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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대도-352화 (352/425)

352화

‘도착했다.’

고진유는 형주에 도착했다.

사전에 향천으로 가고 있다는 연락을 미리 보냈다.

형주는 향천의 영향 덕분인지 지옥혈림이 있을 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로 활발했다.

상권도 강한 무력을 가진 세력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곤 했다.

복잡해진 마을을 지나는 도중, 한 상점에서 눈에 익은 여인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호화 사저?’

호화 연자련 뒤로 악소소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진유의 얼굴에 미소가 나타났다.

마을에서 그녀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포목점이구나.’

향천의 무복에 관한 볼일을 보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그녀들은 고진유의 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후다다닥!

급히 그녀들의 뒤를 따라 나온 포목점 주인은 가슴이 배에 붙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휘리릭!

연자련과 악소소는 옆에서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고진유는 그녀들 곁으로 다가서며 손을 반갑게 흔들었다.

“앗……!”

악소소는 소리를 크게 내지를 뻔했다.

타앗!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진유의 품 안으로 날듯이 뛰어갔다.

“지, 지금 돌아오시는 건가요?”

“그렇소이다.”

고진유는 그녀 뒤로 다가온 연자련을 보고도 인사했다.

“사저, 안녕하세요.”

“후후, 보기 좋네.”

“……!”

악소소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얼른 떨어졌다.

“갔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고 들었어.”

“잘 끝난 것 같아요. 그녀는 괜찮습니까?”

“인양이 가지고 온 홍과로 깨끗하게 나았단다.”

“다행이네요. 볼일은 전부 보셨나요?”

“응. 돌아가면 돼.”

세 사람은 나란히 향천으로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주에도 극일천무신궁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호정 사제, 중원에 떠도는 소문이 맞아?”

“극일천무신궁에 관한 내용을 말하는 건가요?”

“그들을 치기 위해 무림맹과 천검궁에서 나선다고 들었어.”

“네. 제가 그들을 공격하도록 부탁했습니다.”

“사제가 시켰다고?”

그 부분은 소문에 없는 내용이었다.

“아하…… 그래서 묵경 오라버니가 천검궁에 갔구나.”

천검궁과 무림맹이 갑자기 극일천무신궁을 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고진유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역시 고진유의 뜻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야 궁금했던 부분이 시원하게 풀렸다.

연자련은 다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우리는?”

연자련이 말한 우리는 화산파를 말하는 것이었다.

“본 문은 이번 일에 빠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린 해야 할 일이 따로 있거든요.”

“그렇구나. 근데…… 중원인들은 우리가 하는 일을 잘 모르지 않을까? 무림맹의 모든 문파에서 모두 나서는데 본 문만 빠진다면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거야.”

“사저께서 무슨 걱정하는지 압니다. 그래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사저나 사형들이 나선다면 더 쉽겠지요. 우리가 나서서 해결한다면 주위에서 본 문을 보는 시선들이 어떻겠습니까?”

“아하. 사제의 말뜻을 알겠어.”

연자련 또한 무림인이었다. 무림의 생리에 대해서 모를 리 없었다.

잘난 사람 주위에는 늘 항상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가 오는 길에 본 문에 연락을 띄웠습니다. 지금쯤이면 장문인께서 제 뜻을 전해 들었을 것입니다.”

“사제가 생각이 깊구나.”

“혼자 먹으려고 하면 항상 탈이 나는 법이지요. 적당히 나눠주면 말이 안나올 겁니다.”

“후후, 그건 사제 말이 맞아.”

처음에는 중원에서 화산파를 어떻게 볼지 신경이 쓰였지만, 고진유의 말에 지금은 사라졌다.

고진유는 시선을 돌려 악소소를 보았다.

“악 소저, 무림맹에 가는 길에 동평에 잠시 들렀다가 왔소이다.”

“앗. 정말요? 아버지께선 잘 계시는지…….”

“건강하셨습니다. 아버님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악 소저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후후후. 다음에는 같이 가도록 하죠.”

“네에!”

악소소는 일부러 동평에 있는 본 가에 들렀다는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가 자신을 늘 생각하고 있음을 알았다.

어느새 그들은 향천에 들어서고 있었다.

* * *

향천으로 들어서자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들 중 침상에서 일어난 북소연의 모습도 보였다.

고진유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몸은 어떻소이까?”

