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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98화 (398/425)

398화

두두두두-

하북성을 넘어서며 빠르게 올라가는 기마대의 무리들.

‘육천명부에서 나왔다.’

형산파에서 제조한 신무신단이 들어간 곳은 팔천명부와 육천명부.

고진유는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육천명부를 주시했다.

그들 또한 중원으로 움직일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역시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을 주시하던 하오신문에서 빠르게 소식이 전해졌다.

-육천명부, 중원으로 올라옴.

고진유는 극일가의 무인들과 함께 고촌을 나섰다.

육천명부의 움직임은 빨랐다.

그들은 중간중간 마을을 지나가면서 살육을 한 팔천명부와는 달랐다.

오로지 목적지인 한 곳을 향해 달리는 듯 보였다.

‘움직이는 방향은…… 황성이군. 극일가를 이끌고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하루 앞서 도착할 수 없다.

하루만으로도 명괴들은 참혹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터.

그러는 중, 전위대장군 홍충이 이끌던 오만의 군사들이 육천명부와 맞서 싸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결과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두 명도 아닌 오만 명의 군사들이 명괴들에 의해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전위대장군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는……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죽을 것임을 알면서도 오로지 시간을 끌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싸움은 거의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치열했다.

‘대단한 분이시다. 그분 덕분에 아슬아슬하지만 거용관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천하제일웅관.

깊은 계곡 사이로 된 팔달령의 산길을 지나 평지로 들어서는 위치에 설치된 옹성.

중원의 모든 관문 중에서도 철옹성 중의 철옹성이라 일컫는 거용관이었다.

거용관 정문 위 삼 층으로 세워진 누각의 문루가 천하제일웅관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했다.

문루에 선 인물은 천하대장군 송무.

독중기가 물러난 후 군부 최고의 무장이자 오호도독부의 수장이 된 그였다.

짙은 눈썹과 굳은 입술로 전방을 내려다보았다.

황제의 명에 수하를 보내지 않고 직접 무장한 대장군 송무가 직접 거용관에 올라섰다.

“그들은 어디에 있다고 했느냐?”

“현재 빠르게 팔달령을 넘어서고 있는 듯합니다.”

대장군 송무의 뒤로 부관 장군이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들을 막는 데 화포가 소용이 없다고 했더냐?”

“소용이 없는 게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전진만 하는 괴물들입니다.”

“다행이구나. 화포가 소용이 없는 건 아니군.”

“그렇사옵니다.”

송무는 거용관의 성곽을 둘러보았다.

수백 기의 화포들이 언제든지 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탄약은 잘 준비가 되어 있겠지?”

“반나절 중으로 보급대가 도착할 것입니다. 하나라도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마쳤습니다.”

스윽.

대장군 송무는 긴 수염을 만졌다.

“지금부터는 하늘의 뜻이겠군. 그분께서 오신다고 한 날짜가 언제인가?”

“최대한 빨리 오신다고 했습니다. 지금쯤이면 거의 도착했을지도 모릅니다.”

“제때에 오신다면 좋을련만…….”

그는 전서를 받았다.

고금제일인이 보낸 전서.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있으니 거용관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서라는 내용이었다.

‘그분이 도착하실 때까지 막아낼 수밖에.’

피우우우우웅-!

그 순간, 거용관의 하늘 위로 화살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장군님, 효시가 올랐습니다!”

“적이군. 북을 울려라.”

“넵, 알겠습니다.”

부관 장군이 붉은색 깃발을 흔들었다.

둥! 둥! 둥! 둥!

문루 아래 성벽에서 깃발을 본 군사가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더거덕. 더거덕.

수많은 군사들이 화포들을 앞으로 끌고 나오며 정렬했다.

그 아래로 화포의 탄약을 전달하기 위해 군사들이 길게 대기했다.

군사들은 발포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쏠 준비를 마쳤다.

두두두두두-

팔달령 위에서 땅의 진동이 울리며 거용관으로 전해졌다.

군사들의 눈동자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전방을 보며 긴장하고 있었다.

파아아앗!

그리고,

‘왔다……!’

거용관으로 명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길을 내려와 가장 먼저 마주친 거대한 옹벽을 보면서도 명괴들은 멈추지 않았다.

