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420화 (420/425)

420화

휘익.

명왕부로 들어선 두 명의 인영.

인양과 녹림야검은 기를 완전히 감추며 움직였다.

명부공옥지에는 수만의 명왕부 명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엄청나군.’

그들의 기세는 지금껏 만났던 명족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옆으로 지나가는 인양과 녹림야검의 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후후, 우릴 모르고 있어요.]

[그러게. 하지만 조심해야 해. 공자님께서 조금이라도 느낌이 이상하면 물러나라고 말씀하셨잖아.]

[네. 알겠어요. 우선 이곳을 지나 제이관으로 가보죠.]

인양과 녹림야검은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명부공옥지를 지나 제이관으로 향했다.

‘음…… 이곳인가?’

그들은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마주했다.

제이관 명부심령지는 지하로 내려가다 보면 나타나는 장소라 했다.

쉬이이이익!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전신을 싸늘하게 만들 정도였다.

‘휴우…….’

인양은 깊이 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현자 형, 들어가 볼까?]

[가자.]

인양과 녹림야검은 심호흡을 서너 번 한 뒤 명부심령지로 들어서기 위해 아래로 모습을 감추며 움직였다.

샷샤샤샤샤-

명부심령지의 입구로 내려가는 두 사람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명왕부의 누구도 그들의 기척을 알아내지 못했다.

옆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두 사람은 기척을 완벽하게 감춘 채 아래로 움직였다.

중간 정도를 지날 때였다.

앞서가던 인양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녹림야검도 그를 따라 걸음을 멈췄다.

[앞에 누군가 있어요.]

[나도 느꼈어.]

[무엇을 하는지 한번 가보죠.]

[조심혀.]

인양은 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십여 명의 명족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그중 한 명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

명족들의 손에는 벽력탄이 들려 있었다.

“크큭, 극일가 놈들이 일관을 부수고 들어온다고 해도 명왕궁에 도착하지 못하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생매장을 당할 것이다!”

‘나쁜 놈의 새끼들이…….’

인양은 당장에 나가 사내의 목을 꺾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곡성에 대기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인양아. 저놈들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워야겠어.]

[알겠어요.]

명족들은 명부심령지로 들어서는 양쪽 길 벽에 폭탄을 모두 설치했다.

“쿠쿠쿠. 좋아. 다 됐어.”

짜증을 내던 그는 이번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킬킬댔다.

“이 정도의 양이면 거의 절반 이상을 묻어버릴 수 있겠군.”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잘했어. 마무리도 잘해.”

그의 명에 수하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반각 후 마무리까지 했는지 그들이 밑으로 사라졌다.

[형, 갔어요.]

[좋아. 어디 한번 볼까?]

녹림야검은 그들이 벽력탄을 설치한 장소에 다가섰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위치를 알고 있는 그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너무 어설픈데…….’

녹림 시절의 살수 수업은 고도의 훈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녹림야검은 역대 최고의 점수로 훈련을 마친 뒤 특급살수로 입문했다.

‘이 정도는 애들 장난이지.’

살수가 되기 위해 벽력탄을 사용하는 방법도 익혔다.

인양은 옆으로 다가섰다.

[어떻게 하면 돼요?]

[잘 봐. 폭탄이 터지게 하는 건 뇌관이거든. 요런 게 뇌관이야.]

[아하…….]

[이걸 뽑아놓으면 강한 충격을 주지 않은 이상 안 터져.]

인양은 단번에 이해했다.

반대편으로 간 뒤 숨겨져 있던 벽력탄을 찾아 뇌관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잘하는데?’

어릴 적부터 인양은 어떤 일을 하든 일손이 빠르다고 칭찬을 받았다.

녹림야검과 함께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인양은 반각 정도 먼저 뇌관을 정리한 뒤 끝을 냈다.

‘다 했나?’

녹림야검은 돌아서며 인양을 보았다.

언제 다가왔는지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끝났어?]

[네. 형이 가르쳐 준대로 하니 금방 끝나던데요.]

[어…… 그렇지.]

그는 세상에 괴물이 한 명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 명 더 있음을 깨닫는 중이었다.

[여긴 끝났으니 안으로 내려가 볼까?]

[그러죠.]

두 사람은 이곳에 있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처음과 달리 두려움이 사라진 상태였다.

아래 끝까지 내려온 두 사람은 명부심령지에 들어섰다.

그들은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허…….”

또 다른 세상.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곳이…… 지하인지 아닌지 모르겠군.”

“현자 형, 어떻게 할까요?”

그들이 본 진정한 명왕부는 두 사람 만으로 살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기서 돌아가는 게 좋겠어. 우리가 이곳 전부를 살피려면 한 달이 걸릴 것 같다.”

“저도…… 그래요.”

“가자.”

인양과 녹림야검은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명왕부를 눈에 담은 뒤 밖으로 움직였다.

* * *

명부공옥지를 빠져나온 두 사람이 중원무군의 진영에 도착했다.

“진유 형, 인양입니다.”

“들어와.”

백색의 중앙 막사로 곧장 향하자 고진유가 안으로 들어선 인양과 녹림야검을 맞이했다.

“수고들 했어. 자리에 앉아라.”

“넵.”

고진유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표정을 보니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군.”

“그게 아니고…….”

인양은 명부공옥지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 뒤 일어난 일들을 알려주었다.

“벽력탄이라…… 뭘 묻는 장난을 좋아하는군.”

“우선 뇌관은 모두 정리해서 터지지 않을 것입니다.”

“잘했어요. 역시 녹검 씨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고진유의 칭찬에 녹림야검은 미소를 지었다.

