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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80화 (380/425)

380화

사천 무림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곤륜파의 멸문이 가지고 온 파장은 컸다.

명부의 존재는 사실로 증명이 되었다. 그들이 저승에 존재한다는 구천명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했다.

명부에서 명족이 나오게 된다면 세상의 종말이 다가올지 모른다.

스윽.

당문주 당천독은 무림맹에서 날아온 전서를 읽었다.

군사 제갈양이 사천 무림 전체에 다급하게 보내왔다.

전서의 내용은 앞으로 사천 무림의 문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혀 있었다.

전서의 내용은 명부에서 나온 명괴들을 직접 상대하지 말 것이며 백성들이 안전하게 피신하는 데 힘을 도와주라는 글이었다.

“휴우…….”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사천성에 누가 와도 두렵지 않은 사천당문이었다.

명귀에 의해 곤륜산 주위 인근 마을에서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보고를 받았다.

중원인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교조차도 그러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마을마다 하고 다녔다.

“군사의 말처럼 피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군. 하지만…….”

그가 답답한 것은 언제 어디까지 피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그들을 피해 도망 다닐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좋은 방법도 없었다.

“당경 아우, 우선은 군사가 원하는 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나?”

“문주 형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희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명족과는 절대로 맞붙지 말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습니다.”

당문주 당천독의 앞에 내원당주 당경도 함께했다.

“청성과 아미에서도 군사의 전서를 받았겠지?”

“아마 동시에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보여집니다.”

“그놈들이 곧장 사천으로 내려온다면 그들도 피하겠지?”

“군사의 말처럼 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문제는 우리 같은 무림인들은 쉽게 피할 수 있겠지만 성도로 오는 길목에 그놈들과 마주치는 백성들이 위험하다는 것이군.”

“맞습니다.”

“군사의 뜻처럼 사천당문은 최대한 나서야 할 것 같네. 명괴들이 내려올 수 있는 길목으로 먼저 가서 백성들을 안위부터 챙기도록 하세나.”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장추당과 원독당, 수오당까지 모두 데리고 가게.”

“형님께서는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당장 좋은 방법이 없더라도 고금제일인이라면 그들을 막아낼 것입니다.”

“막아내야지. 고금제일인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렇습니다. 우린 그가 오는 동안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라 봅니다.”

“허허허. 알겠네. 자네도 몸조심하고 잘 부탁하겠네.”

당경은 그와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눈 뒤 당문전을 나섰다.

그리고 사천성과 청해성을 잇는 마을로 떠날 준비를 했다.

* * *

크크크…….

명화공은 괴소를 흘리며 주위에서 흐르는 마기를 느꼈다.

“애들 장난이군.”

뚝. 뚝.

그의 손안에 잡힌 마교도의 목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뭐 이리 약해 빠졌어?”

힘없이 목이 꺾인 그는 마교의 사황신마 중 삼황신마였다.

“재미없군.”

휙.

명화공은 삼황신마의 시체를 귀찮은 듯 옆으로 내던졌다.

그의 뒤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마교도 시체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반시진 전.

명화공은 이십 명의 명괴들을 이끌고 마교로 쳐들어왔다.

팔천명군의 명에 의해 천마의 목숨을 끊고자 함이었다.

마교의 마도인들은 명괴를 상대로 최선을 다했다.

마교에 쳐들어온 이십 명의 명괴들을 모두 죽이는 동안 마교도들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큭, 그래도 마교 놈들이라 제법 하는군. 명괴들을 모두 죽이다니…… 내가 방심을 했어.”

이십 명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명괴를 상대로 생각 외로 잘 싸운 마교였다.

“하지만 천마가 죽는 건 변함이 없지.”

나머지 살아 있는 마교도들은 그가 죽이면 될 뿐이었다.

명화공은 천마전으로 향해 즐기듯 걸었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검기가 날아왔다.

‘훗.’

그는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검기를 피했다.

“늦어. 이 정도 속도라면 내 그림자도 건드릴 수 없을 텐데.”

휘이익.

휙.

명화공의 앞으로 두 명의 인영이 내려섰다.

이황신마와 사황신마는 굳은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보아하니 사황신마라는 놈들이군.”

“…….”

“한꺼번에 오지 않고 따로 오는 건 나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음, 그러고 보니 한 놈은 내가 두려워서 도망 간 것은 아니겠지?”

