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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53화 (353/425)

353화

쪼르르르-

제갈양은 한자리에 앉은 두 사람에게 온기가 흐르는 차를 따랐다.

“몸을 가볍게 풀어줄 것입니다. 한 잔 드시지요.”

“고맙네.”

초일군은 그가 따른 차를 가볍게 마셨다.

“음…… 좋군.”

“다행입니다.”

세 사람은 잠시 동안 차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초일군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을 했다.

“본인을 보는 저들의 시선들이 꽤 강렬하더군.”

“당연한 일입니다. 무신님이 아니십니까?”

“그렇겠지?”

“너그럽게 그들을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별로 상관은 하지 않네. 무림인들의 섭리 정도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으니.”

“고맙습니다. 천검궁이 온 것에 대해 남의 잔치에 젓가락 얹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후후후. 적절한 비유군. 맞는 말이네.”

초일군은 웃음이 나왔다.

무림맹의 인물들이 천검궁을 정확히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천검궁은 군사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더군.”

“저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군사가 원하는 대로 하게나. 우린 군사의 뜻을 따르겠네.”

“감사한 일이군요. 사실 제 뜻대로 한다고 해도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무신님께서는 신궁주를 맡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렇게 하겠네.”

“천검궁은 우선 무림맹의 후방에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근데 군사는 알고 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전에 그분께서 예견하셨네.”

“그분이시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극일천주.”

“…….”

초일군은 잠시 오래전 그와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그와 비무를 했다.

무신이라는 자부심이 그의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이후 봉문에 들어가자, 나중을 위해 천검궁의 힘을 아껴놓으라고 했다.

만일 봉문하지 않았다면 이십 년 동안 천검궁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날을 위해 그분께서 나를 찾아오셨던 것이지. 금비천이란 인물과 싸워야 하는데 그때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하셨다네.”

“…….”

“그를 이기기 위해 이십 년 동안 그분이 알려주신 무공을 수련했네. 대단하지 않은가?”

“……대단하군요. 미래를 정확히 읽었다……. 무신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예전부터 그분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건 나도 인정하는 바이네.”

잠시 뒤, 제갈양은 무림맹의 무인들을 향해 곧바로 발표했다.

극일천무신궁을 공격하는 선봉은 무림맹에서 맡을 것이며 천검궁은 혹시 모를 적의 기습을 대비해 후방을 맡을 것이라고.

황강대평야에서 하루를 보낸 연합 세력은 다음날 날이 밝은 대로 영산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나하중은 안으로 들어서는 수곡자를 보았다.

“그들이 올라오는 모양이군.”

“그렇사옵니다. 무림의 정파인들이 모두 몰려오는 듯합니다.”

“그 정도인가?”

나하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궁주님…….”

“됐다. 어차피 물러가고자 했다면 벌써 갔을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저들과 마지막으로 싸울 준비는 되었는가?”

“일진으로 공마신단을 복용한 공마령인으로 준비했습니다.”

“후후후. 초반에 저들에게 본 신궁의 매서움을 보여줄 생각인 모양이군.”

“넵, 맞습니다. 그리고 일진이 뚫린다면 이진에는 신무신단으로 무장한 신무령인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군. 이 정도면 무림맹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군.”

“…….”

수곡자는 멈칫거렸다.

“왜 대답이 없는가?”

“아닙니다. 저들을 물리치는 데 본궁의 전력은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수곡자는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을 했다.

중원 무림의 무서움은 강한 무력이 아니었다.

하나로 뭉친 무림맹의 수많은 무인들이었다.

나하중은 그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도록 오랫동안 그들의 안에 간자를 심어놓았다.

아쉽게도 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녀석만 없었다면…….’

나하중은 너무나 아쉬웠다.

자신이 세웠던 계획이 성공했다면 무림맹 또한 장악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수곡자. 우리에겐 죽음의 두려움은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소인은 단지…… 궁주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게 걸릴 뿐이옵니다.”

“후후후. 자네만큼 본인에게 좋은 사람은 없네. 그동안 고마웠네.”

“아…… 닙니다.”

“가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군. 시작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바로 공마령인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곡자는 그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섰다.

‘이놈들…… 우리가 쉽게 끝날 줄 알았더냐? 네놈들이 본 궁에 올라온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어주마.’

휘이익!

그의 신형은 빠르게 움직였다.