“괜찮아요. 권협 도련님께서 가지고 온 홍과에 의해 완치되었어요.”

“다행이네요.”

고진유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몸을 살폈다.

‘음. 이상이 없군.’

다행이었다.

그녀의 손을 놓은 뒤 고진유는 주위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았다.

“안으로 들어갈까요?”

고진유는 향천각에 모인 그들과 자리에 앉았다.

“중원에 떠도는 소문이 궁금하실 거라 봅니다. 어느 분부터 물어보시겠습니까?”

“내가 먼저 묻도록 하지.”

스윽.

우종성이 손을 들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맹주직을 그만두었다는 게 사실인가?”

“무림맹에 들른 후 제갈 군사께 그만둔다고 했습니다.”

“계속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더냐?”

“어차피 그만둘 것이라면 빠른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고진유는 한 명씩 시선을 맞추면서 연자련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해주었다.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은 무림맹에서 형주에 온 것만으로 고진유가 맹주직을 그만둘 것을 알고 있었다.

“알겠다. 그 문제는 사제가 알아서 잘 생각했겠지.”

“고맙습니다. 또 다른 분은 안 계십니까?”

스윽.

이번에는 남궁무명이 손을 들었다.

“우린 언제 그들과 싸우는 것이지?”

“극일천무신궁이 무너지면 우리보다 일월가에서 먼저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일월가가 움직인다는 게 확실한가?”

“삼천명군에게 들은 말입니다. 일월가의 뒤에는 팔천명부가 있다고 합니다. 그들도 조만간 움직이겠지요. 그가 말을 했으니 사실일 겁니다.”

“그놈을 믿을 수 있나?”

고진유는 태산으로 들어간 다음 인양과 헤어진 후부터 일어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차례대로 관문들을 부수고 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옆에 있었던 것처럼 실감 났다.

고진유는 삼천명군이 바뀌었다는 것까지 빠짐없이 말해주었다.

인양이 중간에 나서며 그에 대해서 확인을 해주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듯합니다. 홍과를 주면서 어떻게 사용하는지 똑바로 가르쳐 주었습니다.”

“인양도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맞을 수 있겠군. 일월가가 망해가는 극일천무신궁을 도와줄 일이 없다고 하니 무림맹과 천검궁이라면 충분히 밀어낼 수 있겠어.”

무혼신녀가 곧바로 인양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

“그리고 예전에 극일천주를 따르던 수하들이 모두 극일가에 합류했다고 하니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잘됐군.”

무혼신녀는 그가 생각이 났다.

세상을 자신의 발아래로 여겼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불쌍하게도. 하필이면 당신의 상대가 진유 아우군요.’

* * *

“출진하라!”

제갈양은 봉황선을 하늘 높이 치켜세웠다.

둥- 둥- 둥-

무림맹 대군의 출진을 알리는 북소리가 무림맹 대광장을 울렸다.

극일천무신궁을 공격하기 위한 역사적인 순간의 날이 밝았다.

무림맹의 주요 인물들은 선두에 서며 무림맹을 나섰다.

제갈양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혹시나 했지만…… 한 명도 안 된다고 한 인물이 없네.’

고진유의 예상대로 무림맹주직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하자 그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어쩔 수 없다면 맹주의 뜻을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게다가 왜 그만두는지 이유도 묻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들에게 고진유의 강한 무력은 부담스러웠던 것이 확실했다.

새로운 차기 맹주는 이번 일이 끝난 뒤 선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싸움에서 실력이 어떤지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싸우겠구만.’

고진유는 어쩌면 이것을 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는 지원을 부탁한다는 공문을 날려야만 겨우 오던 중원 무림 문파들이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문을 날리지 않아도 중원 정파 소속의 수많은 문파들에서 거의 빠짐없이 그들의 제자들과 수하들을 이끌고 모여들었다.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텐데.’

극일천무신궁은 중원 무림에서 수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착각들 하고 있군.’

어렵긴 해도, 결과는 질 수 있는 싸움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적 우위만으로 무작정 극일천무신궁으로 들어간다면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었다.

‘크, 약은 놈. 이번 일에 자신의 존재를 더 알리겠다는 뜻도 있겠군.’

그가 빠진 무림맹의 수준이 어디인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도 느낄 수 있었다.

