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화산대도-384화 (384/425)

384화

극일가에서 만든 첫 번째 신무신단.

철갑에서 구한 제조법에 만들어진 신무신단이 앞에 놓여 있었다.

“정말로 직접 복용할 생각인가?”

주국은 염려가 되었다.

물론 그들이 만든 신무신단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만일이 상황이라는 건 항상 존재하는 법 아닌가.

쏘옥.

고진유는 갑자기 신무신단을 빠르게 입에 넣었다.

“헉!”

주국은 깜짝 놀랐다.

그는 벌써 입고 넣고 오물거리며 삼키는 중이었다.

“괘, 괜찮소?”

“생각보다 맛있네요.”

“아……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해서 감초 뿌리를 살짝 갈아서 넣었거든.”

“그렇군요.”

고진유는 신무신단을 완전히 삼킨 뒤 몸속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폈다.

특별히 이상한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내력을 한번 운기해 볼까?’

고진유는 제자리에 앉아서 내기를 올린 뒤 몸 전체로 운기를 했다.

신무신단의 약효가 전신의 혈맥을 따라 퍼져 나갔다.

‘그렇군. 신무신단을 복용하면 내력이 강해지는 이유를 알았어.’

신무신단은 내력의 양이 폭발하도록 만들어주었다.

다만 그에 따른 중독성에 의해, 뇌를 자극하는 신경 조직까지 급격하게 팽창시킨다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고진유가 삼킨 건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신무신단이었다.

고진유는 운기를 풀며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무신단은 어떠한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정말인가? 다행이구만.”

주국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이젠 하나만 더 확인한 뒤 괜찮다면 이대로 만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명부에 가보려고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명부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확인할 수 있도록 대여섯 개 정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네. 한 시진 정도면 그 정도는 만들어질 것이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주국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섰다.

혼자 남은 고진유는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원래는 삼천명부에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소를 바꾸었다.

‘오천명부라…… 이번 기회에 한 번 만나 뵙고 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고진유는 후원으로 들어섰다.

여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 같지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들이 다가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무혼신녀가 먼저 앞에 다가온 고진유를 반겼다.

“여긴 무슨 일이야?”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요.”

“그래? 어디인데?”

“오천명부입니다.”

“…….”

“삼천명부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원래는 그랬습니다만 오천명부에 볼일이 생겼습니다.”

“그들과 싸우려고?”

“그건 아닙니다. 그냥 화유 누님과 함께 누굴 만나려고요.”

무혼신녀는 조용하게 있던 고화유를 보았다.

“화유도 알고 있었나?”

“네. 언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군. 싸우려고 가는 게 아니면 무슨 일이지?”

“오천명군이 우리 남매의 외조부라고 하더군요.”

“……!”

고진유의 말에 그녀들의 표정이 전부 같아졌다.

순간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무혼신녀는 고화유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너를 보면 아직도 놀랄 일이 있다는 게 더 놀랍군.”

“그러게요.”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지?”

“처음에 화유 누나와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께서 명부 출신인지는 숙부님께 들었습니다.”

“음…… 그렇다고 해도 명부에 찾아가겠다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겠느냐? 두 사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두 사람의 외조부가 반갑게 맞이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긴 하죠. 그래도 명부와 싸우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만나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겸사겸사 신무신단의 효능을 확인도 할 겸요.”

“신무신단이 효능이 과연 가능한지 알아보는 건 중요한 일이지. 누구와 같이 갈 생각이지?”

“일단 화유 누님과 같이 가야죠. 그리고 많이 가면 좋겠지만 혹시나 그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다섯 명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나도 간다.”

“누님도 함께요?”

“명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그러면 경험이 있는 인양과 녹검 씨까지 해서 다섯 명이 가면 되겠네요.”

“묵경은? 아하, 바쁘지. 우린 언제 출발하느냐?”

“신무신단이 준비가 되는 대로 떠나도록 하죠.”

“알았다.”

고화유와 무혼신녀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뒤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스윽.

북소연이 다가왔다.

그녀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있었다.

고진유는 그녀를 보며 미안했다.

