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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62화 (362/425)

362화

일월살.

그들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뿐.

“아아악!”

“사람 살려!!”

마을 전체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

크아아아-!!

마을 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괴물들을 피해 도망 다녔지만 결국 온몸이 찢기어 하나둘씩 죽어갔다.

일월살의 살육 현장을 보면서 두 사람이 인상을 찌푸렸다.

목비천과 토비천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비참함을 감출 수 없었다.

“…….”

“내가…… 이놈들과 같은 곳에서 왔다는 게 암담하군.”

목비천의 목소리에는 기운이 빠져 있었다.

“이대로 계속 보고 있을 텐가?”

“저들을 막고 싶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은가?”

토비천의 말처럼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

자괴감이 온몸에 흘러나왔다.

휘익.

일월살 중 한 명이 다가왔다.

“크크크. 두 사람은 가만히 보고만 있군.”

일월살의 수장 백향의 전신에는 혈향이 강하게 풍겨 나왔다.

회양의 두 번째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그는 누구보다 먼저 살육을 펼치고 있었다.

“백향, 우린…… 그대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큭, 아쉽구나. 피를 보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는가? 이런 놀이를 구경만 하겠다니 멍청하지 않은가!”

“…….”

“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젠 어디로 가면 되지?”

토비천은 피에 물든 마을을 보았다.

모든 게 끝이 나 있었다.

오직 움직이는 건 일월살의 괴물들뿐.

아이와 노인들은 물론 가축들까지,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빠짐없이 모두 죽였다.

“저곳을 넘어가면 세 번째 마을이 나타날 것이오.”

토비천은 손을 들어 산 너머를 가리켰다.

백향은 그가 가리킨 산을 올려다보았다.

“저기 산을 넘으면 마을이 있다는 말이지?”

“그렇소이다.”

“크큭, 가는 길에 무료하지 않게 산짐승들이나 잡아볼까?”

휘이익!

백향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 산을 가리키면서 일월살들에게 소리쳤다.

“가아아아자아아아!!”

“크크크크…….”

우두두두두-

일월살들은 괴성을 지르며 백향의 뒤를 따라 달렸다.

목비천은 그들의 뒤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구려. 왜 산으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았네.”

“그렇소이다.”

회양의 세 번째 마을로 가는 빠른 길은 따로 있었다.

산을 넘는 길은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서 일부러 힘든 산길을 가르쳐 주었다.

‘빨리…… 그들이 오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텐데.’

토비천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은룡투인이 빨리 도착하는 것밖에 없었다.

* * *

회양에 속한 열 곳의 마을이 불타올랐다.

괴기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이 회양의 마을 사람들은 물론 살아 있는 가축까지 모두 죽인다고 했다.

무림은자가 말했던 일월가.

공포가 회양 전체로 퍼져 나갔다.

회양에 사는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피난을 가야만 했다.

두두두두…….

수만의 군사들이 빠르게 달렸다.

군사들의 대열 위로 하남성부의 깃발들이 펄럭거렸다.

일반 백성들까지 죽이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하남성부에서 다급하게 군사를 모았다.

곧바로 구호군을 조성한 후 후장군 철준홍을 총군장으로 임명했다.

구호군장 철준홍은 오만의 병력을 이끌고 회양으로 들어섰다.

그의 목소리로 다급함이 전해졌다.

“뭣들 하느냐! 좀 더 빨리 움직여라!”

부장 하도경은 선두로 나서면서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좀 더 속도를 올려라!”

기마군뿐 아니라 보병까지 있었기에 움직이는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두두두두-

그때, 구호군의 선두를 향해 기마 한 필이 달려왔다.

괴물들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전방을 살피러 갔던 정찰병이었다.

“전방 마을에…… 괴물…… 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알았다.”

하도경이 뒤로 움직이며 총군장 철준홍에게 전했다.

“총군장님, 전방 마을에 괴물들이 있습니다.”

“드디어 마주치는군.”

철준홍은 곧바로 부장 하도경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을 초입에서 진을 펼쳐라.”

