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둠-! 둠-! 둠-!
간격(間隔).
모든 싸움은 이 간격 조절이 핵심이다.
주먹이 닿는 간격, 발이 닿는 간격, 칼이 닿는 간격은 모두 다르고, 상대마다 다른 이 거리를 먼저 차지하는 자가 선공(先攻)과 반격을 지배하는 것.
클럽도 마찬가지다.
둠둠-! 둠둠-!
100명?
200명?
300명?
- 가자.
둠칫대는 박자에 맞춰 넘실대는 인파(人波).
타닥!
살기 대신 페로몬이, 검상 대신 스킨십이 새겨지는 이곳 역시, 간격이 승패를 좌우하는 싸움의 공간이다.
[1 Combo!]
또각대는 하이힐.
[Perfect! 2 Combo!]
딱 붙는 청바지 위로 씰룩대는 엉덩이.
[Perfect! 3 Combo!]
슬쩍슬쩍 스치는 손등.
[Perfect! 4 Combo!]
머리끈 풀자 흩날리는 생머리까지.
- 전부 계산한 거야.
모든 게 공격이다.
창규가 밟아나갈 스텝 주위로, 사랑과 정열을 뿜뿜 담은 유혹들이 들이닥친다. 잘못 얽히면 스텝 밟는 페이스를 잃고, 이는 곧 상대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주도권을 뺏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
어깨 닿는 거리마다.
[↓↓]
뒷걸음치는 공간마다.
[←→]
옮기는 발걸음마다,
무수한 공격들이 쏟아져도 이제 그런 건 창규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Perfect! 6 Combo!]
[Perfect! 7 Combo!]
[Perfect! 8 Combo!]
보인다.
사방팔방의 바닥에 찍히는 선명한 활로(活路)가!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밀집한 이 클럽 바닥에 깔린 간격 조절의 핵심이!
둠-! 둠-! 둠-!
핵심은 스텝이다.
천마가 알려 주는 이 천마군림보는, 그 오만한 이름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주변에서 밀려드는 수많은 압박을 부딪히지 않고 유유히 피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 이 나조차도, 날 때부터 군림한 건 아니야.
때론 과감하게 밀려오는 신발 바로 옆에 스텝을 찍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활보를 추구하는 천마군림보.
- 천마군림보도 똑같아.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군림하려 하면 역효과만 난다고.
읽힌다.
이 공간을 오가는 흐름이.
- 남들 위에 군림하기 위해서는, 독보(獨步), 그러니까 너만의 스텝을 밟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길을 가고, 남들이 읽지 못하는 간격을 읽지.
탁 트인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마치 제트스키를 타듯, 바닥에 떠오르는 표식에 발을 보낸 뒤 상체의 균형을 유지하기만 하면 홀로 자유로운 독보가 가능하다.
[↓]
[↑]
[↓]
[→]
빠져든다.
[Perfect! 9 Combo!]
[Perfect! 10 Combo!]
[Perfect! 11 Combo!]
[Perfect! 12 Combo!]
펑펑 터지는 화려한 메시지 효과에, 딱딱 맞는 스텝의 리듬감에, 심장을 울리는 비트에, 몰입한 창규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둠둠-! 둠둠-! 둠둠-!
점점 빨라진다.
[Perfect! 13 Combo!]
경쟁자를 막기 위해 은근히 치고 오는 어깨.
[Perfect! 14 Combo!]
툭툭, 팔꿈치로 시작하는 은근한 힘싸움.
[Perfect! 15 Combo!]
뜬금없이 비틀대는 취한 발걸음.
[Perfect! 16 Combo!]
앞길을 가로막는 팔근육.
[Perfect! 17 Combo!]
대놓고 미는 등짝.
그 모든 걸 피해갈 때쯤, 창규는 이 묘한 쾌감이 주는 즐거움에 고양되기 시작한다,
[Perfect! 18 Combo!]
[Perfect! 19 Combo!]
‘이제 20···.’
하지만 그가 콤보를 의식한 순간.
[Good! 20 Combo!]
오늘 첫 Perfect의 불발이 나온다.
툭툭!
여전히 콤보는 이어지지만, 뒤늦게 고양감에서 빠져나온 창규의 얼굴이 옆 사람이 흔든 팔꿈치에 부딪힌다.
- 집중해, 집중! 너 매번 이 지점에서 실패하잖아!
이건 창규의 오랜 습관.
하나라도 머릿속에 넣지 않으면 불안한 그의 강박 때문에 콤보가 끊길 뻔했다.