“육천명부는 단번에 성을 넘어서라!!”

“크아아아-!!”

명괴들은 괴성을 지르며 오로지 거용관을 향해 달렸다.

대장군 송무는 가까이 다가오는 명괴들을 바라보았다.

화포의 사정거리에 들어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발포하라!!”

두두두둥!

공격 명령의 북소리가 거용관 성곽을 울렸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수백 기의 화포들이 일제히 거용관의 성곽에서 아래로 쏟아냈다.

명괴들이 다가오는 앞에 화포의 폭탄이 집중적으로 떨어졌다.

아무리 명괴들이 단단하다고 해도 수백 발의 화포들이 동시에 떨어지면 견딜 수 없었다.

네 개의 조로 이루어진 화포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면서 명괴들이 달려오는 전방을 집중적으로 포화했다.

명괴들은 앞으로 다가오지 못한 채 화포에 의해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육천명군은 살성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무조건 달리지 못할까? 지금부터 뒤로 물러나는 놈이 있다면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육천명군의 살기에 뒤로 물러나려고 했던 명괴들은 다시 앞으로 달렸다.

콰아아아앙!!

“기름을 부어라!”

두우우웅!

대장군 송무의 명이 다시 떨어졌다.

휘이이이익!

수백 개의 항아리들이 성문 아래로 떨어졌다.

퍼어어억!

콰아아앙!!

바닥에 떨어진 항아리들 안에서 기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화포를 뚫고 다가온 명괴들은 바닥에 흐르는 기름을 보았다.

피우우우웅-

대장군 송무는 화살에 불을 붙인 뒤 기름이 떨어진 바닥을 향해 쐈다.

화르르르르!

순식간에 기름에 불이 붙으며 불길이 솟구쳤다.

“크아아아!!”

화염의 연기가 옹벽을 타고 하늘로 솟구쳤다.

거용관 앞으로 불바다가 만들어졌다.

아무리 명괴라고 하더라도 사방이 화염지옥이 된 곳을 지날 수 없었다.

“망할 새끼들이……!! 어떻게 알았지?”

명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불이었다.

화염의 불바다는 뚫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넓었다.

우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질 것이라 예상했던 화염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벽에서 계속 기름이 흘러내려 끝없이 타오르고 있었다.

“크으…… 망할 새끼들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군.”

육천명군은 천하제일웅관이라 하지만 명괴들의 앞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아무리 높은 옹벽이라도 성문을 통과한 뒤 안으로 들어서기만 한다면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용관 가까이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화염이 꺼지려면 거용관에서 준비한 기름이 완전히 떨어져야만 할 터.

송무는 문루에 서서 시커먼 화염 너머로 멈춘 명괴들을 보았다.

“네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이상 멍청하게 당할 것 같으냐?”

송무의 눈동자가 빛났다.

“화포와 투석을 준비하라!”

거용관에서 준비한 마지막 세 번째 공격은 투석기였다.

투석기는 예전처럼 활용도가 높지 않았지만, 명괴를 상대하는 데는 오히려 더 좋을 듯 보였다.

끼이익-

거용관 안으로 거대한 투석기를 끌고 들어섰다.

피우우우웅-!!

안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콰아아앙!!

화염을 넋 놓고 지켜보던 명괴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가 떨어졌다.

투석은 화포와 또 다른 위력이었다.

“아아아악……!”

명괴들은 투석기에서 날아온 투석에 의해 그대로 깔렸다.

퍽퍽퍽.

투석들이 우박처럼 바닥에 떨어졌다.

“이…… 새끼들이…….”

성곽 위에서는 화포가, 거용관 내부에서는 투석기가 발사되면서 동시에 명괴들 위로 떨어졌다.

“모두 물러나라!!”

육천명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무림인도 아닌 군부에 처참하게 당할 줄은 몰랐다.

화포와 투석기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뒤 화염이 꺼지기를 지켜보았다.

“저…… 불만 꺼진다면 네놈들의 심장을 꺼내서 먹어주마…….”

그의 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화르르르-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거용관 앞을 가로막은 화염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장군님, 이제 기름이 서너 통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니? 어떻게 된 것이냐? 기름은?”

“그게…… 내, 내일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 합니다!”

