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97화 (397/425)

397화

고진유의 설명이 끝났다.

모두 독령초와 백향목의 열매에 대해서 들었다.

스윽.

고진유는 품 안에서 두 가지 물건을 꺼냈다.

“그게 뭐야?”

묵경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방금 말했던 물건들입니다. 하나는 독령초이고 옥병에 든 가루는 백향목 열매 가루입니다.”

“이것들이?”

이번에는 장두총도 신기한 듯 가까이 다가섰다.

“네, 맞습니다. 특히 독령초는 신무신단을 만들 때 필요한 중요한 재료 중 하나입니다.”

“이런 독초가 필요하다고?”

“반하와 자리목의 독을 중화시키는 데 필요하거든요.”

“……이독제독이란 말이군.”

“그렇다고 봐야죠.”

묵경은 신기하게 두 가지 물건을 내려다보았다.

슥슥.

고진유는 독령초를 집은 뒤 힘을 주며 문질렀다.

툭. 툭.

대리석 탁자 위에 독령초의 진액이 떨어졌다.

방 전체로 진액의 냄새가 퍼져 나갔다.

“음…… 이건 신무신단과 비슷한 냄새인데?”

무혼신녀가 단번에 알아보았다.

“네, 맞아요. 독령초의 냄새가 너무 특이해서 끓여도 잘 사라지지 않더군요.”

고진유는 대답을 하면서 백향목 열매 가루가 든 옥병을 열었다.

그리고 진액 위에 조금 뿌렸다.

꿈틀.

“어라? 신기한데?”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이 커졌다.

대리석 위에 있는 독령초의 진액이 순간 부풀어 오르며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장두총은 인상을 찡그리며 탁자에 다가섰다.

“이건 왜 이러지?”

“신의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독령초의 진액과 반응하는 백향목의 열매 가루에는 유액 속에 염증을 자극하는 포강이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신무신단을 제조할 때 모두 끓인다고 하던데…… 혹시 독령초 본래의 성분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이지?”

“네. 호경 사형의 말이 맞습니다.”

고진유의 대답에 방 안은 단번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어떠한 상황인지 알았지만 묵경은 확인차 다시 물었다.

“신무신단을 복용하면 명부에서 내력을 끌어내기 위해 내성의 기가 머리에 저장된다고 했잖아. 맞아?”

“맞습니다.”

“그러면…… 그 상태에서 백향목 열매 가루와 닿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묵경의 물음에 모두 고진유의 대답을 기다렸다.

“팔천명군처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죽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방금 그 말은 그가 죽은 건 백향목의 열매 가루 때문이라는 말이야?”

“아마도…….”

한쪽에 앉아 있던 천마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 이거 참…… 재미있어. 세상은 어딜 가도 똑같은 놈들 천지군.”

“물이 고이면 썩게 마련이죠.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그댄 어떻게 할 거지? 이곳도 정상적이지는 않군.”

“그건 알아봐야겠지요. 하지만 우선 명부부터 정리를 할 것입니다. 나머지 뒷일은 본인이 알아서 할 테니, 그대는 그것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크크크. 좋아. 극일가는 그대가 해결할 문제이니 난 관심을 끊도록 하지. 난 명부만 신경 쓰면 될 뿐이니깐.”

털썩.

천마는 뒤로 돌아 누웠다.

어차피 들을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무혼신녀가 다시 물었다.

“명부부터 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지? 명부에 가기 위해서는 신무신단을 복용해야 하지 않나?”

“그렇죠, 누님의 말씀대로 명부를 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신무신단을 복용해야죠.”

“무턱대고 복용하는 것은 아니겠지? 굳이 남 좋은 일 시켜줄 일은 없지 않느냐.”

“후후후. 맞습니다. 일부러 죽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미 좋은 방법을 생각한 모양이군.”

고진유의 표정은 전혀 걱정스러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용한다는 게 무슨 말이지?”

“우리가 복용하는 건 독령초의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신무신단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만들 수 있어?”

“지금 두 분이 최선을 다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음…… 그것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그들이 알게 되면 의미가 없잖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것입니다.”

고진유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신무신단을 만든 뒤 조만간 명부로 움직일 겁니다. 그때까지 편안하게 쉬고 계세요.”

“수고해라. 네 말대로 푹 쉬고 있을게.”

고진유의 신형은 밖으로 사라졌다.