- 뭐든지 분석하려는 네 습관 때문이야! 자꾸 모든 걸 네 의식 속에 넣고 처리하려고 하지 말라고! 세상 모든 게 흑백처럼 딱딱 나눠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파바밧.
그때쯤 천장을 쏘던 조명들이 암전된다.
둠-! 둠-! 둠-! 둠-! 둠-!
빠른 박자의 비트에 맞춰 천장에서 쏟아지는 드라이아이스 연기. 동시에 클럽에 있는 남녀들이 슬슬 고개를 돌린다.
- 지금이 기회야. 너 오늘 이거 못 넘으면 ‘군림’은 당분간 쳐다도 못 봐. 레벨2면 아직 2성 수준밖에 안 되는 거라고.
클럽 웨이브의 명물인, 일명 스킨십 타임.
연기가 서로의 모습을 감추고, 오직 직전까지 맞닿은 신체로만 서로를 탐할 수 있는 1분간의 키스 타임이 곧 시작된다.
프스스-!
회색 연기가 땅에 닿고, 사방이 암전된 순간!
- 차라리 눈을 감아.
동시에 한숨을 뽑아 낸 창규가 눈을 감은 순간!
- 너 같이 생각 많은 놈은, 가끔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
느껴진다.
근방의 사선(死線)과 활선(活線)이.
쪽쪽!
각자 쌍을 이뤄 스킨십을 시작한 가운데, 부스럭거리며 서로를 더듬는 가운데, 횡보할 수 있는 공간이 오감으로 다가온다.
둠-! 둠-! 둠-!
과한 걱정이 사라진다.
작은 단검처럼 느껴지던 주변의 손들이, 채찍처럼 느껴지던 긴 머리카락들이, 삼단봉처럼 느껴지던 팔꿈치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아까 얼핏 보았던 희미한 표식들이 채운다.
- 네 무의식을 믿어라. 원래 충분히 훈련한 고수는, 뿌연 경계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해.
활보를 시작한다.
지난 4주 동안 이것이 생(生)과 사(死)를 나누는 스텝이라 창규를 압박한 강박을 내려놓자, 비로소 모든 게 홀가분해진다.
저벅.
[Perfect! 21 Combo!]
저벅.
[Perfect! 22 Combo!]
저벅.
[Perfect! 23 Combo!]
저벅.
[Perfect! 24 Combo!]
밀려온다.
이 붐비는 인파의 미로에서 그에게 독보를 허용하는 대자유가!
- 거봐, 편해졌지?
한번 벽을 넘자, 순식간에 터지기 시작한다.
근래에 확실하게 넘지 못했던 다음 스텝들이!
[Perfect! 25 Combo!]
[Perfect! 26 Combo!]
[Perfect! 27 Combo!]
[Perfect! 28 Combo!]
[Perfect! 29 Combo!]
그렇게, 창규의 천마군림보가 간격을 다스리는 최소한의 노하우를 체득했을 때.
[Perfect! 30 Combo!]
[Level Up!]
- 좋아.
[천마군림보 Lv2 -> Lv3]
- 천마군림보 3성까진 찍었고.
천마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음 과제의 체크를 주문했다.
- 그럼 이제···.
우글거리는 클럽의 인파 속에서.
- 흡성대법 테스트 간다.
1주차 수업, 천마군림보 테스트 끝.
2주차 수업, 흡성대법 테스트 시작.
* * *
천마와의 수련이 2주 차에 접어들었을 때쯤, 알고 있던 몇몇 사실들이 바뀌었다.
『대한무림연맹은, 이번 무림공적에 의해 살해된 ㈜오성클린의 유가족에게 최대한도의 보상과 함께 진심 어린 사과를-』
모두 죽었다.
가족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몇 년 동안 같이 시체 찌꺼기를 치우고 닦으며 정이 들었던 전 직장동료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살해를 지시한 놈은, 자신뿐만이 아닌 이 일과 연관된 모두를 죽인 것이다.
『무림공적 진백현, 무엇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나!』
『공포에 떠는 강원도의 주민들.』
『반연문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무림감찰부 및 대한무림연맹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태도를-』
그리고 그놈은 무림공적이 되었다.
전(前) 무림맹 파견본부장 진백현.
길거리 곳곳에서 원주의 파출소가 부서졌다는 얘기를 듣거나 반연문 소속의 살수들이 춘천댐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창규는 놈이 모든 걸 포기하고 자신을 좇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답답하지?
요새 들어 전신이 옥죄이는 느낌이다.