“넵. 알겠습니다.”

하도경은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적들이 앞에 있다! 전군은 마을 초입에서 공격 진영을 펼칠 것이다!”

구호군은 마을을 향해 달렸다.

* * *

마을 초입에 도착한 구호군의 선두에서 하도경은 손을 번쩍 들었다.

“진영을 펼쳐라!”

“와아아아아-!!”

구호군의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대열을 맞추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보병들이 앞으로 나온 뒤 좌우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대열을 맞추었다.

두두두두…….

보병들이 전방에 대열을 맞추자 이번에는 그 뒤로 이십 장의 간격을 유지한 궁병들이 이 열로 길게 이어서 맞추었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기마의 군사들은 후장군 철준홍을 보호하기 위한 기병과 진영의 양쪽 뒤에 돌격하기 위한 기병으로 나눈 뒤 대기했다.

전형적인 공격을 위한 대형의 진영이 단번에 완성되었다.

철준홍은 말 위에 탄 채 괴물들이 밖으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괴물 놈들이 나오기만 한다면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주마.’

“크크크크…….”

마을 외곽에 나타난 군사들을 본 인영에게서 괴소가 흘러나왔다.

백향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쏟아졌다.

“엄청나게 몰려왔군.”

수만의 군사들이 가득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채 히죽 웃었다.

그동안 마을을 다니면서 살아 있는 놈들을 죽였지만 늘 부족했다.

“저 정도면 이 녀석들의 살성을 되살리는 데 제법 충분하겠어. 가볼까?”

백향은 괴성을 지르며 마을 밖을 향해 달렸다.

크아아아아……!!

오백 명의 일월살은 수장 백향의 뒤를 따라 경쟁하듯이 내달렸다.

그들보다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오로지 살기를 뿜어내며 달릴 뿐이었다.

두두두두두-

마치 네 발로 달리는 짐승과 같은 모습.

‘정말로…… 괴물들이군.’

마을 밖으로 달려오는 일월살의 모습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철준홍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들이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괴물들의 숫자는 오백 정도. 우리는 오만이다. 수적으로 충분하고도 남아.’

척!

철준홍은 푸른 깃발을 높이 치켜세웠다.

“궁병은 준비하라!”

둥둥둥-

북소리가 들리자 보병들은 무릎을 꿇은 뒤 앉았다.

그들 뒤로 궁병들이 활을 준비했다.

“쏴라!”

두둥, 두둥.

두 번의 북소리가 울렸다.

궁병장은 북소리에 청기를 높이 치켜들었다.

“일궁 장전!”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궁병들은 화살을 장전했다.

“쏴라-!!”

피우우우우웅-

궁병장의 명이 떨어지자 궁을 떠난 화살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궁 장전. 발사!”

“삼궁도 준비하라!”

팍팍팍팍팍팍-

수천 발의 화살들이 순서대로 일월살의 전신과 그의 사방 주위에 떨어졌다.

하지만,

팅팅팅-

그들의 몸에 떨어진 화살들은 마치 금강석에 가로막힌 듯 튕겨 나갔다.

궁병장의 당황한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저들이 금강불괴의 신체를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궁병들은 다시 쏴라!!”

피우우우우우웅-

이번에도 수천 발의 화살들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일월살의 몸에서 튕겨 나갈 뿐, 그들이 앞으로 달려 나오는 것도 막아내지 못했다.

철준홍은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기, 기마대를 출진시켜라!!!”

두려움에 흔들리자 수하에게 명을 내리는 목소리까지 떨렸다.

두우우우웅!

두우우우웅!

북소리가 길게 울렸다.

진영의 맨 끝에 대기하던 기마군이 좌우로 돌아서 전방으로 달렸다.

두두두두-

일만의 기마군이 곧바로 달려 나갔다.

앞을 달리던 거친 말의 숨소리와 함께 강렬한 기세가 기마군에서 쏟아져 나갔다.

화살을 뚫고 달려오던 백향의 눈에 기마대가 들어왔다.

