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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72화 (372/425)

372화

언종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조사동으로 들어선 두 명의 인물.

분명 안으로 들어오기 전 밖에서 조사동 앞을 지키고 있던 무인들을 만났을 게 틀림없었다.

그들은 형산파에서도 최고의 무공을 지닌 무인이었다.

인양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곳에 책임자가 없는 모양이지?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이곳을 전부 불태워 버리는 수밖에 없군.”

인양은 신무신단을 제조하는 대형 솥 곁으로 다가섰다.

신무신단 특유의 향이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타앗!

인양은 그중 하나의 대형 솥을 걷어찼다.

터어어엉-!

환액이 든 솥이 공중으로 떠오른 뒤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뒤집혔다.

“허억!”

언종은 그 장면을 보면서 화들짝 놀랐다.

그렇지 않아도 재료가 부족해서 신무신단의 양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이, 이 아까운 것을!!’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바닥에 흘러내린 것들을 주워 담고 싶었다.

후다다닥!

그러자, 조사동 밖에서 또 다른 무인들이 인양을 막기 위해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이노오오옴! 멈추지 못할까!!”

그들은 인양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퍽! 퍽퍽퍽!

인양은 그들의 무공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적당한 힘으로 밀어냈다.

“아아악!”

그럼에도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고수…… 그것도 엄청나다…….’

그 또한 어느 정도 실력 있는 형산파의 무인.

여기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무인은 없었다.

그가 정말로 화산권협인지, 왜 적의를 보이는지 확인해야 했다.

“저어…… 제가…… 책임자입니다.”

인양은 앞으로 나선 그를 보았다.

“당신이라고? 왜 빨리 안 나왔소?”

“죄, 죄송합니다. 너무 겁이 나서…….”

“이름이 무엇이오?”

“언종이라 합니다. 죄송하지만 대인께서는……?”

“난 인양이라 하오.”

“…….”

역시나 저 인물이 권협이었다.

‘망할…… 큰일 났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자 여기에 왜 왔는지도 그려졌다.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았다.

이제 그에게 신무신단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원에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형산파는 멸문을 당할 테니까.

형산파의 운명?

이것도 필요 없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이었다.

“인양아. 우선 제조서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봐라.”

“넵. 자자, 전부 모이시오!”

인영의 명에 한 명도 빠짐없이 앞으로 다가섰다.

언종의 뒤로 조사동에서 일하던 모든 인원이 모여들었다.

인양은 먼저 언종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것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소?”

“…….”

“알고 있군.”

언종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인생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똑바로 대답하시오. 신무신단의 제조법이 있을 텐데 어디에 있소?”

“그, 그건…… 장문인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언종은 사실대로 말을 했다.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살려면 최대한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둘 외에 제조서를 알고 있는 인물은 누가 있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저하고…… 장문인밖에 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

“오랫동안 만들었다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그거야 그럴 수도…….”

언종은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는 그들을 본 언종의 눈이 커졌다.

‘이 새끼들이…… 제조법을 외우고 있었군……!’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동안 신무신단을 만들면서 사용되는 재료들과 만드는 방법을 수없이 지켜보지 않았던가.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인양은 그들을 보면서 웃음이 났다.

“하하,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이군요. 과도한 욕심을 우리는 탐욕이라 부르지요. 근데 사람들은 탐욕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더이다.”

스윽.

그때, 인양의 뒤에 조용히 서 있던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무혼신녀는 허리에 손을 내리며 천화은검을 만졌다.

조사동으로 오기 전 고진유가 한 말이 있었다.

“누님, 신무신단을 만들 수 있는 한 명만 두고 나머지는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명만 살려둔다는 말.

그녀는 대충 이유를 알 듯했다.

휘익!

무혼신녀는 언종을 가리키면서 옆으로 물러나도록 했다.

“비켜나라.”

“어어…….”

언종은 잠시 주춤거린 뒤 옆으로 물러났다.

스윽.