“형, 근데…… 명왕부가 그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네. 맞습니다. 또 다른 세상인 줄 알았습니다.”

인양과 녹림야검의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후후. 두 사람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넓은 모양이야. 수고들 했어요. 무턱대고 들어갔다면 큰일 날 뻔했군.”

제이관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고진유는 결정을 내렸다.

“그럼, 가볼까?”

둥! 둥! 둥! 둥!

중원무군의 진영 위로 북소리가 울렸다.

진군의 북소리.

수만 중원무군의 선두에 고진유가 섰다.

중원무군은 그가 선두에서 이끌어주는 자체만으로도 기운이 솟구쳤다.

고금제일인 고진유.

그가 앞으로 나서며 명부공옥지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쳤다.

“중원무군은 출진하라!!”

“와아아아아아-!!!”

뿌우우우웅-

두두두두둥!

두두두두두-

고진유는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었다.

오로지 앞을 보며 적의 목을 벨 것이다.

적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타아앗!

고진유와 함께 흑마가 땅을 박차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사의검에서 섬광이 번쩍이는 동시에 명족들을 향해 검광이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충격이 퍼져 나가면서 명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중원무군과 명왕부의 대혈전이 시작되는 첫 순간이었다.

타아악!

고진유가 아래로 내려서자 순식간에 명족들에 의해 포위되었다.

찌이이잉-

용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고진유의 전신이 은빛 용린으로 변했다.

짜르르르-

흑발이었던 머리카락도 투명한 빛을 뿌리는 은빛으로 변했다.

“은룡투인이다!!!”

명족들 사이에서 누군가 먼저 고진유를 본 뒤 소리쳤다.

번쩍!

‘우욱.’

강렬한 은빛에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것으로 명족들의 목숨은 끝이었다.

사의검에서 쏟아져 나간 한 번의 검기에 수십 명의 목이 가볍게 잘려 나갔다.

“카아아악!!”

“아악!”

명부공옥군의 명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수없이 쓰러졌다.

두두두두-

고진유의 뒤로 명족들을 향해 중원무군이 달려왔다.

‘은룡투인…….’

적에게 둘러싸인 채 싸우는 은룡투인의 모습은 무림인이라면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궁무명은 은룡투인으로 변한 그를 보면서 호승심이 올라왔다.

그의 손에도 이미 창천황검이 뽑혀 나왔다.

슈우우우욱-

남궁무명의 손에서 창천무애검법이 펼쳐지며 명족들을 베고 지나갔다.

“으으으으악!!”

명족들의 비명이 끊어지지 않았다.

창천황신공을 완벽하게 익힌 남궁무명을 막아설 명족들은 없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를 포함한 천무십이인의 무공은 천하제일이었다.

아무리 명부 최고 명왕부 소속의 명족들이라 해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우종성이 펼친 오행매화.

혁자영이 펼친 절화극.

장두총이 펼친 뇌력화.

당우희가 펼친 천매비.

연자련이 펼친 천화지.

곽우가 펼친 청심장.

여섯 명의 무공과 함께 인양의 권강과 녹림야검의 살검, 고화유의 천무미화공과 무혼신녀의 수미공을 상대할 수 있는 명족들은 없었다.

게다가 극일가의 무인들이 펼친 무공은 명족들을 거침없이 뒤로 밀어붙였다.

명부공옥군의 수장 명왕기는 두려움이 무엇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어, 엄…… 청나다. 믿을 수 없어.’

중원의 무공에 대해 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명부공옥군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근데 반대로 명부공옥군의 명족들이 그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은 채 목숨을 잃어가고 있었다.

스르륵.

명왕기의 앞에 은빛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놀라며 주춤거렸다.

“은…… 룡…… 투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하들과 싸우던 그가 언제 앞으로 다가왔는지 몰랐다.

“당신이 이들의 수장인가?”

은룡투인으로 변한 탓인지 고진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심장까지 그의 냉기가 느껴졌다.

“…….”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맞군.”

“그렇다.”

“어떻소? 그대들이 이길 것 같은가?”

“……명왕은…… 강하다.”

“물론 그가 강한 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물은 건 이길 수 있는지다.”

“…….”

명왕기의 주위로 끊임없이 수하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명부공옥지를 가득 메웠던 수하들은 반 이상이 죽어 나갔다.

“계속해서 싸우겠다면 전부 죽을 수밖에 없다. 결정은 그대가 내려라.”

“우리에겐…… 항복이란 없다. 명왕님의 명을 따를 뿐이다.”

“그렇군. 그럼 죽는 수밖에.”

고진유는 그의 뜻을 존중했다.

번쩍!

은빛 광명이 폭발하자 명왕기는 뒤로 빠르게 물러나면서 호신명부기를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뚝. 뚝.

바닥으로 붉은색이 흥건하게 고였다.

손을 올려 목을 만졌다.

‘이…… 런…….’

손바닥에 뜨거운 액체가 묻어나왔다.

피……!

손바닥에 묻어나온 피를 보았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아니, 제대로 싸운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게 틀림없었다.

명왕기의 몸이 바닥으로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쿵.

목이 잘려 나간 채 숨이 끊어졌다.

그의 죽음은 명부공옥군 전체로 퍼져 나갔다.

단번에 사기가 떨어지고, 그다음부터서는 거의 학살에 가까운 싸움이 이어졌다.

수장이 죽었지만 명족들은 항복하지 않았다.

중원무군은 그들을 베고 싶지 않았지만 달려드는데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

일각 후, 명부공옥군은 영원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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