파아아앗!

명화공의 뒤에서 검은 인영이 솟구쳤다.

‘잡았다……!’

쉬이이익!

일황신마는 명화공의 목을 향해 마강대도를 휘둘렀다.

뒤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는지 그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휘익!

명화공의 목을 향해 마강대도가 닿을 때였다.

명화공은 순식간에 돌아서며 목 옆으로 다가온 대도를 한 손으로 잡았다.

“마교의 사황신마라는 놈들이 기습이나 할 생각을 하다니…… 마음에 들어. 크크크, 원래 싸움은 이런 식으로 이겨야 하는 것이지.”

“……!!”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덤비는 게 좋지 않을까? 죽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살고 싶다면 네놈은 도망을 가야 했어. 안 그래?”

“크윽…… 마교도는 도망가지 않는다.”

“그럼 죽든지.”

찌이이이잉-

명화공이 마강대도를 잡은 손에 내력을 불어넣어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아악!”

일황신마는 마강대도를 타고 들어오는 상대의 기에 놀라 손을 놓았다.

헉.

뒤로 물러난 그는 명화공에게 빼앗긴 마강대도를 보았다.

뚝.

명화공은 대도를 잡은 뒤 가볍게 부러뜨렸다.

‘마강대도를…….’

일황신마는 당황한 눈빛으로 부러진 마강대도와 명화공을 보았다.

파아아앗!

슈우우욱-

이번에는 뒤에서 이황신마의 검강과 사황신마의 신마수가 빠르게 다가왔다.

“좋은 움직임이군.”

스르르륵.

명화공의 신형이 흐리게 변하면서 그들 앞에서 사라졌다.

검강과 신마수가 그가 원래 있던 허공을 지나갔다.

그때였다.

언제 돌아섰는지 명화공이 일황신마의 뒤에 나타났다.

그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일황신마는 배를 뚫고 나온 명화공의 손을 보았다.

손안에는 일황신마의 심장이 뛰고 있었다.

“크크크, 튼튼하구만.”

쿠우웅.

명화공이 손을 빼내자 일황신마의 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앞으로 쓰러졌다.

이황신마와 사황신마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두려움 앞에 선 채 몸이 떨렸다.

마교주인 천마 앞에서도 떨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다.

‘천마님과 비교도…… 할 수 없어…….’

명귀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스으으윽-

또 한 번 그의 신형이 흐려지면서 보이지 않았다.

푸우욱.

명화공의 양손이 각자의 가슴을 뚫었다.

이번에는 등 뒤가 아닌 바로 눈앞.

“아악!!”

사지가 잘려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던 이황신마는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정확히 심장을 꺼내는 명화공의 눈과 마주쳤다.

“괴물…….”

이황신마의 숨이 끊어졌다.

‘우우우욱. 마…… 지막으로…….’

사황신마는 목숨이 끊어지기 전, 손을 힘들게 들어 명화공의 목을 향해 신마수를 펼쳤다.

까아아앙!

하지만 전력을 쏟아내지 못한 사황신마의 신마수는 제대로 위력을 낼 수 없었다.

“크크크. 제법이야. 제대로 반격도 할 줄 알고.”

파아악!

여전히 그의 몸 안에 심장을 잡고 있던 그가 강하게 손을 움켜쥐었다,

“아아아아아악!!”

사황신마는 그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비명을 지르며 목숨이 끊어졌다.

“크크크. 반응들이 너무 좋아서 재미있어. 명부 놈들은 미지근해서 재미가 없는데.”

명화공은 계속 놀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에 더는 살아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사황신마를 가지고 놀며 죽이는 그를 상대로 덤빌 자신이 없었다.

“이젠 한 놈밖에 없다는 것인가? 더 있으면 좋겠는데. 그놈은 어떤 재미를 줄까?”

천마전으로 가는 그를 막을 인물은 더는 없었다.

* * *

천마전 앞에 도착했다.

정문이 열려 있는 입구는 고요했다.

“크크…… 제법이군. 도전하는 의식이 좋아. 여긴 아직까지 많이 있군.”

명화공은 열린 문 안으로 수백 명의 천마호위군을 보았다.

천마전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으으으으-

명화공의 전신에 명부의 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귀신이지만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

명부의 명족이 그러했다.