“함께 있어야 하는데 자꾸 밖에만 나돌아 다니는군요.”

“어쩔 수 없잖아요. 나중에 항상 곁에 있어주면 되죠.”

“알겠소이다. 빨리 갔다 오겠소이다. 그동안 편히 쉬고 계세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렇게 하리다.”

고진유는 떠나기 전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 * *

오천명부는 익주라 알려진 중경에 위치했다.

고진유와 함께 무혼신녀, 그리고 인양과 녹림야검이 중경에 들어섰다.

그들은 모두 극일가에서 출발하기 전 신무신단을 복용했다.

다행인지 그들은 고진유처럼 특별한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형, 잘 모르겠는데요? 그들이 복용하던 것과 다른가요? 그들은 막 이상하게 변하던데.”

“그건 불완전해서 그런 것이지 정상적인 신무신단은 괜찮아. 다른 이유가 또 있다면 네가 이미 신무신단이 주는 힘을 넘어섰기 때문일 거야.”

“음. 그렇다면 내력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인가 보네요.”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네 단전은 명부의 기운에 대항할 수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인양은 단전을 감싸는 신무신단의 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명부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분명 성공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때, 무혼신녀가 갑자기 생각난 듯 고진유에게 물었다.

“이건 유효시간이 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아직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복용을 했으니 알게 되겠지요.”

“우리가 기준이 되겠군.”

“네. 누님.”

중경에 들어선 일행은 마을 초입을 지나 중앙으로 들어섰다.

마을의 분위기는 평범했다.

“공자님, 마을 주민들이 전혀 우리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녹림야검은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방인이 마을에 들어섰다면 관심을 보이는 게 정상이었다.

한데 지나가는 사람들과 여러 건물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일부러 그들을 쳐다보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우리를 너무 잘 아는 것 같네요.”

“인양의 말이 맞아. 원래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괜히 잘해준다고 설치면 더 불편하잖아. 그것과 같은 느낌인걸.”

고진유는 일부러 고개를 크게 돌리면서 좌우를 살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반응이 없었다.

“우리 객잔에 한 번 가볼까?”

고진유는 건너편에 펄럭이는 객잔의 깃발을 보았다.

끼이이익-

인양은 문을 열었다.

“장사 안 하나?”

객잔 안에는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형, 여기에 사람들이 없는데요?”

“문 닫았어?”

“그건 모르겠어요.”

인양의 뒤로 고진유와 녹림야검이 바로 들어왔다.

“공자님, 문을 닫았으면 밖에 깃발을 걸어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하. 녹검 씨의 말이 맞군요. 일단 앉아보죠.”

그들은 대충 빈자리에 모두 앉으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녹림야검이 객잔의 사람을 찾기 위해 자리에 일어났다.

“제가 주방에 사람이 있나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휘익.

그가 주방 쪽으로 걸어가자, 주방 입구 앞에서 한 인영이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십시오! 제가 잠시 낮잠을 잔 모양입니다.”

“당신은 누구요?”

녹림야검은 앞에 나타난 사내의 모습을 빠르게 살폈다.

“제가 이곳의 주방장입니다. 요즘 손님들이 없어서 혼자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

녹림야검은 눈매가 가늘어졌다.

주방장이라고 하기에 사내의 복장은 너무나 깨끗했다.

그리고 단단하게 생겼으나 주방에서 일을 했다면 있어야 할 상처 자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왜 이리 손님이 없소?”

“저도 잘…….”

그는 말을 흐리더니 식탁에 앉아 있는 네 사람을 보았다.

“혹시 어디에서 오신 분들이십니까?”

“우린 극일가에서 왔소이다.”

“아…… 저어 극일가라면…….”

“잘 모르고 있군요. 요즘 중원 무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데…….”

“아, 그 제가 무림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하.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요. 우리가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가장 빨리 나올 수 있는 게 무엇이오?”

“음, 그게…….”

사내는 순간 대답을 똑바로 하지 못했다.

“인양아, 일단 잡자.”

휘익.

고진유의 명이 떨어지자 인양의 손이 바로 움직였다.

퍽퍽퍽.

