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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91화 (391/425)

391화

펄럭.

제갈양은 백색의 깃발을 높이 들어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수십 개의 백색 깃발들이 하늘 높이 펄럭거렸다.

천지금쇄진법의 개문을 시작한다는 표식이었다.

우우우우.

사남관을 시작으로 보흥 일대가 미세하게 움직이듯 땅이 흔들거렸다.

사남관에서 시작된 진동의 울림이 점점 안쪽으로 흘러나갔다.

휙휙.

왼쪽 방향에서 청색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왼쪽으로 간다!”

당천독은 청색의 깃발이 펄럭이는 방향으로 향해 돌아섰다.

그의 뒤를 따라 움직이던 당경은 진법 속에 들어온 사실을 알았다.

“형님, 이건…….”

“맞다. 진법이다.”

“……!”

“자네에게 사남관으로 그놈들을 끌고 오도록 한 건 진법에 가두기 위함이었다.”

당경은 그의 뒤를 따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사남관을 들어선 후 여기까지 달려온 거리만 해도 멀었다.

“정말 여기 전체가 진법 속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까? 대체 누가 이런 진법을?”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천지금쇄진법이라고 하더군. 자네 말대로 여기 일대 전체를 가두었다.”

“…….”

“쫓아오는 그들이 갇힌 이상 우린 여기를 빠져나가면 된다.”

“아, 알겠습니다!”

당천독은 청색의 깃발을 따라 방향을 바꾸면서 진법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천당문의 후미를 빠르게 따라붙은 팔천명부의 명괴들이었다.

“크크크. 네놈들이 아무리 도망을 간다고 해도 우리 앞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느냐?”

명화일공은 급한 것 없이 느긋했다.

그들이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이들이 보흥을 지나간다고 해도 성도에 가기 전에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네놈들의 움직임보다는 우리가 확실히 빠르다.’

타앗!

하지만 명괴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시라도 빨리 잡고 싶어 땅이 부서져라 차며 앞으로 달렸다.

그들은 며칠 동안 살육을 하지 못하자 광폭성이 솟구쳤다.

팟팟팟팟!

“크크크. 저놈들은 아닌 모양이군!”

이미 명괴들의 모습은 한참이나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달리면 손만 뻗어도 잡을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이건……?”

무엇인가 이상했다.

사남관에 들어선 뒤 명괴들과 사천당문의 무인들의 사이는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명화일공은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명괴들은 괴성을 터뜨렸다.

“쿠아아아아!!”

머리끝까지 화가 잔뜩 났다.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명화일공은 당황했다.

‘뭐지? 분명 똑바로 달렸거늘.’

도망가는 사천당문의 뒤를 쫓았지만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 원을 그리며 도는 듯 느낌을 받았다.

“설마!”

그는 걸음을 멈추며 주위를 살폈다.

“사방으로 흩어져서 달려라!!”

휙휙휙!

수백 명의 명괴들이 사방을 뻗어 나갔다.

하지만 모습이 사라질 때 즈음, 그들은 원을 그리듯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더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진법이 펼쳐져 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사남관으로 들어오면서 진법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이 넓은 곳을 진법으로 펼칠 수 있다고?’

명화일공은 순간 흠칫했다.

그에게는 두려움이라고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지상에 나가면 팔천명부를 막을 수 있는 곳은 극일가 외에는 없다고 믿었다.

‘젠장…… 그들이?’

마지막으로 그들과 부딪쳐야 하기에 극일가의 움직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팔천명부에서 지상으로 나온 뒤 사천성으로 내려오는 동안 계속 분명 확인했다.

정찰을 나간 수하의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여전히 극일가에 그대로 있었다.

성도로 움직이면서 그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고 믿었다.

‘대체 극일가에서 언제 움직인 거지? 이것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인원이 필요한데.’

사문관 일대를 진법으로 가두기 위해서는 진법에 능한 인물이 많아야 했다.

그만한 인물들이 극일가에 있는가?

휘익.

그때, 명화일공의 곁으로 명화삼공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 또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건 천지금쇄진법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극일가에서 움직였어. 분명 그들은 극일가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에 펼쳐져 있는지 정말 모르겠네.”

