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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416화 (416/425)

416화

강동십대객루로 이름날 정도로 음식의 맛이 뛰어난 향학루는 항상 많은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총관 구문성은 입구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했다.

‘앗, 저분께서……!’

항학루로 다가오는 노인.

그는 노인이 도착하기 전에 빠른 걸음으로 먼저 다가섰다.

뜻밖의 인물이 객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외에는 나오지 않는 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음. 혹시 여기에 혼자 쉬고 있는 분이 있지 않느냐?”

총관 구문성은 별관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를 찾아오는 분이 계실 걸세. 그분을 별관으로 안내하게나.”

금자 한 냥을 건네주면서 별관을 빌린 젊은 사내였다.

설마 그를 찾아온 인물이 태북천일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별관에 계시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소인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가지. 자네 볼일이나 보게나.”

태북천은 홀로 별관으로 향했다.

객루에 온 뒤 반시진이 지나는 동안 고진유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정자 위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태북천은 별관으로 들어서면서 정자 위를 보았다.

‘저기 계시는군.’

몸이 긴장됐다.

고진유도 안으로 들어선 그의 기척을 느꼈다.

“어서 오십시오.”

“많이 기다렸는지 모르겠소이다.”

“아닙니다. 앉으시지요.”

“고맙습니다.”

고진유와 태북천은 나란히 정자의 자리에 앉았다.

“가주께서 물러가신 뒤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군요.”

“가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그분을 따른 것은 오래전 극일가에서 모셨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 이제 본 가를 떠난 그분을 더는 모시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본 가를 위해 선택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진유는 일어서며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의 모습에 태북천도 자리에서 일어난 뒤 허리를 숙였다.

“당연히 노신이 해야 할 일이지 않소이까.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지요.”

“이해합니다. 그분의 명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요. 아버지 또한 그분의 명을 어기지 못하고 겨우 마지막에서야 이겨내지 않았습니까.”

“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추측했을 뿐입니다. 아버지께서 명부 출신의 어머니와 결혼을 하신 이유. 명왕을 상대로 명부에서 움직이는 데 제약이 없는 아이를 태어나게 할 목적이었겠지요.”

“가주…….”

“괜찮습니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났든 전 그분들의 아들입니다.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니 감사할 따름이죠.”

고진유의 얼굴은 평온했다. 화가 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 아니었다.

“이제 준비가 거의 끝났습니다. 그분들의 길었던 싸움이 끝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주께서는 명왕부에 가실 것입니까?”

“명왕은 직접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명왕부에 가서 정리해야지 않겠습니까.”

“노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씀하시지요.”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주님께서 대업을 이루실 수 있도록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흑금상에 대한 일은 다행히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은 일각 정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의논했다.

거의 대화가 마무리 될 쯤이었다.

휘이익!

“은룡투인님을 뵙습니다.”

정자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인가요?”

태북천과 함께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고 큰일이 일어났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큰일 났습니다. 명왕부에서 먼저 움직였습니다.”

“…….”

고진유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건 태북천이었다.

“가주, 명왕께서……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모양이군요.”

“명왕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경고하기 위해 나올 뿐입니다.”

“무슨 뜻인지……?”

“방금 했던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명왕을 치고자 하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고진유는 전령을 보며 물었다.

“그들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소이까? 칠천명부를 향해서입니까?”

“네. 그들의 움직이는 방향으로 봐서는 칠천명부로 가는 게 맞습니다.”

“그들에게 연락을 보냈습니까?”

“지금쯤이면 소식을 전해 받았을 것입니다.”

“알겠소이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속 살펴보세요.”

“넵.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문주님께서 신문의 모든 일은 잘 해결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잘됐군요. 수고하셨다고 전해주세요.”

휘익!

전령이 그들 앞에서 사라졌다.

“칠천명부에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되겠소이까?”

“이미 예상한 일입니다. 명왕부에서 명부를 자극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극일가와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고자 하겠지요.”

태북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왕부가 칠천명부에 갈 것인지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명부 중 가장 강한 곳이 칠천명부입니다. 그래서 명부 중 한 곳을 친다면 그곳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지요.”

“만일 다른 곳으로 갔다면……?”

“그럴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

고진유의 대답은 확신으로 가득했다.

‘명왕부의 움직임을 확신했다면 그에 따른 대비책도 세웠을 게 분명하군.’

고진유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손쉽게 이겨 나갈 것으로 보였다.

‘그분께서는 너무나 대단한 후손을 낳으셨구나.’

명왕이 아닌 고진유를 택한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 * *

명왕대법군은 칠천명부로 향했다.

‘크큭…… 한 놈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군장 명부공의 입가에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휘익.

칠천명부의 입구에 도착하자 정찰을 나갔던 수하가 명부공 앞에 내려섰다.

“명부공님, 그들은 아직도 우리가 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명부공은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가 올 줄 당연히 몰랐겠지.’

칠천명부를 상대하는 데 계획까지 필요 없었다. 그는 자신의 힘과 명왕대법군의 힘을 믿었다.

명부공은 명부기를 끌어 올렸다.

“단숨에 안으로 쳐들어간다! 칠천명부놈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와아아아아-!!”

칠천명부 앞에서 명왕대법군의 괴성과 함께, 달려가는 진동이 퍼져 나갔다.

콰아아앙!!

명부공의 명령에 명왕대법군은 칠천명부의 입구를 단번에 부수며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앞을 가로막았던 칠천명부인들을 단번에 밀어내면서 칠천명부의 중심에 도착했다.

“크하하핫! 가장 강하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별 볼 일 없군. 하긴 이놈들은 명왕대법군의 힘을 이길 수 있겠느냐!”