정든 대표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감정이, 지금의 자신으로선 상대하기 힘든 고수가 턱 끝까지 쫓아오고 있다는 위기감이, 토악질이 나오는 강도의 수련을 하는 사이사이 거의 1시간 단위로 자신에게 찾아오는 한계와 절망감이, 창규를 지치게 만든다.
- 그것도 받아들여. 원래 산다는 게, 따지고 보면 죽어가는 거나 매한가지라고.
오늘, 우연히 반연문 가문의 수행차량을 보았다.
반연문.
몰락하던 태백시를 살리다 못해, 아예 바로 옆 정선군을 흡수 통합시켜 현금이 넘치는 유흥도시로 바꿔버린 유명세가. 그 가문 마크가 찍힌 차에 탄 놈들 중 가장 내공이 적은 놈도 500이 넘었다.
- 그러니까.
조급하다.
매일 지독하게 육체를 혹사시키고, 더 강해지기 위해 뇌가 타 들어갈 정도로 분석과 고민을 하는 이 모든 노력들이, 어쩌면 누군가 훅 불면 꺼질지도 모르는 촛불처럼 느껴지는 요즘.
- 빨리 강해져야 해.
결심했다.
이제, 평범한 삶은 버리겠다고.
- 그리고 실망하지 마. 원래 이 흡성대법이라는 게, 쥐새끼의 무공이라고. 적어도 천하 10대 고수 정도는 되고 써야 폼이 나지, 지금 너 같은 초짜는 저번처럼 한 놈 뒤지기 직전까지 족치는 게 효율적인 건 아니야.
자존심도 버렸다.
- 그래! 그렇게! 모기 새끼마냥 돌아다니면서 툭툭 건드려. 어차피 사방이 사람이잖아? 게다가 이 4초라는 게, 참 애매한 시간이거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해지면 그만이다.
- 이래서 천마군림보를 ‘찰나가속’보다 먼저 가르친 거야. 그렇게 잘 빼먹으니까 얼마나 좋아?
그런 점에서, 흡성대법을 클럽에서 써먹기로 한 건 잘한 일이었다. 몇백 명이 넘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슬쩍슬쩍 가져와도 전혀 티가 나지 않으니까.
- 오케이. 됐어, 사람도 슬슬 없어지고 하니 더 있으면 티 나겠다.
슬슬 새벽이 다가오고, 클럽의 인파 사이에 공백이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 이제 나가자.
클럽에서 빠져나온 창규.
이제 그의 내공은, 지난 한 달간의 집중적인 수련에 힘입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274 / 200]
2주차 수업, 흡성대법 테스트 끝.
- 집 가서 마지막 테스트 끝내야지.
3주차 수업, ‘Zone 모드’ 연계기 테스트 시작.
* * *
태백시 외곽.
다 쓰러져가는 빌라촌의 담벼락에, 복면을 쓴 누군가가 주저앉아 있다.
“어이.”
터벅.
터벅.
“어이, 너! 잠깐 후드 좀 벗어봐.”
순순히 후드를 벗는 백창규.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복면인이, 누런 이를 내보이며 씩 웃었다.
“맞네.”
“···.”
“너, 요새 잘 나간다는 그 새끼지? 요 며칠 동안 사거리파 애들이랑 통나무 장사하는 애들 전부 병신 만들었다며.”
“···.”
“왜 그랬냐? 걔들이 뭐, 너희 가족 장기라도 팔았냐? 아니면 도박 사채 떠넘겨서 형제자매 섬으로 팔아치우기라도 했어?”
톡톡.
허리춤에 찬 칼을 두드린 복면인.
“그래도 참지 그랬어. 괜히 오바 안 했으면 나 같은 살수도 안 만나잖아.”
“살인청부업자?”
“뭐야, 몰랐어? 이 동네, 돈만 많으면 킬러 고용하는 게 일처리 훨씬 깔끔하게 만든다. 기억해놨다가 다음 생에 태어나면 써먹어, 너도.”
“그러니까 나 죽이러 온 거지?”
“그렇긴한데 너무 침착하니까 좀 당황스럽네.”
잠시 묘한 표정을 지은 그가, 발라 뒤로 펼쳐진 뒷산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린다.
“···일단, 저리로 갈까?”
“이유는?”
“아무리 여기가 CCTV 없는 시 외곽이라 해도, 산속보다야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잖아. 그럼 뒤처리할 생각에 빡친 나는, 널 단칼에 죽이지 않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고통스럽게 화풀이하다가 죽이겠지?”
“납득했다. 가자.”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
점점 묘한 표정을 짓는 복면인.
먼저 산을 향해 걷는 자신을 멀리서 뒤따라오는 창규를 돌아본 그가, 문득 호의를 베푼다는 식으로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알지?”
