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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401화 (401/425)

401화

고도유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그를 찾았다.

“그자는 어디로 갔지?”

“갑자기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냥 사라졌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고도유는 밖으로 나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수하들을 보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십여 명의 목이 잘려 있었다.

“다른 피해는 없는가?”

“없습니다.”

고도유는 주위를 둘러보며 인기척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더는 그의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망할 놈…….”

그에게 완전히 배신을 당했음을 알았다.

고도유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그는 명부를 정리하고자 했다. 근데 팔천명부와 육천명부만을 정리했을 뿐 아직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명부를 정리하고 싶다면서 먼저 손을 내밀어온 인물이 명왕이었다.

‘왜지? 명부를 죽일 필요가 사라진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유를 알고자 했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일단은 본 가로 돌아가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겠군.’

고도유는 극일가의 무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여기 일은 끝났다. 그만 여기에서 물러난다.”

“알겠습니다.”

극일가의 무인들이 명부를 떠나기 위해 나갈 준비를 할 때였다.

덜덜덜덜덜-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멀리서 느껴졌다.

“뭐지?”

점점 바닥의 진동이 강해지면서 흔들림이 가까워져 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이번에는 커다란 폭음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천장이 무너지고 있었다.

두두두두-

돌과 흙들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흙먼지들이 퍼져 나갔다.

“빨리 나가야 한다!!”

고도유는 누구의 짓인지 단번에 알았다.

육천명부가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밖으로 나가야 했다.

휘익!

고도유는 밖으로 나갈 출구를 확보하기 위해 선두에서 달렸다.

‘저자가……!’

밖으로 나가는 출구 앞에서 먼저 사라졌던 명왕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도유의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그에게 다가서기 위해 신법을 펼치고자 할 때였다.

우두두두두-

그의 앞으로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젠장!’

도저히 명왕의 앞까지 갈 수 없었다.

“명왕!!”

고도유는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약속을 어기는 것이지?! 명부들을 없애고자 하지 않았나?”

“넌 신무신단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더군.”

“……!”

“적당하게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백향목으로 신무신단을 복용한 우리까지 모두 죽일 생각이었겠지?”

“그래서 나를 죽이고자 한 것이냐?”

“당연하지 않나? 넌 너무 탐욕이 강했지. 극일천에 들어가기 전, 본래 신무신단의 제조법인 신선초 대신 독령초로 바꾼 이유를 모를 거라 생각했느냐? 모두 죽이고 난 뒤 혼자서 세상을 얻고자 하지 않았나?”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지?”

신무신단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이상 절대로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크큭, 죽는 마당에 궁금한 건 알려줘야겠군. 신무신단을 처음으로 생각해낸 인물이 누구더냐?”

“……!!”

고도유는 그의 시선을 받으면서 온몸에 힘이 빠졌다.

‘설마…… 그가……!’

“운이 좋으면 살아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군. 잘 가게나.”

우두두두두-

콰아아아앙!!

두 사람 사이를 돌과 흙먼지가 메우며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고도유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수하들이 다급하게 불렀다.

“가, 가주님!”

“우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극일가의 무인들은 뒤로 돌아서며 명부성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극일가의 무인들이 도착하기 전에 명부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가…… 가주님…… 어떻게……!”

“…….”

고도유는 수하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바로 옆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여기서…… 죽는 건가?’

멍청했다.

극일가의 무인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살아날 방법은 없었다.

‘명왕…….’

고도유는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진유…… 미안하다.’

극일가 절반 이상의 전력을 자신의 멍청한 짓으로 잃어버렸다.

극일가에 남아 있는 전력은 지금의 반도 없었다.

명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

그들과 싸울 수 있는 세력은 오직 고진유가 이끄는 향천밖에 없었다.

고도유의 몸이 옆으로 무너졌다.

“내 욕심에…… 미안하다…….”

푸우우욱!

그가 서 있는 자리에 폭발이 터지며 아래로 꺼졌다.

* * *

황궁에서 나와 고촌으로 가던 도중이었다,

하오신문의 인물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찾아왔다.

고진유는 그를 보면서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은룡투인님,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말하세요.”

“육천명부에 갔던 극일가의 가주께…… 일이 생겼습니다.”

전령의 말에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다.

고화유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육천명부에 들어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설마 육천명부가 무너져 내렸단 말인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설마 아무도 올라오지 못했다는…….”

“지금 그들을 찾고 있습니다만…… 완전히 무너져서 모든 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망할……!”

장두총은 어이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일행은 말없이 조용하게 선 고진유를 보았다.

‘도유 형님이…… 명부에 잠겼다고?’

그를 의심했다.

모든 일의 범인이 그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명부가 무너져 그의 생사를 알 수 없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고진유는 잠시 멍한 상태로 변해 있었다.

스윽.

무혼신녀가 다가오면서 고진유의 어깨를 건드렸다.

“괜찮나?”

“아…… 네에. 괜찮습니다.”

“지금 바로 그곳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야겠지요?”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가서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을 듯싶다.”

“알겠습니다. 바로 그곳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고진유는 고개를 들어 일행을 보았다.

“전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야겠습니다.”

“혼자 갈 생각이냐?”

“정말로 그들이 모두 명부에 매몰되었다면 비상 상황입니다. 도유 형님과 함께 간 본 가의 무인들이 사라진 이상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우리밖에 없어요.”

“…….”

“호진 사형은 사형들과 함께 무림맹에 가서 무명 형님을 만나주세요. 앞으로 중원 무림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듯합니다.”

“알겠다. 다른 건 필요 없느냐?”