* * *

“진유 아우.”

건너편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진유는 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도유 형님.”

“어디를 가는 길인가?”

“신무신단을 제조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것 때문에 아우를 찾고 있었던 것이네.”

“그렇습니까?”

“같이 가도 되겠나?”

“그렇게 하시죠.”

고도유는 한 걸음 뒤에서 함께 걸었다.

흘깃.

함께 걸으면서도 앞선 고진유를 훔쳐보았다.

고진유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

“진유 아우.”

그가 뒤에서 고진유를 불렀다. 고진유는 걸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네, 말씀하세요.”

“신무신단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이상이 없는데 명부의 인물들에게는 이상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네. 그 부분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찾아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음. 내 생각에는 오히려 잘된 일인 것 같은데. 그들이 멍청해서 이런 실수를 한 게 아니겠느냐?”

“제가 생각하기에는 명부에서 실수를 할 리가 없다고 봅니다. 긴 시간 동안 신무신단에 대해서 연구한 그들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실수가 아닙니다.”

고도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네. 철갑에 든 신무신단 제조법이 제대로 완성된 것이라고 한 건 오직 그들이 한 말이지 않은가? 우리가 그게 완성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지 못한 것이잖아. 안 그런가?”

“음…… 그러고 보니 형님 말씀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완성된 제조법이라고 해서 믿고 있었던 것이죠. 불완전한 제조법일 수도 있겠군요.”

“맞아. 진실은 그 제조법을 만든 인물, 천령약의 편휴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그가 명부의 재촉에 두려워서 일부러 불완전한 제조법을 완전한 제조법이라고 거짓말했을지도 모르지.”

“형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맞아. 아쉬운 건 당사자가 세상에 없다는 것이지만. 어쨌든 그가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천령약의 편휴가 일부러 그랬단 말입니까?”

“그건 모를 일이지. 그들에게 원한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도 맞는 듯합니다.”

고도유의 말에 고진유는 동의했다.

“형님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난 오히려 잘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분한 신무신단을 만든 뒤 빨리 명부에 가서 세상을 위해 그들을 전멸시키고 싶으니.”

“좋은 생각이십니다. 형님의 뜻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만…… 혹시나 신무신단을 복용한 뒤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혀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사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충성!”

건물을 호휘하던 위사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넵, 들어가시면 됩니다.”

끼이이익.

위사가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그와 함께 고진유가 안으로 들어섰다.

* * *

‘됐어.’

언종과 신의자는 독령초와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초를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약초들을 실험했다.

창고 안으로 들어선 언종은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가 이번에 찾아야 할 약초는 신선초.

다른 이름으로는 명일엽, 신립초라고 부르기도 한 약초였다.

‘여기 있군. 흔한 신선초가 독령초를 대신할 수 있을지…….’

언종은 신선초를 품에 넣은 뒤 주국에게 향했다.

“어르신. 여기를 한 번 보시지요.”

“가지고 왔는가?”

“그런 듯합니다. 근데 신선초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언종은 가지고 온 신선초를 보여주었다.

“나도 잘 모르겠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모두 사용해 봐야지 않겠나.”

“네. 그렇습니다.”

“음…… 신선초라. 이건 독령초와는 다른 약초이긴 하지만 비슷한 면도 있긴 하지.”

“이것을 넣은 뒤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할 때였다.

안으로 들어오는 두 명의 인영을 보았다.

고진유와 함께 들어온 인물은 가주 고도유였다.

주국은 신선초를 내려놓으며 옆으로 치웠다.

“두 분께서 어인 일로 오셨소이까?”

“신무신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소이다.”

고도유는 아래 탁자를 보았다. 안으로 들어오면서 탁자 한쪽으로 밀어놓은 신선초를 보았다.

“그건 무엇이지요?”

“신선초이외다.”

“신무신단의 약재에 신선초가 들어있소이까?”

“이건 피로회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약초이외다. 요즘 잠을 많이 못 자서 말이오. 피곤을 쫓기 위해 이보다 좋은 약초는 없지요.”

“아하. 하긴 신선초가 그런 효능이 있긴 하지요.”

고도유도 약재들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대답하면서도 여전히 시선은 방 주위를 살폈다.

“신무신단에 문제가 있습니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사실 특별히 문제가 되는 건 보이지 않았소이다.”