천마전의 정문으로 들어선 그는 정문에서 건물까지 이어져 있는 광장에 모여든 천마호위군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크하하하하! 덤벼라!! 태어나서 이보다 기분이 좋은 날은 없을 것 같군.”

명화공의 등 뒤로 솟구친 거대한 암흑의 명부기가 퍼져 나갔다.

덜덜덜…….

천마호위군장 혈종마의 손이 떨렸다.

‘이건…… 마기가 아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생명이 낼 수 있는 기가 아니야…….’

명화공을 마주서면서 깨달았다.

곤륜파가 멸문을 당한 건 그들보다 명괴들이 강한 게 아니라, 상대할 수 없는 귀신이기 때문이었다.

‘본 신교 또한…… 그들과 함께하겠군.’

“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수하들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괴기스러웠다.

그에게 달려들었던 수하들은 머리와 팔다리들이 뜯겨 나갔다.

태어나서 이와 같이 잔혹하게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정상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수하의 모습들은 없었다.

그는 마치 양들 사이에 풀어놓은 늑대와도 같았다.

‘이건…… 싸움이 아니다. 더구나 학살도 아니야.’

퍼어억.

명화공은 다가오는 천마호위의 머리를 잡은 뒤 내리쳤다.

‘괴기. 그냥 괴기일 뿐이다.’

머리가 깨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부우우웅-

혈종마는 양손에 철퇴를 휘두르며 명화공을 향해 내리쳤다.

까아아앙!

철퇴가 튕겨 나갔다.

“크,. 이건 조금 아팠다.”

명화공의 머리가 아래에서 내려가 있었다.

부우우웅-

그는 다시 철퇴를 휘두르며 명화공의 백회혈을 향해 내리쳤다.

“한 번이나 때렸으면 족하지 않나?”

처어억.

명화공은 손을 뻗어 철퇴를 잡았다. 그리고 힘으로 잡아당기며 혈종마의 손에서 빼앗았다.

부우우웅.

“이 새끼, 너도 맞아봐라.”

휘리리리릭!

철퇴가 움직이는 소리가 달랐다.

퍼어억!

언제 철퇴가 혈종마의 턱을 지나갔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턱이 깨어지며 떨어져 나갔다.

“크으으……!!”

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퍽! 퍽! 퍽!

명화공은 바닥에 굴러 다니는 그를 향해 철퇴를 수십 번 내리찍었다.

그 모습을 본 천마호위군은 두려움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

혈종마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짓이겨졌다.

“어디를 도망가려고?”

파아앗!

명화공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철퇴를 휘둘렀다.

일각 동안 천마전 앞은 천마호위군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 * *

콰아아앙!

천마전으로 들어서는 대전의 문이 부서졌다.

명화공은 앞으로 걸으면서 멀리 천마좌에 앉아 있는 천마 임조학을 보았다.

“크크크……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서 건방을 떨고 있군.”

휘익.

천마대전의 양옆에서 천마수호귀들이 그를 포위하며 내려섰다.

“이것들은 또 뭐야? 귀신도 아닌 놈들이 누구 앞에서 귀신 흉내를 내고 있어?”

“…….”

“아수라의 가면을 둘러썼다고 해서 아수라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건 아니겠지?”

파아아앗!

“내가 진정한 아수라가 뭔지 가르쳐 주마!”

명화공의 신법은 그들이 눈으로 좇기에 불가능했다.

제대로 싸울 수도 없었다.

찌이익.

천마수호귀들의 전신은 날카로운 손톱에 의해 찢기어 떨어져 나갔다.

“크크크…… 이게 바로 아수라이다.”

붉은 눈동자가 더욱더 붉게 변하면서 뒷걸음질 치는 천마수호귀들을 잡으며 물어뜯었다.

단숨에 천마수호귀들의 혈향이 천마대전에 퍼져 나갔다.

스윽.

명화공은 천마의 곁으로 움직였다.

“이봐. 내려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본좌는 천마다. 네가 어디에서 왔든 누구이든 본좌에게 명을 내릴 수 없다.”

“크하하하! 천마는 무슨…… 완전히 미친놈이구만.”

타아앗!

명화공은 신형을 날리며 천마좌 앞으로 내려섰다.

“크큭, 이 새끼를 어떻게 죽여줄까?”

그는 손을 뻗어 천마 임조학의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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