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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405화 (405/425)

405화

고진유는 인양과 녹림야검과 함께 오천명부로 향해 나섰다.

중경에 들어선 뒤부터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두 번째 방문.

모습을 드러내며 마을에 들어섰기에 마을 주민들은 세 사람의 기척을 금방 알아차리고 모여들었다.

객잔의 주인이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은룡투인님. 오셨습니까?”

“잘들 지냈소?”

“네. 그냥 늘 똑같습니다. 근데…… 마을에는 무슨 일로…….”

“명부에 잠시 볼일이 있어 왔소이다.”

“아…… 네에.”

“별일 아니니 그대들은 평소대로 지내면 됩니다. 본인은 그분을 뵙고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사당까지 소인이 안내를 하겠습니다.”

“부탁하겠소이다.”

그는 앞으로 나서며 사당으로 세 사람을 안내했다.

스르르르-

사당의 정문을 밀었다,

그는 문을 열어준 뒤 옆으로 물러났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고맙소이다. 나중에 보도록 하죠.”

고진유와 인양, 녹림야검은 그를 지나 사당으로 들어섰다.

또 한 번 오천명부의 입구에 다가섰다.

“준비됐지?”

“넵.”

인양과 녹림야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멈추었다.

“그럼 연다.”

끼이이익.

고진유는 문을 잡아당기자 정면으로 명부의 바람이 불어왔다.

슈우우우욱-

세 사람은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했다.

“들어가 볼까.”

고진유가 먼저 명부로 들어서고 바로 인양과 녹림야검이 뒤를 따랐다.

스으으으-

세 사람 앞으로 검은색 연기가 새어 나왔다.

백발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긴 무슨 일이더냐?”

“팔공 외숙, 반갑습니다.”

“…….”

활짝 웃는 고진유의 모습에 명유팔공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왠지 싫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명군이신 외조님을 만나뵙고자 왔습니다.”

“흐음…….”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따지고 보면 고진유 또한 명부에 속한 인물이긴 했다.

명부에 들어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다. 내가 안내를 하마. 한데 무슨 일이지?”

“명왕에 관한 일 때문입니다.”

“명왕이라.”

명부에 있었지만 그 또한 중원의소식은 접하고 있었다.

팔천명부와 육천명부가 멸문당했다.

그 과정에서 극일가의 인물들이 명부가 무너지며 함께 매몰되었다는 소식 또한 들었다.

“극일가의 피해가 꽤 크다고 하더군.”

“맞습니다. 그곳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찾아왔는가?”

“아닙니다. 물론 외숙이 말한 대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 정도로 당했다고 해서 본 가는 물론 무림은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건 아닙니다.”

“그렇군.”

“제가 외조부님을 찾아뵙는 건 명왕이 명부 뒤에서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려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

고진유의 말에 그는 궁금증이 더 많아졌다.

“명왕과 우린 사이가 안 좋긴 하지. 그답게 우리가 모르는 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두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더는 묻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연락이 먼저 전해졌는지 명군동에는 명군까지 포함하여 아홉 명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고진유는 안으로 들어온 뒤 인사를 했다.

“외조부님을 뵙습니다.”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몰랐을 때야 찾아뵙지 못했지만 알고서는 당연한 일이지 않습니까.”

“여하튼 다시 얼굴을 보니 좋구나.”

“소손도 외조부님과 여러 외숙들을 뵙게 되어서 기쁩니다.”

고진유는 양쪽으로 앉아 있는 명유공들을 보며 포권을 했다.

“앉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고진유는 자리에 앉자 그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제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진유의 뒤에서 인양과 녹림야검이 앞으로 나오며 신무신단이 든 투명한 병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저번에 왔을 때 신무신단이 무언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아낸 게 있습니다.”

인양은 신무신단이 든 병의 마개를 열었다.

스윽.

이번에는 녹림야검이 병 안으로 백색의 가루를 넣었다.

신무신단 위로 백색 가루가 떨어졌다.

그들은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퍼엉!