그 사이로 무혼신녀는 앞으로 나서 천화은검을 뽑아 들었다.

“본녀를 원망하지 마라. 그대들의 죽음은 스스로 탐욕에 의한 것. 이것이 중원에 퍼져 나간다면 당신들로 인해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이 죽을지도 모른다.”

파아앗!

은빛의 검광이 그들 앞으로 지나갔다.

비명 소리도 없었다.

바닥에 쓰러지며 그들은 절명했다.

언종은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선…… 여…… 협…… 이잖아……?!’

무심한 눈빛으로 가장 편안하게 죽였다.

고금제일인의 첫 번째 누님으로 알려진 여인.

무선여협 고진하.

그녀의 검은 무정(無精)이라 소문이 나 있었다.

“이봐, 언종이라 했나?”

“그렇사옵니다.”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칭으로 그녀를 대했다.

“여기 말고 신단을 제조하는 곳이 또 있나?”

“없사옵니다. 모든 신단을 이곳에서 만들었사옵니다!”

“만들어진 신무신단은 어디에 있지?”

“이곳에서 신무신단이 만들어지는 대로 곧바로 형산표국에 보내 저장해 두었습니다.”

“표국이라면 어디로 보낸다는 것이지?”

“그, 그건 제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벌써 출발했을 수도 있지 않나?”

“그건…… 아닐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양까지 포함해서 보낼 것이라 장문인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렇군. 정확하게 대답을 해줘서 고맙다.”

“아, 아닙니다. 제가 아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사옵니다.”

언종은 형산파에게 충성할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알고 있는 것이라면 알려줘야 했다.

이들이 자신을 살려준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당장 죽이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형산파에 입문하던 젊은 시절에는 얼마나 꿈이 컸던가.

무공을 익혀 천하제일인이 되고자 하는 꿈도 꾸었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형산파에서의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형산파의 장문인은 극일천에서 보낸 간자였다.

그는 중원 무림은 언제든지 꺼져가는 등불이니, 오히려 형산파에 들어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받아들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당시 극일천은 이미 중원에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극일천에 소속된 무인만이 중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도 어느덧 형산파의 무리에 섞여 들어갔다.

근데…….

그의 꿈이 무너졌다.

중원 무림에 뜻하지 않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그는 화산파의 제자였다.

별 볼 일 없는 인물이라 여겼던 게 점점 중원 최고의 인물로 변해갔다.

극일천의 무너지고 극일천무신궁으로 개파를 했지만, 그 또한 역시 무너졌다.

이제는 일월가마저 사라졌다는 소문을 들었다.

언종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으로 살고 있었다.

‘일월가의 뜻을 따르는 것이나 이들을 따르는 것이나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죽지 않고 살면 될 뿐이지!’

언종은 가만히 선 채 두 사람의 뜻을 기다렸다.

“형산표국이 어디에 있지요?”

“형양에 있습니다.”

“지금 가면 그곳에 신무신단이 있다는 것이군요. 표국에서도 그 물건에 대해서 알고 있소?”

“본 문에서 나온 물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정확히 무슨 물건인지는 모르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물건만 처리하면 되겠군요.”

“……!”

언종은 순간 깜짝 놀랐다.

만일 자신이 알고 있을 거라 대답했다면 표국의 모든 사람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님, 우선 형을 만나 봐야겠어요. 어떻게 할지 물어봐야겠네요.”

“그렇게 하자. 그 전에 여기부터 정리하는 게 좋겠구나.”

“알겠어요.”

인양은 조사동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신무신단에 연관된 것들을 태우기 위해 불을 붙였다.

조사동은 순식간에 불에 타기 시작했다.

“됐다. 나가자.”

세 사람은 불에 타는 조사동을 뒤로 둔 채 빠져 왔다.

콰아아앙!!

조사동에 있던 폭약 성분들 때문인지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 조사동의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조사동이 무너지면서 커다란 굉음을 냈지만 아무도 밖으로 나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에서 제대로 하는 모양이군.”