“크크크크…… 궁병 다음에는 기마군이라…… 별짓을 다 하는군.”

백향은 상대가 진법을 펼치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강하게 부딪치면 모두 일어낼 수 있다.’

일월살에게는 어떠한 진법도 필요 없었다.

오로지 피의 냄새만을 맡으며 앞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 * *

일월살을 아무 곳에나 풀어놓으면 중원은 알아서 끝이었다.

진형이고 뭐고 없이, 저들은 가만히 두면 눈에 띄는 대로 모두를 죽이고 죽일 것이었다.

‘저…… 놈들이…….’

기마군장 함유변은 일월살을 보면서 멈출 기세가 없는 것을 알았다.

“자아아아…… 차아아앙을 들어라!!”

그는 앞으로 나서며 장창을 겨누었다.

‘오, 오로지 무력으로라도 막아야 한다……!’

처억. 척.

일만의 기마대가 차례대로 장창을 앞으로 겨누었다.

괴성을 지르는 일월살과 가까워지자, 하도경은 말을 속도를 더 높이며 소리를 쳤다.

“저놈들을 뚫고 지나간다!!”

두두두두-

일만의 기마군이 한꺼번에 울리는 굉음은 상대를 주눅 들게 하기에 모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일월살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겨눈 장창을 낚아챘다.

부우우웅-

장창을 잡은 뒤 오히려 반대로 기마군을 향해 휘두르자,

쿠우우웅!

말과 군사들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단번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마들은 더는 달리지 못한 채 쓰러진 기마에 걸려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휙휙휙.

기마군은 달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월살들이 말 위를 날아다니며 기마 병사들의 목을 자르기 시작했다.

“아악!!”

“창을 버리고 저놈들을 상대하라!!”

뭉쳐 있는 기마군들 사이에서 움직이기 힘든 장창만으로 상대하긴 버거웠다.

기마군장 함유변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들며 앞에 다가오는 일월살을 내리쳤다.

까아앙!

하지만 일월살에게 부상을 입히기에는 내력이 부족했다.

어떠한 피해도 줄 수 없었다.

“크크크…….”

일월살은 괴소를 지으며 함유변을 향해 달려들었다.

푸우욱.

일월살의 손이 그의 복부를 통과했다.

“꺼어어억.”

함유변은 거친 비명과 함께 목숨이 끊어졌다.

‘괴물……!’

기만군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철준홍은 저들이 기마군과 싸우는 장면을 보면서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다.

“저, 전군을…….”

그때,

뿌우우웅-

그의 명이 완전히 나오기도 전에 나팔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구호군 전군의 진격을 알리는 츨전의 소리였다.

“……물러나면 모두 죽는다.”

철준홍은 허리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싸움의 분위기를 단번에 읽었다.

그는 두려움이 떨었지만, 군이 도망간다면 많은 백성이 죽는다는 것을 알았다.

최소한 백성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야 한다.

철준홍은 몸이 떨렸지만 오로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떨고 있는 수하들 사이로 달렸다.

“죽음이 두려운 것이냐? 구호군은 본장의 뒤를 따르라!”

“자, 장군님을 따르자!!”

“저놈들을 죽여라!!”

보병들과 궁병들은 괴물들을 향해 달리는 그를 보면서 용기를 냈다.

무기를 들고 철준홍의 뒤를 따라 기마군을 일방적으로 죽이는 일월살을 향해 달렸다.

“와아아아아……!!!”

사만의 대병력이 함성을 지르며 한꺼번에 움직였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사만 명의 병사들이 지르는 함성에 놈들이 잠시 주춤거렸다.

“와아아아아!!”

군사들은 함성을 계속해서 지르면서 오로지 달릴 뿐이었다.

“이런…….”

그 모습들을 지켜보던 두 명의 시선은 여전히 안타까웠다.

“아직도 모르고 있다니…….”

“당연하지 않겠나. 아무리 숫자가 많은들 소용이 없거늘…….”

목비천과 토비천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안 되는데…….’

토비천은 지켜보고 있지만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대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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