고도유의 입가에 만족한 미소가 나타났다.

“신무신단에 대해서 특이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더는 없는 게 아니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고도유는 이번엔 고진유를 불렀다.

“아우, 이틀 정도의 시간이면 확인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네. 어떻게 생각하지?”

“알겠습니다. 그 안에 문제가 없다면 신무신단을 그대로 제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명족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하게. 기회가 생겼을 때 명부를 쳐들어가야지 않겠는가?”

“최대한 빨리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도유는 주국과 언양을 보면서 재촉하듯 부탁했다.

“두 분께서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좋겠소이다.”

언종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강압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그의 목소리와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형산파에서 많이 보아왔던 모습과도 같았다.

* * *

“크아아아!!”

명괴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하북 장가구의 평유산에서 내려온 수천의 명괴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수많은 사들람이 명괴들에 의해 온몸이 찢기며 죽어 나갔다.

평산을 내려온 명괴들은 황성을 향해 움직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명괴들의 소문은 빠르게 황성까지 전해졌다.

황제는 명괴들을 상대하기 위해 군사들을 다급히 보냈다.

퍼어어엉-!!

콰아아앙!!

‘정말로…… 괴물…… 들이다.’

전위대장군 홍충은 하늘을 덮을 정도로 화포를 쏟아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원을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치를 떨었다.

하지만 그는 대장군었으므로, 애써 참으며 소리쳤다.

“뭣들 하느냐? 궁병들은 앞으로 나서라!!”

홍충의 명에 궁병들이 화살을 장전한 채 앞으로 나섰다.

“쏴라!”

피이이이잉-

슈우우우웅-!!

이번에는 화포와 함께 화살들이 하늘 위 태양을 가리며 쏟아졌다.

퍽퍽퍽퍽퍽.

명괴들의 온몸에 수십 개의 화살들이 박혔다.

하지만 명괴들은 화살이 박힌 채로 내달렸다.

오히려 그 모습이 군사들에게는 더 많은 공포를 주었다.

궁병의 공격에도 앞으로 달려오는 명괴들을 보며 홍충의 손이 떨렸다.

‘이곳이 뚫린다면 황성이 바로 눈앞이다. 이들을 막을 있는 곳은 오직 거용관밖에 없다.’

천하제일웅관이며 함공불락으로 불리는 거용관이 황성의 앞을 버티고 있지만 명괴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홍충은 죽음을 각오했다.

‘이곳이 뚫린다고 해도 최대한 괴물들의 목을 잘라놓고 보내야 한다.’

채애애앵.

그는 말에 올라타며 검을 뽑았다.

우렁찬 대장군의 목소리가 전장을 울렸다.

“모든 병사들은 무기를 들어라. 우리가 여기에서 저놈들에게 죽을지언정 우리 가족을 위해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한다.”

“와아아아아-!!”

그와 병사들은 목숨을 내던졌다.

팟!

홍충은 말 허리를 차며 명괴들을 향해 달렸다.

두두두두두-

그의 뒤를 따라 수천의 기마대들이 거친 말발굽 소리를 내며 달렸다.

“장군님을 따르자!”

“우리 가족을 지키자!!”

그리고 각자 무기를 든 군사들이 기마대의 뒤를 달리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황궁의 대전은 소란스러웠다.

전위대장군 홍충의 소식이 바로 전해졌다.

화포와 화살, 그리고 기마대까지 총동원하여 싸웠지만 명괴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오만의 군사들은 명괴를 상대하면서 모두 전멸당했다고 했다.

“모두…… 죽었단 말이오?”

“황송하옵니다.”

황제의 명에 금의위 도독 한청은 고개를 숙였다.

“명괴에 대한 소문이 사실이었구려. 무림에서도 명괴가 나타나면 피한다고 하더니…….”

“폐하, 하지만 그놈들도 불사의 몸은 아닙니다. 사천에서 그놈들을 모두 죽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 괴물들을 죽인 곳이 있었지.”

황제도 명괴에 관련된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그와 연관이 있기에 늘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에게 연락은 했는가?”

“고금제일인께 폐하의 친서가 전해졌을 것입니다.”

“알겠네. 짐의 친서를 받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오겠는가?”

“폐하, 그분은 당연히 올라오실 것입니다.”

“그렇겠지. 아암. 그는 짐이 아니라 백성들을 위해 올라올 게야.”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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