오래전 극일가에 의해 펼쳐졌다고 알려진 진법 속에 자신들이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

“이젠 어떻게 하지?”

“그건…… 나도…….”

명화일공은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

천지금쇄진법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파훼법을 모르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후미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

“명화공은 모두 모여라.”

팔천명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명괴들 사이에서 흩어져 있던 아홉 명의 명화공들이 빠르게 집합했다.

“뭘 당황하는 것이지?”

“사남관 일대에 천지금쇄진법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

“진법에 빠지면 모두 죽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될 게 있나?”

“그게…… 진법을 펼친 곳이 극일가입니다.”

“크크크. 명화일공, 우리가 극일가에 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군.”

“아닙니다. 단지…….”

“변명은 굳이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들에게 이기지 못할 것 같으면 사실대로 말하라.”

“극일가를 이길 수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크크크. 진작 그럴 것이지. 천지금쇄진법은 그저 우리를 가둘 뿐이지, 우릴 죽이지는 못해. 그놈들이 들어올 때 정리하면 된다.”

“넵. 알겠습니다.”

팔천명군은 사남관 일대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크크. 얼마든지 오너라. 모두 죽여주마.’

* * *

“할아버님, 명괴들이 진법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사남관으로 들어왔다면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는 말이구나.”

“천지금쇄진법은 밖에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진법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알게 될 것입니다.”

“사천당문은 잘 빠져나갔느냐?”

“계획대로 정묘 방향으로 무사히 진법을 나갔습니다.”

“그럼 진법 안에는 그놈들밖에 없겠군.”

“그렇습니다.”

제갈문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아래 지형이 잘 보이는 곳으로 서너 발걸음 앞으로 나섰다.

“호오…… 많기도 하구나.”

“저들이 중원에 풀리기라도 한다면 엄청난 재앙입니다.”

“다행이로다. 천지금쇄진법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이 죽었겠구나.”

“그렇습니다.”

“그들에게는 연락했느냐?”

“지금쯤이면 여기 보흥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모두 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구나.”

“네. 할아버님. 마무리는 그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들이라면 잘 처리하겠지.”

제갈문과 제갈양은 보흥으로 들어선 명괴들을 내려다보았다.

* * *

무림맹이 움직였다는 소식이 받았다.

적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극일가와 향천의 무인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성도를 향해 움직였다.

군사가 보낸 전서.

보흥의 관문으로 사남관에 천지금쇄진법을 펼칠 것이라 연락이 왔다.

극일가와 향천은 은근히 경쟁하는 듯 성도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퍼더덕.

전서구가 날아왔다.

비령 나경은 전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급히 가주 고도유에게 향했다.

“가주님,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고도유는 전서를 받았다.

-팔천명부, 사남관으로 들어섬.

“됐다.”

사남관은 천지금쇄진법 사문(死門)의 시작이었다.

예상대로 팔천명부는 유인하는 줄 알면서 보흥까지 따라왔다.

‘자신감이겠지. 사천당문이 아무리 함정을 파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천당문 정도는 어떻게 싸우더라도 이긴다고 당연하게 확신했다.

‘멍청한 놈들. 사남관을 통과하면 진법이 발동되는 것을 당연히 모르고 있을 것이고.’

고도유는 그들의 멍청함에 감사했다.

천지금쇄진법의 시작은 사문(死門)으로 들어서는 발동될 것이다.

그들이 진법에 갇힌다면 급할 건 없었다.

“그럼, 가볼까?”

아직 성도에 도착하지 않은 향천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고도유는 우종성에게 사천당문의 소식을 알리는 전서를 보낸 뒤, 사남관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먼저 극일가만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팔천명부과의 싸움은 중원 무림에 극일가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 * *

“사남관이군.”

팔천명부와의 승부가 결정 날 장소였다.

익주에서 출발한 세 사람은 성도로 가는 도중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무림맹에서 도착한 제갈세가의 인물들이 천지금쇄진법을 펼쳤다.

보흥을 넘어서면 곧바로 성도이기에 팔천명부는 분명 유인하는 것을 알면서도 사남관으로 따라올 게 확실했다.