“뭣이? 분명 서너 시진밖에 버티지 못한다고 알렸거늘. 게다가 보급대가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

“보급대가 오는 도중에 있는 다리가 여름에 난 홍수에 의해 끊어져서 돌아와야 했다고…….”

송무의 얼굴이 다급하게 변했다.

불이 꺼진다면 명괴들이 달려들 것이 확실했다.

이미 화포의 탄약 또한 거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육천명군은 화염의 불길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았다.

“크크크…… 됐다.”

조금만 더 지나면 충분히 화염을 뚫고 지나갈 수 있었다.

‘저기…… 문만 통과하면 된다.’

화염이 약해지면서 그의 시선 끝에는 거용관으로 들어설 수 있는 성문이 보였다.

“나를 따르라! 성문을 무너뜨린다!!”

“넵, 명군님!”

타앗!

육천명군은 열 명의 명성십공과 함께 거용관의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화포가 쏟아졌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막아낼 수 없었다.

“이런……!”

송무는 다급한 표정이 나왔다.

“성문이 열리지 못하게 막아라!!”

군사들이 거대한 목기둥들을 성문에 기대며 막아섰다.

성문에 도착한 열한 명의 인영.

육천명군은 소리쳤다.

“문을 부숴라.”

명성십공 중 한 명이 나와 성문을 향해 일장을 뻗었다.

콰아아앙!!

두꺼운 철판으로 된 거용관의 성문은 흔들거렸다.

성문 위 문루까지 흔들거렸지만, 성문이 열리지 않도록 군사들은 젖 먹던 힘까지 더해 성문 뒤로 기둥을 받치며 막아서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 문이 부서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거용관의 서문에서 무인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저들은……!”

송무는 아래로 들어선 무인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 * *

‘휴우… .다행이군.’

아슬아슬하게 거용관에 도착했다.

최대한 빨리 온다고 했지만 반나절의 시간을 줄일 수는 없었다.

고진유는 거용관으로 달려오면서 그들이 반나절의 시간을 막아낼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거용관에서 육천명부를 막아냈다.

휘익!

고진유는 문루 위에 올라섰다.

“송무 대장군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니외다. 다행히 저들을 막아냈소이다.”

쿠우우웅!!

고진유는 성문을 내리치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이젠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대장군께서는 군사들과 함께 뒤로 물러나십시오.”

“알겠소이다. 부탁하겠소이다.”

송무는 그를 믿었다.

‘다행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환해진 표정으로 문루에서 내려간 그는 군사들과 함께 거용관을 빠르게 물러났다.

콰아아앙!!

수차례 성문을 부수기 위해 내력을 쏟아냈지만 열리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단단하기에…….”

성문조차 쉽게 무너뜨리지 못하자 육천명군은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성문 뒤로 문이 열리지 않도록 막아낸 인물들은 이제 극일가의 무인들이었다.

“물러나라. 내가 하겠다.”

육천명군은 전신의 힘을 한 번에 끌어 올렸다.

휘이이익!

문루 위로 묵경이 다가왔다.

“군사들이 모두 나갔어.”

“그럼 시작하면 되겠네요. 향천은 문을 열어준 뒤 저놈들이 모두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성문을 막아주세요.”

“그렇게 하지.”

묵경은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신호를 보냈다.

“뒤로 빠져라!”

고도유는 성문을 막아선 극일가의 무인들을 뒤로 불렀다.

콰아아앙!!!

그와 동시에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렸다.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자 육천명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됐다. 들어가라.”

육천명군은 옆으로 비켜선 뒤 명괴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보았다.

화염이 약해지자 명괴들이 곧바로 달려왔다.

“크아아아아!!”

명괴들은 그동안 당했던 복수를 하기 위해 무조건 성문 안으로 달려들었다.

그 순간,

‘뭐지?’

이상했다.

안으로 들어간 명괴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명괴들이 거용관으로 들어간 이상 비명과 괴성이 들리는 게 정상이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제자리에 멈춘 명괴들을 보았다.

“명성십공, 무슨 일이지?”

스윽.

앞을 막았던 명괴들이 옆으로 물러났다.

“명군님, 전방에…… 극일가에서…….”

그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전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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