“누님, 우리도 빨리 가봐야겠어요.”

휘리릭!

무혼신녀는 손을 뻗어 언종의 목 뒷덜미를 낚아채며 신법을 펼쳤다.

* * *

좌극천은 몸이 떨렸다.

그의 앞에 나타난 인물.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다.

“고진유이외다.”

“…….”

한때는 맹주였던 고금제일인 고진유가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장문인, 놀라지 마시고 여기와 서 앉으시지요.”

“…….”

좌극천은 어설프게 움직이면서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대가 이곳에 무슨 일로 왔소이까?”

“형양을 지나 지나가는 도중 갑자기 남악이 생각났소이다.”

“…….”

“중원인이라면 남악 형산은 한 번쯤은 올라야 하는 산이 아닙니까? 바쁘지만 시간을 내서 올라왔소이다. 그리고 겸사겸사 인사도 할 겸 찾아오게 된 것이지요.”

그는 웃으면서 말을 했지만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몰래 집무실에 들어올 게 아니라 정문으로 통해 정식으로 알려야 했다.

“그렇군요…… 잘 오셨소이다. 어떻게, 올라오는 도중에 구경은 많이 했소이까?”

“남악 형산을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 알겠더군요. 본 문이 있는 화산과 많이 달랐소이다.”

“화산은 장엄하면서도 사납지 않소이까? 그래서 사내답다고 하더군요.”

“그렇긴 합니다. 혹시 장문인께서는 화산을 구경한 적이 있소이까?”

“늘 한 번은 가보고자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보니 생각만큼 시간이 나지 않더군요.”

“아…… 아쉽군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한 번 구경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게 하지요.”

좌극천은 약간의 여유가 생겼는지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

고진유는 그를 유심히 보더니, 마치 이제야 봤다는 듯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근데 한쪽 팔은 어디에 갔소이까?”

“……그게…….”

좌극천은 똑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어떻게 일월가의 인물에게 잘렸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죄송하지만 말 못 할 사정이 생겼소이다.”

“음…… 그렇다면 묻지는 않겠지만 안타깝군요.”

“걱정을 해주니 고맙소이다.”

“아 참,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소이다.”

고진유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물었다.

“무…… 엇인지?”

“장문인께서도 알고 있겠지만 본인이 얻은 철갑 안에서 문파의 이름들이 적힌 명부를 보았소이다. 그 안에 형산파의 이름도 적혀 있더군요.”

“…….”

“명부가 무엇인진 알고 있을 테고. 혹시 왜 형산파의 이름이 적혀 있는지 알고 있소이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소이다.”

“극일천과 연관된 인물들이 숨어 지내는 문파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더군요.”

“…….”

꿀꺽.

좌극천은 눈을 크게 뜨면서 고진유를 주시했다.

‘알고…… 있어…….’

그는 느낌이 왔다.

고진유가 찾아온 정확한 이유.

‘하지만 놈은 혼자다. 신무신단을 복용한 호위대라면 승산이…… 있을 수도.’

호위대를 부르기 위해서는 앞에 놓인 탁자 아랫부분에 숨겨진 신호를 건드려야만 했다.

좌극천의 손이 상대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손이 움직였다.

그 순간,

타악!

고진유가 양손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고진유는 눈이 동그랗게 놀란 그를 보면서 부드럽게 말을 했다.

“나머지 한쪽 팔도 잘리고 싶지는 않겠지요?”

“……!!”

가벼운 농담처럼 말하는 듯하지만 그의 미소는 언제든지 자신의 팔을 자를 수 있어 보였다.

“아니면 그냥 차라리 목이 잘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무, 무슨…….”

“본인이 아무것도 몰랐다고 여겼소?”

“…….”

“극일천무신궁이 사라진 이상 굳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을 뿐이오. 근데 알고 보니 엄청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더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곳에서 신무신단을 제조하고 있을 줄은 몰랐소이다.”

‘아…… 젠장…… 모든 것을 알고 왔어.’

좌극천의 눈동자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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