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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67화 (367/425)

367화

일월가의 기습.

두 방향에서 다가온 일월살을 보며 고진유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일향천은 위를, 이향천은 아래를 맡으세요!”

화산파 제자들 위주로 된 일향천과 남궁세가 위주인 이향천이 기습한 적을 상대했다.

화르르르-

아래로 떨어지는 일월살을 향해 우종성의 화무검에서 매화가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었다.

화산파 출신의 향천 무인들이 펼치는 검기마다 수백 수천의 매화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내려선 일월살을 메웠다.

각기 다른 매화 향이 진동했다.

이보다 진하게 느껴본 적이 없는 매화 향기에 일월살들이 코를 찡그릴 정도.

휙휙휙-

흩날리는 매화 사이로 분홍빛의 검기가 일월살의 목을 베고 또 베었다.

“크으으윽.”

일월살의 신음과 비명이 울렸다.

우르르르-

천둥소리와 함께 뇌전이 번쩍거렸다.

장두총과 함께 움직이던 뇌전대의 벽력이 한곳으로 모여 일월살의 전신들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벽력을 맞은 일월살들의 전신이 찢겨 나갔다.

장두총은 일월살을 상대하면서 그의 뒤로 무형비검을 날리는 당우희를 살폈다.

‘잘하고 있군.’

오랜만에 실전에 나서는 그녀였지만 그동안 수련을 많이 한 탓인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핏핏핏핏-!

홍매화의 무형비검이 달려드는 일월살의 목을 정확히 관통하며 쓰러트렸다.

‘어, 어째 소하를 낳고 난 뒤 더 무서워졌는데? 호정 사제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출산 후 몸이 약해진 것을 걱정한 고진유가 운기에 서너 번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스윽.

장두총의 곁으로 우종성이 다가섰다.

“호청 사매가 보통이 아닌데. 너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그, 그러게요.”

향천에서 그녀만 강한 게 아니었다.

무혼신녀와 고화유는 이향천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스걱-

무혼신녀의 손에 들린 은검이 빛을 뿌렸다.

수미화심공을 익힌 그녀는 굳이 검이 필요 없었지만, 일월살을 상대로 싸우는 동안 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형검을 펼치는 것보다 유형의 검으로 무공을 펼치는 게 나았다.

고진유는 극일가에 부탁하여 받은 천화은검을 그녀에게 선물했다.

무혼신녀는 단번에 천화은검이 마음에 들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검이지만, 만년한철 중에서도 가장 귀하다는 은강한철으로 만든 검이었다.

파아아앗!

그녀가 천화은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일월살의 전신이 잘려 나갔다.

“훗. 정말 마음에 들어.”

고진유에게 검을 받은 후 실전에 사용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녀가 펼치는 천화은검을 막아낼 수 있는 일월살은 없었다.

“커억!”

비명 소리가 그녀 주위에서 퍼져 나갔다. 두려움조차 없던 일월살들이 주춤거리며 그녀의 곁에 다가서지 못했다.

“이것들이 왜 갑자기 물러나는 거지?”

“언니가 강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그건 화유도 마찬가지 아니냐?”

고화유의 주위도 똑같았다.

그녀의 강한 무공에 일월살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대단해.’

남궁무명은 그녀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향천을 기습했던 그들의 시도는 결과를 보지 않아도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드디어 일월가가 끝이 나는군.’

일월가와 싸우면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극일가의 심공을 익힌 향천을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본래 이들은 오래전 일월가의 잔여 세력.

극일가와 대등하게 싸웠던 일월가에서 후퇴한 세력들이 현재의 그들이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을 이들도 알고 있었겠지.’

극일가 몰래 긴 세월 동안 숨어 지내면서 힘을 모으고자 했지만 극일천의 견제에 완벽하게 부활하지 못했다.

명부에서 그들을 이대로 두는 이유는 일월가의 용도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털썩.