“···.”
“고분고분 따라온 거 고마우니까 단칼에 죽여 줄게. 노하우가 있거든.”
“사람 좀 많이 죽여봤나 보네.”
“너까지 합치면 딱 30명.”
“죽을 만한 놈들이었나?”
“그딴 거 씨발, 내가 알 게 뭐야.”
우뚝.
어느새 수풀이 우거진 공터에 다다른 복면인과 창규.
달빛이 내려오는 모습이 꽤 낭만적이었던지, 복면인은 마지막 호의를 베풀기로 했다.
“오늘 기분 좋네. 일 깔끔하게 끝나겠어. 너 혹시 세상에 남기고 싶은 말 있으면 얘기해, 내가 다 기억해 줄게.”
“누구 의뢰?”
“난 중개인한테 전달만 받으니까 모르지. 그리고, 알아도 의뢰인을 밝히겠냐? 대충 네가 병신 만든 애들 중 하나라고 짐작하면 될 것 같은데.”
“프로 정신 투철하네.”
“평소에 그런 말 많이··· 너 지금 뭐하냐?”
그런 복면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처억!
공터에 서 있던 창규가, 숨겨놓은 단도를 꺼내 자신을 바라보며 자세를 잡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야야, 쇼하지 말고 그냥 목 갖다 대라. 이 동네 프리랜서 살수 중에선 내가 제일 세.”
“그래봤자 반연문 스카웃 못 받으면 다 찌끄레기 아냐?”
“하아.”
찰칵.
엄지로 칼자루를 치켜올린 복면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 반연문 스카웃도 받았어.”
“축하해.”
“지금 뭐하는, 아, 도발, 뭐 이런 거야? 죽기 전의 마지막 발악 같은 거?”
“칼이나 마저 뽑아.”
역날로 단도를 잡은 창규.
그를 바라본 복면인이,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칼을 뽑는다.
“미안해. 곱게는 못 죽이겠다.”
“사과할 필요는 없고.”
“아, 이 씨발 새끼가 진짜.”
인상을 확 구긴 그가 자세를 잡는다.
푹.
풀밭이 살짝 꺼지는 소리와 함께, 자연체로 두 다리를 구부려 칼을 빼는 게 전형적인 쾌검 스타일.
초짜 수준은 절대 아니다.
“어디 팔 하나 잘려도 계속 깐족대나 보자.”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봐.”
흡-!
살수가 대답 대신 숨을 먹자 일순 팽팽해진 공기.
오늘따라 바람도 불지 않는 새벽.
사방의 수풀도 고요하다.
하얀 달빛이 조명을 쏟아붓는 공터.
서로를 훑던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잠시 얽힌 순간.
━━━━━━━━━━━!
하얀 빛줄기가 서로를 스친다.
“일단 왼팔 하나 잘라 간···.”
창규를 등진 채 중얼거리는 복면인.
막 손질한 사냥감의 상태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순간.
“······························어?!”
툭.
그가 본 건, 자신이 베고 지나간 후드티 끈 조각 하나뿐이다. 분명 팔을 벴는데? 라고 말하려던 찰나.
“흡!”
쩍 벌어진 목에서 피가 솟구친다.
칼을 던지고 새어나오는 피를 두 손으로 막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창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행이네. 프로의식 없을까 봐 걱정 많이 했거든.”
“어, 어떻게?”
“남기고 싶은 말 있으면 얘기해. 다 기억해 줄게.”
“너, 누, 누구?”
“나? 네 의뢰인.”
“·····················?”
“너한테 나 죽여 달라고 의뢰한 게 나야. 네가 이 동네 프리랜서 중에 가장 세다며.”
“·····················!”
푸-슉!
복면인이 이어 입을 뻐끔거리나,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 덕에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당황한 듯 뒤로 기어가는 그를 향해, 백창규가 단도를 푹 꽂아 넣는다.
“커허억!”
“29명 죽였다는 새끼가, 죽을 각오는 안 하고 살았나 보네.”
절명 직전의 살수.
그를 바라보던 창규가 단도에 묻은 피를 탁 털어 낸다. 피가 지워진 귀영도가 듬뿍 머금고 있는 달빛. 그리고 그 달빛 끝에 박힌 살수의 소지품을 바라보며.
「2급 공인 무인증」
창규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3주차 수업, ‘Zone 모드’ 연계기 테스트 끝.
4주차 마지막 과제, 2급 무림인 잡기 끝.
“···이 정도면 기본은 한 거죠?”
- 존나, 차고 넘치지.
백창규.
강호출도(江湖出道)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