갑자기 옥병 안에서 신무신단이 폭발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그들 모두 깜짝 놀랐다.

“방금 그건 무엇이지?”

“백향목 열매 가루에 의해 신무신단의 한 성분이 반응하여 터진 것입니다.”

“뭐라?”

“신무신단에는 독령초의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백향목 열매 가루를 만나 반응을 일으킨 것입니다. 만일 신무신단을 복용한 인물이 가루를 호흡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1”

고진유의 말에 그들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명왕부에서 신무신단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잠깐 기다려 보아라.”

오천명군은 시선을 돌려 아홉 명의 인물 중 한 명을 불렀다.

“사공. 그것을 가지고 오너라.”

“……네에.”

명유사공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명군동을 다급히 나섰다.

“이공. 따라가라.”

“알겠습니다.”

휘익!

명유이공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라졌다.

오천명부의 감찰조가 그였다.

고진유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오천명부에도 무슨 일이 생겼음을 알았다.

“얼마 전 명왕부에서 신무신단이 도착했다. 우리와 사이가 좋지 않는데도 보내왔더군. 왜 보내왔는지 이제야 알겠다. 네가 신무신단에 대해 알려주어 우리는 복용을 미루고 있었던 참이었지. 근데 오직 한 명만이 네가 준 신무신단과는 다를 것이라면서 먼저 복용하자 주장하더구나.”

“그렇군요.”

“네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명왕이 보낸 준 신무신단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면 의도를 확신할 수 있겠지.”

“명왕의 목적은 명부의 유일한 지존이 되는 것입니다.”

“명부를 지우겠다는 건 구천명부의 존재가 귀찮아진 것이군……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당연할 수도.”

오천명군은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이 죽어줄 리 없었다.

“죽일 놈. 신무신단을 이용해서 구천명부를 모두 죽이려고 하다니…… 명왕 다운 발상이군.”

“명군님,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명유일공이 바로 나섰다.

“맞습니다. 명왕부에서 먼저 시작한 싸움입니다. 그대로 보고 있기에는 심각한 일입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명유삼공도 동의했다.

“명왕부와 싸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명왕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면 감정적으로 움직여선 아니 된다.”

“물론 압니다. 하지만 우리의 힘이 약하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다면,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지 또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명유일공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스윽.

“두 분께서 말씀하시는데 죄송합니다.”

“아니다. 무슨 할 말이 있느냐?”

“명왕을 상대하는 인물은 제가 될 것입니다.”

“그대가…… 명왕과 싸우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고진유의 자신감 있는 대답에 그들의 시선이 모였다.

은룡투인의 전설에 대해 그들은 너무나 잘 알았다.

휘이익!

그때, 명유사공을 따라 밖으로 사라졌던 명유이공이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축 늘어져 있는 명유사공이 보였다.

털썩.

이공이 그를 명군동 바닥에 툭 던졌다.

명군은 그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사공, 어떻게 된 일이더냐?”

“…….”

명유사공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서 명유이공이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을 보고했다.

“신무신단을 불태우고자 했습니다.”

“사공, 네가 한 짓이 사실이더냐?”

“……죄…… 송합니다.”

“사실이란 말이군.”

명군은 명유이공에게 물었다.

“신무신단을 가지고 왔느냐?”

“여기에 있습니다.”

명유이공은 붉은색 주머니에서 신무신단을 꺼냈다.

인양은 그의 앞으로 나가며 신무신단을 건네받았다.

“방금 전과 똑같이 해봐.”

인양은 신무신단을 아래로 내려놓고 그 위로 백향목 열매 가루를 뿌렸다.

치이이이익-

공기가 새어 나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퍼어엉-!!

곧바로 거품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파편들이 터졌다.

명군동은 조용해졌다.

“……사공, 넌 우리 모두를 죽이고자 했다. 내 말이 맞느냐?”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당연히 죽을죄를 지었겠지. 이공, 그에게 신무신단을 먹여라.”

“며, 명군님!!”

“조용히.”