마지막 일월살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기습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향천의 무인들이 적의 기습을 미리 알고 대비했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막아낸 건 일월살보다 무공이 더 높다는 의미였다.

고진유는 향천의 무인들이 일월가와 싸울 만큼 강해진 게 대견스러웠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수고라고 할 건까지 없는 것 같아. 예상과 다르군.”

“그러게요. 생각보다 일월가의 무력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무혼신녀는 천화은검을 고진유에게 보여주었다.

“처음 받았을 때도 좋았는데 이놈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군. 딱 마음에 들어.”

“명족을 상대할 때는 은검의 위력이 더 강해질 겁니다.”

“고마워. 좋은 검을 받았다.”

“누님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저도 좋네요.”

고진유는 천화은검을 보며 만족하는 그녀의 모습에 환하게 웃었다.

* * *

향천의 무인들은 숲을 빠져나왔다.

‘저곳인가?’

반각 정도 길을 걸어가자 마치 거대한 성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길 중간을 막아선 벽.

그들을 맞이하는 건 거대한 일월신문이었다.

“저게…… 철문이 맞나요?”

인양은 붉은빛의 철문을 보았다.

과연 사람이 철문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무거워 보였다.

철문이 열리지 않은 이상, 일월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부숴야 했다.

묵경은 주위를 살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철문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 문을 무너뜨려야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 말고 길은 보이지 않네요.”

고진유도 이번만큼은 다른 방법이 없는 듯 보였다.

철문이 얼마나 단단한지 만져보지 않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안에서 열지 않는 한 절대로 들어갈 수 없겠군.’

쉽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땅히 있다면 철문에 벽력탄을 설치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일월가에 철문이 있다고는 들었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월가에 오기 전 이곳에 극일가의 인물이 오래전부터 숨어 있단 말을 듣긴 했지만……,

‘흐음. 그가 문을 열어줄 거라고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어. 지금까지 그가 일월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무리겠지?’

깊은 생각에 잠긴 고진유의 옆으로 우종성과 남궁무명이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겠구나. 문이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건 예상도 못 했어.”

“제 불찰입니다. 미리 파악해야 했는데…… 이것까지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월가에 오지 않은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 아니냐. 사제의 잘못은 아니니 그런 말 안 해도 돼.”

“우 형의 말이 맞네. 우리가 어떻게 들어갈지 방법을 찾아야 해. 내가 수하들을 데리고 주위를 돌아보지.”

“나도 같이 가겠네.”

두 사람은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잘 맞았다.

“두 분은 잠깐만 기다리세요.”

고진유는 다급히 그들을 잠시 멈췄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끽끽.

일월신문 안에서 귀를 거슬리는 기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종성은 귀를 기울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저기 안에서 들리는 것 같은데?”

“우 형의 말이 맞아. 철문의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야.”

그들의 말처럼 고진유는 철문을 유심히 살폈다.

철문 뒤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뭐지?’

꿈틀.

철문의 아랫부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문이 열리는 것인가? 설마 지금까지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철문이 열린다면 충분히 안으로 들어갈 기회가 있을 터.

‘좋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일단 안으로 들어가야겠어.’

끼기기기기기…….

점점 더 소리가 커지면서 철문이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아앗!

고진유는 문이 열리는 틈을 보며 달렸다.

“인양아, 달려라.”

“넵!”

인양도 고진유의 목소리들 듣자마자 바로 뒤를 따랐다.

“아아악!!”

그 순간, 철문 안에서 비명 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고진유는 순간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안으로 들어간다.”

“알았어요!”

휘익!

고진유와 인양은 철문이 떨어지는 틈 사이로 몸을 날렸다.

쿠우우웅!!

아슬아슬하게 철문이 닫히기 전에 빠져나왔다.

고진유는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주변의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철문을 열기 위해 기관을 움직이던 인물을 향해 일월살들이 모여 있었다.

번쩍.

고진유는 사의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물러서라!”

섬광을 쏟아내면서 일월살들을 베기 시작했다.

일검필살.