사내가 움찔거리며 피하고자 했지만 인양의 빠른 손을 피할 수 없었다.

털썩.

사내는 인양의 일격에 맞아 앞에 주저앉았다.

‘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질질질…….

사내의 목덜미를 잡은 인양이 고진유의 앞으로 끌고 갔다.

“수고했어.”

고진유는 바닥에 끌려온 사내에게 물었다.

“정체는?”

“…….”

그는 대답이 없었다.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오천명부와 연관된 인물이군요.”

사내는 순간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거렸다.

이들이 오천명부까지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모두 알고 왔으니 사실대로 말해주는 게 어떻겠소이까?”

“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

“…….”

그는 고진유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몸이 얼어붙었다.

사람을 단번에 주눅 들게 만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이들에게서 빠져나갈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이들 다섯 명의 무력은 한눈에 봐도 강해 보였다.

두두두두-

그때, 객잔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무리들의 기척이 들렸다.

“제법이네요. 이렇게 빨리 알아차릴 줄은.”

사내는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극일가에서 온 인물들을 상대로 그가 이길 수는 없었다.

“인양아, 녹검 씨하고 밖에 나가서 죽이지는 말고 조용하게 만들면 된다.”

“넵.”

휘이익!

인양과 녹림야검이 밖으로 빠르게 나갔다.

‘인양이라고?’

밖으로 나간 청년 중 한 명의 이름.

그는 천무십이인이었다.

‘그와 함께 간 자가 녹검이라면…… 그가 녹림야검이다.’

천무십이인에게 명을 내리는 인물.

사내는 조심스럽게 고진유를 올려다보았다.

‘이자가…… 고금제일인……?’

고금제일인이 눈앞에 앉아 있었다.

“오천명부의 입구가 어딘지 아시오?”

“…….”

“이 마을에서 그곳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해도 내가 찾지 못할 것 같소? 그냥 귀찮아서 묻는 것이외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싫지만 내 인내심은 그렇게 길지 않소이다.”

분명 이건 협박이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죽이겠다는 말을 돌려서 말했다.

그는 고진유과 시선이 마주쳤다.

“여기에 찾아온 것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외다.”

“그, 그럼 그곳을 왜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입니까?”

“본인이 굳이 이유까지 설명해야겠소이까?”

“……죄송합니다. 마을 중앙에 가면 오래된 사당이 있습니다.”

“그곳이 명부로 내려가는 입구군요. 오는 길에 봤소이다.”

“네…… 그렇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명부의 인물이 아닌 것 같은데. 중원인이오?”

“맞습니다…… 저희는 명부의 명을 받아서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명족은 지상인들을 무조건 죽인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아니군.”

“그분들은 저희에게 무공도 가르쳐주시고 잘해주십니다….”

명부가 잘해준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휘익!

객잔 밖으로 나갔던 인양과 녹림야검이 들어섰다.

“형, 끝났어요. 당분간 조용하게 있을 거예요.”

“잘했어.”

고진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오천명부로 내려가 볼까요?”

* * *

마을 중앙에 위치한 사당에 들어섰다.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자,

싸아아-

손을 통해 명부의 기가 전해져 왔다.

‘이곳이 맞군.’

끼이이익-

오천명부로 들어서는 문을 잡아당겼다.

슈우우우욱.

고진유의 정면으로 명부에서 올라온 죽음의 바람이 순간적으로 불어왔다.

‘당황스럽네.’

만일 신무신단을 복용하지 않은 중원인이 문을 잡아당겼다면 명부의 기에 노출되어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었다.

“휴우…….”

아무리 고진유라고 하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들어가겠습니다.”

“알았어. 조심해.”

무혼신녀와 고화유가 바로 뒤를 이어 사당으로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인양과 녹림야검이 뒤에서 움직였다.

명부로 내려간 그들은 한동안 어둠 속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자, 처음과 달리 보이지 않던 동굴 속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 무언가 보이네요.”

어둠의 끝을 완전히 빠져나온 것도 잠시, 이번엔 오천명부의 글이 새겨진 석문이 그들 앞을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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