창규란 말이다.

“역사상, 일정 경지를 이룬 사람들의 이름은 전부 그분의 별호에서 유래되었지요”

“오호.”

“시대정신에 새겨진 의지라고나 할까요, 하하.”

"그렇군요."

이런 개소리야 실컷 들어 봤다.

제깟 게, 수상해 봤자 얼마나 수상하겠는가?

게다가 그의 멘탈은, 이제 웬만한 미친놈은 우습게 여길 정도로 단련되어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지요.”

하지만 잠시 후.

창규는, 그 생각을 수정했다.

“혹시.”

이 새끼.

“천마···이크 타이슨, 천마···이클 조던, 천마···인부우, 천마···리오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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