* * *

영산의 산문을 지나 빠르게 올라가는 무림맹의 선봉.

선봉 중 가장 앞선 문파는 혁력세가와 공동파였다.

두 문파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거의 앞을 달리면서 산문을 넘어섰다.

산문을 올라온 뒤 이각이 지나도록 극일천무신궁의 어떠한 반격도 보이지 않았다.

“훗훗훗. 우리의 기세가 두려운 모양이군.”

공동파 장문인 장공자는 그들이 가장 먼저 신궁에 도착할 것이라 자신했다.

그때였다.

두두두두두-

영산 위에서 공마령인들이 빠르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적들이다! 모두 저놈들을 죽여라!!”

장공자의 외침에 공동파의 도사들과 혁력세가의 무인들이 달려오는 공마령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채애애애앵!

까아아아앙-

두 문파의 무림인들이 뻗어내는 검이 공마령인의 몸에 부딪혔다.

그들의 검이 뒤로 튕겨 나오면서 뒤로 밀려났다.

“그, 금강불괴?”

크아아아아아!!

공마령인들은 괴성을 지르며 공동파 도사들과 혁력세가의 무인들 사이로 뚫고 들어가 그들의 몸을 찢기 시작했다.

“아아악!!”

무인들의 비명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베라!!”

수십 개의 검기들이 공마령인의 신형을 베었지만 치명상을 주기에는 검기의 세기가 모자랐다.

쿠아아아아!!

공마령인들은 사방에서 괴성을 지르며 눈에 보이는 대로 무림인들을 찢고 다녔다.

이각도 지나기 전, 공동파와 혁력세가의 무인들은 거의 반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두 문파의 수장들은 공마령인의 강함에 몸이 떨렸다.

‘이들이…… 이 정도로 강했다고?’

맹주와 친협들이 이놈들을 쉽게 물리치지 않았던가?

눈앞에서 제자들을 죽이는 공마령인들의 모습에, 놈들이 약한 게 아니라 전대 맹주와 친협들이 강했다는 사실이 피부로 전해졌다.

제갈양은 멀리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놈들을 죽이려면 끊임없이 공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마령인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무림맹의 인물들이 당하게 될지 모르는 일.

‘가만히 두었다가는 공동파와 혁력세가가 위험해.’

공령마인이 강한 줄 사전에 알고 왔다.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무림맹 무인들의 무력이 약하다면 약점을 지울 방법은 수적 우위밖에 없었다.

금강불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공격한다면 틈이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공마령인의 강함을 본 무림맹의 무인들은 순간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펄럭!

제갈양은 홍기를 재빨리 꺼내 들었다.

“홍연군은 앞으로 나서라!”

홍연군에 속한 십여 문파의 무림인들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와아아아-!”

“괴물 놈들을 죽여라!”

무당파 도사들이 선두에 나서며 두 문파를 도와주기 위해 달렸다.

홍연군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며 공마령인은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악-!!!”

콰아아앙!!

공령마인을 향해 무당파 도사들의 검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령마인의 몸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냈다.

“금강불괴다!”

공령마인은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아아악.”

“커어어억……!”

비명이 울리고, 무림인들이 산문 아래로 밀려갔다.

그 과정에서 단번에 수백 명의 무림인이 목숨을 잃었다.

공마령인의 강함에 선뜻 앞으로 나서고자 하는 문파들이 없었다.

‘천검궁의 힘은 아직 뒤에 남겨 두어야 한다. 기세를 바꿀 누군가가……’

그때였다.

타아앗!

후방에서 빠르게 달려 나오는 인물.

‘묵경이다.’

그는 앞으로 달리면서 서문세가를 향해 소리쳤다.

“서문세가는 나를 따르시오!”

천검궁과 함께 있던 묵경은 밀리고 있는 무림맹의 무인들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공마령인의 기세에 완전히 밀리기 전에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풍류옥협이시다!”

묵경이 앞으로 나서자 서문세가의 무인들이 힘을 내며 함께 앞으로 달렸다.

“저놈의 목을 베어야 한다!”

묵경의 화려한 움직임과 함께 연화연검에서 검강이 퍼져 나가며 공마령인의 목을 베었다.

툭.

너무나 가볍게 떨어지는 공마령인의 목을 보면서 서문세가의 무인들은 자신감이 붙었다.

“목을 베자!”

서문세가의 무인들은 공령마인의 목을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후후후.”