퍽!

“커어억!”

이공은 그의 목 뒤를 점혈하고는 바닥에 쓰러진 그의 입안에 신무신단을 강제로 복용시켰다.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형제라 해도 자신을 죽이고자 한 그를 살려줄 만큼 아량이 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

“우리를 죽이고자 했느냐?”

“그…… 렇습니다.”

“왜 그를 따를 생각을 했지?”

“명부를…… 통일한 뒤 세상 밖으로 나가 명부를 새롭게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네놈의 계획은 좋았다. 명부의 인물이라면 충분히 그런 꿈을 꿀 수 있지. 하지만 넌 실패했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임을 잘 알겠지?”

“알고…… 있습니다.”

“살려달라는 말은 하지 말 것이며 한다고 해도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명군은 단호했다.

그의 잘못을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그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것을 줘보게.”

“여기 있습니다.”

인양이 그에게 백향목 열매 가루가 든 옥병을 하나 건넸다.

휘익.

그는 옥병을 열어 명유사공의 머리 앞으로 가루를 뿌렸다.

“꺼어어억…….”

명유사공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면서 머리를 감쌌다.

팟.

그리고 미세하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명유사공의 신형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명왕, 이놈이…….”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자 명군 또한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만일 신무신단을 명부 전체가 복용했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명왕의 명을 들을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전원 죽음이었다.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명부들에게 명왕의 뜻이 무엇인지 알리도록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명군은 예상하지 못한 부탁이었다.

“명왕과 함께 싸우자는 부탁이 아니구나.”

“싸움은 제가 할 것입니다. 지켜보기만 하시면 됩니다.”

“…….”

오천명군은 바로 대답을 하는 대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 가지 물었다.

“만일 명왕과 싸워 이긴다면 남아 있는 명부는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그들이 준 신무신단이 아닌, 몸에 전혀 문제가 없는 신무신단을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그것으로 뭘 할 줄 알고?”

“중원에 올라오셔도 되고 아니면 여전히 명부에 지내셔도 됩니다.”

“……!”

“세상은 점점 변할 것입니다.”

“……그렇군. 그 일은 나중에 생각해 보도록 하마.”

“그렇게 하시지요.”

오천명군은 결심을 한 표정을 지었다.

“우선 삼천명부에 가는 게 좋겠군.”

“네. 그렇게 하시지요.”

그는 고진유와 삼천명군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 * *

저벅. 저벅.

오로지 사내가 밟고 지나가는 길만이 보일 뿐, 사방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사내는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선 채 가부좌를 한 인물을 향해 부복을 했다.

“명왕님을 뵙습니다.”

“……”

“은룡투인이 오천명군과 함께 삼천명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명왕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말이 없었다.

“여전히 두고 봐야 하는 것입니까?”

“이길 수 있다면 알아서 해라.”

명왕의 목소리에, 사내의 이마로 주름이 생겼다.

육천명부에서 명왕의 분신이 당했건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명왕님, 그는 구천명부의 모든 힘을 이용해 본 명왕부를 치고자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 은룡투인은 명부의 힘을 이용하지 않지. 오직 자신의 힘으로 명왕부에 들어올 것이다.”

“…….”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군. 명부들은 중요하지 않아. 신무신단을 복용했다면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중원인이라는 그놈들도.”

명왕은 등을 보이고 있었지만, 사내가 인상을 찌푸린 것을 잘 알았다.

“본 명왕을 못 믿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소신이 어찌 명왕님을 믿지 못하겠습니까. 단지 소식을 전했을 뿐입니다.”

“명부 그놈들에게 신무신단을 보내는 일은 어떻게 되었나?”

“모든 명부에 신무신단을 보냈습니다. 지금쯤이면 도착했을 것입니다.”

“우선 그놈들이 신무신단을 복용한 사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라.”

“넵. 지금 바로 알아보도록 시키겠습니다. 다른 명은 없으십니까?”

“그 녀석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계속 보고하도록.”

“명왕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내는 머리를 숙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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