제갈양은 씁쓸한 미소를 띠었다.

무림맹을 나서는 수많은 무인들 중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지 걱정이 되었다.

“군사, 우리도 출발해야 하지 않겠소이까?”

“악 가주님, 그렇게 하시지요.”

악진경이 다가왔다.

그는 다른 문파와 달리 제갈양과 함께 움직이고자 했다.

산동악가를 떠나기 전 고진유는 그에게 무림맹에 간다면 군사인 제갈양의 명을 무조건 따르라고 했다.

악진경은 무림맹에 도착한 뒤 제갈양을 만나 고진유의 말을 전했다.

악진경은 무림맹에 합류한 다른 문파들과 달리 침착했다.

출전 직후임을 감안해도 무림맹은 평소와는 어딘가 달랐다.

‘상당히 들떠 있어.’

그들이 상대할 적은 중원 무림의 일반적인 문파가 아니었다.

수백 년 동안 중원 무림을 암중에서 지배하던 적이었다.

그런데도 수많은 문파들은 쉽지 않은 적이라는 것을 잊은 듯했다.

남궁세가에서도 합류했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인 창천신검 남궁무명이 빠져 있었다.

그들도 다른 문파와 달리 침착하게 뒤로 빠져 있었다.

악진경은 곧바로 알았다.

‘급하게 나서면 큰 피해를 볼 수 있겠군.’

무림맹의 대군은 삼군으로 나뉘었는데, 대부분의 문파들은 제갈양의 만류에도 전군에 속하고자 했다.

군사와 함께 움직이는 중군에는 산동악가와 남궁세가가 함께했고, 보급대와 후위를 맡은 후군에는 사천당문과 제갈세가가 뒤를 따랐다.

침착하게만 생각해도 전대 맹주 고진유와 친분이 있는 문파들은 전군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차기 맹주직에 대한 욕망이 강했다.

이번 결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는 조급증이었다.

산동악가를 나올 때와 달리 악진경은 긴장하며 움직였다.

천검궁과 무림맹은 황강에서 합류하기로 정했다.

산서에서 출발을 한 천검궁은 중간중간 무림맹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면서 집결지인 황강의 대평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 황강대평야가 멀리 나타났다.

무림맹의 수많은 무인들이 대평야에 가득했다.

천검궁의 선두로 무신 초일군과 묵경이 함께 달렸다.

“엄청나군. 전 무림이 모여든 것 같지 않은가?”

“…….”

묵경은 대답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수의 무림인들을 보았다.

이 정도의 무림인들이 모인 것은 처음 보았다.

“저들이 진정한 뜻으로 모인다면 어떠한 세력도 이길 수 없겠어.”

초일군은 대평야에 무림들이 모여 있는 이유를 알았다.

무림을 지키겠다는 신념이 아닌 그들 개인 문파를 위해 모여든 것이었다.

묵경은 대평야의 수많은 깃발 중 무림맹 군사기를 찾았다.

“궁주님, 군사기가 보입니다.”

“그렇군.”

“제가 앞장을 서겠습니다.”

묵경은 앞으로 나서며 군사기가 보이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두두두두두-

거친 말발굽 소리가 울리며 다가왔다.

천검궁의 무력에 대해 무림맹 소속의 문파들은 잘 알았다.

많은 이들의 생각으로는 무림맹의 힘만으로 충분히 극일천무신궁을 이길 것 같았다.

천검궁의 무인들을 보자 괜히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제갈양은 다가오는 두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나섰다.

휘이익!

묵경과 초일군은 말 위에서 내려 제갈양의 앞으로 내려섰다.

“무신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네.”

“무림맹에 도움을 주기 위해 먼 길을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후후후. 그가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네.”

제갈양은 그의 옆으로 묵경을 보았다.

어디서 보더라도 그의 얼굴은 언제나 잘생겼다.

“묵경, 수고했다.”

“이 정도야. 근데 너무 많은 게 아니냐?”

제갈양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다다익선이라잖아?”

“그런 줄 알았다면 사파 연합에 부탁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그들이 온다면 꽤 싫어할걸? 난 좋지만.”

“그냥 해본 말이지.”

제갈양은 묵경과 마주 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시 초일군을 바라보았다.

“안으로 드시지요.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제갈양은 한 걸음 앞장서며 두 사람과 함께 군사의 군막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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