제갈양은 웃음이 나왔다.

때마침 묵경이 나서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럼, 우선 여기서 끝을 내고 곧장 올라가 볼까?”

휘이익!

제갈양은 후진에 대기하던 남궁세가와 산동악가, 그리고 사천당문을 보며 신호를 보냈다.

“와아아아아!!”

서문세가에 이어 대기하던 세 문파가 앞으로 나오며 달렸다.

뒤로 물러나면서 눈치를 보던 나머지 문파들도 기운을 차리며 공마령인을 상대하기 위해 달렸다.

“이놈들의 목을 베어라!”

공마령인들이 금강불괴라 하더라도 수많은 검기들이 집중적으로 목을 겨누자 하나둘씩 목이 떨어져 나갔다.

처음과 다르게 무림맹의 무인들은 기운을 내며 영산으로 밀고 올라갔다.

파아앗-!

그리고 마지막 공마령인의 목이 잘리며 떨어졌다.

힘들었던 극일천무신궁과의 첫 번째 격전이 지나갔다.

“휴우…….”

서문세가주 서문당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마령인의 무서움을 직접 겪으면서 극일천무신궁의 힘이 어떠한지 알았다.

“…….”

그리고 아들의 무공 또한 보였다.

건너편에 선 아들을 보았다.

그의 뒤로 광명이 눈부시게 보였다.

‘나 참…… 저 녀석이 엄청난 인물이 될 줄이야.’

서문의 성을 버리고 달아난 녀석이 아니었던가.

공마령인을 상대로 펼치는 무공을 보면서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아버지. 괜찮습니까?”

“괜찮다. 넌 어떠하냐?”

“저 정도는 애들 장난입니다.”

“그런 것 같더군.”

“공마령인은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더 강한 놈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

“뭐…… 그래도 공마령인을 상대하는 것처럼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알겠다.”

서문당소는 강한 적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있다는 묵경의 말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제는 어떠한 싸움을 해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검궁은 무림맹의 본진 뒤에서 나서지 않고 전방을 주시했다.

초일군은 그들 중 한 명의 사내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희야, 멋진 사내를 얻었구나.”

“네, 사부님.”

금하희의 입가에 미소가 나타났다.

홀로 공마령인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묵경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인지 느꼈다.

‘그 녀석이 워낙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옆에 있는 인물들의 무공이 빛을 못 본 것이었군.’

묵경의 화려한 신법 속에서 퍼져 나오는 검법을 보면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금하희의 표정도 무신 초일군과 비슷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내의 무공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스윽.

초일군은 앞으로 나섰다.

“이제는 우리가 나설 차례이군.”

공마령인의 관문은 넘어선 듯했지만 많은 문파들의 피해가 컸다.

그들은 한 번의 싸움으로 이상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이와 같은 싸움이 일어난다면 전력을 다해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다.

제갈양도 그와 같은 생각을 미리 하고 있었다.

무림맹은 더 싸울 수 있지만 두 번째 싸움은 천검궁에서 앞장을 서도록 했다.

제갈양의 손에서 푸른 깃발이 펄럭거렸다.

두두두두-

무림맹의 후방에서 따라오던 천검궁의 무인들이 산문을 지나 신궁이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갔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천하제일궁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는 강한 자부심이 보였다.

* * *

수곡자는 성문 앞에서 무림맹과 천검궁의 연합 세력을 기다렸다.

“공마령인이 당할 줄은 알았지만 제대로 힘을 사용하지 못할 줄은…….”

공마령인이 생각 외로 빨리 끝이 났다. 좀 더 많은 무림맹의 무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건만.

“무림도 뭉쳐 있으니 생각보다 강하군. 하지만 우리도 약하지는 않지.”

수곡자의 뒤로 일천 명의 수하들이 당장에라도 싸울 준비를 했다.

‘아쉽군. 극일가로 그들이 빠져나가지만 않았어도…….’

신궁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극일가로 사라진 인물들의 무력은 강했다.

이제는 남아 있는 인원으로 최선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정문 밖으로 나오기 전, 신무령인들은 신무신단을 극성으로 복용했다.

공마령인과 달리 의지를 가진 수하들의 힘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웅웅웅웅-

거대한 기가 아래에서 들려왔다.

“이번에는 천검궁인가?”

멀리서 다가오는 무리들의 머리 위로 천검궁의 깃발이 펄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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