‘사천당문 뒤에 극일가의 존재를 확인했다면 다르게 움직였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아닌 모양이군.’

성도를 넘어섰을 때였다.

세 사람의 전방에서 움직이는 다수의 인물들을 발견했다.

눈에 익은 모습들.

그들은 향천의 무인들이었다.

‘본 가는 보이지 않는군.’

고진유의 인상이 살짝 굳어졌다. 분명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극일가에서 지내고 있을 터였다.

‘누구의 뜻인지 모르겠군.’

어떠한 상황인지 알 듯했다.

극일가가 사남관으로 갔다는 건 욕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향천을 견제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들을 무슨 의미로 나누었는지 이유를 물어야 했다.

휘익.

고진유는 앞서가는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신법을 빠르게 움직였다.

“사형들!!”

고진유는 그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불렸다.

“어…… 누구지?”

장두총은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돌아보았다.

“사제?”

빠르게 다가오는 세 사람. 고진유와 무혼신녀, 그리고 고화유의 모습을 보았다.

“사형, 뒤에 호정 사제가 오고 있어.”

우종성은 빠르게 다가온 그를 본 뒤 향천을 멈췄다.

무혼신녀에게 먼저 인사를 한 후 고진유와 인사를 나누었다.

“사제, 지금 오는 길인가?”

“네. 사형.”

“갔던 일은 잘 처리했느냐?”

“그곳에서 잘 보고 왔습니다.”

우종성은 그들이 왔던 방향을 뒤돌아보았다. 조금 늦게 온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모습을 드러내야 했다.

“인양과 녹검 씨는?”

“제가 잠시 다른 곳에 보냈어요. 정확한 건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어요.”

“알았다.”

우종성도 더는 그들에 대해 묻지 않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따로 하겠다는 말에, 무엇인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본 가는 먼저 사남관으로 간 모양이네요.”

“혹시나 진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먼저 가겠다고 하더군.”

“흠…… 그렇긴 하죠. 진법에 유인해서 애써 가두어놓았는데 빠져나가면 큰일이지 않겠냐면서 먼저 가겠다고 하던가요?”

“…….”

우종성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극일가의 전서를 받았을 때 기분이 상했다.

사실 고촌에서 함께 움직여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비밀리에 움직이는 게 좋겠다면서 향천과 극일가는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향천이 움직일 방향과 극일가에서 성도로 가는 길은 정확히 하루 거리의 차이였다.

그들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극일가는 사제의 본 가니까.

다른 사형제들도 자신과 같은 기분을 느낀 듯 보였지만 누구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근데 고진유가 그 점을 먼저 말했다.

“사제.”

고진유는 자신들 보는 사형제들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그들을 곁으로 불렀다.

“얼굴들 풀고 가까이 와보세요.”

“…….”

여섯 명의 사형제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사제, 할 말 있어?”

“사형들, 전 화산파의 제자입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

“제가 얼마 살지 않았지만 첫 번째 십오 년의 세월은 오직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보냈습니다. 그때 믿을 사람은 두 분밖에 없었죠. 그리고 두 번째 세월은 돌아가신 사부님과, 화산에서 보낸 사형제들입니다. 저에게 소중한 분들이 누구겠습니까?”

“당연히 우리지.”

“맞습니다. 전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심지어 아직도 저를 괴롭히던 사형의 모습도 기억하는데요.”

“야아……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건 아니지 않아?”

“전 그것마저도 좋은 기억이라는 뜻입니다.”

“쩝. 넌 웃긴 놈이야.”

우종성은 며칠 동안 좋지 않았던 기분이 풀렸다.

“고맙다.”

고진유는 이번에는 남궁무명을 보았다.

“무명 형.”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군.”

“자세한 건 나중에 모여 있을 때 설명할게요.”

“알았다.”

“일단 형은 이번 사천의 일이 끝나는 대로 무림맹을 맡아주었으면 해요.”

무림맹주 건에 대해선 예전에 벌써 말이 나왔지만 당장 맡아달라는 건 분명 일이 생겼다는 의미였다.

‘나중에 이야기를 한다고 했으니 그때 무슨 일인지 가르쳐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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