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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89화 (389/425)

389화

쿠아아아-!!

명괴들이 괴성을 지르며 마교에 들어섰다.

팔천명군은 명화육공과 함께 이십 명의 명괴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참지 못했다.

노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감히 마교 나부랭이 같은 놈에게!!

팔천명군은 곧장 오십 명의 명괴들과 명화오공을 마교에 보냈다.

한 명도 남김없이 죽이라는 살육의 명이 떨어졌다.

두두두두두-

명화오공은 오십 명의 명괴들과 함께 마교에 들어섰다.

그는 마교의 정문에서 소리쳤다.

“모두 죽여라!!”

명괴들이 쏟아져 나갔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마교의 텅 빈 건물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단 한 명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전부 도망을 쳤군. 천마라고 자처하는 놈이…….”

그는 안으로 들어서 천마전이 보이는 곳까지 다가섰다.

앞서 달려갔던 명괴들이 천마전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모여 있었다.

계단 아래에 나무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기둥에 묶인 줄에 매달려 있는 목.

두 눈을 부릅뜬 명화육공의 목이 걸려 있었다.

“죽일 놈의 새끼가…….”

명화육공의 머리 아래에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온다고 수고 많았다. 잘 가라. 퍼어엉.

명화오공의 몸에서 싸늘한 냉기가 치솟았다.

하지만 순간, 그보다 강한 화기가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천마전 주위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불꽃이 사방으로 터졌다.

거대한 폭음이 들리면서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허억……!”

우두두두-

그는 아래로 꺼지는 바닥을 피해 위로 날아오르고자 했지만,

피우우우웅-

이번에는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퍼어어엉!!

공중에서 터진 폭음 속에서 수천 발의 강뇌살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아!!”

명괴들은 괴성을 지르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젠…… 장…….’

명화오공 또한 강뇌살이 전신에 박힌 채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올라…… 가야 한다.’

그의 생각과 달리 무너져 내린 바닥에서 다시 한 번 더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천마전이 무너지면서 아래로 꺼진 그들 위로 떨어져 내렸다.

“커어어억…… 망할……!”

* * *

침묵이 흘렀다.

마교를 완전히 멸살시키기 위해 갔던 수하들의 상황을 들었다.

함정에 빠져, 무너진 천마전과 함께 모두 함몰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천마전까지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자폭할 줄은 몰랐다.

태어나서 이보다 어이없이 당한 적이 없었다.

팔천명부 전체를 이끌고 마교에 가고 싶은 만큼 화가 났다.

“크크크…… 마교, 이놈들이…….”

근데 이상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웃음이 나왔다.

“크큭…… 망할 마교 놈의 새끼들…… 나중에 네놈을 잡아서 심장을 파낸 뒤 먹어주마…….”

마교를 상대로 명괴만을 더 보낼 수는 없었다.

직접 천마를 잡고 싶었지만 그에게 중요한 일은 명왕의 명이었다.

-사천성으로 내려간 뒤 성도에서 기다려라.

팔천명군은 팔천명부를 이끌고 세상에 올라왔다.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이것이 세상의 바람이군.”

손바닥을 펴며 바람의 느낌을 잡았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분명한 건 세상은 명부보다 넓으며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좋군. 근데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세상은 이렇게 조용하면 안 되는 것이지.”

그는 서너 걸음 앞으로 나왔다.

시선 아래로 수많은 명괴들이 고개를 든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팔천명부의 형제들이여. 지금부터 우리는 사천성의 성도까지 갈 것이다. 팔천명부의 앞을 막는 건 아무도 없다.”

우리 앞을 막아서는 자.

오직 죽음만이 그들에게 있으리라.

“중원인들에게 명부의 무서움을 보여주도록 해라.”

“크아아아아-!!”

“전원 출진하라!”

두두두두두-

수천의 명괴들이 사천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명화일공.”

휙.

팔천명군의 부름에 사내가 앞으로 내려섰다.

“그들의 움직임은?”

“극일가에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모르고 있다?”