“이젠 명부와 싸워야 할 곳은 극일가가 아닌 무림맹이 주체가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럼 우린 무림맹에 그대로 있으면 되겠느냐?”

“네. 무림맹에서 기다려 주세요. 혹시나 다급하게 움직일 일이 있다면 사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움직이마.”

“그렇게 해주세요.”

고진유는 이번에는 무혼신녀와 고화유를 보았다.

“두 분은 고촌에 바로 가셔서 고묵 숙부님을 만나 뵙고 현 상황에 대해 의논하시면 됩니다. 숙부께서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알았어. 몸조심해.”

“지금부터 서로 긴급하게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휘이이익!

고진유의 신형이 그들 앞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무혼신녀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의심스럽다고 여겼던 고도유가 죽었다는 말에 헷갈렸다.

“지금은 다급한 일부터 처리해야겠지. 호진,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겠다.”

“두 분께서도 조심해서 내려가십시오.”

“자네들도 항상 조심하게.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는 느낌이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먼저 떠나겠습니다.”

우종성은 그녀에게 인사를 한 후 사형제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향했다.

“화유야, 우리도 고촌으로 빨리 가야겠다.”

“네, 언니!”

고화유는 그녀와 함께 신법을 펼치며 달렸다.

* * *

고진유는 육천명부로 향해 달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왜…… 그가?’

그가 죽는다면 누가 이익을 얻게 되지?

‘명부에서?’

그가 육천명부로 가려고 했던 이유.

설마 죽기 위해 갔을 리는 없었다.

‘분명 그곳에서 누군가 만났을 게 틀림없었어. 대체 누구를 만나고자 했을까?’

명부에 그를 유인한 후 매장시킨 인물이 고도유가 만나고자 한 인물임에 확실했다.

‘그가 누구인지 알 수만 있다면…….’

고진유는 쉬지 않고 무너져 내린 육천명부를 향해 달렸다.

내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달렸지만, 하루가 지난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척.

고진유가 아래로 내려서자 주위를 조사하던 하오신문의 인물들이 다가왔다.

“은룡투인님을 뵙습니다.”

“이곳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기 완전히 무너져 내린 곳이 육천명부로 들어서는 입구였습니다.”

하오신문의 인물이 가리킨 장소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땅을 파내고자 해도 얼마나 많은 흙은 퍼내야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 땅을 파내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끝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곳을 누가 무너뜨렸는지 본 사람이 있습니까?”

“아무도 드나드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하오신문의 눈을 피해 이 커다란 곳을 무너뜨린 인물.

“무너진 곳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도굴에 상당히 재주가 많은 인물을 데리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무너져서 빈 공간이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비어 있는 공간이 없다면…….”

“모두 압사당한 채 매몰되었을 겁니다.”

“그들은 무인입니다. 충분히 견딜 수 있지 않을까요?”

“십 장의 깊이에서 매몰되어도 절대로 몸을 일으킬 수 없다고 합니다. 그들이 묻혀 있는 곳까지 얼마나 깊은 곳인지, 주위를 보면 안다고 했습니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산이 있던 곳이었습니다.”

“산이……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는 뜻인가요?”

“네에. 그렇습니다.”

고진유는 그의 말대로 주위 일대를 둘러보았다.

산 전체가 아래로 무너져 내릴 정도라면 얼마나 깊고 넓은 곳인지 알 듯했다.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뜻입니까?”

“…….”

그는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

“휴우…….”

고진유는 무너져 내린 명부의 입구를 향해 다가섰다.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구멍을 팠던 인물이 땀을 흘리며 올라왔다.

고진유는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고생이 많습니다.”

“누구?”

“고진유라고 합니다.”

“…….”

사내는 순간 숨이 멈추는 듯했다.

고금제일인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반말했던 입이 문제였다.

“죄, 죄송합니다. 소인이 몰라뵈었습니다.”

“아닙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어떻게 알겠습니까?”

고진유는 그가 판 아래를 보았다.

“아래에 내려갈 수 있겠소이까?”

“소인이 보기에…… 비어 있던 공간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듯합니다.”

“혹시나 모르니 가능한 범위까지 파줄 수 있겠습니까?”

“아…… 네에. 알겠습니다.”

고진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사내 또한 고진유의 눈을 보면서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못했다.

땅을 파기 시작한 후 긴 시간이 지났다.

깊은 밤이 지나며 해가 떠올랐다.

얼마나 깊이 팠는지 몰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명부는 없었던 것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더는 파도 의미가 없는 듯합니다.”

“……수고했습니다.”

고진유는 한동안 땅을 판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육천명부가 완전히 무너진 게 확실했다.

“대체 누구 짓이지?”

고도유를 이곳으로 부를 정도의 인물.

중원에 그런 인물이 있었나?

하지만 도저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극일가의 무인들이 육천명부에서 매몰되었다는 사실은 조만간 명부 전체에 알려질 게 분명했다.

‘명부에서 극일가의 사정을 듣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지?’

다행히 신무신단은 팔천과 육천명부 외에는 나누어 받지 못했다.

다른 이들이 나오지 못한다면 중원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확히 확인된 상황은 아니었다.

‘명부에 신무신단이 아예 없을 거라 생각할 수 없어. 그렇지…… 명부에서 형산파에서만 신무신단을 만들도록 했을까?’

그건 아니었다.

만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형산파에서만 신무신단을 만들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비밀리에 또 다른 곳에서 만들었을 게 확실했다.

“은룡투인님, 어떻게 하심이…….”

고진유는 뒤로 다가온 하오신문의 인물들을 보았다.

“그만 돌아가도 됩니다. 수고들 했습니다.”

“넵. 저희는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오신문의 인물들이 모두 물러났지만 고진유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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