다급한 상황이기에 전력을 다해 일월살을 단숨에 쓸어버렸다.

고진유와 인양은 부상을 당한 인물 앞으로 다가섰다.

“헉…… 헉…….”

다행히 부상은 입었지만 목숨까지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세 사람을 향해 일월살들이 포위하며 다가왔다.

“크크크크. 미친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인양아. 이분을 보호해.”

“네!”

인양은 그의 부상 부위를 빠르게 지혈시켰다.

찌지지지직-

고진유의 전신은 일월살 앞으로 다가서면서 은빛의 용린으로 변했다.

앞으로 몰려오는 일월살을 단숨에 제압하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할 수 없었다.

“으, 은룡투인이다!”

일월살 중 누군가 고진유를 알아보며 소리쳤다.

고진유의 용투기가 일직선으로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하늘 높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콰아아앙!!

섬광과 함께 터진 섬광폭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주었다.

두두두두-

마치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듯했다.

일월살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절망을 느꼈다.

“은룡…… 투인님…….”

인양에게 치료를 받았던 인물은 고진유의 모습을 보면서 감격에 잠겼다.

그는 극일가의 인물로 수백 년 동안 일월가에서 대대로 이어오며 이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 저것을 잡아당기면 철문이 열릴 것입니다……!”

인양은 그가 가리키는 기관의 손잡이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처억.

손잡이가 묵직했다.

내력을 올리며 철문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끼기기기기…….

철문의 기관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 * *

철문 밖에서 대기하던 향천의 무인들은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순식간에 들어가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군.”

묵경은 두 사람을 믿기는 하지만 걱정이 되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아서 잘할 거야.”

“맞아요. 세상에서 제일 할 일 없는 걱정이 진유 아우를 걱정하는 일이에요.”

그녀들은 고진유의 신상에 대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문이 열릴 거야. 기다려 봐.”

“…….”

세상 어디에 갖다 놓아도 살아서 돌아올 인물이 고진유였다.

드드드드드…….

그때, 꿈쩍도 하지 않았던 철문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조금씩 위로 열리기 시작했다.

“봐라. 문이 열리고 있지?”

그녀의 말처럼 계속해서 문이 올라가고 있었다.

묵경과 녹림야검은 철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가장 먼저 앞으로 다가섰다.

허리를 숙이며 안으로 빠르게 들어선 후 전방을 살피자,

‘은룡투인!’

은빛의 무장으로 변한 고진유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일월살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홀로 싸우고 있는 고진유를 보면서도 일월살들은 이미 기세에 밀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짜…… 걱정할 게 없구나.’

일월가라고 해서 혹시나 걱정한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선을 돌려 철문 옆에 문을 열고 있는 인양의 곁으로 다가섰다.

“어때. 괜찮아?”

“여기 이분이 철문을 열어 도와주었습니다.”

‘누구지?’

묵경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일월가의 인물이 우리에게 철문을 열어준 이유가 있소이까?”

“난…… 극일가의 인물이외다.”

“아하……! 그렇군요.”

그의 한마디에 다른 질문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일월가에서 다른 곳에 사람을 심어 놓은 것처럼 극일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일가도 대단하군. 아니, 이 사람이 대단한데. 이렇게 오랫동안 극일가를 위해 숨어 있었다니.’

다다다다-

일월신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이었지만 절반 이상이 열리자 향천의 무인들이 안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고진유의 신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뒤에서 향천의 무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더는 싸우지 않고 멈추며 물러났다.

고진유는 인양의 곁에 앉아 있는 사내의 곁으로 다가섰다.

“고맙습니다.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소신은 전도부입니다. 당연히 소신이 은룡투인님을 위해 해야 할 임무였습니다.”

“정말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짧은 시간도 아니었을 텐데…….”

“저희에게 시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임무를 완수하느냐가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군요. 이젠 끝났으니 극일가에 복귀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전도부는 마음이 편해졌다. 그동안 마음 한편에 막혀 있던 게 사라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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