칠천명부의 저항을 뚫어낸 명왕대법군의 힘은 당연했다.

“이놈들이 겁이 나서 모두 숨었군.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

휘이이익!

그의 명에 명왕대법군의 수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럼…… 칠천명군을 잡으러 가볼까?”

명부공은 칠천명군을 상대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구천명부 중 두 개의 명부와 싸워 이긴 칠천명부였다.

한데 명군을 지키기 위한 호위대도 보이지 않았다.

칠천명부의 반응이 너무나 소극적이며 명부 주위는 너무나 조용했다.

“명부공님!”

그의 뒤로 수하가 달려왔다.

“뭐냐?”

“그게……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

타앗!

명부공은 안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수하의 말대로 건물 안에서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이지? 설마 우리가 오는 것을 알고 도망간 것은 아니겠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그때,

쿠우웅!!

갑자기 사방이 흔들거리는 느낌이 났다.

명부공은 재빨리 건물 밖으로 나왔다. 명왕대법군의 수하들도 흔들림을 알아차린 듯 웅성거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자, 잘…… 모르겠습니다.”

콰아아앙!!

다시 한 번 더 폭음이 들렸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소리가 두 배 정도 컸다.

후두두두-

바닥으로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파도를 치듯 흔들거렸다.

“크읏, 함정이다!”

명부공은 이제야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 이곳을 빠져나간다!!”

그는 수하들과 함께 칠천명부를 빠져나가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쿠우우웅.

콰아아앙!!

그들 앞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외부로 나가는 출구가 무너지면서 앞을 완전히 막았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명부공의 표정은 완전히 두려움에 잠겼다.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칠천명부에서 매몰당해 목숨을 잃는 것인가?

“명부공님……!!”

두려움으로 가득한 수하들의 표정을 보았다.

“젠장……!”

그는 무력한 자신을 보면서도 허무했다.

우우우우웅-

바닥에서 밀려오는 진동.

바닥이 아래위로 심하게 흔들거리며 수하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사라져 갔다.

* * *

“쯧…….”

칠천명군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칠천명부를 보았다.

수백 년이나 지냈던 그들의 터전이 단번에 사라졌다.

아쉽기도 하면서도 뭔가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칠천명부인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명군님, 이제는 어떻게…….”

“잘 곳이 없어서 걱정되는 모양이지?”

“…….”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놈이 알아서 해준다고 했으니.”

칠천명군이 누구를 말하는지 그들은 알았다.

하지만 수만의 인원을 어떻게 알아서 해결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열산으로 가자.”

칠천명부에서 열산까지의 거리는 빠르게 움직일 경우 삼 일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었다.

칠천명군도 수하들에게 자신 있게 말을 하긴 했지만 고진유가 말한 장소에 무엇이 있을지는 몰랐다.

칠천명부에서 나온 지 삼 일이 지났다.

열산의 초입에 들어선 그들을 중년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칠천명군님이 누구십니까?”

“본인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그분께서 보내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명이라 합니다.”

“어디 소속인가?”

“중원상국의 안휘지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네를 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저를 따라오시지요.”

“안내하게.”

얼마 후 그들은 열산의 북쪽 방향에 위치한 마을에 들어섰다.

외부에서 보기에 제법 커다란 규모의 마을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칠천명군은 앞장선 이명을 따라 마을에 들어섰다.

“어째 이곳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군.”

“모두 이곳을 떠났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분께서 주민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신 뒤 땅과 집들을 모두 매입하셨습니다.”

“여기 전부를?”

“그렇습니다.”

“엄청나군.”

이명은 그에게 마을에 관련된 서류들을 건네주었다.

슥슥.

칠천명군은 서너 장 펼쳐본 뒤 웃음이 나왔다.

“이것까지 예상했군.”

“당장 모두 지내는 데 불편하겠지만, 새롭게 건물을 지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곳에서 지내시는 데 필요한 게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렇군. 앞으로 잘 부탁하겠네.”

“그리고 명군님께서는 위로 올라가시면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을 거라 하셨습니다. 그곳에 명군님을 위해 건물을 지으시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칠천명군은 그의 말대로 천천히 올라가보았다.

‘훗. 여기인가?’

그는 뒷짐을 쥐며 마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마침 석양이 붉게 마을을 비추고 있었다.

“음…… 오늘부터 우리 마을은 붉은 석양의 마을로 부르면 좋겠군.”

칠천명군은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낙일적가(落日赤家).

안휘성 무림에 새로운 무가의 출현이었다.

* * *

콰아아앙!!

명왕의 노기가 폭발했다.

그의 십 장 주위가 폭탄이 터진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칠천명부를 말살하기 위해 갔던 명왕대법군과 명부공이 그대로 칠천명부에 매몰되었다.

극일가의 무인들이 당한 것과 같았다.

‘이…… 놈이…… 일부러……!!’

분명 고의적이었다.

‘대체 어떻게 안 것이지?’

칠천명부를 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명왕은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켰다.

“크하하하하!!”

덜덜덜덜-

그의 대소에 얼마나 강한 내력이 실렸는지 천장이 무너질 듯했다.

“대단한 놈. 게다가 약은 것까지! 명부 놈의 핏줄이 아니랄까 봐.”

그는 헛웃음까지 나오면서 주위를 보았다.

“이런…… 내가 너무 흥분했군.”

완전히 부서진 주위 일대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마음대로 해라. 얼마든지 도전을 받아주겠다.”

명왕은 기다리기로 했다.

명왕부로 그들이 오는 순간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결정될 것이었다.

‘훗. 둘 중 누가 죽는다고 해도 세상의 주인은 우리 가문의 인물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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