“올라온 것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안다고 해서 우리를 사전에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유는?”

“우린 그들을 피해 다니면 됩니다.”

“도망을 다니자는 것인가?”

“도망이 아닙니다. 그저 만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게 같은 뜻이 아닌가?”

“명군님, 본 명부가 그들과 싸워 이긴다면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

명화일공은 사실대로 말했다. 명군에 의해 죽을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명화일공, 그런 말을 한다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제가 죽더라도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명왕님의 명은 팔천명부가 성도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성도에 도착만 하면 되는 것이지.”

“맞습니다. 중간에 무슨 짓을 하든 성도에 도착하면 될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이 극일가와 싸워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다른 곳에서 말이 나오지 않을까?”

“그들에게 극일가와 싸우라고 하시면 됩니다. 명부에서 극일가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분은 명왕부밖에 없습니다.”

“하…… 그렇긴 하지. 우리가 이길 것 같았으면 예전에 벌써 극일가는 사라졌겠지.”

팔천명군은 바로 그의 말에 수긍했다.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즐기면서 가면 됩니다. 우리가 굳이 세상을 점령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크하하하하, 네 말이 맞다. 신무신단을 만든 이유는 세상에서 즐기기 위함이지 다른 뜻은 없으니.”

명화일공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은 네가 선두에 서서 이끌어라. 성도까지 가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는가?”

“명부에서 움직였다면 더 빨리 움직였을 테지만, 지상이라 내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칠 일 이내에는 성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아니군. 명괴들 앞에서 앞장서라.”

타앗.

고개를 숙인 명화일공이 먼저 달려 나간 명괴들 앞으로 달렸다.

* * *

당경은 최대한 정보력을 동원했다.

파다다닥!

전서구가 다급히 날아왔다.

“벌써?”

당경은 제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났다.

“이런, 명괴들이 하우령을 넘고 있다. 하우촌에 연락해서 백성들과 함께 모두 피하도록 명을 내려라.”

“알겠습니다.”

전령은 곧바로 사라졌다.

당경은 지도를 내려다보고는 명괴들이 그동안 움직인 방향을 차례대로 확인했다.

‘결국 성도로 오고 있군.’

명괴의 목표는 사천당문이 있는 성도였다.

하지만 사천당문이 문제가 아니었다.

성도 주위에는 많은 백성들이 살고 있었다.

대인원을 데리고 계속 뒤로 도망갈 수 없는 일이었다.

최후의 방법은 사천당문이 멸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명괴들이 성도에 들어서지 못하게 막아내는 것.

‘보흥…… 여기를 넘어서면 큰일이야. 무조건 막아야 한다.’

성도의 전 백성들이 함께 피신을 가지 않은 이상, 보흥에서 팔천명부를 막아내야만 했다.

사천당문주 당천독도 하루에 수십 번씩 전서를 받으며 상황을 주시했다.

‘역시 이놈들은 성도로 향해 오고 있어.’

당천독은 표정이 이미 굳어 있었다.

사천당문이라도 팔천명부를 상대로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은 열 명의 명괴로 곤륜파를 멸문시킬 정도의 힘을 가졌다.

전서에 의하면 명괴 수천 명이 내려오는 중이라 했다.

다행히 사전에 피신을 시킨 덕에 그들이 오는 길목에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성도에 도착하면 백성들을 피신시키는 일도 어려울 것 같았다.

점점 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었다.

“큰일이군. 점점 거리의 격차를 줄이고 있어.”

무공을 모르는 백성들을 데리고 움직이기엔 위험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보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만일 여기에서도 지금처럼 밀려난다면 성도는 끝이야……!”

당천독도 역시 보흥을 넘어서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고금제일인 밖에 없었다.

‘젠장…….’

당천독은 상황이 나쁜 것을 알아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스스로 화가 났다.

스윽.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작정 믿고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만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지.”

모든 화력을 동원해야 했다.

* * *

당천독은 당문전을 나서 곧장 폭약고를 향해 걸었다.

창고 안에 얼마나 폭탄이 저장되어 있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과연 명괴들의 앞을 폭탄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현재 그 외의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들과 직접 싸워 이길 수 있는 세력은 고금제일인이 이끄는 향천과 극일가밖에 없었다.

다다다다-

멀리서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당천독은 멈춘 뒤 고개만을 뒤로 돌렸다.

‘내당주가?’

빠르게 달려오는 그의 표정은 애매했다.

“문주님!”

“무슨 일인가?”

“무림맹에서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무림맹에서 왔다.

당천독의 표정이 펴지기 시작했다.

“고금제일인과 극일가는 함께 오지 않았나?”

“그게…… 그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듯합니다.”

“……!”

팔천명부를 상대할 수 있는 곳은 그들 이외는 없었다.

“무림맹에서는 얼마의 인원이 왔는가?”

“직접 가서 그들을 만나보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알겠네. 가세나.”

당천독은 내당주를 따라 경내로 향했다.

무림맹에서 왔다는 일행을 본 그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저분께서…… 왜?’

그들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제갈문이었다.

‘제갈세가?’

심지어 무림맹에서 도착했다는 일행 중 절반이 제갈세가의 인물들이었다.

제갈세가도 무림문파이기에 무공을 모르지 않지만, 무림맹에는 그들보다 강한 무인들이 많았다.

‘어…… 그리고 저분은…… 신안……?’

제갈문의 옆으로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노인이 있었다.

중원에서 그 또한 유명한 인물이었다.

다만 무공으로 명성이 높은 인물은 아니었다.

‘유안 어르신까지……?’

한쪽 다리가 불편한 듯 서 있는 제갈노 또한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들 뒤로 조용히 서 있는 인물.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휴까지? 대체 이건 무슨 조합이지?’

당천독은 얼른 제갈문 앞에 섰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당문주, 오랜만이네.”

“어인 일로 먼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허허허. 무슨 일이라니. 무림이 풍전등화이거늘. 한 몸 바쳐 명부를 잡으려고 왔다네.”

“…….”

스윽.

제갈휴가 앞으로 나왔다.

“천독, 잘 지냈나?”

“어, 어서 오시게.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네.”

“지금 급하지 않은가? 빨리 보흥으로 가세나.”

“보흥에는 왜?”

“이 사람아. 왜라니. 숙부님의 말씀대로 그놈들을 보흥에서 잡아야 하지 않겠나.”

“그건 그렇지만…….”

“시간이 없으니 보흥으로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하게. 가는 길에 설명을 하겠네.”

당천독은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제갈휴의 말대로 보흥으로 떠날 수 있도록 세가에 명을 내렸다.

반시진 후.

사천당문은 모든 전력을 이끌고 보흥으로 출발했다.

당천독은 가는 도중 제갈휴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들었다.

천지금쇄진법에 대해서 들었을 땐 믿기지가 않았다.

현 전체를 가둘 수 있는 진법을 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보흥 일대를 진법으로 가두겠다는 것인가?”

“그곳이라면 팔천명부를 가두기에 충분한 장소지 않나.”

“그러면 그 안에 가둔 그들은 누가 처리하는 것인가?”

“천지금쇄진법에 놈들이 잡히면 고금제일인과 극일가에서 처리할 걸세.”

“아하…… 그들은 이곳 근처에 있는 모양이군.”

“맞네. 그가 말하기를, 극일가에서 미리 움직이면 팔천명부에서 분명 피해 움직일 거라 하더군.”

“무슨 말인지 알겠네. 혹시 당문이 도와줄 일은 없는가?”

“그렇지 않아도 사천당문에 부탁할 게 있다네.”

“그게 뭔가?”

“보흥 안으로 그들을 유인해 주게.”

“…….”

당천독은 멈칫했다.

팔천명부의 명괴들을 끌고 보흥으로 들어가는 임무를 사천당문이 해야 했다.

“우리가 안으로 들어서면 함께 갇히는 게 아닌가?”

“후후후.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보흥에 가서 정확하게 가르쳐 주겠네.”

“……알겠네.”

당천독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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